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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전 국민 25만원 중단'도 유턴, 이 대표는 어떤 사람인가
    [사설] '전 국민 25만원 중단'도 유턴, 이 대표는 어떤 사람인가 조선일보 입력 2025.02.14. 00:25 업데이트 2025.02.14. 07:39 더불어민주당은 13일 35조원 규모의 자체 추경 예산안을 제안했다. 이 중 13조원이 ‘민생회복 소비 쿠폰’인데 전 국민에게 1인당 25만원을 지역 화폐로 나눠주는 것이다. 이재명 대표는 지난달 31일 “전 국민 25만원 때문에 추경 편성을 못 하겠다고 하면 이를 포기하겠다”고 말했다. 대선용 포퓰리즘으로 비판받았던 민생지원금을 포기하겠다는 공언이었다. 이를 두고 이 대표가 분배에서 성장, 이념보다 실용으로 전환하는 신호탄이라는 말도 나왔다. 그러나 이 대표의 이런 입장 변화는 불과 보름도 못 가고 유턴했다. 이 대표는 신년 회견에서는 자신의 기본사회 공약에 대해 “나누는 문제보다 만들어가는 게 중요하다”며 ‘기본소득’ 정책 재검토를 언급했고, 반도체특별법의 쟁점이던 ‘주 52시간 예외 허용’에 대해서도 “전향적으로 판단하겠다”고 했다. “몰아서 일하게 해주자는데 왜 안 되냐고 하니 할 말이 없더라”며 쐐기를 박는 듯한 발언도 했다. 비상계엄과 탄핵 이후 민주당이 점령군 행세를 하는 것에 대한 반발로 중도층을 중심으로 지지율이 하락하자 이 같은 성장과 실용 노선을 앞세워 지지 기반 확장을 꾀한 것이다. 그러나 이 대표의 이런 실용주의 노선은 의도한 지지율 상승 효과가 나타나지 않자 금세 원점으로 돌아왔다. 자신에게 비판적인 중도층의 지지가 확장하지 않고 오히려 당내 강경파와 민노총 등 핵심 지지층의 반발을 사서 손해를 봤다는 것이다. 그러자 최근에는 ‘주 4일 근무제’ ‘기본 사회’를 다시 제안하거나, 반도체특별법에 각종 전제 조건을 다는 방식으로 모두 원위치하고 있다. 최근의 발언들이 생각의 변화나 발전이 아니라 정치적 위기를 극복해보려는 깜짝 이벤트였음을 고백한 셈이다. 정치인의 말은 상황에 따라 바뀔 수도 있지만, 이 대표의 경우는 변화의 폭이 너무 크고 빈도가 잦다. 애초 이 대표가 민생지원금 포기를 언급할 때 그 진정성을 의심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그들도 이렇게 금방 180도 바뀔지는 예상 못 했을 것이다. “내가 존경하는 박근혜라고 하니 진짜 존경하는 줄 알더라”는 이 대표 말은 그냥 나온 게 아니었다. 정말 이 대표는 어떤 사람인지 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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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02-14
  • 한민족은 빛의 민족이다-윤창열 대한사랑 이사장
    우리가 사는 한반도 땅은 지구에서 가장 동쪽에 위치하고 있다. 그래서 「신지비사」에서 “아침의 태양 빛을 가장 먼저 받는 땅(朝光先受地)”이라고 했다. 우리 민족이 빛의 민족이고 광명을 숭상하는 민족이라는 것은 역사와 인명·지명·풍속을 통해 보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배달국을 건국한 환웅천황께서 제세핵랑군 3천 명을 거느리고, 백두산 꼭대기에 내려와 신시개천(神市開天)을 하셨는데, 백두산의 꼭대기는 동해 바다에서 떠오르는 태양 빛이 가장 먼저 비추는 곳이기 때문이다. 우리 민족의 국통에 따른 국호는 9번 바뀌었는데, 모두 광명을 나타내고 있다. 최초의 나라 환국은 환한 광명의 나라라는 뜻이고, 배달국은 밝달국의 변음으로 하늘의 광명이 비추는 밝은 땅의 나라라는 뜻이다. 조선은 아침의 광명이 선명하게 빛나는 나라라는 뜻이고, 부여는 아침의 먼동이 뿌옇게 밝아온다는 의미이다. 고구려는 고대광려(高大光麗)의 뜻이니 높고 크고 빛난다는 뜻이고, 대진국의 진(震)은 ‘동방 진’자로 역시 태양이 떠오르는 곳이다. 고려는 고구려의 준말이고, 조선을 거쳐 지금 대한민국이란 국호를 쓰고 있는데, 한(韓)에는 30 여가지의 뜻이 있는데, 광명하다는 뜻도 가지고 있다. 환인·환웅의 환(桓)이 환하다는 광명의 뜻이고, 해모수의 해는 하늘에 떠 있는 태양을 가리킨다. 문명의 아버지이며 인문시조(人文始祖)로 받들어지는 배달국 5세 태우의 환웅의 12번째 아들 태호복희씨의 태호(太昊)는 아주 밝다는 뜻이고 복희는 밝은 해, 즉 밝은 태양이라는 뜻이다. 인명뿐만 아니라 지명에도 광명을 나타내는 명칭이 많은데, 태백산(백두산) 소백산의 백(白)이 밝다는 뜻이고 단군릉이 있는 북한 강동군의 산 이름이 대박산(大朴山)으로 크게 밝은 산이란 뜻이며 동이족이 세운 나라로 알려진 은나라 서울 박(亳)도 밝다는 뜻이다. 우리 민족은 새해 첫날 해맞이를 하고, 정월대보름 추석날 달맞이를 하였으며 작은 설이라고 하는 동짓날 동지팥죽 속에 흰 새알심을 넣어서 먹고, 설날 떡국을 끊여 먹는데 새알심과 떡국의 동그란 떡도 태양을 상징한다. 우리 민족을 백의 민족이라고 하는데, 이는 흰 옷을 즐겨 입는데서 유래했지만, 빛의 3원색인 빨강·파랑·초록을 합하면 백색이 되는 것에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 새해를 맞이하여 해외에 계신 빛의 민족의 후손인 동포들의 신수가 훤(환)해지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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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02-12
  • [김대중 칼럼] 사법(司法)이 나라를 구해야
    [김대중 칼럼] 사법(司法)이 나라를 구해야 조선일보 입력 2025.02.11. 00:16 세계는 급속도로 변하고 있다…트럼프 관심은 한국이 아닌 북 김정은과 한반도 안정 대한민국 생존과 관련해선 윤석열, 이재명도 2차적 문제…지금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탄핵 터널 벗어난 정상 국가 그 단초가 사법에 달려 있다 헌법재판소 출신의 한 법조인은 최근 신문 칼럼에서 “헌재의 판결은 고도의 사법(司法) 정치”라고 했다. 이때 정치는 오늘날 정치권에서 횡행하는 술수 정치와는 다른, 정책적 결정으로서의 정치라고 했다. 어느 쪽이 옳고 그르냐는 사물적(事物的) 판단이 아니라, 어느 것이 나라를 올바르게 운용하는 데 준거가 될 것이냐 하는 판단이라는 뜻일 것이다. 이것은 헌재뿐 아니라 모든 사법 기능의 원칙이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현직 대통령의 탄핵을 다루고 있는 오늘의 헌재는 그런 사법적 정치와는 다른 모습으로 비치고 있다. 헌재의 구성 요소가 너무 정파적이고 너무 좌파적이라는 지적이다. 거리의 반탄 집회는 이미 헌재에 지고 있는 셈이다. 우리 앞에는 우리나라의 정치 진로를 가름할 재판이 두 건(件) 대기하고 있다. 하나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 여부에 관한 헌재의 판결이고, 다른 하나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대선 출마 여부를 좌우하는 선거법 위반 항소심 판결이다. 두 재판은 그 판결 시점의 선후(先後)와 판결 내용의 유무죄에 따라 여러 조합이 가능하다. 이 대표 항소심 판결이 먼저 나올 것인가, 윤 대통령 탄핵 여부가 먼저 판결될 것인가에 따라 정치 지형은 전면 달라진다. 또 그 내용에 따라서도 상황은 180도 달라질 수 있다. 이 대표는 유죄가 나면 정치권에서 아웃이다. 무죄가 나오면 그는 100% 대선에 출마한다. 그래서 그는 목숨 걸다시피 별 꼼수를 다 동원해서라도 (예를 들어 선거법 위헌 심사 신청 등) 무죄를 도모할 것이다. 다만 유죄가 예상되더라도 대선이 먼저 진행되면 선(先) 당선, 후(後) 면책 같은 트럼프식(式) 생존 방식을 쓸 수 있기 때문에 지금 이 대표로서는 자신의 유무죄보다는 윤 대통령의 선(先) 탄핵이 최선의 목표일 것이다. 윤 대통령의 옵션은 무엇인가?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인용되면 윤 대통령의 정치 생명은 그것으로 끝이다. 그가 기각 결정을 받는 경우 대통령직에 복귀할 것이다. 