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5-11-08(토)

문화
Home >  문화  >  문학

실시간뉴스
  • 2025 노벨 문학상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부조리와 그로테스크
    2025 노벨 문학상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부조리와 그로테스크 카프카 계보 잇는 현대문학 거장 헝가리 현대 문학의 거장, 묵시록 문학의 대가로 불리는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Krasznahorkai László·71)가 올해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 9일(현지 시각) 스웨덴 한림원은 “종말론적 공포의 한가운데에서도 예술의 힘을 다시금 확인시켜 주는 강렬하고도 예언적인 작품 세계를 높이 평가한다”며 선정 이유를 밝혔다. 이어 “중앙 유럽의 대서사 전통을 잇는 작가로, 프란츠 카프카에서 토마스 베른하르트로 이어지는 부조리와 그로테스크의 계보에 속한다”고 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방문 중에 소식을 들은 크러스너호르커이는 이날 스웨덴 라디오 방송을 통해 “노벨상 수상자로서의 첫날”이라며 “매우 기쁘고 평온(calm)하면서도 긴장된다”는 소감을 밝혔다. 1954년 헝가리 남동부 루마니아 국경 근처 소도시 줄러에서 태어났다. 부다페스트대에서 법학과 문학을 공부했다. 출판사 편집자, 프리랜서 작가로 지냈다. 1987년 독일로 유학을 떠났고, 이후 프랑스·네덜란드·이탈리아·그리스·중국·일본·미국 등 세계 여러 나라에 머물며 작품을 써 왔다. 작품에 동양적 사유와 명상적 어조가 녹아든 배경이다. 가장 잘 알려진 대표작은 1985년 발표한 첫 소설 ‘사탄탱고’다. 국내에도 번역돼 있다. 크러스너호르커이는 이 작품으로 단숨에 헝가리 문단의 주목을 받았다. 이 밖에 주요 작품으로 ‘저항의 멜랑콜리’(1989), ‘전쟁과 전쟁’(1999), ‘서왕모의 강림’(2008), ‘라스트 울프’(2009), ‘세계는 계속된다’(2013) 등이 있다. ‘사탄탱고’는 1994년 헝가리 작가주의 감독 타르 벨라에 의해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미출간 원고를 읽은 타르가 곧장 크러스너호르커이의 집을 찾아가 영화로 만들자고 설득한 일화가 유명하다. 두 사람의 인연은 이후에도 이어진다. 크러스너호르커이는 시네필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영화인 타르의 ‘토리노의 말’(2011) 각본가이기도 하다. 2010년대 들어 미국 문학 출판사 뉴디렉션에서 그의 작품이 번역되면서 영미권에도 팬덤이 쌓였다. 2012년 영국 가디언은 ‘왜 뉴욕 문단이 헝가리 문학에 열광하는가’라는 기사를 통해 그를 소개했다. 2014년 뉴욕타임스는 “당신이 음울함, 불안, 세계의 예측 불가능성을 사랑한다면 라슬로가 당신의 작가일 것”이라고 했다. 크러스너호르커이는 자신의 작품 세계를 관통하는 종말론적 성향에 대해 “아마도 나는 지옥에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독자들을 위한 작가인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카프카를 자신의 문학적 영웅으로 꼽는다. 2013년 영국 문학 잡지 화이트 리뷰 인터뷰에서 “카프카를 읽지 않을 때는 카프카를 생각한다. 카프카를 생각하지 않을 때는 그를 그리워한다”고 했다. 2018년 문학 잡지 파리 리뷰 인터뷰에서 “카프카의 ‘성’을 성경처럼 여겼던 시절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후에도 “12세 때 읽었던 카프카의 ‘성’에 감사를 표한다. 내 운명은 그때 이미 정해졌다고 믿는다”고 했다. 미국 작가·비평가 수전 손태그는 그를 “현존하는 묵시록 문학의 최고 거장”이라고 추켜세웠다. 독일 작가 W G 제발트는 “그의 보편성은 동시대 문학이 다루는 사소한 관심사를 능가한다”고 했다. 올해 2월 미국 문예지 예일 리뷰 인터뷰에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내 눈앞에서 더럽고 추악한 전쟁이 펼쳐지고 있다. 세상은 그에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나는 익숙해질 수 없다. (중략) 이 모든 일이 벌어지는 동안 디지털 공간에서는 기술의 무서운 속도로의 발전이 곧 아름다운 새 세상을 가져올 것이라는 미래의 비전이 제시되고 있다. 이건 완전한 광기”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헝가리는 물론 독일·스위스 등 세계 각국에서 상을 받았다. 2015년 영국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받을 당시 심사위원장 마리나 워너는 “공포스럽고 기이하며 끔찍하게 우스꽝스럽고 때로는 압도적으로 아름다운 장면들 속에서 존재의 질감을 포착한다”고 평했다. 당시 인터뷰에서 그는 자신의 작품 세계를 이렇게 요약했다. “언어 속의 아름다움, 지옥 속의 즐거움.”
    • 문화
    • 문학
    2025-10-10
  • 김혜순 시인 “번역 문학은 선물…詩라는 나라의 영토 넓히는 것”
    김혜순 시인 “번역 문학은 선물…詩라는 나라의 영토 넓히는 것” “번역 문학은, 번역 문학이 도착하는 그 국가 언어에 대한 일종의 선물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이 그 나라에 선물을 주는 거죠.” 최근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김혜순 시인(70)이 청중 앞에서 마이크를 잡았다. 4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에서 열린 한국문학번역원 대담 ‘포스트 노벨 시대 한국문학 해외 진출 활성화 방안’에서다. 그는 이 자리에서 번역은 일방적 수출이 아니라 한국어와 도착어 사이의 상호관계라는 관점을 제시해 주목받았다. 김 시인은 지난해 ‘날개 환상통’으로 한국인 최초로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을 받았고 ‘죽음의 자서전’으로 2019년 캐나다 그리핀 시문학상을 받은 데 이어 최근 독일 세계 문화의 집이 수여하는 국제문학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최근에도 영국에서 낭독과 인터뷰를 마치고 귀국한 김 시인은 현지 낭독회에서 겪은 에피소드를 들려주며 번역의 의미를 설명했다. 그는 “해외 독자들로부터 ‘당신의 시에서 주어의 자리가 해체되는 것을 보게 된다. 누가 말하고 있는지 분명치 않다’ 이런 질문을 받으면 ‘한국어는 주어가 생략된 경우가 많다. 더구나 죽은 자들이 주어를 간직한 채 대화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대답한다”며 “그런 대답을 하면서 청중과 저는 그들 나라 시의 영토를 확장해간다”고 했다. “다른 나라 사람끼리 만나서 시라는 나라의 영토를 확장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멀리서 시인을 부르는 것인지도 모르지요. 외국 작품의 번역을 통해 한국어의 경계가 얼마나 넓어지고, 우리의 사유가 얼마나 깊고 다양해졌는지 생각한다면 다른 나라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한편 김 시인은 한국문학의 미래방향을 묻는 질문에는 “제가 제 문학의 방향도 모르는데 한국문학의 방향을 어떻게 알겠습니까”라고 농담을 하고는 “정책입안자들이 한국문학이라는 거시적인 생각에서 벗어나서 작가, 시인의 개별성을 존중하고 그것을 다각도로 기려주는 세밀하고 면밀한 보살핌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했다. 이어 “한국문학의 집적량이 다른 나라에 비해 적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젊은 작가들의 작품이 굉장히 많이 번역되는 것에 비해 이상 등 다른 작가들의 작품이 덜 번역되는 느낌이 있다”고 짚었다. “한국문학 전체를 조감할 능력이 저에겐 없습니다. 만약에 조감한다 하더라도 중요하고도 주변적인 우수리가 떨어져 나갈 거예요. 그럼 너무 미안하죠. 대답할 수 없다는 말을 이렇게 길게 하는 거예요(웃음).
