• 최종편집 2025-06-20(금)

오늘의 시(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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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꽃잎-이정하
    꽃잎-이정하 그대를 영원히 간직하면 좋겠다는 나의 바람은 어쩌면 그대를 향한 사랑이 아니라 쓸데없는 집착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대를 사랑한다는 그 마음마저 버려야 비로소 그대를 영원히 사랑할 수 있음을.. 사랑은 그대를 내게 묶어 두는 것이 아니라 훌훌 털어 버리는 것임을.. 오늘 아침 맑게 피어나는 채송화 꽃잎을 보고 나는 깨달을 수 있습니다. 그 꽃잎이 참으로 아름다운 것은 햇살을 받치고 떠 있는 자줏빛 모양새가 아니라 자신을 통해 씨앗을 잉태하는, 그리하여 씨앗이 영글면 훌훌 자신을 털어 버리는 그 헌신 때문이 아닐까요?
    • 오늘의 시(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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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08-17
  • 남편-문정희
    남편-문정희 아버지도 아니고 오빠도 아닌 아버지와 오빠 사이의 촌수쯤 되는 남자 내게 잠 못 이루는 연애가 생기면 제일 먼저 의논하고 물어보고 싶다가도 아차, 다 되어도 이것만은 안 되지 하고 돌아누워 버리는 세상에서 제일 가깝고 제일 먼 남자 이 무슨 원수인가 싶을 때도 있지만 지구를 다 돌아다녀도 내가 낳은 새끼들을 제일로 사랑하는 남자는 이 남자일 것 같아 다시금 오늘도 저녁을 짓는다 그러고 보니 밥을 나와 함께 가장 많이 먹은 남자 전쟁을 가장 많이 가르쳐준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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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8-09
  • 8월의 시-오세영
    8월의 시-오세영 8월은 오르는 길을 멈추고 한번쯤 돌아가라는 길을 생각하게 만드는 달이다. 피는 꽃이 지는 꽃을 만나듯 가는 파도가 오는 파도를 만나듯 인생이란 가는 것이 또한 오는것 풀섶에 산나리 초롱꽃이 한창인데 세상은 온통 초록으로 법석이는데 8월은 정상에 오르기 전 한번쯤 녹음에 지쳐 단풍이 드는 가을 산을 생각하는 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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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8-03