문제는 거기에 있다. 보수층은 윤 대통령 탄핵에는 반대하면서도 그가 복귀해 나라를 제대로 이끌어 갈 수 있을까에는 회의하고 있다. 모든 것이 12·3 비상계엄 이전으로 되돌아가기에는 지난 과정이 모두에게 너무 엄혹했다. 그리고 그 경우 앞으로 남은 대통령 임기 2년여도 험난한 여정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런 현실은 차기를 노리는 보수 주자들에게도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기에 윤 대통령의 정치적 효능성은 별개로 하고라도 정권 재창출은 더욱 어려워진다. 그래서 윤 대통령은 자신의 입지만 살리는 데 머물지 않고 보수를 뭉쳐서 정권 재창출에 투구하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 그가 ‘죽어서 사는 길’일 것이다. 그런 것이 공개적으로 천명돼 미래가 예측 가능해져야 한다. 그것은 헌재 결정에 압박 요인이 될 수도 있다. 그것은 그가 비상계엄이라는 극단적 해법에 의존하게 만든 야당의 독소 조항, 즉 야당의 입법 독재, 행정권 마비, 한국 정통성 훼손 등 독소적 요소를 차단하는 가장 현실적 방식이기도 하다. 윤 대통령은 자신을 지지하는 20~30세대를 고무적으로 거론하고 있다. 왜 그런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가. 그 세대의 본질이 친윤이라서가 아니라 신자유주의적이고, 얼치기 진보·좌파에 대한 반발, 남녀 격차 때문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지금 우리에게 시급하고 중요한 것은 빨리 이 탄핵 국면을 벗어나 정상적 국가 운용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세계는 빠른 속도로 변하고 또 전진하고 있다. 특히 우리에게 많은 영향을 미치는 미국의 정치적 변신은 미국뿐 아니라 세계를 더욱 자국(自國) 이기주의로 이끌고 있는데 우리는 언제까지 정치적 공백과 혼란 상태에서 허우적거릴 것인가. 지금 트럼프의 관심은 한국이 아니라 북한의 김정은이고, 한국의 안전과 안정이 아니라 한반도의 안정이다. 사실 윤석열이냐 이재명이냐 하는 문제는 대한민국 생존과 관련해서는 2차적이다. 이 터널을 빨리 그리고 발전적으로 해결할 단초가 사법의 손에 달렸다. 사법(司法)은 무엇이 나라를 위기에서 구할 것인가를 애국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사법이 정치를 교정하고 나라를 구하는 상황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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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02-11
  • [사설] 민주당 정략 탄핵들 전부 기각, 무고죄 처벌감이다
    [사설]민주당 정략 탄핵들 전부 기각, 무고죄 처벌감이다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한 국회 탄핵소추안이 기각됐지만, 탄핵소추한 더불어민주당은 도리어 이 위원장을 비난했다. 민주당은 재판관 4명이 자신들 손을 들어줬다는 점을 강조했다. 재판관 4명은 문재인 정부나 야당 추천 인사들이다. 민주당은 이 위원장 취임 전에는 연속 탄핵 발의로 위원장 2명을 자진 사퇴하게 만들었고, 방통위원장 직무대행까지 탄핵 협박으로 물러나게 했다. 그러더니 이 위원장까지 취임 이틀 만에 탄핵소추해 방통위 업무를 174일 동안 마비시켰다. 민주당도 취임 이틀 된 공직자의 탄핵이 인용될 것으로 생각하진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정략적 탄핵소추 남발로 정부 기능을 마비시킨 것에 대해 최소한의 사과를 해야 하지만 정반대 모습을 보이고 있다. 헌법은 공직자 탄핵 요건으로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때로 규정하고 있고, 헌법재판소 판례도 ‘중대한 위헌·위법행위’로 탄핵 요건을 엄격 제한하고 있다. 민주당 이전에도 국회 과반수 정당들이 있었지만 아무도 이런 정략 탄핵을 남발하지 않았다. 헌법·법률을 지키는 양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의 민주당엔 이런 양식을 기대할 수 없다. 연쇄탄핵범이라 불릴 정도로 위헌적 폭거를 자행하고 있다.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모두 29건의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 세계 기록일 것이다. 그 중 13건을 국회에서 처리했다. 이 가운데 헌재는 4건을 결정했는데 전부 기각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민주당 탄핵은 이재명 대표 방탄을 위한 정략이 대부분이었다. 탄핵소추를 남발하다 보니 개별 탄핵 사유가 뭔지 민주당 의원들조차 기억 못 할 정도다. 형법은 사실이 아닌 일을 거짓으로 꾸며 처벌이나 징계를 받게 할 목적으로 고소 및 고발하는 것을 무고죄로 규정해 처벌하고 있다. 국가의 사법 기능을 방해하고 개인에게 피해를 주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민주당의 정략적 탄핵 남발은 국회의원의 면책특권만 아니라면 무고죄가 될 수 있다는 법조계 견해도 있다. 이런데도 민주당은 한덕수 총리에 이어 다시 최상목 권한대행 탄핵 카드를 검토하고 있다. 헌재는 요건 미비의 탄핵소추를 기각하는 데 그칠 게 아니라 민주당의 반민주적 폭거에 대해 분명하게 경고해야 한다. 조선일보 입력 2025.01.25. 00:30 업데이트 2025.01.25.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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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01-26
  • [김창균 칼럼] 직무정지된 대통령 꼭 끌어내서 수사해야 하나
    [김창균 칼럼] 직무정지된 대통령 꼭 끌어내서 수사해야 하나 대통령 수사 받는 게 순리지만 수사권 및 영장 문제점도 사실 수사 거부는 혐의 인정하는 격… 시간 지나면 응할 수밖에 없어 국제사회는 이 사태 어떻게 볼지… 한숨 돌리며 기다릴 여유 없나 윤석열 대통령을 감쌀 생각은 깃털만큼도 없다. 해를 넘겨가며 이어지고 있는 국가적 혼란의 책임은 대통령에게 있다. 대통령 적극 지지층의 생각은 다를지 모르지만 군(軍)을 동원해 국정을 정상화하려 했다는 대통령의 발상은 기본적으로 시대착오였다. 이 시대 대한민국 국민들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조치였다. 또 헌법재판소와 사법부의 판단을 기다려 봐야 하겠지만 대통령의 계엄 선포는 우리 헌법 및 법률이 정해 놓은 원칙과 어긋났다고 보인다. 계엄에 가담했던 군 수뇌부들이 ‘셀프 구명’ 차원에서 쏟아내는 증언을 다 믿을 수는 없다. 하지만 대통령이 국회의 계엄 해제 표결을 막기 위해 내렸다는 명령들이 일정 부분 사실이라면 자칫 끔찍한 사태를 불러올 수도 있었을 것이다. 또 대통령이 “계엄을 몇 차례 더 할 수 있다”고 했다는 대목은 추가 사태에 대한 걱정을 낳게 했다. 그런 점에서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대통령의 직무를 조속히 중단시켜야 한다”는 야당과 한동훈 당시 국민의 힘 대표의 주장에 상당수 국민이 동의했다. 계엄 불발 열흘 남짓 만에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통과된 이유다.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 출범으로 한숨 돌렸다고 믿었다.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차분하게 기다리는 일만 남은 줄 알았다. 그러나 예기치 못한 곳으로 튄 작은 불씨가 심상치 않은 불길로 번져가고 있다. 