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3-10-11(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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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식 눈치? 혼자 살겠다"…'병세권' 실버타운 몰리는 노년 혼삶족 [대한민국 혼삶 보고서]
    "자식 눈치? 혼자 살겠다"…'병세권' 실버타운 몰리는 노년 혼삶족 [대한민국 혼삶 보고서] 중학교 국어교사로 일하다가 은퇴한 조종천(78)씨는 3년 전 인천 서구의 한 실버타운에 입주했다. 20여년 전 남편이 사망하고 자녀들을 독립시킨 뒤 여생을 보낼 곳으로 실버타운을 선택했다. 약 24평 기준 보증금 2억5000만원에 월세 33만원인 이 실버타운에 입소하기까지 꼬박 1년을 대기했다. 이곳은 대학병원과 연계돼있어 원할 때 빠르게 진료를 받을 수 있고 병원비도 15% 할인된다는 점에 끌렸다. 조씨는 평일에 걸어서 약 15분 거리인 지하철역을 이용해 서울로 나가 극장과 카페를 가거나 친구를 만난다. 조씨는 “아들 부부가 서울에서 같이 살자고 했지만 단칼에 거절했다”며 “누군가에게 의탁해 생활하고 싶지 않고 가사 부담도 없어 실버타운 생활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노인 1인 가구가 급증하는 가운데 주거환경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 과거 자식이 부모와 함께 살며 부양하던 형태에서 이제 부모도 자식도 ‘분리 주거’를 원한다. 지난해 통계청에 따르면, 전국 1인 가구 중 60~70대의 비율이 38.7%로 가장 높았다. 기대수명이 증가하고 핵가족화로 배우자와 사별하거나 졸혼한 뒤 혼자 사는 노령층이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노령층 1인 가구 중 혼자 사는 이유를 '배우자 사망'으로 꼽은 60대는 전체의 42.6%, 70대 이상은 73.7%였다. 분리 주거를 원하는 노인 혼삶족이 늘면서 실버타운 수도 증가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08년 전국에 20곳에 그쳤던 실버타운은 지난해 기준 40곳으로 두 배로 늘었다. 입소 세대 수도 5645세대에서 9006세대가 됐다. 서울 성북구의 한 실버타운에 사는 안모(75)씨는 “보증금과 생활비가 약간 부담되지만 자식들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얼굴 붉힐 일 없이 지내며 여생을 보내기엔 제일 좋은 선택지 같다”고 말했다. 최근 늘어난 실버타운 입지가 대부분 수도권 도심이란 점도 특징이다.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조사한 ‘노인복지주택(실버타운) 전국 현황’에 따르면, 40곳 중 28곳이 서울·경기·인천에 위치했다. ‘역세권(지하철역과 가까운 곳)’이나 ‘병세권(병원과 가까운 곳)’이란 문구로 홍보하는 실버타운이 많다. 최근엔 자산운용사가 요양시설과 함께 개발하거나, 건설사가 호텔·보험사와 협력해 실버타운 건설에 나서는 경우도 있다. 유선종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좋은 입지에 있는 실버타운은 땅값이 비싸기 때문에, 사업 수지를 맞추기 위해서라도 경제적 여건이 좋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체육·여가 등 편의·부대시설을 갖춘다”고 설명했다. 실버타운 대신 역세권 오피스텔이나 소형 아파트를 선택하는 혼삶 노인도 늘고 있다. 4년 전 서울 노원구 중계동 소재 18평 아파트로 이사한 박모(76)씨도 이같은 경우다. 박씨는 11년 전 부인과 사별한 뒤 부부가 함께 살던 은평구 집을 팔고 이사했다. 강북구·노원구, 경기도 의정부에 각각 사는 세 자녀와 상의한 끝에 내린 결정이다. 박씨는 “이사 와보니 혼자 사는 비슷한 또래의 노인들이 많다. 방 하나를 근처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한테 하숙집 형태로 빌려주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에 지역자치단체 등이 건립하는 양로원·요양원 등 전통적인 노인시설은 입소 자격에 큰 제한이 없지만 찾는 이가 줄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양로원 등 양로시설은 2008년 306곳에서 지난해 175곳으로 줄었고, 노인공동 생활가정도 2015년 131곳에서 82곳으로 감소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작은 평수의 주거 시설이 많아져 집을 따로 구하기 힘들지 않다 보니 혼자 살 수 있는 집을 선택하는 비율이 늘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노인들도 맞벌이 부부인 자녀 세대와 함께 살며 눈치를 보는 것보다 자유로운 생활을 선호하는 추세다. 은평구의 한 오피스텔에 사는 이모(69)씨는 “직장 다니는 딸이 같이 살면서 아기를 봐줄 수 있냐길래 미안하지만 거절했다”며 “이젠 나도 내 인생을 살고 싶다”고 말했다. 노인 1인 가구의 주거지는 자산 및 소득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정부 정책은 저소득층을 위한 임대주택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고소득층은 실버타운 등 의료·복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민간 시설에 몰린다. 임춘식 한남대 사회복지학과 명예교수는 “노인 1인 가구의 주거 형태는 특히 자산·소득에 따라 양극화한다”며 “역세권 등 접근성 높은 지역에 중위소득 150% 이하 중산층을 대상으로 한 주거복지시설 공급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출처: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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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09-12
  • “60세 넘어 하루 중 10시간 넘게 앉아 있으면, 치매 걸릴 확률 높아진다”
    “60세 넘어 하루 중 10시간 넘게 앉아 있으면, 치매 걸릴 확률 높아진다” 협회저널(JAMA) “10시간 넘으면, 정기적으로 운동해도 치매 확률 못 줄여” 분(分) 단위로 행동 추적한 ‘건강한’ 영국 60대 남녀의 7년 뒤 치매 확률 조사 결과 60세 이상으로, 집이나 직장에서 앉아서 보내는 시간이 10시간 이상인 사람은 10시간 미만인 사람에 비해 치매(dementiaㆍ인지 장애)를 일으킬 확률이 높으며, 10시간이 넘는 경우엔 정기적으로 운동해도 치매를 줄이는 데는 별 도움이 안 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의사협회저널(JAMA)의 최신호에 이 같은 논문을 게재한 미 서던캘리포니아대의 데이비드 레이츨린 교수팀은 이 논문에서 “10시간 앉아 있는 생활의 악영향이 워낙 커서, 정기적으로 운동을 하는 사람이더라도 하루 10시간 앉아 있으면 치매 걸릴 확률이 높다”고 밝혔다. ▲60세 이상 연령층에선 치매에 걸릴 확률을 낮추기 위해선 하루 중 앉아 있는 총 시간을 10시간 미만으로 줄여야 한다는, 미의사협회저널 논문이 나왔다./조선일보 자료사진 연구진은 영국 바이오뱅크(UK Biobank)에 등록된 60세 이상 남녀 4만9841명을 대상으로, 하루 중 앉아 있는 시간과 수년 뒤 이들의 치매 발병률 사이의 상관(相關) 관계를 조사했다. 이전에도 앉아 있는 시간이 길수록, 알츠하이머 병과 치매 관련 여러 질환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연구는 더러 있었다. 그러나 이는 조사 대상자가 기억하는 ‘앉아 있는 시간’에 기초한 것이었다.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USC) 연구진이 추적한 근 5만 명은 UK 바이오뱅크에 등록할 당시에 1주일 이상 가속도 센서를 이용한 행동추적기를 손목에 착용해 하루 중 행동을 분 간격으로 분석할 수 있는 자료가 있는 이들로서, 등록 당시에 치매에 걸리지 않은 60세 이상이었다. 연구진이 평균(median) 6.72년 뒤에 추적한 이들의 평균 나이는 67.19세였고, 여성이 54.7%를 차지했다. 연구진은 인공지능 알고리즘의 도움을 받아, 이들 60세 이상 조사 대상자가 분 간격으로 움직이고 있었는지, 또는 앉아 있었는지를 조사했다. ‘앉아 있는 시간’은 잠자지 않고 누워 있거나, TVㆍ컴퓨터 앞에 앉아 있고, 승용차를 타고 있는 등 모든 형태의 앉아 있는 시간을 합산했다. 그리고 약 7년 뒤에, 이들이 치매 질환 진단을 받거나, 치매를 앓고 사망한 경우를 조사했다. 그 결과, 약 5만 명 중에서 414명이 치매 진단을 받았다. 그러나 앉아 있는 시간의 평균(median)이 10시간인 사람은 9.27시간인 사람에 비해 8% 더 치매에 걸렸다. 앉아 있는 시간이 12시간이면 63% 더 높았다. 즉, 하루 중 앉아 있는 시간이 평균 9.27시간인 60세 이상에서는 1000명 당 연간 7.49명 꼴로 치매에 걸렸는데, 10시간이면 이 숫자가 8.06명으로, 12시간이면 12명으로 늘어났다. 놀랍게도, 연구진은 10시간 넘게 앉아 있으면, 운동을 하더라도 치매에 걸리는 확률에선 별 차이가 없는 것을 확인했다. USC의 데이비드 레이츨린 교수는 “오래 앉아 있는 생활 패턴이 인지ㆍ기억 능력 쇠퇴에 끼치는 영향이 워낙 커서, 이런 생활 패턴을 가진 사람이 운동한다고 치매 확률을 낮출 수는 없다는 얘기”라고 워싱턴포스트에 말했다. 또 일단 10시간 이상 앉아 있으면, 도중에 잠시 걷거나 짧게 휴식을 취하며 움직이더라도 치매 확률에는 별 변화가 없었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60세 이상 조사 대상자가 하루 중에 의자에서 보내는 시간의 총량이었다. 하지만, 이번 조사에선 높은 책상 앞에 서서 일하는 경우와 치매 발생의 상관 관계는 확인할 수 없었다. 행동 추적기로는 앉아 있는 것과 가만히 서 있는 것을 구별하지 못해, 분명히 ‘앉아 있는’ 행동이 아닌 책상 앞에 오랫동안 서서 일하는 행동이 뇌의 위험성을 줄이는지는 알 수 없었다는 것이다. 레이츨린 교수는 “하루 9.5시간 앉아 있는 사람은 치매에 걸릴 확률이 더 늘지 않았다”며 “자신이 얼마나 앉아서 시간을 보내는지를 정확히 측정해서, 10시간이 넘으면 더 움직이고 화상회의도 줄여야 한다”고 권고했다. 평균적인 미국인의 하루 중 앉아 있는 시간은 9.5시간이라고 한다. 또 일의 성격 상 계속 컴퓨터를 봐야 한다면, 전화할 때 움직인다든지, 산책으로 미팅 방식을 바꾸고, 사무실에서 배달 음식을 먹지 말고 밖으로 나가라는 것이다. 이번 연구는 또 상관 관계만 보여줄 뿐, 왜 앉아 있는 행위가 인지 장애를 유발하는지는 증명하지 못했다. 레이츨린 교수는 “TV 앞에 오래 앉아 있으면서 과자류로 끼니를 때우면, 뇌에 산소와 에너지 공급이 저하되고 뇌의 혈류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등의 추론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의 결론은 “덜 앉아 있고, 더 움직여라(sit less, move more)”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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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9-28