    • 문화
    • 문학
    2025-07-05
  • 역사적 사실을 문학적으로 설명
    ▲ 이민홍 작가 6.25전쟁과 민주화운동, 제주 4.3사건, 5.18운동 등을 주요하게 다루고 있는 최근세사를 살아갔던 사람들의 삶의 매우 심층적인 삶과 심리까지 포괄해 소설로 승화시킨 「어둔 세월의 저편(이민홍 작, 도서출판 문예사조)」이 최근 출간되었다. 이민홍 작가는 「어둔 세월의 저편」을 집필하면서 트라우마(Trauma)라는 용어의 어원은 그리스어의 '상처'라는 말에서 유래되었다면서 사람이 어떤 일을 당하며, 받은 충격은 마음 깊이 상처로 남기 마련이며, 이것이 문학에서는 한으로 정의되는데 이 '한'을 이번 작품에 녹여냈다고 밝혔다. 역사는 고통을 낳는다는 말이 있듯이 시간적이고 공간적인 역사의 마당에 거주하는 사람들 간에는 가해자와 피해자가 있기 마련이며, 그에 따른 상처를 극복하려면 각자의 자아가 겸손해져야 하며, 상처받은 타인을 깊이 이해할 필요를 절감한 것이 집필과정을 통해 작가가 깨달은 바라고 한다. 이 작품에 제시되 소품들은 우리 시대의 트라우마를 직면하고, 작품으로 투시 및 반추함으로서 해당 시대의 고통과 아픔을 현재까지 환각적으로 지녀왔던 것을 털어버리고, 과거를 벗어나 상처가 치유됨으로서 미래의 행복을 담보하기 위해 팩트와 역사, 허구 등을 적절히 사용해 제시했다고 한다. 이민홍 작가는 「어둔 세월의 저편」에 단편소설 7작품을 동시에 수록했다. 어둔 세월의 저편, 임진강의 봄, 제주도 연정Ⅱ, 5.18 나그네, 고향의 서정, 촛불 광장, 구도자 등의 주제를 담았다. 작품의 대부분은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서 이야기를 서술했으며, 1인칭 답게 화자가 작품 내에서 당하는 수많은 사건들을 실제 경험한 사람인 것처럼 유려한 문체로 자세히 묘사했다. 각 작품들은 작게는 해당 사건들을 자세히 묘사했지반 파도의 높낮이처럼 평온함과 긴장함을 지속적으로 서술했으며, 그 반복되는 긴장과 완화됨 속에서 해당 시대마다 거대한 톱니바퀴처럼 진행되는 역사 속에서 가해자나 피해자 모두가 살기 위해 고군붙투하고 있었던 인생사로 표현함으로서 현재에 와서 피아를 나눔보다는 용서와 화해가 있어야 함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 문화
    • 문학
    2025-06-24
  • 천선란 소설 '천 개의 파랑' 할리우드서 영화화…워너 브라더스와 계약
    천선란 소설 '천 개의 파랑' 할리우드서 영화화…워너 브라더스와 계약 천선란 작가의 SF 장편소설 ‘천 개의 파랑’이 할리우드에서 영화로 만들어진다. 동아시아 출판사의 문학 브랜드 허블은 10일 “워너 브라더스 픽처스와 ‘천 개의 파랑’ 영화화 계약을 체결했다”며 “국내 연극과 뮤지컬 무대에 이어 글로벌 스크린에서도 관객과 만날 예정”이라고 밝혔다. 워너 브라더스 픽처스는 ‘해리 포터’ 시리즈와 ‘듄’ 시리즈 등을 제작해온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스튜디오다. 워너 브라더스 측은 ‘천 개의 파랑’을 “독창적이고 매력적인 작품으로 영상화 제작에 큰 기대를 갖고 있다”고 평하며, 셀린 송, 그레타 거윅, 알폰소 쿠아론 등 감독과 각본 개발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판권 계약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총 6억∼7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2020년 출간된 ‘천 개의 파랑’은 제4회 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대상을 받은 작품으로, 국내에서만 20만 부가 판매됐다. 로봇이 인간을 대체하기 시작한 2035년이 배경으로, 경주용으로 만들어진 휴머노이드 기수 ‘콜리’와 그의 경주마 ‘투데이’의 우정과 연대를 그렸다. 지난해 국립극단과 서울예술단을 통해 각각 연극과 창작 가무극으로 제작돼 무대에 올랐다. 미국 펭귄 랜덤하우스를 포함한 10여 국에 판권이 수출되어 일본·독일·대만·중국·영국 등 해외 독자들에게도 호평을 받고 있다.
    • 문화
    • 문학
    2025-05-11
  • [단독] 윤동주 떠난 지 80년… 명예박사 학위 수여로 애도하는 日교토 모교
    [단독] 윤동주 떠난 지 80년… 명예박사 학위 수여로 애도하는 日교토 모교 내년 2월 16일 사망 80주기에 학위 시인이자 독립운동가인 윤동주(1917~1945)가 순국 80주기인 내년 2월 16일, 재학한 일본 교토의 도시샤(同志社)대학에서 명예 박사 학위를 받는다. 1875년 설립된 이 대학에서 사후 박사 학위를 받기는 처음으로, 윤동주의 조카인 윤인석 성균관대 건축학과 명예교수가 대신 받을 예정이다. 도시샤대는 지난 12일 고하라 가쓰히로 총장이 주재하는 학장단 회의를 열고 ‘시인 윤동주에 대한 명예 문화 박사 학위 증정에 관한 건’을 의결했다. 도시샤대에서 공부한 윤동주 시인을 기리며 박사 학위를 수여한다는 내용이다. 당초 도시샤대의 실무진 검토 과정에서는 ‘사자(死者)에 대한 명예 학위 증정’이란 예외를 인정하는 데 대한 우려 목소리도 없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최종 결정 기구인 학장단 회의에선 단과대 학장과 대학원 원장 열여섯 명 모두가 찬성했다. 최용훈 도시샤대 상대 학장은 “도시샤대는 자유로운 학풍의 150년 역사를 가진 대학”이라며 “당시 재학한 윤동주 시인이 후쿠오카형무소로 끌려가서 옥사했는데, 아무것도 못 하고 지켜주지 못한 미안함을 학내 구성원들이 여전히 짐으로 떠안고 있다”고 했다. 학교 측은 윤동주 80주기 기념행사도 대대적으로 치를 예정이다. 윤동주는 스물다섯 살이던 1942년 10월 도시샤대 영문과에 편입했다. 연희전문학교(연세대의 전신)를 졸업한 뒤 그해 4월 도쿄에 있는 릿쿄대 영문과에 진학했다가 6개월 만에 학교를 옮겼다. 당시 교토제국대학 문학부에 다니던 단짝 송몽규를 따라 교토에 간 것으로 보인다. 윤동주와 송몽규는 고종사촌 간으로 북간도의 민족 학교인 명동학교에서 연희전문학교까지 함께한 사이다. 일본 유학도 둘이서 같이 결심했다. 송몽규는 열아홉 살에 신춘문예에 당선한 문학도였고, 10대 때 독립운동 단체에 가입한 독립운동가이기도 했다. 도시샤대는 윤동주가 흠모한 정지용 시인의 모교이기도 하다. 일본 유학은 윤동주에게 자괴감을 안겨 주기도 했다. 유학용 졸업 증명서를 받으려면 일본식 이름(히라누마 도주)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는 일본 유학을 앞두고 쓴 시 ‘참회록’에서 ‘파란 녹이 낀 구리 거울 속에/ 내 얼굴이 남아있는 것은/ 어느 왕조의 유물이기에/ 이다지도 욕될까/나는 나의 참회의 글을 한 줄에 줄이자’라는 글로 그런 감정을 드러냈다. 1943년 7월 윤동주는 송몽규 등과 함께 조선 독립과 민족 문화 수호를 선동했다는 혐의로 일본 경찰에 체포됐다. 실제로 윤동주와 송몽규는 만날 때마다 문학과 조국의 독립을 이야기했다. 일본 경찰은 이들의 활동을 ‘재(在)교토 조선인 학생 민족주의 그룹 사건’이라고 이름 붙였다. 1944년 3월 교토지방재판소는 윤동주에게 치안유지법 위반으로 징역 2년형을 선고했다. 치안유지법은 일제가 사회주의 운동 확산을 막으려고 제정한 법이다. 후일 공개된 재판 기록에 따르면 재판정에서 윤동주가 “조선 민족의 실력과 민족성을 향상해 독립이 가능하게 하려 한다”고 발언한 기록이 나왔다. 후쿠오카 형무소에 수감돼 있던 윤동주는 광복을 6개월 앞둔 1945년 2월 16일 28세로 순국(殉國)했다. 역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같은 형무소에 갇혔던 송몽규도 한 달 뒤 옥사했다. 송몽규의 증언 등을 통해 두 사람이 형무소에서 정체불명 주사를 맞았다고 알려졌고, 이 때문에 생체 실험 때문에 희생됐을 수 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윤동주는 1990년 대한민국 건국훈장 독립장을 받았다. 가족이 수습한 윤동주의 유해는 1945년 3월 북간도 용정에 안장됐다. 광복 3년 뒤인 1948년에는 일제강점기 출간하지 않았던 유작 등을 모은 유고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가 나왔다. 시집 서문(序文) 대신에 쓴 것이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로 시작하는 ‘서시(序詩)’다. 1968년 11월에는 모교 연세대 교정에 ‘서시’를 새긴 윤동주 시비(詩碑)가 건립됐다. 그때부터 27년이 지난 1995년엔 윤동주의 또 다른 모교 도시샤대에도 서시 시비가 만들어졌다. 교문에서 50m쯤 걸어 들어가 예배당 건물을 끼고 왼쪽으로 돌면 자필 원고 필체로 한국에서 가져온 돌에 새긴 시비를 볼 수 있다. 도시샤대는 매년 시비 앞에서 헌화식을 연다. 시비는 한국이 있는 서쪽을 바라보고 있고, 주변에는 진달래와 무궁화가 심겼다. ☞교토 도시샤 대학 일본 교토시에 있는 대학으로 학생 수는 약 3만명이다. 1875년 설립된 ‘도시샤 영어학교’가 전신이다. 미국 애머스트대를 졸업한 니지마 조가 민간의 기부와 후원으로 설립했다.