대통령에 대한 체포 영장을 집행하겠다는 공수처·경찰 연합과 이를 막아내겠다는 대통령 경호처의 대치가 물리적 충돌을 낳을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1차 집행이 무산된 후 국회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공수처장을 다그친 대목은 섬뜩하기까지 하다. “경호처 직원들이 총을 가지고 덤빈다? 불상사 위험이 있다? 가슴을 열고 쏘라고 해라. 그런 결기를 가져야 한다.” 민주당 의원들은 윤 대통령이 경찰에 끌려 나오는 장면을 지켜보면서 그동안 쌓여온 분풀이를 하겠다는 결의로 충만했다. 공수처장은 몇차례 걸쳐 “꼭 유념하겠다”고 다짐했다. 목숨을 걸고 대통령을 지키는 훈련을 받아온 경호처와 살상이 벌어지는 현장에 대비해 온 경찰 특공대가 현장에서 육탄전을 벌이다 감정이 격해지면 어떤 사태가 벌어질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대통령이 “수사에 당당히 임하겠다”고 약속한 이상 절차상 하자가 있더라도 자기 발로 수사기관에 출석하는 것이 순리였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공수처에 내란죄 수사권이 없고, 법원이 발부한 체포 영장에 이런 저런 문제점이 있다는 대통령 측 주장도 나름대로 타당성이 있다. 대통령이 정당한 수사에는 응하겠다고 하는 마당에 이렇게 극단적인 충돌을 무릅써야 하느냐는 회의가 들기도 한다. 현직 대통령이 형사 소추되는 것은 현실에서 벌어지기 힘든 극히 이례적인 상황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탄핵이 인용돼 파면된 후부터 수사를 받았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이 재직 중 유일하게 형사상 소추를 받는 대상으로 헌법이 적시한 두 가지 죄중 ‘내란’ 혐의를 받고 있다. 그래서 계엄 사태 직후부터 수사기관들이 대통령 사냥에 경쟁적으로 뛰어 들었다. 대통령이 파면되고 차기 정권으로 넘어갈 경우를 상정한 공적 다툼으로 비쳤다. 대통령도 법 위에 있을 수는 없다. 그러나 어제까지 자신이 지휘하던 수사기관에 끌려가는 장면을 당장 수용하기 힘든 대통령의 심리 상태도 이해되는 측면이 있다. 대통령에게 자신이 처한 상황에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대통령이 끝내 수사를 안 받겠다고 버티면 대통령에 불리하게 쏟아낸 군 관계자들의 증언들을 다 인정한 꼴이 된다. 대통령에게 도움이 될 리가 없다. 그래서 대통령도 머지않아 수사에 응하지 않을 도리가 없게 된다. 또 헌재가 대통령을 파면하면 더 이상 경호처 뒤로 숨을 수도 없다. 만약 탄핵이 기각되면 대통령의 내란죄 혐의가 벗겨진 것이니만큼 대통령에 대한 수사도 당장 멈춰야 한다. 나라의 체면도 생각해야 한다. 대통령이 수사를 안 받겠다고 경호처를 앞세워 숨고, 그런 대통령을 끌어내고야 말겠다고 공권력이 진입하는 모습은 국제사회에 어떻게 비치겠는가. 탄핵소추안 통과로 직무가 정지된 대통령은 ‘우리 속에 갇힌 맹수’ 신세다. 국민 삶에 영향을 미칠 아무 힘이 없다. 그런 대통령을 꼭 물리적 힘으로 끌어내 수사받게 해야 하나. 그래야 민주당 사람들과 그 지지층의 속이 시원하겠나. <김창균 조선일보 논설주간 / 입력 2025.01.09.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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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01-09
  • [박정훈 칼럼] 제2, 제3의 한덕수가 계속 나오면
    [박정훈 칼럼] 제2, 제3의 한덕수가 계속 나오면 민주당의 점령군 행세는 갈수록 가관이다... 그러나 그들이 알아야 할 게 있다. 아무리 겁박해도 제2, 제3의 한덕수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을 우원식 국회의장이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소추안 의결 정족수가 151명이라고 밝히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의장석으로 몰려가 항의하고 있다. /뉴스1 우원식 국회의장이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소추안 의결 정족수가 151명이라고 밝히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의장석으로 몰려가 항의하고 있다. /뉴스1 민주당이 의결 정족수 논란을 무시하며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을 탄핵소추한 것은 자신들을 무소불위 점령군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그만큼 다급하다는 뜻도 된다. 이재명 대표의 대권 플랜에 일분 일초가 아쉬운 민주당으로선 정치색 없는 실무형 총리가 저렇게까지 저항하리라곤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한 대행은 민주당 강행 6법에 거부권을 행사한 데 이어 헌법재판소 재판관 임명도 여야가 합의해 오라고 버텼다. 임명을 거부한 게 아니라 정치적 해결을 요청한 것인데 민주당은 즉각 탄핵의 칼을 뽑아들었다. 한 대행으로선 탄핵소추당할 것을 알면서 정면 돌파로 옥쇄(玉碎)의 길을 선택한 것이다, 허약해보이던 관료 출신 한덕수가 이렇게 세게 나올 줄 누가 알았겠나. 한 대행에게 따라붙는 상투어가 ‘무색무취’다. 김대중 정부에서 노무현·이명박 정부를 거쳐 윤석열 정부까지 두루 중용되며 경제수석·부총리에다 총리 2번을 지낸 화려한 이력 덕에 ‘영혼 없는 관료’란 이미지가 굳어졌다. 기능만 탁월한 ‘행정 기술자’라는 것인데, 취재 현장에서 수십 년간 그를 봐온 필자는 이런 상투적 낙인이 얼마나 곡해된 것인지 알고 있다. 그는 정치적으론 무색무취하지만 국가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선 분명한 자기 철학을 갖고 일관성 있게 주장해온 사람이다. 적어도 ‘영혼 없는 기술자’는 틀린 표현이다. 그는 철저한 시장주의자이자 경제 영토를 넓혀야 기회가 온다고 믿는 개방 신봉자다. 그의 개방 철학은 정치 환경이 바뀌어도 흔들리지 않았고, 좌파가 집권했다고 물러서는 일이 없었다. 도리어 그가 개방의 신념을 밀어붙여 정책으로 현실화한 것은 좌파 정권 때가 더 많았다. 김대중 정권의 통상교섭본부장 시절 한국 영화 스크린 쿼터 폐지를 주장해 영화계를 뒤집어 놓았고, 노무현 정권의 경제 부총리 때 이를 절반으로 축소하는 방안을 관철시켰다. 추곡 수매 제도를 폐지하고 쌀 시장을 개방해 성난 농민들에게 ‘볍씨 세례’를 당하기도 했다. 21세기 한국 외교의 최대 성과인 한미 FTA(자유무역협정)의 숨은 조정자도 한덕수였다. 노무현 정권 당시, 통상교섭본부장 김현종이 협상 전면에 섰지만 막후에서 큰 전략을 짜고 부처 간 이견을 조정하며 그림을 그린 것이 그였다. 한덕수는 대한민국이 생존하려면 미국과 경제의 피를 섞어야 한다고 믿었다. 결국 협정 체결에 성공했고, 그는 이명박 정부의 주미 대사로 기용돼 미 의회의 FTA 비준안 통과까지 마무리지었다. 한·미가 안보에 이어 경제 혈맹을 맺은 데는 그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다. 무색무취가 아니라 신념을 갖고 역사의 한 페이지를 만들었던 사람이다. 그는 이념을 좌·우로 가르는 시대는 지났다고 본다. 국가를 위로 끌어올리는 ‘업(up)’이냐, 추락시키는 ‘다운(down)’이냐만 있을 뿐이란 소신을 국회 답변에서 밝힌 적도 있다. 좌든 우든, 나라에 도움되고 국익에 기여하는 것만이 중요하다는 뜻이었다. 그는 자신의 정체성이 ‘업’ 세력으로 규정되길 원하는듯 했다. 김대중·노무현의 좌파 정권에서도, 이명박·윤석열의 우파 정권에서도 국익 관점만 보는 ‘업’의 입장에 서왔다는 것이다. 올 4월 총선 후 거대 야당의 폭주가 본격화되자 한 총리의 입도 거칠어졌다. 좀처럼 흥분하는 법이 없던 그가 야당 공격에 조목조목 반박하고 물러서지 않는 모습을 보이곤 해 정가의 화제가 됐다. 일각에선 정치적 야심을 의심했지만 그가 정치에 뜻도, 소질도 없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었다. 한 총리는 여·야 대치를 치닫는 정치 상황을 답답해했다. 