  • ‘한국인들아 잘 늙어가자’ 책 썼더니 세계 15개 언어로 번역된다
    ‘한국인들아 잘 늙어가자’ 책 썼더니 세계 15개 언어로 번역된다 책쓰기 고수들의 신박한 인생 기록 비법 1회…이근후 이화여대 명예교수 자신의 인생을 자서전으로 남기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당신도 필자가 될 수 있습니다. 글감이 되는 인생의 기록을 잘 모아두는 게 절반입니다. 자서전 쓰기 고수들의 신박한 인생 기록 비법을 내·손·자(내 손으로 자서전 쓰기) 클럽이 소개합니다. 나이 90이 가깝지만 책과 유튜브를 통해 ‘죽을 때까지 즐겁게 유쾌하게 살고 싶다’고 외치는 노인이 있다. 정신과 의사로서 한 평생 한국인들에게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화두를 제시하고 처방해 온 이근후 이화여대 명예교수가 주인공이다. 최근 40여 년 동안 23권의 책을 썼는데 2013년 나온 ‘나는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다(갤리온)’는 40만 부 이상 팔린 베스트셀러로 10년 만인 올해 개정판이 나왔다. 최근에는 유튜브 ‘이근후STUDIO’ 등을 통해 구독자들을 찾아가고 있다. 7일 오후 종로구에 있는 가족아카데미아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스스로 ‘걸어다니는 종합병원’이라고 할 정도로 거동이 불편했지만 얼굴에 즐거움이 가득했다. 무슨 일일까? ▲이근후 이화여대 명예교수가 잘 늙어가고 싶은 한국인들을 위해 펴낸 두 권의 책. “내 책이 영국의 권위있는 펭귄출판사를 통해서 15개 나라 언어로 번역된답니다. ‘나는 죽을 때까지 살고 싶다’가 나온 뒤 2019년에 낸 ‘어차피 살 거라면, 백 살 까지 유쾌하게 나이드는 법(메이븐)’이라는 책인데, 올해 4월에 최종 계약서에 사인했고 지금 독일어판은 표지까지 나온 상태입니다.” 고령화가 심화되고 있는 한국, ‘어떻게 잘 늙어갈까’에 대한 한국 정신과 의사의 방법론이 영국과 독일, 네델란드, 홍콩과 인도네시아 등 세계 15개 나라 등의 언어로 읽혀진다는 건 뜻밖의 ‘뉴스’였다. 이 교수가 즐거울만 했다. 그는 “내가 늙어서 이런 즐거운 일이 생긴 건 운인데, 그 운이 어디서 왔는지 아느냐”며 오래 전 맺은 한 환자와의 인연을 떠올렸다. ▲이 교수가 영국의 펭귄출판사와 사인한 번역본 출간 계약서. “코로나19가 터지기 전인 2019년에 미국 보스톤 교민들의 초청을 받아 강연을 갔어요. 한 부부가 뉴욕에서 지방도로로 일곱 시간 차를 몰아서 왔다며 강연을 듣고 나한테 식사까지 대접하는 거에요. 그래 ‘나와 인연이 있느냐’고 했더니 오래 전에 부인의 언니가 한국에서 나한테 치료를 받았다는 겁니다. 아마 치료가 잘 되었던가 봅니다.” 부부와 함께 온 딸이 미국에서 출판 에이전시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데 그 인연으로 이 교수의 책이 번역대상으로 검토되었고 최근 결실을 이룬 것이다. 인연이 인연을 낳고 그 인연이 전세계에 독자들에게 이 교수와의 인연을 만들어 가게 된 것이다. 경북대 의대에서 지그문트 프로이트를 공부한 이 교수는 서구식 교육을 받은 정신과 의사지만 인간 정신에 내재된 신성, 모든 일에 원인이 있다는 ‘연기론’을 믿는다고 했다. 최근 흉흉한 사회 분위기 때문에 유머를 연구하고 있다는 그는 ‘유머’라며 이야기를 이었다. ▲기자에게 ‘나는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다’ 올해 개정판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이근후 교수. “내가 그런 좋은 인연을 맺고 말년에 행복한 원인을 곰곰이 생각해 찾아냈어요. 군의관 시절에 한 시골 동네에서 ‘신기’가 있어 불행하다는 여성을 상담해 준 적이 있어요. 자기가 말만 뱉으면 현실이 된다는 거예요. 그 여성이 상담을 끝낸 뒤 나가면서 ‘내가 한마디만 해 주겠다’고 해서 가슴이 철렁했는데, ‘말년에 잘 되려면 이름을 이근후에서 이근우로 바꾸라’는 거에요. 그땐 웃고 말았죠. 근데 나중에 후배가 나한테 이메일을 지어주면서 이름을 ‘Kun Hu’가 아니라 ‘Kun Woo’로 지어왔어요. 그게 지금의 복이 된 거 같아요. 하하.” 이 교수는 타고난 ‘스토리텔러’다. 말을 재미있게 하고 그 말을 풀면 그대로 책이 되는 그런 부류. 그의 책이 이야기 듣는 것처럼 술술 읽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의 책이 자신의 일과 취미, 가족 등 일상을 소재로 경험과 지식을 풀어내고 있어서 “그 많은 인생의 장면들을 기록하는 비법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나에 대한 기록이 없어요. 내가 환자들 상담하면서 엄청난 기록을 만들었지만 정작 내 인생에 대한 기록은 없어요. 네팔에 봉사활동을 갔을 때 당시 처음 나온 노트북을 들고 가서 며칠 기록한 게 있는데 지금은 어디 저장해 놨는지 찾을 수가 없어요. 그래서 내 책에는 몇 년 봄 가을 정도라고 쓰지 몇월 며칠 이런 팩트가 몇 개 밖에는 없어요. 적어놓지 않아서 나도 모르니까. 만약 내가 잘 기록했다면 정확하게 쓸 수 있었겠지만 불행하게도 그럴 수가 없어요.” ▲봉사활동을 위해 네팔에 가서 찍은 사진. 이근후 교수가 사진기를 들고 포즈를 취했다(오른쪽 위). 이근후 교수 제공. 젊어서부터 등산이 취미였던 그는 히말라야 산맥이 있는 네팔을 찾아 등산도 하고 봉사활동도 했는데, 그곳에서 만난 외국인들은 틈만 나면 앉아서 자신의 등반 경험을 기록하는 것을 봤다고 했다. 그래서 등반안내서도 외국인들이 쓴 것이 한국 것보다 훨씬 자세하고 정확하다는 것이다. 모름지기 자서전을 쓰려면 정확성과 객관성을 갖춘 팩트가 있어야 하는데, 자신이 쓴 책은 그것이 없는 그저 ‘신변잡기’일 뿐이라고 겸손해 했다. 하지만 그러면 어떤가. 그래서 쉽게 술술 읽히는 책이 독자의 마음을 사고 있는 것을. 그런 이 교수에게 인생 기록 비법이 있다면 바로 사진촬영이다. 등산 못지않게 사진찍기를 좋아했던 그는 망원렌즈까지 갖춘 제대로 된 사진기를 메고 등산을 다녔다. 그의 사무실 책장 가장 좋은 곳에는 세계 최초로 에베레스트산에 오르는 데 성공한 뉴질랜드의 에드먼드 힐러리 경을 1982년 4월 네팔에서 만나 찍은 사진이 장식하고 있었다. 이 교수는 6.25전쟁 당시인 경북고 2학년 재학 때 힐러리 경의 등반 성공 사실을 교장 선생님의 훈시를 통해 듣고 “여러분도 에드먼드 힐러리처럼 웅지를 가지라”는 말을 가슴에 새겼다고 한다. ▲1982년 네팔에서 뉴질랜드 출신 에드먼드 힐러리 경과 찍은 사진. 힐러리 경은 1953년 에베레스트산을 최초로 등정한 산악인이다. 이근후 교수 제공 힐러리 경과 함께 찍은 한 장의 사진은 당시의 기억을 지속하도록 해줬고 ‘죽을 때까지 즐겁게’의 한 챕터로 기록되도록 도왔다. 나중에 이 교수는 이 사진을 속초에 있는 국립산악박물관에 기증했다. 그리고 이 사연을 다시 ‘백살까지 유쾌하게’에 기록했다. 스마트폰이 보편화되면서 사직 찍기는 전문 사진가의 손에서 모든 사람의 보편적인 취미가 되었다. 페이스북이 지고 인스타그램이 뜨는 것이 상징하듯 요즘 SNS는 글 위주에서 사진 위주로 바뀌고 있을 정도다. 평생 기억하고 싶은 순간을 당장 기록하기 힘들더라도 한 장의 사진으로라도 남기면 좋다. 사진은 생각보다 많은 정보를 담고 있으며 그 정보들은 나중에라도 나의 기억을 다시 소환해 낸다. 한 장의 사진에 짧더라도 설명을 남겨놓으면 금상첨화인 것이다. ▲이 교수가 네팔에서 찍은 사진을 보관해온 파일들. 인생의 기록으로서의 사진은 잘 찍는 것만큼 저장하는 것도 중요하다. 당장 필요하지 않다고 제대로 저장해놓지 않으면 나중에 분실하거나 필요할 때 쉽게 찾을 수 없다. 이 교수는 과거 네팔 봉사활동에 가면 보통 필름 100통을 찍어왔다고 했다. 그렇게 찍어온 사진을 인화해 파일에 넣어 지금도 보관하고 있었다. 그를 방문했을 때 사무실 서재에는 그렇게 만든 파일들이 나란히 이름을 보이고 있었다. 디지털 사진도 보관이 중요하기는 마찬가지다. 스마트폰에 저장된 사진을 주기적으로 PC나 노트북, 외장하드에 다운받아 저장해야 한다. 당장 필요하지는 않기 때문에 시기별로 아니면 이벤트별로 폴더를 만들어 저장해놓아야 나중에 찾기가 쉽다. 예를 들어 2023년 폴더에 1월, 2월 등으로 나눠 넣거나 ‘가족 추석 행사-2023년 9월’ 등으로 저장해 놓으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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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9-17
  • “독방서 하루도 힘든데, 십년 홀로지낸 너는…” 은둔 청년 부모들 모인 ‘치유캠프’ 가보니