    • 문화
    • 문학
    2024-12-14
  • "한강의 글은 하양과 빨강, 두 색의 만남"…노벨상 시상식 스웨덴서 열려
    "한강의 글은 하양과 빨강, 두 색의 만남"…노벨상 시상식 스웨덴서 열려 한림원 위원이 직접 한강 소개…"하양은 죽음과 슬픔의 상징 빨강은 삶이자 깊게 베인 상처" 소설가 한강(54)이 인류를 위해 공헌한 이에게 주는 가장 영예로운 문학상인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한국인 최초, 아시아 여성 최초다. 10일 오후 4시(현지 시각) 스웨덴 스톡홀름의 명소 콘서트홀(Konserthuset)에서 열린 노벨상 시상식. 파란 카펫이 깔린 무대에 반원 모양으로 의자 95개가 놓였다. 객석을 기준으로 오른쪽 맨 앞에 스웨덴 왕족이 앉았다. 왼쪽 앞줄 빨간 의자에는 노벨상 수상자 11명이 일렬로 앉았다. 이 빨간 의자는 평소 스웨덴 왕족들이 콘서트홀을 찾으면 사용하는 ‘왕족용 발코니석 의자’다. 노벨상 수상자들을 위한 스웨덴 왕가의 특별 대우다. 한강은 왼쪽에서부터 여덟째 자리에 앉았다. 왼쪽부터 물리학·화학·생리학·문학·경제학상 수상자 순으로 앉았다. 뒤로는 스웨덴 왕립과학원·카롤린스카 연구소·스웨덴 한림원 등 노벨상 수여 기관 관계자들이 배석했다. 이날 시상식에는 총 1560명이 참석했다. 무대 한가운데는 알프레드 노벨의 동상이 자리했다. 노벨상은 스웨덴 과학자이자 발명가인 알프레드 노벨(1833~1896)의 유언에 따라 “지난해 인류를 위해 가장 큰 공헌을 한 사람”에게 주는 상이다. 1901년부터 시상을 시작했다. 노벨은 유언에 ‘물리학·화학·생리학·문학’ 순서로 수상 분야를 명시했다. 이에 따라 시상도 ‘노벨 순서’를 따르는 게 관례다. 노벨의 유언에 없었던 노벨경제학상은 1969년 뒤늦게 제정돼 맨 마지막 순서로 시상한다. 스웨덴 국왕이 한강에게 ‘노벨 메달’과 증서(diploma)를 수여하기에 앞서, 스웨덴 작가이자 한림원 위원인 엘렌 맛손이 스웨덴어로 한강을 소개했다. 6~7분가량 이어진 이 소개 연설에서 맛손은 한강의 작품 세계를 흰색과 빨강, 두 색(色)에 비유했다. “한강의 글에서는 하양과 빨강, 두 색이 만난다.” 스웨덴 작가이자 한림원 위원인 엘렌 맛손이 10일 오후 4시 40분쯤(현지 시각) 노벨상 시상식에서 한강을 소개했다. 시상식에서는 각 분야 노벨상 수여 기관 관계자가 수상자를 소개하는 연설을 한다. 시상식 이후 스톡홀름 시청사(Stadhus)로 옮겨가 연회를 하면서 각 분야 수상자의 ‘특별 감사 연설’이 이어진다. 약 1300명이 자리한 가운데 네 시간 동안 만찬과 함께 이어지는 연회에서 중간중간 오늘의 주인공들이 한마디씩 하는 것이다. 한림원 위원 엘렌 맛손의 한강 소개 전문 한강의 글에서는 하양과 빨강, 두 색이 만납니다. 흰색은 그녀의 많은 작품에 내리는 눈이자, 서술자와 세계를 구분 짓는 방어막 같은 커튼입니다. 동시에 슬픔, 그리고 죽음입니다. 빨강은 삶을 대변합니다. 그러나 고통, 피, 칼로 깊게 베인 상처이기도 합니다. 그녀의 목소리는 매혹적으로 부드럽지만, 형언할 수 없는 잔혹함, 돌이킬 수 없는 상실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학살이 끝나고 켜켜이 쌓인 시체에서는 피가 흘러나오고, 짙어지며, 호소하고, 질문합니다. 글이 답을 하지도, 무시할 수도 없는 것을요. ‘우리는 죽은 자, 강탈된 자, 사라진 자들과 어떻게 관계해야 하는가? 우리는 그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우리는 그들에게 무엇을 빚지는가?’ 흰과 빨강은 한강이 그녀의 소설을 통해 되짚는 역사적 경험을 상징합니다. 2021년 작 ‘작별하지 않는다’에서 눈[雪]은 산 자와 죽은 자, 그리고 그 사이 아직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는 떠다니는 것들이 만나는 장소를 만듭니다. 소설은 눈보라 속에서 전개되며, 기억을 조합하는 과정에서 서술적 자아는 시간의 층을 미끄러지듯이 지나갑니다. 죽은 자들의 그림자와 상호작용하며, 그들의 지식을 배우면서요. 왜냐하면 기억한다는 것은, 감당하기 어려울지라도, 결국 지식과 진실을 추구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어느 한 강렬한 기억에서, 한 친구는 물리적인 몸이 머나먼 곳의 병실에 묶여 있음에도, 서가에서 자료 담긴 상자를 꺼내 한 문서를 찾아내고, 역사의 모자이크에 조각을 더합니다. 꿈은 현실로 넘쳐흐르고, 과거는 현재가 됩니다. 경계가 허물어지는 이러한 전환은 한강의 소설에서 반복됩니다. 인물들은 방해받지 않고 돌아다니고, 그들의 더듬이는 신호를 포착하고 해석하기 위해 양방향을 향합니다. 그들이 목격하는 것으로 인해 무너지더라도요. 마음의 평화를 대가로 치르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그들은 필요한 힘을 붙잡고 앞으로 나아갑니다. 망각은 절대 목표일 수 없습니다. ‘누가 나를 죽였을까?’ 살해당한 남자아이의 영혼이 묻습니다. 그를 삶에 묶어두었던 얼굴의 특징들이 흐려지고 사라질 때예요. 생존자의 질문은 다릅니다. ‘나를 고통으로만 이끄는 이 몸과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고문으로 인해 단지 피 흘리는 물건이 돼버린 이 몸을 어떻게 되찾을 수 있을까?’ 그러나 몸이 포기한다 할지라도, 영혼은 끊임없이 말합니다. 영혼이 지칠 때, 몸은 계속해서 걷습니다. 우리 내면 깊은 곳에는 완고한 저항이 자리하고, 말보다 강한 고집이, 기억해야 한다는 필요가 있습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망각은 목표가 아니고, 그것은 가능하지도 않습니다. 한강의 세계에서 인물들은 상처 입고, 부서질 듯하고, 어떤 면에서는 연약합니다. 그러나 다시 한 발 내딛거나, 또 다른 질문을 던지거나, 또 다른 기록을 요구하거나, 혹은 또 다른 생존자를 인터뷰하기 위해 딱 필요한 만큼의 올바른 힘을 갖고 있습니다. 빛이 희미해지고, 죽은 자의 그림자가 벽에 계속 어른거립니다. 아무것도 그냥 지나가지 않습니다. 아무것도 그냥 끝나지 않습니다. 친애하는 한강에게, 스웨덴 한림원을 대표해서 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이제 앞으로 나오셔서 국왕에게 상을 받아주시길 부탁드립니다. 한국 기자들과의 회견도 예정 10일 시상식에 참석하기에 앞서 한강은 바쁜 일정을 소화했다. 6일 세계 각국 언론을 대상으로 한 기자회견, 7일 노벨문학상 수상자 강연, 8일 노벨 콘서트 등 노벨위원회가 주최하는 행사만으로도 일정이 빼곡하다. 지난 8일에는 스웨덴은 물론 노르웨이, 브라질, 영국, 이탈리아 등 각국에서 온 편집자 10여 명과 점심 자리를 가졌다. 같은 날 ‘말괄량이 삐삐’ 시리즈로 잘 알려진 스웨덴 동화 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1907~2002)이 생전에 살았던 아파트를 찾았다. 한강은 가이드를 받아 아파트를 둘러봤고, 린드그렌의 증손자인 요한 팔름베리를 만났다. 스톡홀름에 있는 린드그렌의 아파트는 그가 1941년부터 2002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거주하며 ‘삐삐’ 시리즈를 비롯해 수많은 대표작을 썼던 곳이다. 2015년부터 관람객들에게 공개됐으며, 린드그렌이 살았을 때 모습에서 거의 변하지 않은 상태로 보존돼 있다. 한강은 지난 10월 노벨문학상 수상자 선정 직후 스웨덴 한림원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어렸을 때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책 ‘사자왕 형제의 모험’(1973)을 무척 좋아했다. 그가 내 어린 시절에 영감을 준 유일한 작가라고는 말할 수 없지만, 나는 그 책을 인간이나 삶, 죽음에 관한 나의 질문들과 결부지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시상식 이후 11일에는 한강의 작품을 출판한 스웨덴 출판사 ‘나투르 오크 쿨투르’ 건물에서 한국 기자단과 기자회견도 예정돼 있다. 12일에는 왕립 극장에서 진행하는 대담 및 낭독 행사에도 참석한다.