민주당이 과거의 전통을 잃고 이재명 1인을 위한 전투형 사당(私黨)으로 전락해가는 것을 보며 자신이 알던 그 당이 아니라고 안타까워했다고 한다. 민주당이 탄핵 폭주, 입법 폭주, 방탄 폭주를 거듭할수록 한 총리도 투사로 바뀌어갔다. 침묵해선 안 된다고 작심한 듯했다. 야권에선 과거 자기 편이던 한 총리에게 ‘사람이 달라졌다’고 비난했다. 김대중 청와대 시절 비서실장·경제수석으로 호흡을 맞췄던 박지원 의원은 국회 질의에서 “나쁜 한덕수”로 변했다고 공격했다. 한 총리는 “제가 왜 변하냐”고 반박했는데, 변한 것은 자신이 아닌 야당이란 항변이었다. 김대중·노무현 시절의 합리성을 잃은 민주당이 ‘나쁜 민주당’으로 추락했다고 호소하고 싶었을 것이다. 변질된 민주당은 대통령에 이어 권한대행까지 탄핵소추해 국정을 혼란으로 밀어넣었다. 정권 탈환을 위해선 경제가 망가지든, 국정이 마비되든 상관없다는 그 무모함이 소름 끼친다. 말 안 들으면 팬다는 민주당의 점령군 행세는 갈수록 가관이다. 두번째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을 경제 부총리도 고분고분하지 않으면 또 탄핵으로 협박할 게 뻔하다. 그러나 민주당이 알아야 할 것이 있다. 폭주를 멈추지 않는 한 아무리 겁박해도 제2, 제3의 한덕수가 또 나올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조선일보 박정훈 논설실장 입력 2024.12.28. 00:16 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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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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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설] '전 국민 25만원 중단'도 유턴, 이 대표는 어떤 사람인가 조선일보 입력 2025.02.14. 00:25 업데이트 2025.02.14. 07:39 더불어민주당은 13일 35조원 규모의 자체 추경 예산안을 제안했다. 이 중 13조원이 ‘민생회복 소비 쿠폰’인데 전 국민에게 1인당 25만원을 지역 화폐로 나눠주는 것이다. 이재명 대표는 지난달 31일 “전 국민 25만원 때문에 추경 편성을 못 하겠다고 하면 이를 포기하겠다”고 말했다. 대선용 포퓰리즘으로 비판받았던 민생지원금을 포기하겠다는 공언이었다. 이를 두고 이 대표가 분배에서 성장, 이념보다 실용으로 전환하는 신호탄이라는 말도 나왔다. 그러나 이 대표의 이런 입장 변화는 불과 보름도 못 가고 유턴했다. 이 대표는 신년 회견에서는 자신의 기본사회 공약에 대해 “나누는 문제보다 만들어가는 게 중요하다”며 ‘기본소득’ 정책 재검토를 언급했고, 반도체특별법의 쟁점이던 ‘주 52시간 예외 허용’에 대해서도 “전향적으로 판단하겠다”고 했다. “몰아서 일하게 해주자는데 왜 안 되냐고 하니 할 말이 없더라”며 쐐기를 박는 듯한 발언도 했다. 비상계엄과 탄핵 이후 민주당이 점령군 행세를 하는 것에 대한 반발로 중도층을 중심으로 지지율이 하락하자 이 같은 성장과 실용 노선을 앞세워 지지 기반 확장을 꾀한 것이다. 그러나 이 대표의 이런 실용주의 노선은 의도한 지지율 상승 효과가 나타나지 않자 금세 원점으로 돌아왔다. 자신에게 비판적인 중도층의 지지가 확장하지 않고 오히려 당내 강경파와 민노총 등 핵심 지지층의 반발을 사서 손해를 봤다는 것이다. 그러자 최근에는 ‘주 4일 근무제’ ‘기본 사회’를 다시 제안하거나, 반도체특별법에 각종 전제 조건을 다는 방식으로 모두 원위치하고 있다. 최근의 발언들이 생각의 변화나 발전이 아니라 정치적 위기를 극복해보려는 깜짝 이벤트였음을 고백한 셈이다. 정치인의 말은 상황에 따라 바뀔 수도 있지만, 이 대표의 경우는 변화의 폭이 너무 크고 빈도가 잦다. 애초 이 대표가 민생지원금 포기를 언급할 때 그 진정성을 의심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그들도 이렇게 금방 180도 바뀔지는 예상 못 했을 것이다. “내가 존경하는 박근혜라고 하니 진짜 존경하는 줄 알더라”는 이 대표 말은 그냥 나온 게 아니었다. 정말 이 대표는 어떤 사람인지 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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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02-14
  • 한민족은 빛의 민족이다-윤창열 대한사랑 이사장
    우리가 사는 한반도 땅은 지구에서 가장 동쪽에 위치하고 있다. 그래서 「신지비사」에서 “아침의 태양 빛을 가장 먼저 받는 땅(朝光先受地)”이라고 했다. 우리 민족이 빛의 민족이고 광명을 숭상하는 민족이라는 것은 역사와 인명·지명·풍속을 통해 보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배달국을 건국한 환웅천황께서 제세핵랑군 3천 명을 거느리고, 백두산 꼭대기에 내려와 신시개천(神市開天)을 하셨는데, 백두산의 꼭대기는 동해 바다에서 떠오르는 태양 빛이 가장 먼저 비추는 곳이기 때문이다. 우리 민족의 국통에 따른 국호는 9번 바뀌었는데, 모두 광명을 나타내고 있다. 최초의 나라 환국은 환한 광명의 나라라는 뜻이고, 배달국은 밝달국의 변음으로 하늘의 광명이 비추는 밝은 땅의 나라라는 뜻이다. 조선은 아침의 광명이 선명하게 빛나는 나라라는 뜻이고, 부여는 아침의 먼동이 뿌옇게 밝아온다는 의미이다. 고구려는 고대광려(高大光麗)의 뜻이니 높고 크고 빛난다는 뜻이고, 대진국의 진(震)은 ‘동방 진’자로 역시 태양이 떠오르는 곳이다. 고려는 고구려의 준말이고, 조선을 거쳐 지금 대한민국이란 국호를 쓰고 있는데, 한(韓)에는 30 여가지의 뜻이 있는데, 광명하다는 뜻도 가지고 있다. 환인·환웅의 환(桓)이 환하다는 광명의 뜻이고, 해모수의 해는 하늘에 떠 있는 태양을 가리킨다. 문명의 아버지이며 인문시조(人文始祖)로 받들어지는 배달국 5세 태우의 환웅의 12번째 아들 태호복희씨의 태호(太昊)는 아주 밝다는 뜻이고 복희는 밝은 해, 즉 밝은 태양이라는 뜻이다. 인명뿐만 아니라 지명에도 광명을 나타내는 명칭이 많은데, 태백산(백두산) 소백산의 백(白)이 밝다는 뜻이고 단군릉이 있는 북한 강동군의 산 이름이 대박산(大朴山)으로 크게 밝은 산이란 뜻이며 동이족이 세운 나라로 알려진 은나라 서울 박(亳)도 밝다는 뜻이다. 우리 민족은 새해 첫날 해맞이를 하고, 정월대보름 추석날 달맞이를 하였으며 작은 설이라고 하는 동짓날 동지팥죽 속에 흰 새알심을 넣어서 먹고, 설날 떡국을 끊여 먹는데 새알심과 떡국의 동그란 떡도 태양을 상징한다. 우리 민족을 백의 민족이라고 하는데, 이는 흰 옷을 즐겨 입는데서 유래했지만, 빛의 3원색인 빨강·파랑·초록을 합하면 백색이 되는 것에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 새해를 맞이하여 해외에 계신 빛의 민족의 후손인 동포들의 신수가 훤(환)해지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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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02-12
  • [김대중 칼럼] 사법(司法)이 나라를 구해야