    ▲26일 오전 강원 홍천군 행복공장수련원 빈숲에서 ‘고립 청(소)년 부모교육’ 1기에 참여한 부모 16명이 주최 측으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사단법인 푸른고래 리커버리센터 제공 “독방서 하루도 힘든데, 십년 홀로지낸 너는…” 은둔 청년 부모들 모인 ‘치유캠프’ 가보니 “저는 잠시 독방에서 지냈는데도 이렇게 힘드네요. 아들은 지금 방에서 혼자 얼마나 힘들까요.” 10년 넘게 방 밖에 거의 나오지 않는 이른바 ‘은둔형 외톨이’ 아들을 둔 임혜숙(가명·50) 씨는 28일 ‘고립 청(소)년 부모교육’ 1기를 마친 소감을 이렇게 전했다. 임 씨의 아들은 학창 시절 서울과 시골을 오가는 잦은 이사로 친구를 사귀지 못하자 고등학교부터 등교를 거부하고 방에서만 시간을 보냈다. 임 씨는 “방 밖으로 거의 안 나오는 아들의 시선에서 세상을 볼 수 있는 기회였다”고 돌이켰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임 씨의 아들과 같이 일명 ‘은둔형 외톨이’라고 불리는 고립·은둔 청년에 대한 실태 파악에 나서고 있다. 올 1월 서울시는 ‘고립·은둔 청년 실태조사’ 결과 전국 만 19~39세 청년 중 약 61만 명이 고립·은둔 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달 은둔 청소년을 ‘위기청소년 특별지원’ 대상에 포함시켰다.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고립·은둔 청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랑의열매와 청년재단, 푸른고래 리커버리센터는 올 3월 부모교육을 시작했다. “부모가 바로 서야 자녀가 회복될 수 있다”는 취지였다. 김현일 푸른고래 리커버리센터 대표(58)는 “은둔 생활에서 막 벗어난 청년들이 재고립에 빠지는 사례를 보면서 문제는 가정에 있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3개월 동안 매주 수업을 들으며 자녀와의 소통 기술 등을 배운 부모들은 마지막 일정으로 26일부터 강원 홍천군에서 2박 3일 동안 진행된 ‘치유캠프’에 참여했다. 잠시 힘든 현실에서 벗어나 자신을 돌아보고 치유하는 현장에 동아일보 기자가 동행해봤다. ▲1평(약 3.3㎡) 남짓한 방에는 화장실과 세면대, 작은 책상만 있었다. 밖에서 잠글 수 있는 문 아래편에는 식사를 받을 수 있는 작은 배식구가 달려 있었다. 부모들은 캠프 첫날부터 휴대전화를 반납하고 독방으로 들어갔다. 1평(약 3.3㎡) 남짓한 방에는 화장실과 세면대, 작은 책상만 있었다. 오후 11시~오전 10시 독방에 갇힌 채 배식구를 통해 식사를 받았고 낮에는 명상, 나눔 등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캠프 마지막날 밤이 되자 부모들은 모닥불 주위에 둘러앉아 자신과 자녀에게 쓴 편지를 읽었다. “너는 너대로, 나는 나대로, 따로 또같이. 무너지지 않으며 돕고 싶어. 나는 엄마니까.” 15년째 세상과 단절된 채 살고 있는 아들을 둔 이영서(가명·59) 씨가 편지 낭독을 마치자 주변에 앉은 부모들이 이 씨의 어깨에 손을 얹고 위로했다. 한 부모가 “막 은둔 상태로 들어가는 자녀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조언을 구할 수 있을까요?” 라고 질문하자 비슷한 경험을 가진 부모들이 솔직하게 경험을 공유하며 진심 어린 충고를 전했다. 팬데믹 이후 1년 넘게 학교에 안 나가는 중학생 딸을 둔 정혜영(가명·52) 씨는 “맞벌이로 일하는데 바쁘다는 이유로 딸의 고민을 제대로 들어주지 못했다”며 “비행기가 추락할 때 부모가 먼저 산소호흡기를 쓰는 것처럼 내가 중심을 지켜야 자녀가 산다는 걸 배웠다”고 했다. 돌아가면서 편지를 읽은 부모들은 ‘자녀를 위해 버려야 할 것들’을 적은 종이를 모닥불에 태웠다. ▲2박 3일 치유캠프 마지막날인 27일 밤 부모들은 ‘자녀를 위해 버려야 할 것들’을 적은 종이를 모닥불에 태웠다. 캠프를 마친 부모들은 정기적으로 소통하는 모임도 만들었다. 모임 대표를 맡은 임형식(가명·56) 씨는 “은둔 자녀를 둔 부모끼리 서로 격려하고 자녀들이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도록 돕기로 했다”고 말했다. 주최 측은 “자녀의 고립이 부모의 고립으로 연결되는 경우도 많아 커뮤니티 구성을 장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처음으로 열린 ‘고립 청(소)년 부모교육’ 2기는 8월에 진행될 예정이다. 사랑의열매와 청년재단이 공동으로 자금을 출자해 반기마다 교육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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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2023-05-29
  • 연봉 1억 도시 '신중년' 10명중 6명, 은퇴후 돈 걱정하는 이유
    ▲서울 강남구 세텍(SETEC)에서 열린 '2018 신중년 인생 3모작 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채용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뉴스1 연봉 1억 도시 '신중년' 10명중 6명, 은퇴후 돈 걱정하는 이유 울산은 1억원이 훌쩍 넘는 국내 기업 연봉 상위권인 S-OIL·현대자동차·SK에너지·삼성 SDI 등 대기업 본사와 공장이 밀집해있다. 일자리가 많고, 급여 수준이 높다. 그런데 이런 울산에서도 퇴직을 앞뒀거나, 막 은퇴한 '신중년' 상당수는 은퇴 후 '돈' 걱정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신중년은 만50~69세를 말한다. 돈 걱정 이유 "자녀 결혼자금 등 지원 때문" 20일 울산 일자리재단이 최근 발간한 『울산 중장년 일자리 정책(신중년 중심) 개선연구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울산지역 신중년 1000명 중 62.4%는 "(은퇴 후) 경제적인 준비가 부족하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는 48.3%는 "앞으로 준비할 계획"이라고 했고, "은퇴를 준비할 여력이 없기 때문"이라는 응답(39.3%)이 다음 순이었다. "자녀에게 의지할 계획"이라는 응답(3.3%)도 일부 나왔다. "은퇴를 준비할 여력이 없기 때문"이라고 답한 신중년 가운데 47.8%는 "자녀 결혼자금 등 금전적 지원 때문"이라고 했다. "유학 등 자녀교육 지출이 이유"라는 사람도 31.7%였다. 조사 대상 가운데 20.3%는 소득활동을 하지 않았다. 은퇴자를 대상으로 퇴직 나이를 묻자, 평균 56.8세에 회사를 떠났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현직에 종사 중인 신중년이 계획하는 은퇴 시기는 평균 66.31세로, 실제 퇴직 나이와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회사에서 나온 뒤에서 계속해서 일하길 원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일을 지속해야 은퇴 후 경제적 문제가 해결될 수 있어서"라는 응답이 53.4%로 가장 많았다. "일을 그만둔 후 상실감 등을 극복하기 위해서"라는 응답(28.2%)이 뒤를 이었다. 이들은 생계유지를 위한 최소 소득액이 '200~250만원'으로 생각했고, 은퇴 후 재취업 직종은 "은퇴 직전과 같은 직종을 원한다"는 응답이 65.6%로 가장 많았다. ▲서울의 한 고용·복지센터 실업인정신청 창구에 중년 구직자가 실업급여를 신청하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부족한 생활비는 소유 자산 대출로" 이밖에 은퇴 후 생활 안정을 위해 지자체가 중점을 둬야 할 정책 분야는 절반 이상(55.6%)이 "생활비 지원"이라고 답했다. 은퇴 후 생활비가 부족해질 경우에는 "주택 등 소유한 자산으로 대출 혹은 매매(역모기지 포함)를 통해 해결하겠다"는 응답이 44%로 가장 많았다. 은퇴자들은 살기 좋은 도시 조건으로 '의료접근성'을 뽑았고(33.4%), 다음으로 ‘일자리’(19.1%)·‘문화시설’(12.2%) 등을 선택했다. 울산은 베이비부머가 14.4%(2021년 12월 기준)를 차지하고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대기업 출신이 많고 기초생활수급 비율은 낮다 보니 재취업을 위한 대책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구 보고서는 "중장년이 노동시장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서울시 50+센터와 같은 지원기관을 설립·운영해 분산된 정보를 한 곳으로 모으고, 기업 재취업지원서비스도 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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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4-21
  • 美 기업들 “근무태도 좋은 시니어가 젊은이보다 낫다”
    美 기업들 “근무태도 좋은 시니어가 젊은이보다 낫다” ‘70대 남성이 1순위 후보.’ 미국 펜실베이니아에서 20여 년간 물류센터를 운영해온 사장은 그동안 고교생과 대학생을 쓰던 파트타임 자리에 70대 노인을 쓰기로 했다. 젊은이보다 일 배우는 속도가 느려도 근무시간을 잘 지키고 성실하다는 이유였다. 월스트리트저널 기사에 나온 이 사례처럼 요즘 미국에선 50대 중반 이상의 시니어 직원을 보는 시각이 크게 달라지고 있다고 한다. ▷미국 통계에 따르면 경제활동을 하는 65∼74세 연령군은 코로나 이전에 비해 각 주별로 5∼10%씩 증가했다. 다른 연령군이 감소하거나 정체인 것과 비교된다. 젊은이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던 패스트푸드점은 물론 법률, 회계 등 전문직까지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다. 고용주들의 시니어 고용에 대한 인식 변화는 일자리에 대한 젊은층의 가치관 변화와 맞물려 있다는 해석이다. ▷대표적인 가치관 변화가 ‘조용한 사직’ 현상이다. 코로나를 거치는 동안 “돈 받은 만큼만 일한다” “내 인생은 일의 결과물로 정의되지 않는다” 등의 가치관이 젊은이들 사이에 확산됐다. 이는 지나치게 일에만 몰두하는 게 아니라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춘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면이 있지만 종종 일에 대한 의욕마저 상실케 하는 부작용도 있다는 것이다. 지각, 조기퇴근이 잦고 몇 달 못 가 힘들다며 그만두거나 단돈 몇 달러에도 이직하는 경우가 생기면 고용주 입장에선 인력 운용이 쉽지 않다. ▷미국 고용주들이 시니어들을 눈여겨보는 것은 바로 근무 태도 때문이다. 출근시간 전 회사에 나오고 맡은 일을 끝내야 마음 편히 퇴근하는 시니어 세대의 직업윤리를 반긴다. 열심히 일하는 것이 중요하냐는 미국 여론조사에서 65세 이상은 75%가 그렇다고 답했으나 18∼29세는 61%에 그쳤다. 연륜에서 묻어나는 노련함과 책임감으로 더 친절하고 끈기 있게 고객을 대응한다고 한다. 시니어를 고용함으로써 ‘나이 차별(ageism)’을 하지 않는다는 좋은 이미지도 만들 수 있다. ▷일에 대한 가치관은 시대에 따라 변하는 것이니 어느 세대의 것이 더 낫다고 할 순 없다. 하지만 연령만으로 일할 수 있는지를 따지는 시대는 지났다. 각 세대의 장점을 어떻게 취할지는 고용주의 몫이다. 국내에서도 베이비붐 세대 은퇴가 시작되면서 고학력에 일할 체력과 의욕 등 3박자를 갖춘 ‘파워 시니어’가 등장하고 있다. 시니어 일자리는 정년 이후 부족한 수입을 보충하는 것이면서 ‘사회가 여전히 나를 필요로 한다’는 자존감을 높이는 수단이다. 시니어들의 경험과 연륜을 일자리로 풀어낼 수 있다면 연금과 복지 재원 고갈 같은 고령화의 그늘을 없애기도 쉬워진다. 일에 대한 시니어들의 의욕을 잘 활용하면 사회의 생산성을 올리는 길이 될 수 있다.