    • 문화
    • 문학
    2024-12-11

실시간 문학 기사

  • 2025 노벨 문학상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부조리와 그로테스크
    2025 노벨 문학상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부조리와 그로테스크 카프카 계보 잇는 현대문학 거장 헝가리 현대 문학의 거장, 묵시록 문학의 대가로 불리는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Krasznahorkai László·71)가 올해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 9일(현지 시각) 스웨덴 한림원은 “종말론적 공포의 한가운데에서도 예술의 힘을 다시금 확인시켜 주는 강렬하고도 예언적인 작품 세계를 높이 평가한다”며 선정 이유를 밝혔다. 이어 “중앙 유럽의 대서사 전통을 잇는 작가로, 프란츠 카프카에서 토마스 베른하르트로 이어지는 부조리와 그로테스크의 계보에 속한다”고 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방문 중에 소식을 들은 크러스너호르커이는 이날 스웨덴 라디오 방송을 통해 “노벨상 수상자로서의 첫날”이라며 “매우 기쁘고 평온(calm)하면서도 긴장된다”는 소감을 밝혔다. 1954년 헝가리 남동부 루마니아 국경 근처 소도시 줄러에서 태어났다. 부다페스트대에서 법학과 문학을 공부했다. 출판사 편집자, 프리랜서 작가로 지냈다. 1987년 독일로 유학을 떠났고, 이후 프랑스·네덜란드·이탈리아·그리스·중국·일본·미국 등 세계 여러 나라에 머물며 작품을 써 왔다. 작품에 동양적 사유와 명상적 어조가 녹아든 배경이다. 가장 잘 알려진 대표작은 1985년 발표한 첫 소설 ‘사탄탱고’다. 국내에도 번역돼 있다. 크러스너호르커이는 이 작품으로 단숨에 헝가리 문단의 주목을 받았다. 이 밖에 주요 작품으로 ‘저항의 멜랑콜리’(1989), ‘전쟁과 전쟁’(1999), ‘서왕모의 강림’(2008), ‘라스트 울프’(2009), ‘세계는 계속된다’(2013) 등이 있다. ‘사탄탱고’는 1994년 헝가리 작가주의 감독 타르 벨라에 의해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미출간 원고를 읽은 타르가 곧장 크러스너호르커이의 집을 찾아가 영화로 만들자고 설득한 일화가 유명하다. 두 사람의 인연은 이후에도 이어진다. 크러스너호르커이는 시네필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영화인 타르의 ‘토리노의 말’(2011) 각본가이기도 하다. 2010년대 들어 미국 문학 출판사 뉴디렉션에서 그의 작품이 번역되면서 영미권에도 팬덤이 쌓였다. 2012년 영국 가디언은 ‘왜 뉴욕 문단이 헝가리 문학에 열광하는가’라는 기사를 통해 그를 소개했다. 2014년 뉴욕타임스는 “당신이 음울함, 불안, 세계의 예측 불가능성을 사랑한다면 라슬로가 당신의 작가일 것”이라고 했다. 크러스너호르커이는 자신의 작품 세계를 관통하는 종말론적 성향에 대해 “아마도 나는 지옥에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독자들을 위한 작가인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카프카를 자신의 문학적 영웅으로 꼽는다. 2013년 영국 문학 잡지 화이트 리뷰 인터뷰에서 “카프카를 읽지 않을 때는 카프카를 생각한다. 카프카를 생각하지 않을 때는 그를 그리워한다”고 했다. 2018년 문학 잡지 파리 리뷰 인터뷰에서 “카프카의 ‘성’을 성경처럼 여겼던 시절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후에도 “12세 때 읽었던 카프카의 ‘성’에 감사를 표한다. 내 운명은 그때 이미 정해졌다고 믿는다”고 했다. 미국 작가·비평가 수전 손태그는 그를 “현존하는 묵시록 문학의 최고 거장”이라고 추켜세웠다. 독일 작가 W G 제발트는 “그의 보편성은 동시대 문학이 다루는 사소한 관심사를 능가한다”고 했다. 올해 2월 미국 문예지 예일 리뷰 인터뷰에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내 눈앞에서 더럽고 추악한 전쟁이 펼쳐지고 있다. 세상은 그에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나는 익숙해질 수 없다. (중략) 이 모든 일이 벌어지는 동안 디지털 공간에서는 기술의 무서운 속도로의 발전이 곧 아름다운 새 세상을 가져올 것이라는 미래의 비전이 제시되고 있다. 이건 완전한 광기”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헝가리는 물론 독일·스위스 등 세계 각국에서 상을 받았다. 2015년 영국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받을 당시 심사위원장 마리나 워너는 “공포스럽고 기이하며 끔찍하게 우스꽝스럽고 때로는 압도적으로 아름다운 장면들 속에서 존재의 질감을 포착한다”고 평했다. 당시 인터뷰에서 그는 자신의 작품 세계를 이렇게 요약했다. “언어 속의 아름다움, 지옥 속의 즐거움.”
    • 문화
    • 문학
    2025-10-10
  • 김혜순 시인 “번역 문학은 선물…詩라는 나라의 영토 넓히는 것”
    김혜순 시인 “번역 문학은 선물…詩라는 나라의 영토 넓히는 것” “번역 문학은, 번역 문학이 도착하는 그 국가 언어에 대한 일종의 선물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이 그 나라에 선물을 주는 거죠.” 최근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김혜순 시인(70)이 청중 앞에서 마이크를 잡았다. 4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에서 열린 한국문학번역원 대담 ‘포스트 노벨 시대 한국문학 해외 진출 활성화 방안’에서다. 그는 이 자리에서 번역은 일방적 수출이 아니라 한국어와 도착어 사이의 상호관계라는 관점을 제시해 주목받았다. 김 시인은 지난해 ‘날개 환상통’으로 한국인 최초로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을 받았고 ‘죽음의 자서전’으로 2019년 캐나다 그리핀 시문학상을 받은 데 이어 최근 독일 세계 문화의 집이 수여하는 국제문학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최근에도 영국에서 낭독과 인터뷰를 마치고 귀국한 김 시인은 현지 낭독회에서 겪은 에피소드를 들려주며 번역의 의미를 설명했다. 그는 “해외 독자들로부터 ‘당신의 시에서 주어의 자리가 해체되는 것을 보게 된다. 누가 말하고 있는지 분명치 않다’ 이런 질문을 받으면 ‘한국어는 주어가 생략된 경우가 많다. 더구나 죽은 자들이 주어를 간직한 채 대화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대답한다”며 “그런 대답을 하면서 청중과 저는 그들 나라 시의 영토를 확장해간다”고 했다. “다른 나라 사람끼리 만나서 시라는 나라의 영토를 확장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멀리서 시인을 부르는 것인지도 모르지요. 외국 작품의 번역을 통해 한국어의 경계가 얼마나 넓어지고, 우리의 사유가 얼마나 깊고 다양해졌는지 생각한다면 다른 나라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한편 김 시인은 한국문학의 미래방향을 묻는 질문에는 “제가 제 문학의 방향도 모르는데 한국문학의 방향을 어떻게 알겠습니까”라고 농담을 하고는 “정책입안자들이 한국문학이라는 거시적인 생각에서 벗어나서 작가, 시인의 개별성을 존중하고 그것을 다각도로 기려주는 세밀하고 면밀한 보살핌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했다. 이어 “한국문학의 집적량이 다른 나라에 비해 적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젊은 작가들의 작품이 굉장히 많이 번역되는 것에 비해 이상 등 다른 작가들의 작품이 덜 번역되는 느낌이 있다”고 짚었다. “한국문학 전체를 조감할 능력이 저에겐 없습니다. 만약에 조감한다 하더라도 중요하고도 주변적인 우수리가 떨어져 나갈 거예요. 그럼 너무 미안하죠. 대답할 수 없다는 말을 이렇게 길게 하는 거예요(웃음).