실시간 한국 기사

  • 꽃노래-문충성
    꽃노래-문충성 처음 너는 자그마한 눈짓이었네 나풀나풀 이른 봄 햇살 풀리는 물 아지랑이 그 눈짓 네 눈 속에서 자라나 보랏빛 색깔 고르고 보랏빛 향기 고르고 무심무심 불어오는 바람에 한 잎 두 잎 슬픔의 그림자 지우곤 했네 자나 깨나 앉으나 서나 때로 너는 허무였네 그러나 존재의 어두운 계단 뚜벅뚜벅 걸어다니며 살아 있음의 고통 짖어대며 끊임없이 피멍 드는 혼 깊숙이 파고들어 나날이 온통 뿌리째 나를 뒤흔들어놓았네 50년이 걸렸네 바보같이 그것이 그리움인 줄 아는데 안팎으론 눈보라치는데
    • 오늘의 시(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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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08-21
  • 꽃잎-이정하
    꽃잎-이정하 그대를 영원히 간직하면 좋겠다는 나의 바람은 어쩌면 그대를 향한 사랑이 아니라 쓸데없는 집착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대를 사랑한다는 그 마음마저 버려야 비로소 그대를 영원히 사랑할 수 있음을.. 사랑은 그대를 내게 묶어 두는 것이 아니라 훌훌 털어 버리는 것임을.. 오늘 아침 맑게 피어나는 채송화 꽃잎을 보고 나는 깨달을 수 있습니다. 그 꽃잎이 참으로 아름다운 것은 햇살을 받치고 떠 있는 자줏빛 모양새가 아니라 자신을 통해 씨앗을 잉태하는, 그리하여 씨앗이 영글면 훌훌 자신을 털어 버리는 그 헌신 때문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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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08-17
  • 휘어진 길-이윤학
    휘어진 길-이윤학 내 마음은 거기까지밖에 보지 못합니다. 내 마음은 거기까지밖에 걷지 못합니다. 내 마음은 거기서부터 진공 상태 입니다. 휘어진 길을 따라 내 마음도 휘어져 버젓이 튕겨집니다. 나는 눈이 멀었습니다. 그대가 떠나가고 커브에 오동나무가 서 있습니다. 지금은 베어진 오동나무 보도블럭에 덮인 오동나무 꽃을 피우고 있습니다. 보랏빛 종들 수백 개 스피커에서 알지 못할 향기가 흐릅니다. 질식할 것 같아 눈을 뜨고 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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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08-14
  • 사랑할 날이 얼마나 남았을까-김재진
    사랑할 날이 얼마나 남았을까-김재진 남아있는 시간은 얼마일까 아프지 않고 마음 졸이지도 않고 슬프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날이 얼마나 남았을까 온다던 소식 오지 않고 고지서만 쌓이는 날 배고픈 우체통이 온종일 입 벌리고 빨갛게 서 있는 날 길에 나가 벌 받는 사람처럼 그대를 기다리네 미워하지 않고 성내지 않고 외롭지 않고 지치지 않고 웃을 수 있는 날이 얼마나 남았을까 까닭 없이 자꾸자꾸 눈물만 흐르는 밤 길에 서서 허염없이 하늘만 쳐다보네 걸을 수 있는 날이 얼마나 남았을까 바라보기만 해도 가슴 따뜻한 사랑할 날이 얼마나 남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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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08-11
  • 봉화산-서미정
    봉화산-서미정 세종대왕께서 즐겨 찾던곳 중랑천 맑고 나즈막한 천에 다다르면 어머니 가슴같은 완만하고 나즈막한 능선 봉화산이 가슴가득 안겨와 한시름 잊게 했을 것이다 봉화산 아랫 동네엔 조선시대 지 필 묵중 먹을 생산해 얻은 지명 먹골 내 어린시절은 봉화산을 둘러싸고 있는 배나무밭 배꽃무늬 드리운 하늘 빛과 민들레 꽃자수 깔린 동산을 뛰어 다니고 계곡마다 물이 넘쳐 흘러 빨래터가 된 봉화산은 동네 여인들 삶의 넋두리 풀어 흐르던 자리 산 허리를 돌아 꼴딱 넘어가는 등교길은 내 마음 닮은 친구 바위틈 수줍게 핀 진달래와 구불구불 걸어 오르던 길 성인이 되어 보니 봉화대까지 단숨에 오르는 정겨운 산 이제는 배꽃 민들레꽃 동산 대신 허리춤에 아파트밸트차고 갈급한 도심의 영혼들을 달래 주느라 애쓰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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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07-31
  • 환한 아침-이태수
    환한 아침-이태수 새벽에 창을 사납게 두드리던 비도 그치고 이른 아침, 햇살이 미친 듯 뛰어내린다 온몸이 다 젖은 회화나무가 나를 내려다본다 물끄러미 서서 조금씩 몸을 흔든다 간밤의 어둠과 바람 소리는 제 몸에 다 쟁였는지 언제 무슨 일이 있기라도 했느냐는 듯이 잎사귀에 맺힌 물방울들을 떨쳐 낸다 내 마음보다 훨씬 먼저 화답이라도 하듯이 햇살이 따스하게 그 온몸을 감싸 안는다 나도 저 의젓한 회화나무처럼 언제 무슨 일이 있어도 제자리에 서 있고 싶다 비바람이 아무리 흔들어 대도, 눈보라쳐도 모든 어둠과 그림자를 안으로 쟁이며 오직 제자리에서 환한 아침을 맞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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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07-26
  • 상치꽃 아욱꽃-박용래
    상치꽃 아욱꽃-박용래(1925∼1980) 상치꽃은 상치 대궁만큼 웃네. 아욱꽃은 아욱 대궁만큼 잔 한잔 비우고 잔 비우고 배꼽 내놓고 웃네. 이끼 낀 돌담 아 이즈러진 달이 실낱 같다는 시인의 이름 잊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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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07-25
  • 그리운 몽매蒙昧-유안진
    그리운 몽매蒙昧-유안진 떨어지는 꼬리별을 볼 때마다 걱정했지 저 별들이 다 떨어져 밤하늘이 깜깜해지면 어쩌나 하고 세상의 강물들이 다 바다로 간다는 선생님 설명에 겁났지 바다가 넘치면 어쩌나 하고 그 몽매(蒙昧)를 어디서 다 잃었나 아는 것이 너무 많아 죄다 모르고만 싶어지는 괴롭고 슬프다가 무서워지는 세상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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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07-16
  • 걸친, 엄마-이경림
    걸친, 엄마-이경림 한 달 전에 돌아간 엄마 옷을 걸치고 시장에 간다 엄마의 팔이 들어갔던 구멍에 내 팔을 꿰고 엄마의 목이 들어갔던 구멍에 내 목을 꿰고 엄마의 다리가 들어갔던 구멍에 내 다리를 꿰! 고, 나는 엄마가 된다 걸을 때마다 펄렁펄렁 엄마 냄새가 풍긴다 ―엄마… ―다 늙은 것이 엄마는 무슨… 걸친 엄마가 눈을 흘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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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07-09
  • 산책길에 있었던 일-전성호
    산책길에 있었던 일-전성호 그날 오리나무풍뎅이 한 마리 나뭇가지에서 삭정이를 맞아 압사했다 아무도 소리치는 사람 없다 마을 불빛 하나둘 들어차는 고갯마루 숲을 막 떠난 비바람 보이지 않고 축축한 지표 위에 달빛만 다가와 풍뎅이 사늘한 몸뚱이를 어루만진다 깨진 등짝 속으로 어두워오는 적막 오리나무풍뎅이 간 곳을 나는 묵상하고 숲은 끝내 말이 없고 오리나무, 자신의 긴 그림자 곁에서 하늘 솟는 마을 불빛만 바라본다 바람 일어나는 것을 보니 풍장을 할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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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2024-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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