    • 시니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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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4-10

실시간 시니어뉴스 기사

  • "자식 눈치? 혼자 살겠다"…'병세권' 실버타운 몰리는 노년 혼삶족 [대한민국 혼삶 보고서]
    "자식 눈치? 혼자 살겠다"…'병세권' 실버타운 몰리는 노년 혼삶족 [대한민국 혼삶 보고서] 중학교 국어교사로 일하다가 은퇴한 조종천(78)씨는 3년 전 인천 서구의 한 실버타운에 입주했다. 20여년 전 남편이 사망하고 자녀들을 독립시킨 뒤 여생을 보낼 곳으로 실버타운을 선택했다. 약 24평 기준 보증금 2억5000만원에 월세 33만원인 이 실버타운에 입소하기까지 꼬박 1년을 대기했다. 이곳은 대학병원과 연계돼있어 원할 때 빠르게 진료를 받을 수 있고 병원비도 15% 할인된다는 점에 끌렸다. 조씨는 평일에 걸어서 약 15분 거리인 지하철역을 이용해 서울로 나가 극장과 카페를 가거나 친구를 만난다. 조씨는 “아들 부부가 서울에서 같이 살자고 했지만 단칼에 거절했다”며 “누군가에게 의탁해 생활하고 싶지 않고 가사 부담도 없어 실버타운 생활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노인 1인 가구가 급증하는 가운데 주거환경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 과거 자식이 부모와 함께 살며 부양하던 형태에서 이제 부모도 자식도 ‘분리 주거’를 원한다. 지난해 통계청에 따르면, 전국 1인 가구 중 60~70대의 비율이 38.7%로 가장 높았다. 기대수명이 증가하고 핵가족화로 배우자와 사별하거나 졸혼한 뒤 혼자 사는 노령층이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노령층 1인 가구 중 혼자 사는 이유를 '배우자 사망'으로 꼽은 60대는 전체의 42.6%, 70대 이상은 73.7%였다. 분리 주거를 원하는 노인 혼삶족이 늘면서 실버타운 수도 증가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08년 전국에 20곳에 그쳤던 실버타운은 지난해 기준 40곳으로 두 배로 늘었다. 입소 세대 수도 5645세대에서 9006세대가 됐다. 서울 성북구의 한 실버타운에 사는 안모(75)씨는 “보증금과 생활비가 약간 부담되지만 자식들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얼굴 붉힐 일 없이 지내며 여생을 보내기엔 제일 좋은 선택지 같다”고 말했다. 최근 늘어난 실버타운 입지가 대부분 수도권 도심이란 점도 특징이다.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조사한 ‘노인복지주택(실버타운) 전국 현황’에 따르면, 40곳 중 28곳이 서울·경기·인천에 위치했다. ‘역세권(지하철역과 가까운 곳)’이나 ‘병세권(병원과 가까운 곳)’이란 문구로 홍보하는 실버타운이 많다. 최근엔 자산운용사가 요양시설과 함께 개발하거나, 건설사가 호텔·보험사와 협력해 실버타운 건설에 나서는 경우도 있다. 유선종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좋은 입지에 있는 실버타운은 땅값이 비싸기 때문에, 사업 수지를 맞추기 위해서라도 경제적 여건이 좋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체육·여가 등 편의·부대시설을 갖춘다”고 설명했다. 실버타운 대신 역세권 오피스텔이나 소형 아파트를 선택하는 혼삶 노인도 늘고 있다. 4년 전 서울 노원구 중계동 소재 18평 아파트로 이사한 박모(76)씨도 이같은 경우다. 박씨는 11년 전 부인과 사별한 뒤 부부가 함께 살던 은평구 집을 팔고 이사했다. 강북구·노원구, 경기도 의정부에 각각 사는 세 자녀와 상의한 끝에 내린 결정이다. 박씨는 “이사 와보니 혼자 사는 비슷한 또래의 노인들이 많다. 방 하나를 근처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한테 하숙집 형태로 빌려주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에 지역자치단체 등이 건립하는 양로원·요양원 등 전통적인 노인시설은 입소 자격에 큰 제한이 없지만 찾는 이가 줄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양로원 등 양로시설은 2008년 306곳에서 지난해 175곳으로 줄었고, 노인공동 생활가정도 2015년 131곳에서 82곳으로 감소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작은 평수의 주거 시설이 많아져 집을 따로 구하기 힘들지 않다 보니 혼자 살 수 있는 집을 선택하는 비율이 늘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노인들도 맞벌이 부부인 자녀 세대와 함께 살며 눈치를 보는 것보다 자유로운 생활을 선호하는 추세다. 은평구의 한 오피스텔에 사는 이모(69)씨는 “직장 다니는 딸이 같이 살면서 아기를 봐줄 수 있냐길래 미안하지만 거절했다”며 “이젠 나도 내 인생을 살고 싶다”고 말했다. 노인 1인 가구의 주거지는 자산 및 소득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정부 정책은 저소득층을 위한 임대주택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고소득층은 실버타운 등 의료·복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민간 시설에 몰린다. 임춘식 한남대 사회복지학과 명예교수는 “노인 1인 가구의 주거 형태는 특히 자산·소득에 따라 양극화한다”며 “역세권 등 접근성 높은 지역에 중위소득 150% 이하 중산층을 대상으로 한 주거복지시설 공급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출처: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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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09-12
  • “60세 넘어 하루 중 10시간 넘게 앉아 있으면, 치매 걸릴 확률 높아진다”
    “60세 넘어 하루 중 10시간 넘게 앉아 있으면, 치매 걸릴 확률 높아진다” 협회저널(JAMA) “10시간 넘으면, 정기적으로 운동해도 치매 확률 못 줄여” 분(分) 단위로 행동 추적한 ‘건강한’ 영국 60대 남녀의 7년 뒤 치매 확률 조사 결과 60세 이상으로, 집이나 직장에서 앉아서 보내는 시간이 10시간 이상인 사람은 10시간 미만인 사람에 비해 치매(dementiaㆍ인지 장애)를 일으킬 확률이 높으며, 10시간이 넘는 경우엔 정기적으로 운동해도 치매를 줄이는 데는 별 도움이 안 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의사협회저널(JAMA)의 최신호에 이 같은 논문을 게재한 미 서던캘리포니아대의 데이비드 레이츨린 교수팀은 이 논문에서 “10시간 앉아 있는 생활의 악영향이 워낙 커서, 정기적으로 운동을 하는 사람이더라도 하루 10시간 앉아 있으면 치매 걸릴 확률이 높다”고 밝혔다. ▲60세 이상 연령층에선 치매에 걸릴 확률을 낮추기 위해선 하루 중 앉아 있는 총 시간을 10시간 미만으로 줄여야 한다는, 미의사협회저널 논문이 나왔다./조선일보 자료사진 연구진은 영국 바이오뱅크(UK Biobank)에 등록된 60세 이상 남녀 4만9841명을 대상으로, 하루 중 앉아 있는 시간과 수년 뒤 이들의 치매 발병률 사이의 상관(相關) 관계를 조사했다. 이전에도 앉아 있는 시간이 길수록, 알츠하이머 병과 치매 관련 여러 질환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연구는 더러 있었다. 그러나 이는 조사 대상자가 기억하는 ‘앉아 있는 시간’에 기초한 것이었다.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USC) 연구진이 추적한 근 5만 명은 UK 바이오뱅크에 등록할 당시에 1주일 이상 가속도 센서를 이용한 행동추적기를 손목에 착용해 하루 중 행동을 분 간격으로 분석할 수 있는 자료가 있는 이들로서, 등록 당시에 치매에 걸리지 않은 60세 이상이었다. 연구진이 평균(median) 6.72년 뒤에 추적한 이들의 평균 나이는 67.19세였고, 여성이 54.7%를 차지했다. 연구진은 인공지능 알고리즘의 도움을 받아, 이들 60세 이상 조사 대상자가 분 간격으로 움직이고 있었는지, 또는 앉아 있었는지를 조사했다. ‘앉아 있는 시간’은 잠자지 않고 누워 있거나, TVㆍ컴퓨터 앞에 앉아 있고, 승용차를 타고 있는 등 모든 형태의 앉아 있는 시간을 합산했다. 그리고 약 7년 뒤에, 이들이 치매 질환 진단을 받거나, 치매를 앓고 사망한 경우를 조사했다. 그 결과, 약 5만 명 중에서 414명이 치매 진단을 받았다. 그러나 앉아 있는 시간의 평균(median)이 10시간인 사람은 9.27시간인 사람에 비해 8% 더 치매에 걸렸다. 앉아 있는 시간이 12시간이면 63% 더 높았다. 즉, 하루 중 앉아 있는 시간이 평균 9.27시간인 60세 이상에서는 1000명 당 연간 7.49명 꼴로 치매에 걸렸는데, 10시간이면 이 숫자가 8.06명으로, 12시간이면 12명으로 늘어났다. 놀랍게도, 연구진은 10시간 넘게 앉아 있으면, 운동을 하더라도 치매에 걸리는 확률에선 별 차이가 없는 것을 확인했다. USC의 데이비드 레이츨린 교수는 “오래 앉아 있는 생활 패턴이 인지ㆍ기억 능력 쇠퇴에 끼치는 영향이 워낙 커서, 이런 생활 패턴을 가진 사람이 운동한다고 치매 확률을 낮출 수는 없다는 얘기”라고 워싱턴포스트에 말했다. 또 일단 10시간 이상 앉아 있으면, 도중에 잠시 걷거나 짧게 휴식을 취하며 움직이더라도 치매 확률에는 별 변화가 없었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60세 이상 조사 대상자가 하루 중에 의자에서 보내는 시간의 총량이었다. 하지만, 이번 조사에선 높은 책상 앞에 서서 일하는 경우와 치매 발생의 상관 관계는 확인할 수 없었다. 행동 추적기로는 앉아 있는 것과 가만히 서 있는 것을 구별하지 못해, 분명히 ‘앉아 있는’ 행동이 아닌 책상 앞에 오랫동안 서서 일하는 행동이 뇌의 위험성을 줄이는지는 알 수 없었다는 것이다. 레이츨린 교수는 “하루 9.5시간 앉아 있는 사람은 치매에 걸릴 확률이 더 늘지 않았다”며 “자신이 얼마나 앉아서 시간을 보내는지를 정확히 측정해서, 10시간이 넘으면 더 움직이고 화상회의도 줄여야 한다”고 권고했다. 평균적인 미국인의 하루 중 앉아 있는 시간은 9.5시간이라고 한다. 또 일의 성격 상 계속 컴퓨터를 봐야 한다면, 전화할 때 움직인다든지, 산책으로 미팅 방식을 바꾸고, 사무실에서 배달 음식을 먹지 말고 밖으로 나가라는 것이다. 이번 연구는 또 상관 관계만 보여줄 뿐, 왜 앉아 있는 행위가 인지 장애를 유발하는지는 증명하지 못했다. 레이츨린 교수는 “TV 앞에 오래 앉아 있으면서 과자류로 끼니를 때우면, 뇌에 산소와 에너지 공급이 저하되고 뇌의 혈류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등의 추론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의 결론은 “덜 앉아 있고, 더 움직여라(sit less, move more)”였다.