    • 문화
    • 문학
    2025-07-05
  • 역사적 사실을 문학적으로 설명
    ▲ 이민홍 작가 6.25전쟁과 민주화운동, 제주 4.3사건, 5.18운동 등을 주요하게 다루고 있는 최근세사를 살아갔던 사람들의 삶의 매우 심층적인 삶과 심리까지 포괄해 소설로 승화시킨 「어둔 세월의 저편(이민홍 작, 도서출판 문예사조)」이 최근 출간되었다. 이민홍 작가는 「어둔 세월의 저편」을 집필하면서 트라우마(Trauma)라는 용어의 어원은 그리스어의 '상처'라는 말에서 유래되었다면서 사람이 어떤 일을 당하며, 받은 충격은 마음 깊이 상처로 남기 마련이며, 이것이 문학에서는 한으로 정의되는데 이 '한'을 이번 작품에 녹여냈다고 밝혔다. 역사는 고통을 낳는다는 말이 있듯이 시간적이고 공간적인 역사의 마당에 거주하는 사람들 간에는 가해자와 피해자가 있기 마련이며, 그에 따른 상처를 극복하려면 각자의 자아가 겸손해져야 하며, 상처받은 타인을 깊이 이해할 필요를 절감한 것이 집필과정을 통해 작가가 깨달은 바라고 한다. 이 작품에 제시되 소품들은 우리 시대의 트라우마를 직면하고, 작품으로 투시 및 반추함으로서 해당 시대의 고통과 아픔을 현재까지 환각적으로 지녀왔던 것을 털어버리고, 과거를 벗어나 상처가 치유됨으로서 미래의 행복을 담보하기 위해 팩트와 역사, 허구 등을 적절히 사용해 제시했다고 한다. 이민홍 작가는 「어둔 세월의 저편」에 단편소설 7작품을 동시에 수록했다. 어둔 세월의 저편, 임진강의 봄, 제주도 연정Ⅱ, 5.18 나그네, 고향의 서정, 촛불 광장, 구도자 등의 주제를 담았다. 작품의 대부분은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서 이야기를 서술했으며, 1인칭 답게 화자가 작품 내에서 당하는 수많은 사건들을 실제 경험한 사람인 것처럼 유려한 문체로 자세히 묘사했다. 각 작품들은 작게는 해당 사건들을 자세히 묘사했지반 파도의 높낮이처럼 평온함과 긴장함을 지속적으로 서술했으며, 그 반복되는 긴장과 완화됨 속에서 해당 시대마다 거대한 톱니바퀴처럼 진행되는 역사 속에서 가해자나 피해자 모두가 살기 위해 고군붙투하고 있었던 인생사로 표현함으로서 현재에 와서 피아를 나눔보다는 용서와 화해가 있어야 함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 문화
    • 문학
    2025-06-24
  • 천선란 소설 '천 개의 파랑' 할리우드서 영화화…워너 브라더스와 계약
    천선란 소설 '천 개의 파랑' 할리우드서 영화화…워너 브라더스와 계약 천선란 작가의 SF 장편소설 ‘천 개의 파랑’이 할리우드에서 영화로 만들어진다. 동아시아 출판사의 문학 브랜드 허블은 10일 “워너 브라더스 픽처스와 ‘천 개의 파랑’ 영화화 계약을 체결했다”며 “국내 연극과 뮤지컬 무대에 이어 글로벌 스크린에서도 관객과 만날 예정”이라고 밝혔다. 워너 브라더스 픽처스는 ‘해리 포터’ 시리즈와 ‘듄’ 시리즈 등을 제작해온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스튜디오다. 워너 브라더스 측은 ‘천 개의 파랑’을 “독창적이고 매력적인 작품으로 영상화 제작에 큰 기대를 갖고 있다”고 평하며, 셀린 송, 그레타 거윅, 알폰소 쿠아론 등 감독과 각본 개발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판권 계약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총 6억∼7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2020년 출간된 ‘천 개의 파랑’은 제4회 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대상을 받은 작품으로, 국내에서만 20만 부가 판매됐다. 로봇이 인간을 대체하기 시작한 2035년이 배경으로, 경주용으로 만들어진 휴머노이드 기수 ‘콜리’와 그의 경주마 ‘투데이’의 우정과 연대를 그렸다. 지난해 국립극단과 서울예술단을 통해 각각 연극과 창작 가무극으로 제작돼 무대에 올랐다. 미국 펭귄 랜덤하우스를 포함한 10여 국에 판권이 수출되어 일본·독일·대만·중국·영국 등 해외 독자들에게도 호평을 받고 있다.
    • 문화
    • 문학
    2025-05-11
  • [단독] 윤동주 떠난 지 80년… 명예박사 학위 수여로 애도하는 日교토 모교
    [단독] 윤동주 떠난 지 80년… 명예박사 학위 수여로 애도하는 日교토 모교 내년 2월 16일 사망 80주기에 학위 시인이자 독립운동가인 윤동주(1917~1945)가 순국 80주기인 내년 2월 16일, 재학한 일본 교토의 도시샤(同志社)대학에서 명예 박사 학위를 받는다. 1875년 설립된 이 대학에서 사후 박사 학위를 받기는 처음으로, 윤동주의 조카인 윤인석 성균관대 건축학과 명예교수가 대신 받을 예정이다. 도시샤대는 지난 12일 고하라 가쓰히로 총장이 주재하는 학장단 회의를 열고 ‘시인 윤동주에 대한 명예 문화 박사 학위 증정에 관한 건’을 의결했다. 도시샤대에서 공부한 윤동주 시인을 기리며 박사 학위를 수여한다는 내용이다. 당초 도시샤대의 실무진 검토 과정에서는 ‘사자(死者)에 대한 명예 학위 증정’이란 예외를 인정하는 데 대한 우려 목소리도 없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최종 결정 기구인 학장단 회의에선 단과대 학장과 대학원 원장 열여섯 명 모두가 찬성했다. 최용훈 도시샤대 상대 학장은 “도시샤대는 자유로운 학풍의 150년 역사를 가진 대학”이라며 “당시 재학한 윤동주 시인이 후쿠오카형무소로 끌려가서 옥사했는데, 아무것도 못 하고 지켜주지 못한 미안함을 학내 구성원들이 여전히 짐으로 떠안고 있다”고 했다. 학교 측은 윤동주 80주기 기념행사도 대대적으로 치를 예정이다. 윤동주는 스물다섯 살이던 1942년 10월 도시샤대 영문과에 편입했다. 연희전문학교(연세대의 전신)를 졸업한 뒤 그해 4월 도쿄에 있는 릿쿄대 영문과에 진학했다가 6개월 만에 학교를 옮겼다. 당시 교토제국대학 문학부에 다니던 단짝 송몽규를 따라 교토에 간 것으로 보인다. 윤동주와 송몽규는 고종사촌 간으로 북간도의 민족 학교인 명동학교에서 연희전문학교까지 함께한 사이다. 일본 유학도 둘이서 같이 결심했다. 송몽규는 열아홉 살에 신춘문예에 당선한 문학도였고, 10대 때 독립운동 단체에 가입한 독립운동가이기도 했다. 도시샤대는 윤동주가 흠모한 정지용 시인의 모교이기도 하다. 일본 유학은 윤동주에게 자괴감을 안겨 주기도 했다. 유학용 졸업 증명서를 받으려면 일본식 이름(히라누마 도주)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는 일본 유학을 앞두고 쓴 시 ‘참회록’에서 ‘파란 녹이 낀 구리 거울 속에/ 내 얼굴이 남아있는 것은/ 어느 왕조의 유물이기에/ 이다지도 욕될까/나는 나의 참회의 글을 한 줄에 줄이자’라는 글로 그런 감정을 드러냈다. 1943년 7월 윤동주는 송몽규 등과 함께 조선 독립과 민족 문화 수호를 선동했다는 혐의로 일본 경찰에 체포됐다. 실제로 윤동주와 송몽규는 만날 때마다 문학과 조국의 독립을 이야기했다. 일본 경찰은 이들의 활동을 ‘재(在)교토 조선인 학생 민족주의 그룹 사건’이라고 이름 붙였다. 1944년 3월 교토지방재판소는 윤동주에게 치안유지법 위반으로 징역 2년형을 선고했다. 치안유지법은 일제가 사회주의 운동 확산을 막으려고 제정한 법이다. 후일 공개된 재판 기록에 따르면 재판정에서 윤동주가 “조선 민족의 실력과 민족성을 향상해 독립이 가능하게 하려 한다”고 발언한 기록이 나왔다. 후쿠오카 형무소에 수감돼 있던 윤동주는 광복을 6개월 앞둔 1945년 2월 16일 28세로 순국(殉國)했다. 역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같은 형무소에 갇혔던 송몽규도 한 달 뒤 옥사했다. 송몽규의 증언 등을 통해 두 사람이 형무소에서 정체불명 주사를 맞았다고 알려졌고, 이 때문에 생체 실험 때문에 희생됐을 수 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윤동주는 1990년 대한민국 건국훈장 독립장을 받았다. 가족이 수습한 윤동주의 유해는 1945년 3월 북간도 용정에 안장됐다. 광복 3년 뒤인 1948년에는 일제강점기 출간하지 않았던 유작 등을 모은 유고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가 나왔다. 시집 서문(序文) 대신에 쓴 것이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로 시작하는 ‘서시(序詩)’다. 1968년 11월에는 모교 연세대 교정에 ‘서시’를 새긴 윤동주 시비(詩碑)가 건립됐다. 그때부터 27년이 지난 1995년엔 윤동주의 또 다른 모교 도시샤대에도 서시 시비가 만들어졌다. 교문에서 50m쯤 걸어 들어가 예배당 건물을 끼고 왼쪽으로 돌면 자필 원고 필체로 한국에서 가져온 돌에 새긴 시비를 볼 수 있다. 도시샤대는 매년 시비 앞에서 헌화식을 연다. 시비는 한국이 있는 서쪽을 바라보고 있고, 주변에는 진달래와 무궁화가 심겼다. ☞교토 도시샤 대학 일본 교토시에 있는 대학으로 학생 수는 약 3만명이다. 1875년 설립된 ‘도시샤 영어학교’가 전신이다. 미국 애머스트대를 졸업한 니지마 조가 민간의 기부와 후원으로 설립했다.