    [김대중 칼럼] 사법(司法)이 나라를 구해야 조선일보 입력 2025.02.11. 00:16 세계는 급속도로 변하고 있다…트럼프 관심은 한국이 아닌 북 김정은과 한반도 안정 대한민국 생존과 관련해선 윤석열, 이재명도 2차적 문제…지금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탄핵 터널 벗어난 정상 국가 그 단초가 사법에 달려 있다 헌법재판소 출신의 한 법조인은 최근 신문 칼럼에서 “헌재의 판결은 고도의 사법(司法) 정치”라고 했다. 이때 정치는 오늘날 정치권에서 횡행하는 술수 정치와는 다른, 정책적 결정으로서의 정치라고 했다. 어느 쪽이 옳고 그르냐는 사물적(事物的) 판단이 아니라, 어느 것이 나라를 올바르게 운용하는 데 준거가 될 것이냐 하는 판단이라는 뜻일 것이다. 이것은 헌재뿐 아니라 모든 사법 기능의 원칙이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현직 대통령의 탄핵을 다루고 있는 오늘의 헌재는 그런 사법적 정치와는 다른 모습으로 비치고 있다. 헌재의 구성 요소가 너무 정파적이고 너무 좌파적이라는 지적이다. 거리의 반탄 집회는 이미 헌재에 지고 있는 셈이다. 우리 앞에는 우리나라의 정치 진로를 가름할 재판이 두 건(件) 대기하고 있다. 하나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 여부에 관한 헌재의 판결이고, 다른 하나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대선 출마 여부를 좌우하는 선거법 위반 항소심 판결이다. 두 재판은 그 판결 시점의 선후(先後)와 판결 내용의 유무죄에 따라 여러 조합이 가능하다. 이 대표 항소심 판결이 먼저 나올 것인가, 윤 대통령 탄핵 여부가 먼저 판결될 것인가에 따라 정치 지형은 전면 달라진다. 또 그 내용에 따라서도 상황은 180도 달라질 수 있다. 이 대표는 유죄가 나면 정치권에서 아웃이다. 무죄가 나오면 그는 100% 대선에 출마한다. 그래서 그는 목숨 걸다시피 별 꼼수를 다 동원해서라도 (예를 들어 선거법 위헌 심사 신청 등) 무죄를 도모할 것이다. 다만 유죄가 예상되더라도 대선이 먼저 진행되면 선(先) 당선, 후(後) 면책 같은 트럼프식(式) 생존 방식을 쓸 수 있기 때문에 지금 이 대표로서는 자신의 유무죄보다는 윤 대통령의 선(先) 탄핵이 최선의 목표일 것이다. 윤 대통령의 옵션은 무엇인가?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인용되면 윤 대통령의 정치 생명은 그것으로 끝이다. 그가 기각 결정을 받는 경우 대통령직에 복귀할 것이다. 문제는 거기에 있다. 보수층은 윤 대통령 탄핵에는 반대하면서도 그가 복귀해 나라를 제대로 이끌어 갈 수 있을까에는 회의하고 있다. 모든 것이 12·3 비상계엄 이전으로 되돌아가기에는 지난 과정이 모두에게 너무 엄혹했다. 그리고 그 경우 앞으로 남은 대통령 임기 2년여도 험난한 여정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런 현실은 차기를 노리는 보수 주자들에게도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기에 윤 대통령의 정치적 효능성은 별개로 하고라도 정권 재창출은 더욱 어려워진다. 그래서 윤 대통령은 자신의 입지만 살리는 데 머물지 않고 보수를 뭉쳐서 정권 재창출에 투구하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 그가 ‘죽어서 사는 길’일 것이다. 그런 것이 공개적으로 천명돼 미래가 예측 가능해져야 한다. 그것은 헌재 결정에 압박 요인이 될 수도 있다. 그것은 그가 비상계엄이라는 극단적 해법에 의존하게 만든 야당의 독소 조항, 즉 야당의 입법 독재, 행정권 마비, 한국 정통성 훼손 등 독소적 요소를 차단하는 가장 현실적 방식이기도 하다. 윤 대통령은 자신을 지지하는 20~30세대를 고무적으로 거론하고 있다. 왜 그런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가. 그 세대의 본질이 친윤이라서가 아니라 신자유주의적이고, 얼치기 진보·좌파에 대한 반발, 남녀 격차 때문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지금 우리에게 시급하고 중요한 것은 빨리 이 탄핵 국면을 벗어나 정상적 국가 운용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세계는 빠른 속도로 변하고 또 전진하고 있다. 특히 우리에게 많은 영향을 미치는 미국의 정치적 변신은 미국뿐 아니라 세계를 더욱 자국(自國) 이기주의로 이끌고 있는데 우리는 언제까지 정치적 공백과 혼란 상태에서 허우적거릴 것인가. 지금 트럼프의 관심은 한국이 아니라 북한의 김정은이고, 한국의 안전과 안정이 아니라 한반도의 안정이다. 사실 윤석열이냐 이재명이냐 하는 문제는 대한민국 생존과 관련해서는 2차적이다. 이 터널을 빨리 그리고 발전적으로 해결할 단초가 사법의 손에 달렸다. 사법(司法)은 무엇이 나라를 위기에서 구할 것인가를 애국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사법이 정치를 교정하고 나라를 구하는 상황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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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02-11
  • [사설] 민주당 정략 탄핵들 전부 기각, 무고죄 처벌감이다
    [사설]민주당 정략 탄핵들 전부 기각, 무고죄 처벌감이다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한 국회 탄핵소추안이 기각됐지만, 탄핵소추한 더불어민주당은 도리어 이 위원장을 비난했다. 민주당은 재판관 4명이 자신들 손을 들어줬다는 점을 강조했다. 재판관 4명은 문재인 정부나 야당 추천 인사들이다. 민주당은 이 위원장 취임 전에는 연속 탄핵 발의로 위원장 2명을 자진 사퇴하게 만들었고, 방통위원장 직무대행까지 탄핵 협박으로 물러나게 했다. 그러더니 이 위원장까지 취임 이틀 만에 탄핵소추해 방통위 업무를 174일 동안 마비시켰다. 민주당도 취임 이틀 된 공직자의 탄핵이 인용될 것으로 생각하진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정략적 탄핵소추 남발로 정부 기능을 마비시킨 것에 대해 최소한의 사과를 해야 하지만 정반대 모습을 보이고 있다. 헌법은 공직자 탄핵 요건으로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때로 규정하고 있고, 헌법재판소 판례도 ‘중대한 위헌·위법행위’로 탄핵 요건을 엄격 제한하고 있다. 민주당 이전에도 국회 과반수 정당들이 있었지만 아무도 이런 정략 탄핵을 남발하지 않았다. 헌법·법률을 지키는 양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의 민주당엔 이런 양식을 기대할 수 없다. 연쇄탄핵범이라 불릴 정도로 위헌적 폭거를 자행하고 있다.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모두 29건의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 세계 기록일 것이다. 그 중 13건을 국회에서 처리했다. 이 가운데 헌재는 4건을 결정했는데 전부 기각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민주당 탄핵은 이재명 대표 방탄을 위한 정략이 대부분이었다. 탄핵소추를 남발하다 보니 개별 탄핵 사유가 뭔지 민주당 의원들조차 기억 못 할 정도다. 형법은 사실이 아닌 일을 거짓으로 꾸며 처벌이나 징계를 받게 할 목적으로 고소 및 고발하는 것을 무고죄로 규정해 처벌하고 있다. 국가의 사법 기능을 방해하고 개인에게 피해를 주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민주당의 정략적 탄핵 남발은 국회의원의 면책특권만 아니라면 무고죄가 될 수 있다는 법조계 견해도 있다. 이런데도 민주당은 한덕수 총리에 이어 다시 최상목 권한대행 탄핵 카드를 검토하고 있다. 헌재는 요건 미비의 탄핵소추를 기각하는 데 그칠 게 아니라 민주당의 반민주적 폭거에 대해 분명하게 경고해야 한다. 조선일보 입력 2025.01.25. 00:30 업데이트 2025.01.25.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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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2025-01-26
  • [김창균 칼럼] 직무정지된 대통령 꼭 끌어내서 수사해야 하나