    • 시니어뉴스
    • 해외
    2023-09-28
  • ‘한국인들아 잘 늙어가자’ 책 썼더니 세계 15개 언어로 번역된다
    ‘한국인들아 잘 늙어가자’ 책 썼더니 세계 15개 언어로 번역된다 책쓰기 고수들의 신박한 인생 기록 비법 1회…이근후 이화여대 명예교수 자신의 인생을 자서전으로 남기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당신도 필자가 될 수 있습니다. 글감이 되는 인생의 기록을 잘 모아두는 게 절반입니다. 자서전 쓰기 고수들의 신박한 인생 기록 비법을 내·손·자(내 손으로 자서전 쓰기) 클럽이 소개합니다. 나이 90이 가깝지만 책과 유튜브를 통해 ‘죽을 때까지 즐겁게 유쾌하게 살고 싶다’고 외치는 노인이 있다. 정신과 의사로서 한 평생 한국인들에게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화두를 제시하고 처방해 온 이근후 이화여대 명예교수가 주인공이다. 최근 40여 년 동안 23권의 책을 썼는데 2013년 나온 ‘나는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다(갤리온)’는 40만 부 이상 팔린 베스트셀러로 10년 만인 올해 개정판이 나왔다. 최근에는 유튜브 ‘이근후STUDIO’ 등을 통해 구독자들을 찾아가고 있다. 7일 오후 종로구에 있는 가족아카데미아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스스로 ‘걸어다니는 종합병원’이라고 할 정도로 거동이 불편했지만 얼굴에 즐거움이 가득했다. 무슨 일일까? ▲이근후 이화여대 명예교수가 잘 늙어가고 싶은 한국인들을 위해 펴낸 두 권의 책. “내 책이 영국의 권위있는 펭귄출판사를 통해서 15개 나라 언어로 번역된답니다. ‘나는 죽을 때까지 살고 싶다’가 나온 뒤 2019년에 낸 ‘어차피 살 거라면, 백 살 까지 유쾌하게 나이드는 법(메이븐)’이라는 책인데, 올해 4월에 최종 계약서에 사인했고 지금 독일어판은 표지까지 나온 상태입니다.” 고령화가 심화되고 있는 한국, ‘어떻게 잘 늙어갈까’에 대한 한국 정신과 의사의 방법론이 영국과 독일, 네델란드, 홍콩과 인도네시아 등 세계 15개 나라 등의 언어로 읽혀진다는 건 뜻밖의 ‘뉴스’였다. 이 교수가 즐거울만 했다. 그는 “내가 늙어서 이런 즐거운 일이 생긴 건 운인데, 그 운이 어디서 왔는지 아느냐”며 오래 전 맺은 한 환자와의 인연을 떠올렸다. ▲이 교수가 영국의 펭귄출판사와 사인한 번역본 출간 계약서. “코로나19가 터지기 전인 2019년에 미국 보스톤 교민들의 초청을 받아 강연을 갔어요. 한 부부가 뉴욕에서 지방도로로 일곱 시간 차를 몰아서 왔다며 강연을 듣고 나한테 식사까지 대접하는 거에요. 그래 ‘나와 인연이 있느냐’고 했더니 오래 전에 부인의 언니가 한국에서 나한테 치료를 받았다는 겁니다. 아마 치료가 잘 되었던가 봅니다.” 부부와 함께 온 딸이 미국에서 출판 에이전시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데 그 인연으로 이 교수의 책이 번역대상으로 검토되었고 최근 결실을 이룬 것이다. 인연이 인연을 낳고 그 인연이 전세계에 독자들에게 이 교수와의 인연을 만들어 가게 된 것이다. 경북대 의대에서 지그문트 프로이트를 공부한 이 교수는 서구식 교육을 받은 정신과 의사지만 인간 정신에 내재된 신성, 모든 일에 원인이 있다는 ‘연기론’을 믿는다고 했다. 최근 흉흉한 사회 분위기 때문에 유머를 연구하고 있다는 그는 ‘유머’라며 이야기를 이었다. ▲기자에게 ‘나는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다’ 올해 개정판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이근후 교수. “내가 그런 좋은 인연을 맺고 말년에 행복한 원인을 곰곰이 생각해 찾아냈어요. 군의관 시절에 한 시골 동네에서 ‘신기’가 있어 불행하다는 여성을 상담해 준 적이 있어요. 자기가 말만 뱉으면 현실이 된다는 거예요. 그 여성이 상담을 끝낸 뒤 나가면서 ‘내가 한마디만 해 주겠다’고 해서 가슴이 철렁했는데, ‘말년에 잘 되려면 이름을 이근후에서 이근우로 바꾸라’는 거에요. 그땐 웃고 말았죠. 근데 나중에 후배가 나한테 이메일을 지어주면서 이름을 ‘Kun Hu’가 아니라 ‘Kun Woo’로 지어왔어요. 그게 지금의 복이 된 거 같아요. 하하.” 이 교수는 타고난 ‘스토리텔러’다. 말을 재미있게 하고 그 말을 풀면 그대로 책이 되는 그런 부류. 그의 책이 이야기 듣는 것처럼 술술 읽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의 책이 자신의 일과 취미, 가족 등 일상을 소재로 경험과 지식을 풀어내고 있어서 “그 많은 인생의 장면들을 기록하는 비법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나에 대한 기록이 없어요. 내가 환자들 상담하면서 엄청난 기록을 만들었지만 정작 내 인생에 대한 기록은 없어요. 네팔에 봉사활동을 갔을 때 당시 처음 나온 노트북을 들고 가서 며칠 기록한 게 있는데 지금은 어디 저장해 놨는지 찾을 수가 없어요. 그래서 내 책에는 몇 년 봄 가을 정도라고 쓰지 몇월 며칠 이런 팩트가 몇 개 밖에는 없어요. 적어놓지 않아서 나도 모르니까. 만약 내가 잘 기록했다면 정확하게 쓸 수 있었겠지만 불행하게도 그럴 수가 없어요.” ▲봉사활동을 위해 네팔에 가서 찍은 사진. 이근후 교수가 사진기를 들고 포즈를 취했다(오른쪽 위). 이근후 교수 제공. 젊어서부터 등산이 취미였던 그는 히말라야 산맥이 있는 네팔을 찾아 등산도 하고 봉사활동도 했는데, 그곳에서 만난 외국인들은 틈만 나면 앉아서 자신의 등반 경험을 기록하는 것을 봤다고 했다. 그래서 등반안내서도 외국인들이 쓴 것이 한국 것보다 훨씬 자세하고 정확하다는 것이다. 모름지기 자서전을 쓰려면 정확성과 객관성을 갖춘 팩트가 있어야 하는데, 자신이 쓴 책은 그것이 없는 그저 ‘신변잡기’일 뿐이라고 겸손해 했다. 하지만 그러면 어떤가. 그래서 쉽게 술술 읽히는 책이 독자의 마음을 사고 있는 것을. 그런 이 교수에게 인생 기록 비법이 있다면 바로 사진촬영이다. 등산 못지않게 사진찍기를 좋아했던 그는 망원렌즈까지 갖춘 제대로 된 사진기를 메고 등산을 다녔다. 그의 사무실 책장 가장 좋은 곳에는 세계 최초로 에베레스트산에 오르는 데 성공한 뉴질랜드의 에드먼드 힐러리 경을 1982년 4월 네팔에서 만나 찍은 사진이 장식하고 있었다. 이 교수는 6.25전쟁 당시인 경북고 2학년 재학 때 힐러리 경의 등반 성공 사실을 교장 선생님의 훈시를 통해 듣고 “여러분도 에드먼드 힐러리처럼 웅지를 가지라”는 말을 가슴에 새겼다고 한다. ▲1982년 네팔에서 뉴질랜드 출신 에드먼드 힐러리 경과 찍은 사진. 힐러리 경은 1953년 에베레스트산을 최초로 등정한 산악인이다. 이근후 교수 제공 힐러리 경과 함께 찍은 한 장의 사진은 당시의 기억을 지속하도록 해줬고 ‘죽을 때까지 즐겁게’의 한 챕터로 기록되도록 도왔다. 나중에 이 교수는 이 사진을 속초에 있는 국립산악박물관에 기증했다. 그리고 이 사연을 다시 ‘백살까지 유쾌하게’에 기록했다. 스마트폰이 보편화되면서 사직 찍기는 전문 사진가의 손에서 모든 사람의 보편적인 취미가 되었다. 페이스북이 지고 인스타그램이 뜨는 것이 상징하듯 요즘 SNS는 글 위주에서 사진 위주로 바뀌고 있을 정도다. 평생 기억하고 싶은 순간을 당장 기록하기 힘들더라도 한 장의 사진으로라도 남기면 좋다. 사진은 생각보다 많은 정보를 담고 있으며 그 정보들은 나중에라도 나의 기억을 다시 소환해 낸다. 한 장의 사진에 짧더라도 설명을 남겨놓으면 금상첨화인 것이다. ▲이 교수가 네팔에서 찍은 사진을 보관해온 파일들. 인생의 기록으로서의 사진은 잘 찍는 것만큼 저장하는 것도 중요하다. 당장 필요하지 않다고 제대로 저장해놓지 않으면 나중에 분실하거나 필요할 때 쉽게 찾을 수 없다. 이 교수는 과거 네팔 봉사활동에 가면 보통 필름 100통을 찍어왔다고 했다. 그렇게 찍어온 사진을 인화해 파일에 넣어 지금도 보관하고 있었다. 그를 방문했을 때 사무실 서재에는 그렇게 만든 파일들이 나란히 이름을 보이고 있었다. 디지털 사진도 보관이 중요하기는 마찬가지다. 스마트폰에 저장된 사진을 주기적으로 PC나 노트북, 외장하드에 다운받아 저장해야 한다. 당장 필요하지는 않기 때문에 시기별로 아니면 이벤트별로 폴더를 만들어 저장해놓아야 나중에 찾기가 쉽다. 예를 들어 2023년 폴더에 1월, 2월 등으로 나눠 넣거나 ‘가족 추석 행사-2023년 9월’ 등으로 저장해 놓으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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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9-17
  • “독방서 하루도 힘든데, 십년 홀로지낸 너는…” 은둔 청년 부모들 모인 ‘치유캠프’ 가보니