    • 문화
    • 문학
    2024-12-14
  • "한강의 글은 하양과 빨강, 두 색의 만남"…노벨상 시상식 스웨덴서 열려
    "한강의 글은 하양과 빨강, 두 색의 만남"…노벨상 시상식 스웨덴서 열려 한림원 위원이 직접 한강 소개…"하양은 죽음과 슬픔의 상징 빨강은 삶이자 깊게 베인 상처" 소설가 한강(54)이 인류를 위해 공헌한 이에게 주는 가장 영예로운 문학상인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한국인 최초, 아시아 여성 최초다. 10일 오후 4시(현지 시각) 스웨덴 스톡홀름의 명소 콘서트홀(Konserthuset)에서 열린 노벨상 시상식. 파란 카펫이 깔린 무대에 반원 모양으로 의자 95개가 놓였다. 객석을 기준으로 오른쪽 맨 앞에 스웨덴 왕족이 앉았다. 왼쪽 앞줄 빨간 의자에는 노벨상 수상자 11명이 일렬로 앉았다. 이 빨간 의자는 평소 스웨덴 왕족들이 콘서트홀을 찾으면 사용하는 ‘왕족용 발코니석 의자’다. 노벨상 수상자들을 위한 스웨덴 왕가의 특별 대우다. 한강은 왼쪽에서부터 여덟째 자리에 앉았다. 왼쪽부터 물리학·화학·생리학·문학·경제학상 수상자 순으로 앉았다. 뒤로는 스웨덴 왕립과학원·카롤린스카 연구소·스웨덴 한림원 등 노벨상 수여 기관 관계자들이 배석했다. 이날 시상식에는 총 1560명이 참석했다. 무대 한가운데는 알프레드 노벨의 동상이 자리했다. 노벨상은 스웨덴 과학자이자 발명가인 알프레드 노벨(1833~1896)의 유언에 따라 “지난해 인류를 위해 가장 큰 공헌을 한 사람”에게 주는 상이다. 1901년부터 시상을 시작했다. 노벨은 유언에 ‘물리학·화학·생리학·문학’ 순서로 수상 분야를 명시했다. 이에 따라 시상도 ‘노벨 순서’를 따르는 게 관례다. 노벨의 유언에 없었던 노벨경제학상은 1969년 뒤늦게 제정돼 맨 마지막 순서로 시상한다. 스웨덴 국왕이 한강에게 ‘노벨 메달’과 증서(diploma)를 수여하기에 앞서, 스웨덴 작가이자 한림원 위원인 엘렌 맛손이 스웨덴어로 한강을 소개했다. 6~7분가량 이어진 이 소개 연설에서 맛손은 한강의 작품 세계를 흰색과 빨강, 두 색(色)에 비유했다. “한강의 글에서는 하양과 빨강, 두 색이 만난다.” 스웨덴 작가이자 한림원 위원인 엘렌 맛손이 10일 오후 4시 40분쯤(현지 시각) 노벨상 시상식에서 한강을 소개했다. 시상식에서는 각 분야 노벨상 수여 기관 관계자가 수상자를 소개하는 연설을 한다. 시상식 이후 스톡홀름 시청사(Stadhus)로 옮겨가 연회를 하면서 각 분야 수상자의 ‘특별 감사 연설’이 이어진다. 약 1300명이 자리한 가운데 네 시간 동안 만찬과 함께 이어지는 연회에서 중간중간 오늘의 주인공들이 한마디씩 하는 것이다. 한림원 위원 엘렌 맛손의 한강 소개 전문 한강의 글에서는 하양과 빨강, 두 색이 만납니다. 흰색은 그녀의 많은 작품에 내리는 눈이자, 서술자와 세계를 구분 짓는 방어막 같은 커튼입니다. 동시에 슬픔, 그리고 죽음입니다. 빨강은 삶을 대변합니다. 그러나 고통, 피, 칼로 깊게 베인 상처이기도 합니다. 그녀의 목소리는 매혹적으로 부드럽지만, 형언할 수 없는 잔혹함, 돌이킬 수 없는 상실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학살이 끝나고 켜켜이 쌓인 시체에서는 피가 흘러나오고, 짙어지며, 호소하고, 질문합니다. 글이 답을 하지도, 무시할 수도 없는 것을요. ‘우리는 죽은 자, 강탈된 자, 사라진 자들과 어떻게 관계해야 하는가? 우리는 그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우리는 그들에게 무엇을 빚지는가?’ 흰과 빨강은 한강이 그녀의 소설을 통해 되짚는 역사적 경험을 상징합니다. 2021년 작 ‘작별하지 않는다’에서 눈[雪]은 산 자와 죽은 자, 그리고 그 사이 아직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는 떠다니는 것들이 만나는 장소를 만듭니다. 소설은 눈보라 속에서 전개되며, 기억을 조합하는 과정에서 서술적 자아는 시간의 층을 미끄러지듯이 지나갑니다. 죽은 자들의 그림자와 상호작용하며, 그들의 지식을 배우면서요. 왜냐하면 기억한다는 것은, 감당하기 어려울지라도, 결국 지식과 진실을 추구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어느 한 강렬한 기억에서, 한 친구는 물리적인 몸이 머나먼 곳의 병실에 묶여 있음에도, 서가에서 자료 담긴 상자를 꺼내 한 문서를 찾아내고, 역사의 모자이크에 조각을 더합니다. 꿈은 현실로 넘쳐흐르고, 과거는 현재가 됩니다. 경계가 허물어지는 이러한 전환은 한강의 소설에서 반복됩니다. 인물들은 방해받지 않고 돌아다니고, 그들의 더듬이는 신호를 포착하고 해석하기 위해 양방향을 향합니다. 그들이 목격하는 것으로 인해 무너지더라도요. 마음의 평화를 대가로 치르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그들은 필요한 힘을 붙잡고 앞으로 나아갑니다. 망각은 절대 목표일 수 없습니다. ‘누가 나를 죽였을까?’ 살해당한 남자아이의 영혼이 묻습니다. 그를 삶에 묶어두었던 얼굴의 특징들이 흐려지고 사라질 때예요. 생존자의 질문은 다릅니다. ‘나를 고통으로만 이끄는 이 몸과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고문으로 인해 단지 피 흘리는 물건이 돼버린 이 몸을 어떻게 되찾을 수 있을까?’ 그러나 몸이 포기한다 할지라도, 영혼은 끊임없이 말합니다. 영혼이 지칠 때, 몸은 계속해서 걷습니다. 우리 내면 깊은 곳에는 완고한 저항이 자리하고, 말보다 강한 고집이, 기억해야 한다는 필요가 있습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망각은 목표가 아니고, 그것은 가능하지도 않습니다. 한강의 세계에서 인물들은 상처 입고, 부서질 듯하고, 어떤 면에서는 연약합니다. 그러나 다시 한 발 내딛거나, 또 다른 질문을 던지거나, 또 다른 기록을 요구하거나, 혹은 또 다른 생존자를 인터뷰하기 위해 딱 필요한 만큼의 올바른 힘을 갖고 있습니다. 빛이 희미해지고, 죽은 자의 그림자가 벽에 계속 어른거립니다. 아무것도 그냥 지나가지 않습니다. 아무것도 그냥 끝나지 않습니다. 친애하는 한강에게, 스웨덴 한림원을 대표해서 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이제 앞으로 나오셔서 국왕에게 상을 받아주시길 부탁드립니다. 한국 기자들과의 회견도 예정 10일 시상식에 참석하기에 앞서 한강은 바쁜 일정을 소화했다. 6일 세계 각국 언론을 대상으로 한 기자회견, 7일 노벨문학상 수상자 강연, 8일 노벨 콘서트 등 노벨위원회가 주최하는 행사만으로도 일정이 빼곡하다. 지난 8일에는 스웨덴은 물론 노르웨이, 브라질, 영국, 이탈리아 등 각국에서 온 편집자 10여 명과 점심 자리를 가졌다. 같은 날 ‘말괄량이 삐삐’ 시리즈로 잘 알려진 스웨덴 동화 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1907~2002)이 생전에 살았던 아파트를 찾았다. 한강은 가이드를 받아 아파트를 둘러봤고, 린드그렌의 증손자인 요한 팔름베리를 만났다. 스톡홀름에 있는 린드그렌의 아파트는 그가 1941년부터 2002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거주하며 ‘삐삐’ 시리즈를 비롯해 수많은 대표작을 썼던 곳이다. 2015년부터 관람객들에게 공개됐으며, 린드그렌이 살았을 때 모습에서 거의 변하지 않은 상태로 보존돼 있다. 한강은 지난 10월 노벨문학상 수상자 선정 직후 스웨덴 한림원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어렸을 때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책 ‘사자왕 형제의 모험’(1973)을 무척 좋아했다. 그가 내 어린 시절에 영감을 준 유일한 작가라고는 말할 수 없지만, 나는 그 책을 인간이나 삶, 죽음에 관한 나의 질문들과 결부지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시상식 이후 11일에는 한강의 작품을 출판한 스웨덴 출판사 ‘나투르 오크 쿨투르’ 건물에서 한국 기자단과 기자회견도 예정돼 있다. 12일에는 왕립 극장에서 진행하는 대담 및 낭독 행사에도 참석한다.