    [김창균 칼럼] 직무정지된 대통령 꼭 끌어내서 수사해야 하나 대통령 수사 받는 게 순리지만 수사권 및 영장 문제점도 사실 수사 거부는 혐의 인정하는 격… 시간 지나면 응할 수밖에 없어 국제사회는 이 사태 어떻게 볼지… 한숨 돌리며 기다릴 여유 없나 윤석열 대통령을 감쌀 생각은 깃털만큼도 없다. 해를 넘겨가며 이어지고 있는 국가적 혼란의 책임은 대통령에게 있다. 대통령 적극 지지층의 생각은 다를지 모르지만 군(軍)을 동원해 국정을 정상화하려 했다는 대통령의 발상은 기본적으로 시대착오였다. 이 시대 대한민국 국민들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조치였다. 또 헌법재판소와 사법부의 판단을 기다려 봐야 하겠지만 대통령의 계엄 선포는 우리 헌법 및 법률이 정해 놓은 원칙과 어긋났다고 보인다. 계엄에 가담했던 군 수뇌부들이 ‘셀프 구명’ 차원에서 쏟아내는 증언을 다 믿을 수는 없다. 하지만 대통령이 국회의 계엄 해제 표결을 막기 위해 내렸다는 명령들이 일정 부분 사실이라면 자칫 끔찍한 사태를 불러올 수도 있었을 것이다. 또 대통령이 “계엄을 몇 차례 더 할 수 있다”고 했다는 대목은 추가 사태에 대한 걱정을 낳게 했다. 그런 점에서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대통령의 직무를 조속히 중단시켜야 한다”는 야당과 한동훈 당시 국민의 힘 대표의 주장에 상당수 국민이 동의했다. 계엄 불발 열흘 남짓 만에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통과된 이유다.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 출범으로 한숨 돌렸다고 믿었다.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차분하게 기다리는 일만 남은 줄 알았다. 그러나 예기치 못한 곳으로 튄 작은 불씨가 심상치 않은 불길로 번져가고 있다. 대통령에 대한 체포 영장을 집행하겠다는 공수처·경찰 연합과 이를 막아내겠다는 대통령 경호처의 대치가 물리적 충돌을 낳을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1차 집행이 무산된 후 국회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공수처장을 다그친 대목은 섬뜩하기까지 하다. “경호처 직원들이 총을 가지고 덤빈다? 불상사 위험이 있다? 가슴을 열고 쏘라고 해라. 그런 결기를 가져야 한다.” 민주당 의원들은 윤 대통령이 경찰에 끌려 나오는 장면을 지켜보면서 그동안 쌓여온 분풀이를 하겠다는 결의로 충만했다. 공수처장은 몇차례 걸쳐 “꼭 유념하겠다”고 다짐했다. 목숨을 걸고 대통령을 지키는 훈련을 받아온 경호처와 살상이 벌어지는 현장에 대비해 온 경찰 특공대가 현장에서 육탄전을 벌이다 감정이 격해지면 어떤 사태가 벌어질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대통령이 “수사에 당당히 임하겠다”고 약속한 이상 절차상 하자가 있더라도 자기 발로 수사기관에 출석하는 것이 순리였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공수처에 내란죄 수사권이 없고, 법원이 발부한 체포 영장에 이런 저런 문제점이 있다는 대통령 측 주장도 나름대로 타당성이 있다. 대통령이 정당한 수사에는 응하겠다고 하는 마당에 이렇게 극단적인 충돌을 무릅써야 하느냐는 회의가 들기도 한다. 현직 대통령이 형사 소추되는 것은 현실에서 벌어지기 힘든 극히 이례적인 상황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탄핵이 인용돼 파면된 후부터 수사를 받았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이 재직 중 유일하게 형사상 소추를 받는 대상으로 헌법이 적시한 두 가지 죄중 ‘내란’ 혐의를 받고 있다. 그래서 계엄 사태 직후부터 수사기관들이 대통령 사냥에 경쟁적으로 뛰어 들었다. 대통령이 파면되고 차기 정권으로 넘어갈 경우를 상정한 공적 다툼으로 비쳤다. 대통령도 법 위에 있을 수는 없다. 그러나 어제까지 자신이 지휘하던 수사기관에 끌려가는 장면을 당장 수용하기 힘든 대통령의 심리 상태도 이해되는 측면이 있다. 대통령에게 자신이 처한 상황에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대통령이 끝내 수사를 안 받겠다고 버티면 대통령에 불리하게 쏟아낸 군 관계자들의 증언들을 다 인정한 꼴이 된다. 대통령에게 도움이 될 리가 없다. 그래서 대통령도 머지않아 수사에 응하지 않을 도리가 없게 된다. 또 헌재가 대통령을 파면하면 더 이상 경호처 뒤로 숨을 수도 없다. 만약 탄핵이 기각되면 대통령의 내란죄 혐의가 벗겨진 것이니만큼 대통령에 대한 수사도 당장 멈춰야 한다. 나라의 체면도 생각해야 한다. 대통령이 수사를 안 받겠다고 경호처를 앞세워 숨고, 그런 대통령을 끌어내고야 말겠다고 공권력이 진입하는 모습은 국제사회에 어떻게 비치겠는가. 탄핵소추안 통과로 직무가 정지된 대통령은 ‘우리 속에 갇힌 맹수’ 신세다. 국민 삶에 영향을 미칠 아무 힘이 없다. 그런 대통령을 꼭 물리적 힘으로 끌어내 수사받게 해야 하나. 그래야 민주당 사람들과 그 지지층의 속이 시원하겠나. <김창균 조선일보 논설주간 / 입력 2025.01.09.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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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01-09
  • [박정훈 칼럼] 제2, 제3의 한덕수가 계속 나오면
    [박정훈 칼럼] 제2, 제3의 한덕수가 계속 나오면 민주당의 점령군 행세는 갈수록 가관이다... 그러나 그들이 알아야 할 게 있다. 아무리 겁박해도 제2, 제3의 한덕수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을 우원식 국회의장이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소추안 의결 정족수가 151명이라고 밝히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의장석으로 몰려가 항의하고 있다. /뉴스1 우원식 국회의장이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소추안 의결 정족수가 151명이라고 밝히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의장석으로 몰려가 항의하고 있다. /뉴스1 민주당이 의결 정족수 논란을 무시하며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을 탄핵소추한 것은 자신들을 무소불위 점령군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그만큼 다급하다는 뜻도 된다. 이재명 대표의 대권 플랜에 일분 일초가 아쉬운 민주당으로선 정치색 없는 실무형 총리가 저렇게까지 저항하리라곤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한 대행은 민주당 강행 6법에 거부권을 행사한 데 이어 헌법재판소 재판관 임명도 여야가 합의해 오라고 버텼다. 임명을 거부한 게 아니라 정치적 해결을 요청한 것인데 민주당은 즉각 탄핵의 칼을 뽑아들었다. 한 대행으로선 탄핵소추당할 것을 알면서 정면 돌파로 옥쇄(玉碎)의 길을 선택한 것이다, 허약해보이던 관료 출신 한덕수가 이렇게 세게 나올 줄 누가 알았겠나. 한 대행에게 따라붙는 상투어가 ‘무색무취’다. 김대중 정부에서 노무현·이명박 정부를 거쳐 윤석열 정부까지 두루 중용되며 경제수석·부총리에다 총리 2번을 지낸 화려한 이력 덕에 ‘영혼 없는 관료’란 이미지가 굳어졌다. 기능만 탁월한 ‘행정 기술자’라는 것인데, 취재 현장에서 수십 년간 그를 봐온 필자는 이런 상투적 낙인이 얼마나 곡해된 것인지 알고 있다. 그는 정치적으론 무색무취하지만 국가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선 분명한 자기 철학을 갖고 일관성 있게 주장해온 사람이다. 적어도 ‘영혼 없는 기술자’는 틀린 표현이다. 그는 철저한 시장주의자이자 경제 영토를 넓혀야 기회가 온다고 믿는 개방 신봉자다. 그의 개방 철학은 정치 환경이 바뀌어도 흔들리지 않았고, 좌파가 집권했다고 물러서는 일이 없었다. 도리어 그가 개방의 신념을 밀어붙여 정책으로 현실화한 것은 좌파 정권 때가 더 많았다. 김대중 정권의 통상교섭본부장 시절 한국 영화 스크린 쿼터 폐지를 주장해 영화계를 뒤집어 놓았고, 노무현 정권의 경제 부총리 때 이를 절반으로 축소하는 방안을 관철시켰다. 추곡 수매 제도를 폐지하고 쌀 시장을 개방해 성난 농민들에게 ‘볍씨 세례’를 당하기도 했다. 21세기 한국 외교의 최대 성과인 한미 FTA(자유무역협정)의 숨은 조정자도 한덕수였다. 