    ▲26일 오전 강원 홍천군 행복공장수련원 빈숲에서 ‘고립 청(소)년 부모교육’ 1기에 참여한 부모 16명이 주최 측으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사단법인 푸른고래 리커버리센터 제공 “독방서 하루도 힘든데, 십년 홀로지낸 너는…” 은둔 청년 부모들 모인 ‘치유캠프’ 가보니 “저는 잠시 독방에서 지냈는데도 이렇게 힘드네요. 아들은 지금 방에서 혼자 얼마나 힘들까요.” 10년 넘게 방 밖에 거의 나오지 않는 이른바 ‘은둔형 외톨이’ 아들을 둔 임혜숙(가명·50) 씨는 28일 ‘고립 청(소)년 부모교육’ 1기를 마친 소감을 이렇게 전했다. 임 씨의 아들은 학창 시절 서울과 시골을 오가는 잦은 이사로 친구를 사귀지 못하자 고등학교부터 등교를 거부하고 방에서만 시간을 보냈다. 임 씨는 “방 밖으로 거의 안 나오는 아들의 시선에서 세상을 볼 수 있는 기회였다”고 돌이켰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임 씨의 아들과 같이 일명 ‘은둔형 외톨이’라고 불리는 고립·은둔 청년에 대한 실태 파악에 나서고 있다. 올 1월 서울시는 ‘고립·은둔 청년 실태조사’ 결과 전국 만 19~39세 청년 중 약 61만 명이 고립·은둔 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달 은둔 청소년을 ‘위기청소년 특별지원’ 대상에 포함시켰다.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고립·은둔 청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랑의열매와 청년재단, 푸른고래 리커버리센터는 올 3월 부모교육을 시작했다. “부모가 바로 서야 자녀가 회복될 수 있다”는 취지였다. 김현일 푸른고래 리커버리센터 대표(58)는 “은둔 생활에서 막 벗어난 청년들이 재고립에 빠지는 사례를 보면서 문제는 가정에 있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3개월 동안 매주 수업을 들으며 자녀와의 소통 기술 등을 배운 부모들은 마지막 일정으로 26일부터 강원 홍천군에서 2박 3일 동안 진행된 ‘치유캠프’에 참여했다. 잠시 힘든 현실에서 벗어나 자신을 돌아보고 치유하는 현장에 동아일보 기자가 동행해봤다. ▲1평(약 3.3㎡) 남짓한 방에는 화장실과 세면대, 작은 책상만 있었다. 밖에서 잠글 수 있는 문 아래편에는 식사를 받을 수 있는 작은 배식구가 달려 있었다. 부모들은 캠프 첫날부터 휴대전화를 반납하고 독방으로 들어갔다. 1평(약 3.3㎡) 남짓한 방에는 화장실과 세면대, 작은 책상만 있었다. 오후 11시~오전 10시 독방에 갇힌 채 배식구를 통해 식사를 받았고 낮에는 명상, 나눔 등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캠프 마지막날 밤이 되자 부모들은 모닥불 주위에 둘러앉아 자신과 자녀에게 쓴 편지를 읽었다. “너는 너대로, 나는 나대로, 따로 또같이. 무너지지 않으며 돕고 싶어. 나는 엄마니까.” 15년째 세상과 단절된 채 살고 있는 아들을 둔 이영서(가명·59) 씨가 편지 낭독을 마치자 주변에 앉은 부모들이 이 씨의 어깨에 손을 얹고 위로했다. 한 부모가 “막 은둔 상태로 들어가는 자녀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조언을 구할 수 있을까요?” 라고 질문하자 비슷한 경험을 가진 부모들이 솔직하게 경험을 공유하며 진심 어린 충고를 전했다. 팬데믹 이후 1년 넘게 학교에 안 나가는 중학생 딸을 둔 정혜영(가명·52) 씨는 “맞벌이로 일하는데 바쁘다는 이유로 딸의 고민을 제대로 들어주지 못했다”며 “비행기가 추락할 때 부모가 먼저 산소호흡기를 쓰는 것처럼 내가 중심을 지켜야 자녀가 산다는 걸 배웠다”고 했다. 돌아가면서 편지를 읽은 부모들은 ‘자녀를 위해 버려야 할 것들’을 적은 종이를 모닥불에 태웠다. ▲2박 3일 치유캠프 마지막날인 27일 밤 부모들은 ‘자녀를 위해 버려야 할 것들’을 적은 종이를 모닥불에 태웠다. 캠프를 마친 부모들은 정기적으로 소통하는 모임도 만들었다. 모임 대표를 맡은 임형식(가명·56) 씨는 “은둔 자녀를 둔 부모끼리 서로 격려하고 자녀들이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도록 돕기로 했다”고 말했다. 주최 측은 “자녀의 고립이 부모의 고립으로 연결되는 경우도 많아 커뮤니티 구성을 장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처음으로 열린 ‘고립 청(소)년 부모교육’ 2기는 8월에 진행될 예정이다. 사랑의열매와 청년재단이 공동으로 자금을 출자해 반기마다 교육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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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5-29
  • 연봉 1억 도시 '신중년' 10명중 6명, 은퇴후 돈 걱정하는 이유
    ▲서울 강남구 세텍(SETEC)에서 열린 '2018 신중년 인생 3모작 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채용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뉴스1 연봉 1억 도시 '신중년' 10명중 6명, 은퇴후 돈 걱정하는 이유 울산은 1억원이 훌쩍 넘는 국내 기업 연봉 상위권인 S-OIL·현대자동차·SK에너지·삼성 SDI 등 대기업 본사와 공장이 밀집해있다. 일자리가 많고, 급여 수준이 높다. 그런데 이런 울산에서도 퇴직을 앞뒀거나, 막 은퇴한 '신중년' 상당수는 은퇴 후 '돈' 걱정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신중년은 만50~69세를 말한다. 돈 걱정 이유 "자녀 결혼자금 등 지원 때문" 20일 울산 일자리재단이 최근 발간한 『울산 중장년 일자리 정책(신중년 중심) 개선연구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울산지역 신중년 1000명 중 62.4%는 "(은퇴 후) 경제적인 준비가 부족하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는 48.3%는 "앞으로 준비할 계획"이라고 했고, "은퇴를 준비할 여력이 없기 때문"이라는 응답(39.3%)이 다음 순이었다. "자녀에게 의지할 계획"이라는 응답(3.3%)도 일부 나왔다. "은퇴를 준비할 여력이 없기 때문"이라고 답한 신중년 가운데 47.8%는 "자녀 결혼자금 등 금전적 지원 때문"이라고 했다. "유학 등 자녀교육 지출이 이유"라는 사람도 31.7%였다. 조사 대상 가운데 20.3%는 소득활동을 하지 않았다. 은퇴자를 대상으로 퇴직 나이를 묻자, 평균 56.8세에 회사를 떠났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현직에 종사 중인 신중년이 계획하는 은퇴 시기는 평균 66.31세로, 실제 퇴직 나이와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회사에서 나온 뒤에서 계속해서 일하길 원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일을 지속해야 은퇴 후 경제적 문제가 해결될 수 있어서"라는 응답이 53.4%로 가장 많았다. "일을 그만둔 후 상실감 등을 극복하기 위해서"라는 응답(28.2%)이 뒤를 이었다. 이들은 생계유지를 위한 최소 소득액이 '200~250만원'으로 생각했고, 은퇴 후 재취업 직종은 "은퇴 직전과 같은 직종을 원한다"는 응답이 65.6%로 가장 많았다. ▲서울의 한 고용·복지센터 실업인정신청 창구에 중년 구직자가 실업급여를 신청하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부족한 생활비는 소유 자산 대출로" 이밖에 은퇴 후 생활 안정을 위해 지자체가 중점을 둬야 할 정책 분야는 절반 이상(55.6%)이 "생활비 지원"이라고 답했다. 은퇴 후 생활비가 부족해질 경우에는 "주택 등 소유한 자산으로 대출 혹은 매매(역모기지 포함)를 통해 해결하겠다"는 응답이 44%로 가장 많았다. 은퇴자들은 살기 좋은 도시 조건으로 '의료접근성'을 뽑았고(33.4%), 다음으로 ‘일자리’(19.1%)·‘문화시설’(12.2%) 등을 선택했다. 울산은 베이비부머가 14.4%(2021년 12월 기준)를 차지하고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대기업 출신이 많고 기초생활수급 비율은 낮다 보니 재취업을 위한 대책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구 보고서는 "중장년이 노동시장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서울시 50+센터와 같은 지원기관을 설립·운영해 분산된 정보를 한 곳으로 모으고, 기업 재취업지원서비스도 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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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4-21
  • 美 기업들 “근무태도 좋은 시니어가 젊은이보다 낫다”
    美 기업들 “근무태도 좋은 시니어가 젊은이보다 낫다” ‘70대 남성이 1순위 후보.’ 미국 펜실베이니아에서 20여 년간 물류센터를 운영해온 사장은 그동안 고교생과 대학생을 쓰던 파트타임 자리에 70대 노인을 쓰기로 했다. 젊은이보다 일 배우는 속도가 느려도 근무시간을 잘 지키고 성실하다는 이유였다. 월스트리트저널 기사에 나온 이 사례처럼 요즘 미국에선 50대 중반 이상의 시니어 직원을 보는 시각이 크게 달라지고 있다고 한다. ▷미국 통계에 따르면 경제활동을 하는 65∼74세 연령군은 코로나 이전에 비해 각 주별로 5∼10%씩 증가했다. 다른 연령군이 감소하거나 정체인 것과 비교된다. 젊은이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던 패스트푸드점은 물론 법률, 회계 등 전문직까지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다. 고용주들의 시니어 고용에 대한 인식 변화는 일자리에 대한 젊은층의 가치관 변화와 맞물려 있다는 해석이다. ▷대표적인 가치관 변화가 ‘조용한 사직’ 현상이다. 코로나를 거치는 동안 “돈 받은 만큼만 일한다” “내 인생은 일의 결과물로 정의되지 않는다” 등의 가치관이 젊은이들 사이에 확산됐다. 이는 지나치게 일에만 몰두하는 게 아니라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춘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면이 있지만 종종 일에 대한 의욕마저 상실케 하는 부작용도 있다는 것이다. 지각, 조기퇴근이 잦고 몇 달 못 가 힘들다며 그만두거나 단돈 몇 달러에도 이직하는 경우가 생기면 고용주 입장에선 인력 운용이 쉽지 않다. ▷미국 고용주들이 시니어들을 눈여겨보는 것은 바로 근무 태도 때문이다. 출근시간 전 회사에 나오고 맡은 일을 끝내야 마음 편히 퇴근하는 시니어 세대의 직업윤리를 반긴다. 열심히 일하는 것이 중요하냐는 미국 여론조사에서 65세 이상은 75%가 그렇다고 답했으나 18∼29세는 61%에 그쳤다. 연륜에서 묻어나는 노련함과 책임감으로 더 친절하고 끈기 있게 고객을 대응한다고 한다. 시니어를 고용함으로써 ‘나이 차별(ageism)’을 하지 않는다는 좋은 이미지도 만들 수 있다. ▷일에 대한 가치관은 시대에 따라 변하는 것이니 어느 세대의 것이 더 낫다고 할 순 없다. 하지만 연령만으로 일할 수 있는지를 따지는 시대는 지났다. 각 세대의 장점을 어떻게 취할지는 고용주의 몫이다. 국내에서도 베이비붐 세대 은퇴가 시작되면서 고학력에 일할 체력과 의욕 등 3박자를 갖춘 ‘파워 시니어’가 등장하고 있다. 시니어 일자리는 정년 이후 부족한 수입을 보충하는 것이면서 ‘사회가 여전히 나를 필요로 한다’는 자존감을 높이는 수단이다. 시니어들의 경험과 연륜을 일자리로 풀어낼 수 있다면 연금과 복지 재원 고갈 같은 고령화의 그늘을 없애기도 쉬워진다. 일에 대한 시니어들의 의욕을 잘 활용하면 사회의 생산성을 올리는 길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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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4-10