    • 문화
    • 문학
    2024-12-11
  • 한강, 한국인 첫 '블루카펫' 밟았다...스웨덴 국왕도 일어나 경의
    한강, 한국인 첫 '블루카펫' 밟았다...스웨덴 국왕도 일어나 경의 한국 소설가 한강(54)이 10일(현지 시각) 스웨덴 스톡홀름의 명소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노벨상 시상식에서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한국인 최초, 아시아 여성 최초다. 현지 시각 오후 4시부터 노벨상 시상식이 시작됐다. 칼 16세 구스타프 스웨덴 국왕이 입장하자 오케스트라 연주로 모차르트의 행진곡이 울려 퍼지며 검정색 이브닝 드레스를 입은 한강이 다른 수상자들과 함께 입장해 시상식장 무대 중앙 왼편에 마련된 자리에 앉았다. 한강을 비롯한 노벨상 수상자들이 입장하자 스웨덴 국왕과 실비아 왕비 등 참석자들이 일제히 일어났다. 수상자에게 최고의 경의를 표시한다는 의미다. 한강은 부문별 시상 순서에 따라 네 번째로 국왕에게 노벨상 메달과 증서를 받았다. 노벨상은 스웨덴 과학자이자 발명가인 알프레드 노벨(1833~1896)의 유언에 따라 “지난해 인류를 위해 가장 큰 공헌을 한 사람”에게 주는 상이다. 1901년부터 시상을 시작했다. 노벨은 유언에 ‘물리학·화학·생리학·문학’ 순서로 수상 분야를 명시했다. 이에 따라 시상도 ‘노벨 순서’를 따르는 게 관례다. 노벨의 유언에 없었던 노벨경제학상은 1969년 뒤늦게 제정돼 맨 마지막 순서로 시상한다. 노벨상 시상식이 콘서트홀에서 열리기 시작한 1926년 이래 한국인이 이곳에 깔린 ‘블루카펫’을 밟은 것은 처음이다. 노벨평화상 시상식은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리고 있어 2000년 수상자인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은 오슬로 시상식에 참석했다. 스웨덴 작가이자 한림원 위원인 엘렌 맛손은 이날 ‘2024 노벨상 시상식’ 문학 부문 시상 연설에서 한강의 작품 세계를 흰색과 빨강, 두 색(色)에 비유했다. 맛손은 “흰색은 그녀의 많은 작품 속에 등장하는 눈(雪)으로 화자와 세상 사이 보호막을 긋는 역할을 하지만, 슬픔과 죽음의 색이기도 하다”면서 “빨간색은 삶, 그리고 한편으로는 고통과 피를 의미한다”고 짚었다. 노벨상 시상식은 관례에 따라 각 분야 선정기관 대표가 공식 시상 연설을 통해 그해 수상자를 무대 위로 호명한다. 한강은 맛손의 호명에 따라 무대 위로 올라가 스웨덴 국왕에게 노벨상 메달과 증서를 받았다. 한강이 국왕으로부터 메달과 증서를 받는 순간 객석에 있는 모든 사람은 일어나 손뼉을 치며 축하와 경의를 표했다. 한강은 시상식에서는 소감을 밝히지 않았다. 앞서 수상자 강연이 있었고, 시상식 직후 오후 7시(한국시각 11일 오전 3시)부터 스톡홀름 시청사에서 진행되는 만찬에서 3분 내외의 소감을 밝히는 시간을 갖기 때문이다. 스웨덴 한림원은 지난 10월 한강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하면서 선정 이유로 “역사의 트라우마에 맞서는 동시에 인간 생의 연약함을 드러내는 시적인 산문”을 꼽았다. 한편 한강은 지난 2016년 한국인 최초로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인 ‘맨부커상’도 수상한 바 있다. 당시 수상작인 ‘채식주의자’는 트라우마(강한 충격을 겪은 뒤 나타나는 정신적인 질병)를 지닌 한 여자가 폭력을 거부하기 위해 극단적인 채식을 하는 이야기다. 심사위원장을 맡은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 문학 선임기자 보이드 턴킨은 “잊히지 않는 강력하고 근원적인 소설”이라며 “아름다움과 공포가 기묘한 조화를 이룬다”고 말했다. 이어 “서정적이면서도 통렬한 작품”이란 찬사를 보냈다.
    • 문화
    • 문학
    2024-12-11
  • 한강 "하루 2시간 꼭 한다"…역마살 그녀의 30년 루틴
    한강 "하루 2시간 꼭 한다"…역마살 그녀의 30년 루틴 “글 쓰는 사람 이미지로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것은 고요히 책상 앞에 앉은 모습이지만 사실 저는 걸어가고 있습니다. ”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한강은 지난 5월 삼성호암상 시상식에서 수상 소감을 이렇게 시작했습니다. 여기서 ‘걸어가고 있다’는 건 비유적 표현이지만, 실제 걷기도 많이 한다고 합니다. “매일 시집과 소설을 한 권씩 읽는다. 문장들의 밀도로 다시 충전되려고. 스트레칭과 근력 운동과 걷기를 하루에 두 시간씩 한다. 다시 책상 앞에 오래 앉아 있을 수 있게.” - 한강, 『디 에센셜: 한강』, p.346 소설 쓸 때 ‘읽기’와 ‘걷기’를 반복하는 게 그의 루틴이랍니다. 작품을 출간하고 나면 “소설을 쓰던 때보다 오히려 책을 덜 읽는다. 걷기도, 스트레칭도, 근력 운동도 덜 한다”고 합니다. 왜 ‘걷기’와 ‘읽기’일까요? 걷기는 ‘세상의 길’을 따라가는 여행이고, 읽기는 ‘인생의 길’을 찾아가는 여행입니다. 읽는 책이 ‘작은 텍스트’라면, 걷는 세상은 ‘큰 텍스트’입니다. 걷기도, 읽기도 할 땐 힘들지만 하고 나면 ‘충전’이 됩니다. 걷기는 다리와 가슴을 튼튼히 해주고, 읽기는 머리와 마음을 채워 주죠. 한강 작가처럼 규칙적으로 한다면, 우리네 고단한 일상을 버틸 수 있는 힘이 돼줍니다. 그는 ‘쓰기’만이 자신의 “유일한 집”이라고 말합니다. “사주에 역마가 들어서인지 무던히도 여러 곳을 옮겨다니며 살아왔는데, 오직 쓰기만을 떠나지 않고 어쩌면 그게 내 유일한 집이었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 한강, 앞의 책, p.359 실제로 작가는 광주광역시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자랐습니다. 작가가 된 뒤에도 여러 나라를 옮겨다녔습니다. 첫 산문집 『사랑과 사랑을 둘러싼 것들』(2009)은 국제창작 프로그램 참가차 미국에서 살았던 경험을 바탕으로 썼습니다. 폴란드 바르샤바 얘기가 나오는 소설 『흰』(2018)은 실제 바르샤바에서 머물며 집필했습니다. 글 머리에 언급했던 ‘2024 삼성호암상 시상식’ 수상 소감으로 다시 돌아가 보죠. 그는 자신은 ‘걷는 중’이고 ‘계속 걸어가겠다’고 강조합니다. “글 쓰는 사람 이미지로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것은 고요히 책상 앞에 앉은 모습이지만 사실 저는 걸어가고 있습니다. 먼 길을 우회하고 때론 길을 잃고 시작점으로 돌아오고 다시 걸어 나아갑니다. 혼자서 걸어가는 그 과정이 고립된 것 같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어쨌든 저는 언어로 작업하는 사람이고 언어는 결국 우리를 연결해 주는 실이니까요. 아무리 내면적인 글을 쓰는 사람이라고 해도 언어를 사용하고 있는 한 그 사람은 세계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올해는 제가 첫 소설을 발표한 지 꼭 30년이 되는 해입니다. 30년 동안 제가 글쓰기를 통해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었다는 것이 때론 신비하게 느껴집니다. 천천히 서두르지 않고 더 먼 길을 우회해 계속 걸어가 보려고 합니다.” 멈추지 않고 계속 걷고 읽는 사람들, 책은 그렇다고 치고 걸으면 뭐가 좋을까요. 걷기는 다리와 심장을 튼튼하게 해줍니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닙니다. 사실 운동 효과만 놓고 보면 걷기보다 더 좋은 운동도 많습니다. 특히 다이어트가 목적이라면 걷기는 좋은 선택이 아닙니다. 그럼 왜 걸을까요? 매주 수요일 '더중앙플러스'에서 독자 여러분과 '걷기'와 '읽기' 얘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저와 함께 걷고, 읽어 보시면 어떨까요?