노무현 정권 당시, 통상교섭본부장 김현종이 협상 전면에 섰지만 막후에서 큰 전략을 짜고 부처 간 이견을 조정하며 그림을 그린 것이 그였다. 한덕수는 대한민국이 생존하려면 미국과 경제의 피를 섞어야 한다고 믿었다. 결국 협정 체결에 성공했고, 그는 이명박 정부의 주미 대사로 기용돼 미 의회의 FTA 비준안 통과까지 마무리지었다. 한·미가 안보에 이어 경제 혈맹을 맺은 데는 그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다. 무색무취가 아니라 신념을 갖고 역사의 한 페이지를 만들었던 사람이다. 그는 이념을 좌·우로 가르는 시대는 지났다고 본다. 국가를 위로 끌어올리는 ‘업(up)’이냐, 추락시키는 ‘다운(down)’이냐만 있을 뿐이란 소신을 국회 답변에서 밝힌 적도 있다. 좌든 우든, 나라에 도움되고 국익에 기여하는 것만이 중요하다는 뜻이었다. 그는 자신의 정체성이 ‘업’ 세력으로 규정되길 원하는듯 했다. 김대중·노무현의 좌파 정권에서도, 이명박·윤석열의 우파 정권에서도 국익 관점만 보는 ‘업’의 입장에 서왔다는 것이다. 올 4월 총선 후 거대 야당의 폭주가 본격화되자 한 총리의 입도 거칠어졌다. 좀처럼 흥분하는 법이 없던 그가 야당 공격에 조목조목 반박하고 물러서지 않는 모습을 보이곤 해 정가의 화제가 됐다. 일각에선 정치적 야심을 의심했지만 그가 정치에 뜻도, 소질도 없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었다. 한 총리는 여·야 대치를 치닫는 정치 상황을 답답해했다. 민주당이 과거의 전통을 잃고 이재명 1인을 위한 전투형 사당(私黨)으로 전락해가는 것을 보며 자신이 알던 그 당이 아니라고 안타까워했다고 한다. 민주당이 탄핵 폭주, 입법 폭주, 방탄 폭주를 거듭할수록 한 총리도 투사로 바뀌어갔다. 침묵해선 안 된다고 작심한 듯했다. 야권에선 과거 자기 편이던 한 총리에게 ‘사람이 달라졌다’고 비난했다. 김대중 청와대 시절 비서실장·경제수석으로 호흡을 맞췄던 박지원 의원은 국회 질의에서 “나쁜 한덕수”로 변했다고 공격했다. 한 총리는 “제가 왜 변하냐”고 반박했는데, 변한 것은 자신이 아닌 야당이란 항변이었다. 김대중·노무현 시절의 합리성을 잃은 민주당이 ‘나쁜 민주당’으로 추락했다고 호소하고 싶었을 것이다. 변질된 민주당은 대통령에 이어 권한대행까지 탄핵소추해 국정을 혼란으로 밀어넣었다. 정권 탈환을 위해선 경제가 망가지든, 국정이 마비되든 상관없다는 그 무모함이 소름 끼친다. 말 안 들으면 팬다는 민주당의 점령군 행세는 갈수록 가관이다. 두번째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을 경제 부총리도 고분고분하지 않으면 또 탄핵으로 협박할 게 뻔하다. 그러나 민주당이 알아야 할 것이 있다. 폭주를 멈추지 않는 한 아무리 겁박해도 제2, 제3의 한덕수가 또 나올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조선일보 박정훈 논설실장 입력 2024.12.28. 00:16 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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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12-29
  • [만물상] 나이가 벼슬
    [만물상] 나이가 벼슬 김태훈 조선일보 문화부문 논설위원 얼마 전 버스로 출근하는데 누군가 다가오더니 대뜸 “야, 비켜!”라고 반말을 했다. 나이 든 분이어서 그러잖아도 일어서려 했는데 어이가 없었다. 사회 곳곳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다. 나이만 많으면 덮어놓고 반말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다툼이 벌어져도 결국 “너 몇 살이야?”로 가는 게 한국 사회다. ‘나이가 벼슬’이라는 말도 한국에만 있을 것 같다. ▶이런 풍토의 배경에 유교적 상하질서인 장유유서(長幼有序)가 있다고 한다. 그러나 한학 전문가들은 장유유서는 사회 관계가 아닌 가족 내부의 위계질서만 다룰 뿐이고 그마저도 나이가 아니라 항렬을 기준 삼는 규범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나이로 위아래를 가리는 잣대로 잘못 쓰이고 있다는 것이다. 존댓말과 반말을 엄격히 구분하는 한국어의 특성 탓이라는 분석도 있다. 처음 만났을 때 나이부터 묻는 것도 그 때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일본은 우리 못지않게 존댓말이 발달했는데도 웬만해선 서로 나이를 묻지 않는다. 일본어 반말은 상하 관계 규정이 아니라 친밀함을 드러내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매사 나이를 앞세우는 풍토는 사회적 비효율도 낳는다. 나이 적은 후배가 먼저 승진하면 멀쩡히 일할 수 있는 나이 많은 사람들이 퇴사하는 것은 사회의 손실이 아닐 수 없다. 나이 따지기와 복잡하고 지나친 존댓말이 조직 내에서 생산적이고 솔직한 논의를 방해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런 문화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이 곳곳에서 펼쳐지고 있다. 출판사 민음사 편집부는 지난해 2월부터 동료 간에 반말로 대화한다. ‘예의 있는 반말’을 쓰자는 뜻에서 ‘평어체’라고 한다. 반말을 쓰되 ‘야’, ‘너’라고 하거나 이름 뒤에 ‘~야’로 부르지 않는다. 부장급인 박혜진 팀장은 “대리나 평사원도 나를 ‘혜진’이라 부르며 자유롭게 의견을 말한다”고 했다. 반말 쓰기의 사례를 소개하고 장점을 분석한 ‘말 놓을 수 있는 용기’라는 책도 최근 출간됐다. 모두 경직된 나이 서열 문화를 깨기 위한 노력이다. ▶나이 서열 문화가 가장 깨지지 않을 곳이 정치권이다.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출판기념회에서 자신의 돈봉투 연루 의혹에 반발하면서 한동훈 법무장관을 겨냥해 ‘어린 X’이라고 했다. 논리적 잘잘못을 가리기보다 나이로 상대를 비하한다. 그런데 나이 많은 사람에게 일부러 예의를 갖추지 않음으로써 욕 보이려는 경우도 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아버지 뻘인 안철수 의원을 향해 ‘안철수씨’라고 부른 것도 한 예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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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11-14
  • [김순덕 칼럼]이재명의 ‘허언증(虛言症)’ 한가위 선물
    ▲백현동 개발 특혜 및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과 관련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기각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새벽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며 발언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김순덕 칼럼]이재명의 ‘허언증(虛言症)’ 한가위 선물 “국민에게 희망 주는 정치” 말은 감동적 당에선 배신자 징계론… ‘개딸 전체주의’ 영장기각 사유 “공직선거법 재판 출석 감안” “고 김문기 모른다” 판결, 총선 전에 내려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첫마디는 민생이었다. 27일 새벽 자신의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그는 서울구치소 문 앞에서 “이제 모레면 즐거워해야 마땅한 추석이지만 국민들의 삶은 참으로 어렵기 그지없다”고 했다. 휠체어에서 내려와 지팡이를 짚고 선 야당 대표의 말은 상투적임에도, 고마웠다. 그는 “정치가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이 나라 미래에 도움이 되는 존재가 되기를 정부여당에도, 정치권 모두에도 부탁드린다”고 했다. 24일간 단식 끝에 오로지 나라와 국민만 생각하는 큰 정치인으로 거듭난 듯한 감동이었다. 