  • 고속도로 위 부부싸움에 멈춘 車… 아내만 버스 치여 숨졌다
    ▲19일 오전 9시30분쯤 충북 청주시 남이면 경부고속도로 상행선 남청주 나들목 인근에서 고속버스가 버스전용차로에 정차 중이던 소형 SUV를 추돌한 뒤 차량 밖에 나와 있던 탑승자를 잇따라 들이받았다. /뉴시스 고속도로 위 부부싸움에 멈춘 車… 아내만 버스 치여 숨졌다 승용차를 타고 고속도로를 달리던 중년부부가 말다툼 중 도로 한복판에 차를 세웠다가, 아내만 고속버스에 치여 숨지는 일이 발생했다. 19일 경찰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30분쯤 충북 청주시 서원구 경부고속도로 상행선 서울방향 남청주IC 인근에서 고속버스 한 대가 버스전용차로에 정차해 있던 승용차를 들이받았다. 당시 승용차에는 60대 중년부부가 타고 있었다. 운전자인 남편 A(64)씨는 사고 직전 차에서 빠져나와 다치지 않았다. 그러나 조수석에 타고 있던 아내 B(65)씨는 차량 문을 열고 내리려다 버스에 치여 사망했다. 또 고속버스 승객 15명 중 3명도 경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아내 B씨와 말다툼을 벌이다 홧김에 차량을 세웠으며 먼저 차에서 내렸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후 고속버스 운전기사가 정차한 차량을 미처 발견하지 못해 사고를 낸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고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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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3-20
  • 내 나이가 어때서… 60세 이상 취업자 10년 새 2배 ‘껑충’
    내 나이가 어때서… 60세 이상 취업자 10년 새 2배 ‘껑충’ 클릭하시면 원본 보기가 가능합니다.60세 이상 고령 근로자가 10년 새 2배로 불어났다. 저출산·고령화 추세로 60세 이상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었을 뿐만 아니라 노년에는 자녀의 경제적 부양을 받는다는 인식이 옅어지고 고령층 건강 상태가 좋아지는 등 다양한 인식 변화가 노인 취업자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달 41만↑… 20대 이하는 12만↓ 19일 통계청의 2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20대 이하 청년층 취업자 수가 1년 전보다 12만 5000명 감소한 가운데 60세 이상 취업자는 577만 2000명으로 41만 3000명 급증했다. 이는 1996년 통계 작성 이래 2월 기준으로 역대 최대치다. 좋은 잠을 꺼내먹어요 60세 이상 취업자는 20년 전인 2003년 2월 185만 6000명에 불과했지만, 10년 전인 2013년 2월 273만 4000명으로 10년 새 100만명 가까이 늘었다. 이어 최근 10년 동안에는 300만명이 늘어나며 2배로 불어났다. ●고령화·의료발달 ‘일하는 노인’ 늘어 통계청은 고령층 취업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직접적인 원인으로 ‘인구구조 변화’를 꼽았다. 60세 이상 인구 자체가 2003년 2월 580만 8000명, 2013년 2월 834만 3000명, 올해 2월 1349만 3000명으로 늘면서 취업자 수도 동시에 늘었다는 것이다. 통계청은 “전기 베이비붐 세대로 분류되는 1955~1963년생이 모두 60대로 접어들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인구 대비 취업자 수를 나타내는 고용률도 수직상승했다. 지난달 60세 이상 고용률은 42.8%로 2월 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2003년 2월 32.0%에서 2013년 2월 32.8%로 0.8% 포인트 오른 이후 최근 10년 새 가파르게 10% 포인트나 올랐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10월 발표한 ‘고령층 고용률 상승 요인 분석’ 보고서는 최근 고령 근로자가 급증한 원인으로 ▲자녀로부터 지원받는 사적 이전의 감소 ▲공적연금·자산소득 대비 생활비의 급격한 증가 등을 꼽았다. 인구 고령화 이외에도 자녀에게서 받는 용돈이 줄고 물가 상승으로 생활비가 빠듯해지는 등 경제적인 이유로 다시 취업 전선에 뛰어드는 은퇴자가 많아졌다는 것이다. 통계청이 지난해 7월 발표한 ‘경제활동인구조사 고령층 부가 조사’에서도 55~79세가 일하고 싶은 이유로 ‘생활비에 보탬’(57.1%)이 가장 많이 꼽혔다. 고령층의 건강이 좋아지고 기대수명이 늘어난 것도 노인 일자리가 확대된 배경이 됐다.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2011년 81.2세에서 2021년 83.6세로 10년 새 2.4세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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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3-20
  • 연금만으로 충분한 日노인…100년 튼튼, 연금개혁 비결 셋
    ▲경로의 날에 단체 체조하는 일본 고령자들. [EPA=연합뉴스] 연금만으로 충분한 日노인…100년 튼튼, 연금개혁 비결 셋 "일본은 연금이 꽤 안정돼 있기 때문에 이제 연금으로 생활하는 분들이 있을 것 같습니다. 실버인재센터(노인일자리센터) 등록자는 사회에 나가 뭔가를 하고, 다른 이와 어울리려는 사람이 더 많을 것 같습니다." 지난 20일 오후 노가미 히로시 일본 도쿄도 미나토구청 보건복지과장은 이기일 보건복지부 1차관이 "미나토구 노인인구가 4만4000명이고 일자리가 있는 이가 1450명밖에 없는데, 나머지는 어떻게 사는가"라고 묻자 이렇게 답했다. 일본에서 남편이 40년 직장생활(월 소득 347만원)을 한 홑벌이 부부는 월 274만원(기초연금 포함)의 연금을 받는데, 이를 두고 '꽤 안정된 연금'이라고 표현한 것이다. 한국에서는 연금개혁이 연일 논란이 되지만 일본은 느긋한 편이다. 노인인구 29%(한국 17%)의 세계 최고령 국가인데도 그렇다. 비결이 뭘까. 중앙일보는 지난 18~21일 이기일 차관·박재만 연금정책과장·방영식 기초연금과장 등 복지부 일행의 일본 출장에 동행 취재했다. 일본은 우리처럼 1층 기초연금(일본명 국민연금), 2층 후생연금(우리식 국민연금)으로 돼 있다. 기초연금은 국고와 보험료(한국은 전액 국고)로, 후생연금은 보험료로 운영한다. 기초연금 보험료는 모든 가입자가 월 16만여원을 낸다. 국민연금은 소득의 18.3%를 낸다. 저출산·고령화·저성장 때문에 연금의 지속가능성을 고민하던 일본은 2004년 획기적 개혁을 단행해 '100년 튼튼 연금'을 만들었다. 가장 강력한 조치가 출산율·기대수명 변화에 맞춰 연금액이 삭감되는 자동조정장치 도입이다. 99년 스웨덴에 이어 세계 두번째였다. 또 후생연금 보험료를 13.93%에서 2017년 18.3%로 올리되 더는 올리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기초연금 보험료도 월 약 13만원에서 16만원으로 올렸다. 대신 두 연금을 더한 소득대체율(생애소득대비 연금액의 비율) 50.1%를 유지하기로 했다. 기초연금의 국고 지원 비율을 3분의 1에서 2분의 1로 확대하되 소비세를 올려 조달하기로 했다. 2012년에는 후생연금-공무원연금 통합을 결정했다(실제 통합은 2015년). 이렇게 해서 '100년 후 1년치 지급액 보유'라는 목표를 달성했다. 어떻게 이런 개혁이 가능했을까. 일본 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 야노 마사에 기획부장은 "당시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가 두려움 없이 개혁을 했다. 그 전에 파격적인 개혁들로 지지를 많이 얻었다"며 "국민의 아픔을 고려하기보다 힘이 강했고, 힘이 있어서 리더십이 있었다"고 말했다. 일본 후생노동성 야스히로 하시모토 연금국장도 "고이즈미 총리의 리더십과 결단이 주효했다"고 이기일 차관에게 말했다고 한다. 하야시 레이코 부소장은 "젊은 정치인들이어서 가능했다. 정치적 영향이 있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투명한 정보 공개로 국민의 신뢰를 얻었다. 하야시 부소장은 "그 전까지만 해도 회계를 비롯한 데이터가 공개되지 않았으나 고이즈미 총리가 다 공개했다"고 말했다. 일본은 5년마다 연금재정 재계산을 할 때 회의 상황을 유튜브로 생중계할 정도다. 한국은 최근에서야 문서 형태로 부분 공개할 뿐이다. ▲겐조 요시카즈 일본 게오오대 상학부 교수가 20일 일본 도쿄에서 이기일 보건복지부 제1차관과 연금개혁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제공] 단계적 보험료 인상도 효과를 발휘했다. 2004년부터 13년 간 매년 0.354%p를 올렸다. 겐조 요시카즈 게이오대 상학부 교수는 "그리 올리니 티가 안 났다. 