    • 문화
    • 문학
    2024-11-30
  • 한강 작품 영문 번역한 英스미스씨…“광주와 가자의 아픔 연결한 한강 독자들에 감명”
    한강 작품 영문 번역한 英스미스씨…“광주와 가자의 아픔 연결한 한강 독자들에 감명” “부커상 수상후 오역 논란-찬사 갈려 그런 과정서 번역가 된 이유 알게 돼 ‘소년이…’ 번역 인세 가자지구 기부” “전 세계 수많은 독자 중 한 사람으로서 한강 작가의 놀라운 작품이 더 많은 인정을 받는 모습을 지켜보며 큰 기쁨을 느꼈습니다.” 소설가 한강의 작품을 영미권에 소개해 부커상 수상 등을 이끌어 낸 영국인 번역가 데버러 스미스(37·사진)는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에 대해 이렇게 소회를 밝혔다. 18일 한국문학번역원(번역원)은 영문 계간지 ‘KLN(Korean Literature Now)’에 쓴 스미스의 기고문을 공개했다. 스미스는 2016년 영국 맨부커 인터내셔널 부문을 수상한 ‘채식주의자’를 비롯해 ‘소년이 온다’, ‘흰’ 등을 영어로 번역해 한강 문학이 세계적 주목을 받게 되는 데 공헌한 번역가로 평가받는다. 기고문에서 그는 부커상 수상 이후의 오역 논란과 과한 찬사 등 상반된 반응이 쏟아진 데 대한 심경부터 솔직히 털어놨다. 그는 “비판은 가혹했고 개인적 공격으로 이어졌다. 반대로 인종 불평등이 심한 문학계에서 백인 번역가란 점이 원작의 문학성을 깎아내리는 정도의 과대평가로 이어지기도 했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그는 “그런 과정을 통해 내가 왜 번역가가 됐는지 더 깊이 이해하게 됐다”며 “한강 작품의 번역은 텍스트에 날카롭게 떠오는 이미지에 사로잡히는 과정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기고문에서 ‘채식주의자’와 ‘소년이 온다’의 문학적 의미에 집중했다. 스미스는 “‘채식주의자’ 주인공 영혜의 이야기가 ‘극단적이고 기괴하다’는 평가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인물의 강한 주체성에 공감했다고 말했다. 또한 “‘구식 남성들’은 못마땅해할 방식으로 독자들을 개인적 독서로 초대하는 책”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소년이 온다’에 대해서는 “(한강) 작가의 더 발전된 필력을 보여주는 작품임에도 ‘채식주의자’에 가려진 것 같아 아쉬웠다”며 “(하지만) 이 작품은 묻히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책에서 광주는 ‘고립된 것, 힘으로 짓밟힌 것, 훼손된 것, 훼손되지 말았어야 했던 것의 다른 이름’으로 표현된다”며 “광주와 가자를 연결한 수많은 독자에게 깊이 감동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소년이 온다’의 번역 인세를 가자지구에 기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 문화
    • 문학
    2024-11-21
  • 한승원 축사 싣고 인쇄도 했는데… '문학사상' 복간 무기한 연기
    한승원 축사 싣고 인쇄도 했는데… '문학사상' 복간 무기한 연기 부영이 인수한 '52년 전통 문예지'…소량 찍어 도서번호 받았지만 보류 반세기 넘게 한국 문학을 지탱해 온 전통이 힘을 잃고 휘청거리고 있다. 폐간 기로에 놓였던 52년 전통의 월간 문예지 ‘문학사상’이 지난 7월 부영그룹 인수로 ‘심폐 소생’을 기대했지만, 복간이 다시 무기한 연기된 것으로 확인됐다. 본지 취재 결과, 고승철 문학사상 사장과 편집부는 지난달 모두 사임했고 현재 복간 여부는 불투명해졌다. 부영 측은 “여러 가지 사정으로 검토 단계”라고 했다. ‘문학사상’은 지난달 1일 재창간호(619호)를 소량(20부) 찍어 ISBN(국제표준도서번호)까지 발급받았다. 본지가 입수한 재창간호를 보면 황주리 화백이 표지화를 그렸고 ‘영원한 청년 작가’라는 제목으로 소설가 황석영 인터뷰를 실었다. 소설가 한승원의 축사를 비롯해 권지예·김별아·김숨·이경란의 단편소설, 복거일의 장편소설, 시인 강신애·강은교의 신작 시도 담았다. 본문만 472쪽에 달한다. 이에 대해 부영 관계자는 “시안 중 하나일 뿐”이라고 했다. ‘문학사상’은 1972년 창간 이래 올해 4월호까지 통권 618호를 발행했다. 경영난으로 지난 5월부터 무기한 휴간 상황에 처했다. 이런 가운데 이중근 부영 회장이 기업의 메세나 활동(문화 예술 지원) 차원에서 인수 계획을 밝혔다. 이 회장이 사비를 들여 설립한 우정문고가 잡지를 출간하기로 하고 직접 발행인을 맡았다. 이후 10월 재창간을 목표로 했지만 결국 발간이 무기한 연기된 것이다. 시안이라고 했지만 인쇄까지 마친 책이 배포되지 않은 배경을 두고 “인터뷰가 실린 황석영의 정치적 성향을 이 회장이 부담스러워했다”는 말도 나왔다. 한 문단 관계자는 “부영 측이 정치적인 논란을 우려한 것 같다”고 했다. 출간에 참여한 한 관계자는 “이 회장과 편집부의 견해 차이가 컸던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했다. 한강의 노벨 문학상 수상이 잡지 발간 무기한 연기의 계기가 됐다는 시각도 있다.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이 회장은 한국의 노벨 문학상 작가를 배출하겠다는 큰 뜻을 갖고 인수했는데, 한강 작가의 수상으로 김이 샌 것”이라고 했다. 이 회장은 재창간사에서 “’문학사상’은 필자에게 최고의 원고료를 지급하고, 우정문학상을 제정해 최고의 상금을 준비하도록 하겠다. ‘문학사상’에 실리는 작품들이 문학사에 길이 남고 우정문학상을 받은 작품이 노벨 문학상을 받는 날을 고대한다”고 썼다. 이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서는 목표가 사라지고 나니 적자가 나는 문예지를 운영할 필요가 있는지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중인 것 같다”고 전했다. 원고를 보낸 문인들은 허탈해하고 있다. 재창간호에 기고한 한 작가는 “주문이 들어와서 요리했더니 필요가 없다고 하더라. 문학판 ‘노쇼(no-show)’”라고 지적했다. 문인들이 애꿎은 피해자가 되는 일은 또 있다. 지난해 제26회 동리·목월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소설가 윤순례와 시인 조창환은 상금(각 6000만원)을 받지 못했다. 이 문학상은 경상북도, 경주시, 한국수력원자력(상금 협찬)이 주최하고 동리·목월기념사업회가 주관한다. 윤 소설가는 동리·목월기념사업회에 상금 지급 청구 소송을 걸어 지난 9월 승소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수상 통보 전화를 받았는데, 나흘 앞두고 시상식이 연기됐다는 얘길 들었다”며 “이후 시상식은 치러지지 않았고 결국 상금을 못 받았다”고 소송을 진행한 이유를 밝혔다. 서울서부지법은 “사업회가 소설가에게 상금 600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약정에 따라 한국수력원자력이 상금을 협찬한다는 점도 판결문에 명시됐다. 경주시 관계자는 “수상자 선정 과정에서 운영상의 문제가 있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강의 노벨 문학상 수상 전후로 ‘K문학’이 세계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지만, 국내 문단 속사정은 겉보기만큼 화려하지 않은 실정이다.
    • 문화
    • 문학
    2024-11-15
비밀번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