경제에 악영향을 준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없었다. 이런 게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일본은 90년대부터 연금개혁 논의가 있었고, 2004년엔 '소득대체율을 유지하려면 보험료가 20% 넘어야 한다'는 계산 결과가 나왔다. 겐조 교수는 "'그건 너무 심하지 않나'라는 여론이 일었고, 18%대로 내리면서 안심하는 분위기가 됐다"고 말했다. 또 노후연금액에 맞춰 보험료를 정하던 방식을 반대로 뒤집었다. 보험료를 먼저 정하고 연금액을 맞췄다. 그리하여 50.1%의 소득대체율(경제협력개발기구 기준 32%)을 유지하겠다고 약속했다. 그게 40년 직장인 홑벌이 부부 연금 274만원이다. 일본은 당시 소비세를 올리되 인상분 1%p를 기초연금 재원으로 쓰기로 했다(5%이던 소비세는 실제 2014년 8%, 2019년 10%로 인상됨). 일본 전문가가 꼽은 가장 큰 성공요인은 강한 리더십이다. 지도자의 힘은 지지율이 뒷받침돼야 한다. 2001년 취임한 고이즈미 총리는 내각 지지율이 역대 최고인 87%까지 오른 적이 있다. 2004년엔 40%대로 떨어졌다가 54~58%였다. 윤석열 대통령이 연금개혁을 완수하려면 지지율이 좀 더 받쳐줘야 할 것으로 보인다. 보험료 인상 관련 여론도 우호적이지 않다. 한국리서치의 8월 여론조사를 보면 기금 소진을 막기 위한 개혁 조치로 수급개시연령(내년 63세, 2033년 65세) 상향이 50%, 보험료 인상 27%, 소득대체율 인하 23%이다. 일본은 소비세를 올렸지만 한국 정부나 정치인의 대다수는 증세를 얘기하지 않는다.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의 형평성도 일본과 형편이 다르다. 일본은 둘의 차이가 그리 크지 않아 2015년 어렵지 않게 통합했다. 하지만 한국은 연금액·보험료에 차이가 매우 큰 편이라 제도 통합까지는 가시밭길을 가야 한다. 겐조 교수는 "현재 사회구조에서 고령자들에게 계속해서 많은 연금을 지급할 것인지, 다음 세대에게 더 물려줄 것인지를 결정해야 했다"며 "당장 연금액은 줄겠지만 공적연금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선 필요한 조치였다"고 말했다. 겐조 교수는 "일본 개혁으로 연금이 적어진 게 아니냐"는 질문에 "개혁 덕분에 지속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국민이 안심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일본 후생노동성 오오시마 카즈히로 사무차관도 "연금개혁은 굉장히 어려운 과제이지만, 국민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면 신뢰가 따라오게 될 것"이라고 이기일 차관에게 말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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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12-27
  • 연금만으로 충분한 日노인…100년 튼튼, 연금개혁 비결 셋
    ▲경로의 날에 단체 체조하는 일본 고령자들. [EPA=연합뉴스] 연금만으로 충분한 日노인…100년 튼튼, 연금개혁 비결 셋 "일본은 연금이 꽤 안정돼 있기 때문에 이제 연금으로 생활하는 분들이 있을 것 같습니다. 실버인재센터(노인일자리센터) 등록자는 사회에 나가 뭔가를 하고, 다른 이와 어울리려는 사람이 더 많을 것 같습니다." 지난 20일 오후 노가미 히로시 일본 도쿄도 미나토구청 보건복지과장은 이기일 보건복지부 1차관이 "미나토구 노인인구가 4만4000명이고 일자리가 있는 이가 1450명밖에 없는데, 나머지는 어떻게 사는가"라고 묻자 이렇게 답했다. 일본에서 남편이 40년 직장생활(월 소득 347만원)을 한 홑벌이 부부는 월 274만원(기초연금 포함)의 연금을 받는데, 이를 두고 '꽤 안정된 연금'이라고 표현한 것이다. 한국에서는 연금개혁이 연일 논란이 되지만 일본은 느긋한 편이다. 노인인구 29%(한국 17%)의 세계 최고령 국가인데도 그렇다. 비결이 뭘까. 중앙일보는 지난 18~21일 이기일 차관·박재만 연금정책과장·방영식 기초연금과장 등 복지부 일행의 일본 출장에 동행 취재했다. 일본은 우리처럼 1층 기초연금(일본명 국민연금), 2층 후생연금(우리식 국민연금)으로 돼 있다. 기초연금은 국고와 보험료(한국은 전액 국고)로, 후생연금은 보험료로 운영한다. 기초연금 보험료는 모든 가입자가 월 16만여원을 낸다. 국민연금은 소득의 18.3%를 낸다. 저출산·고령화·저성장 때문에 연금의 지속가능성을 고민하던 일본은 2004년 획기적 개혁을 단행해 '100년 튼튼 연금'을 만들었다. 가장 강력한 조치가 출산율·기대수명 변화에 맞춰 연금액이 삭감되는 자동조정장치 도입이다. 99년 스웨덴에 이어 세계 두번째였다. 또 후생연금 보험료를 13.93%에서 2017년 18.3%로 올리되 더는 올리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기초연금 보험료도 월 약 13만원에서 16만원으로 올렸다. 대신 두 연금을 더한 소득대체율(생애소득대비 연금액의 비율) 50.1%를 유지하기로 했다. 기초연금의 국고 지원 비율을 3분의 1에서 2분의 1로 확대하되 소비세를 올려 조달하기로 했다. 2012년에는 후생연금-공무원연금 통합을 결정했다(실제 통합은 2015년). 이렇게 해서 '100년 후 1년치 지급액 보유'라는 목표를 달성했다. 어떻게 이런 개혁이 가능했을까. 일본 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 야노 마사에 기획부장은 "당시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가 두려움 없이 개혁을 했다. 그 전에 파격적인 개혁들로 지지를 많이 얻었다"며 "국민의 아픔을 고려하기보다 힘이 강했고, 힘이 있어서 리더십이 있었다"고 말했다. 일본 후생노동성 야스히로 하시모토 연금국장도 "고이즈미 총리의 리더십과 결단이 주효했다"고 이기일 차관에게 말했다고 한다. 하야시 레이코 부소장은 "젊은 정치인들이어서 가능했다. 정치적 영향이 있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투명한 정보 공개로 국민의 신뢰를 얻었다. 하야시 부소장은 "그 전까지만 해도 회계를 비롯한 데이터가 공개되지 않았으나 고이즈미 총리가 다 공개했다"고 말했다. 일본은 5년마다 연금재정 재계산을 할 때 회의 상황을 유튜브로 생중계할 정도다. 한국은 최근에서야 문서 형태로 부분 공개할 뿐이다. ▲겐조 요시카즈 일본 게오오대 상학부 교수가 20일 일본 도쿄에서 이기일 보건복지부 제1차관과 연금개혁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제공] 단계적 보험료 인상도 효과를 발휘했다. 2004년부터 13년 간 매년 0.354%p를 올렸다. 겐조 요시카즈 게이오대 상학부 교수는 "그리 올리니 티가 안 났다. 경제에 악영향을 준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없었다. 이런 게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일본은 90년대부터 연금개혁 논의가 있었고, 2004년엔 '소득대체율을 유지하려면 보험료가 20% 넘어야 한다'는 계산 결과가 나왔다. 겐조 교수는 "'그건 너무 심하지 않나'라는 여론이 일었고, 18%대로 내리면서 안심하는 분위기가 됐다"고 말했다. 또 노후연금액에 맞춰 보험료를 정하던 방식을 반대로 뒤집었다. 보험료를 먼저 정하고 연금액을 맞췄다. 그리하여 50.1%의 소득대체율(경제협력개발기구 기준 32%)을 유지하겠다고 약속했다. 그게 40년 직장인 홑벌이 부부 연금 274만원이다. 일본은 당시 소비세를 올리되 인상분 1%p를 기초연금 재원으로 쓰기로 했다(5%이던 소비세는 실제 2014년 8%, 2019년 10%로 인상됨). 일본 전문가가 꼽은 가장 큰 성공요인은 강한 리더십이다. 지도자의 힘은 지지율이 뒷받침돼야 한다. 2001년 취임한 고이즈미 총리는 내각 지지율이 역대 최고인 87%까지 오른 적이 있다. 2004년엔 40%대로 떨어졌다가 54~58%였다. 윤석열 대통령이 연금개혁을 완수하려면 지지율이 좀 더 받쳐줘야 할 것으로 보인다. 보험료 인상 관련 여론도 우호적이지 않다. 한국리서치의 8월 여론조사를 보면 기금 소진을 막기 위한 개혁 조치로 수급개시연령(내년 63세, 2033년 65세) 상향이 50%, 보험료 인상 27%, 소득대체율 인하 23%이다. 일본은 소비세를 올렸지만 한국 정부나 정치인의 대다수는 증세를 얘기하지 않는다.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의 형평성도 일본과 형편이 다르다. 일본은 둘의 차이가 그리 크지 않아 2015년 어렵지 않게 통합했다. 하지만 한국은 연금액·보험료에 차이가 매우 큰 편이라 제도 통합까지는 가시밭길을 가야 한다. 겐조 교수는 "현재 사회구조에서 고령자들에게 계속해서 많은 연금을 지급할 것인지, 다음 세대에게 더 물려줄 것인지를 결정해야 했다"며 "당장 연금액은 줄겠지만 공적연금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선 필요한 조치였다"고 말했다. 겐조 교수는 "일본 개혁으로 연금이 적어진 게 아니냐"는 질문에 "개혁 덕분에 지속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국민이 안심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일본 후생노동성 오오시마 카즈히로 사무차관도 "연금개혁은 굉장히 어려운 과제이지만, 국민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면 신뢰가 따라오게 될 것"이라고 이기일 차관에게 말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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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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