무조건 정부여당부터 공격할 줄 알았는데 야당 대표한테 꼭 한가위 선물을 받는 것 같았다. 그러나 거기까지다. 날이 밝자 이재명과 민주당에선 ‘정치가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것이라고 했더니 진짜인 줄 알더라’로 돌변하는 분위기다. 당장 체포동의안 가결파 징계론이 쏟아지고 있다. 개딸들의 ‘수박 쪼개기’ 주장이 속출하고 있고, 한총련 의장 출신으로 이재명 친위대 구실을 하는 강위원 더민주전국혁신회의 사무총장도 “끝까지 색출해 정치적 생명을 끊을 것”이라고 위협했다. 이재명 단식 중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 ‘전략공천’된 진교훈 후보가 이 조직에서 나온 사람이다. 앞으로 전개될 피비린내 나는 친명 공천과 숙청 작업을 짐작게 하는 모습이다. 이재명 수호를 내걸고 새 원내대표가 된 홍익표는 어제 윤석열 대통령에게 정치 복원을 촉구하며 “무리한 정치 수사에 대한 대통령의 공식 사과와 실무 책임자인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파면이 그 시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 복원을 절대 하지 말라는 선전 포고나 다름없다. 구속영장 기각이란 구속을 않는다는 것이지, 잘못이 없다는 뜻은 아니다. 대체 왜 대통령이 사과하고 장관을 파면해야 한단 말인가. 민주당은 법원으로부터 이재명 면죄부라도 받은 줄 아는 모양인데 착각이다. 이재명 대표 직인이 찍힌 공천장으로 총선 승리를 하겠다고, 이재명은 개딸들의 지지로 차기 대선 후보까지도 문제없다고 믿는 듯하다. ‘정당정치의 꽃 대의원’도 없애라는 개딸들이 당내 경선을 장악했으니 대선도 좌우할 수 있다고 믿지는 말기 바란다. 말이 좋아 ‘팬덤 정치’이지, 북조선이나 서조선(중국)에선 우상숭배다. 개딸을 이용해 이재명은 반대파를 쉽게 제거할 수 있어 좋다. 충성스러운 반대파를 용납 못 하는 ‘재명 전체주의’, 그 말이 싫다면 ‘개딸 전체주의’다. 그래서 이재명은 그 많은 비리 혐의에도 저토록 당당한 거다.<동아일보 대기자/ 입력 2023-09-27 23:51업데이트 2023-09-28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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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9-29
  • 단식·괴담·조작·재난… 쉰내 나는 레퍼토리의 헛발질
    ▲단식 7일차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단식투쟁천막에서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스1 단식·괴담·조작·재난… 쉰내 나는 레퍼토리의 헛발질 광우병 세월호 兵風 의혹 등 십수 년 전 정치 공작 再소환 무소불위 거대 野 대표가 단식하며 약자 코스프레 과거 한 번 속은 국민들 똑같은 수법에 고개 돌려 민주당이 지난주 국회 행안위에서 핼러윈 참사 특별법을 단독 처리한 것은 ‘세월호 어게인’에 대한 미련을 못 버렸다는 뜻이다. 박근혜 정권은 2014년 4월 16일, 그날을 기점으로 내리막길에 접어들었다. 마침내 탄핵이라는 종착지에 이르자 민주당 문재인 대선 후보는 세월호 방명록에 “미안하다, 고맙다”고 썼다. 국가적 비극을 정치적 이해관계로 계산한 속내를 감추지 못한 것이다. 민주당의 그 저급한 인식이 작년 10월 핼러윈 참사 직후 또 확인됐다. “세월호에 버금갈 파장” “최소한 2년 갈 이슈”라고 시시덕거렸다. 그러나 국민들이 ‘핼러윈’에 느끼는 아픔의 크기는 ‘세월호’와 차이가 있었다. 민주당이 밀어붙인 희생자 명단 공개도, 추모 공간 설립도 흐지부지됐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 처리수 방류를 태평양전쟁이라고 불렀다. 2008년 갓 출범한 이명박 정부를 뇌사 상태에 빠뜨린 광우병 파동을 리바이벌해 보려는 것이다. 광화문 광장에서 “미친 소 너나 먹어”를 외친 단체들이 ‘죽창가’를 부르며 다시 뭉쳤다. 그때는 미국 햄버거 먹방 찍었던 여배우가 청산가리 발언을 했는데 이번은 오사카 맛집 순례를 했던 여자 밴드 보컬이 “방사능비 내리는 지옥에 분노한다”고 했다. 유튜브에 그녀가 출연한 동영상이 10편가량 떠있다. 초밥 전문점에서는 “너무 맛있어요”를 연발하고 청어 소바집에서는 국물 맛에 “아 예술이다”라고 감탄한다. 촬영 시점은 2016년이다. 일본이 아무 안전 조치 없이 하루 300톤씩 오염수를 방류한 지 5년 됐을 때다. 당시 일본 바닷물이 방사성 물질을 걸러내거나 희석해 방류하는 이번 오염 처리수보다 위험도가 1000배는 됐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추정한다. 거센 빗줄기 속을 뛰어다니며 즐거워한 사람이 뒤늦게 내리는 이슬비 방울이 옷에 튄다고 화를 내고 있다. 민주당과 응원 세력들의 공포 마케팅에도 불구하고 노량진 수산 시장 매출은 오히려 늘었다고 한다. 불매운동 대상이 된 아사히 맥주, 유니클로 같은 일본 제품도 전혀 타격을 받지 않는 분위기다. 4년 전 ‘노 재팬’ 캠페인을 이끈 좌파 사이트엔 “이젠 끝인가요”라고 탄식하는 글이 올라왔다. 지난해 3월 대선 사흘 전 윤석열 국민의 힘 후보를 대장동 몸통으로 지목한 언론 보도가 전 언론노조 위원장과 대장동 사업 대주주가 공모한 허위 조작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2002년 대선 때 민주당은 이회창 한나라당 대선 후보를 겨냥해 병역 비리 은폐, 기양건설 10억 수수, 안기부 예산 선거 전용, 해외여행 경비 20만달러 의혹 등을 쉴 새 없이 쏟아냈다. 재판에서 모두 사실무근으로 판명 났지만 이 후보가 낙선한 뒤였다.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내내 시끄러웠던 ‘오세훈 생태탕 의혹’도 개표가 끝나자 신기루처럼 증발했다. 좌파는 진실을 난도질해 표와 맞바꾸는 일에 아무 죄의식이 없다. 광주민주화운동 3주년을 맞던 1983년 5월 18일 야당 지도자였던 김영삼은 민주화 5개 항을 요구하며 단식에 돌입했다. 언론 통제 때문에 ‘정치 현안’ ‘정가 관심사’ 같은 암호문으로 보도된 이 단식이 23일간 이어지며 전두환 철권통치에 작은 균열을 일으켰다. 지난주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무기한 단식을 시작하면서 “폭력 정권에 맞서는 마지막 저항 수단”이라고 했다. 1983년에나 통할 수 있는 말이다. 지금은 소셜미디어에 한 줄만 올려도 온 국민에게 전달된다. 더구나 윤석열 정권의 장관을 마음대로 탄핵할 수 있는 거대 의석이 이재명 대표의 주머니 공깃돌이나 다름없다. 한국 국민의 스마트폰 교체 주기가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짧다고 한다. 싫증을 잘 내고 뭐든지 새 상품을 선호한다. 총선 때마다 각 당 공천과 본선을 거치면서 절반 이상씩 물갈이가 이뤄진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 민주주의 국가에서 현역 의원들이 대부분 재선에 성공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런 정치판에서 민주당은 9년 전 세월호 재난, 15년 전 광우병 괴담, 21년 전 병풍 조작, 심지어 40년 전 단식을 재소환했다. 그야말로 쉰내 풀풀 나는 레퍼토리들이다. 예전에 한번 속은 국민들이지만 똑같은 수법에 계속 넘어갈 리가 없다. 손쉽게 우려먹어 보려던 얕은 꾀가 번번이 헛발질이다. 정치 공작 솜씨만큼은 귀신 같다던 좌파의 총기와 상상력이 고갈된 모양이다.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 관리에 총력전을 펴느라 기진맥진한 탓일지도 모르겠다. <조선일보 김창균 칼럼 2023.09.07. 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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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9-07
  • ‘대형 똥볼’이 된 민주당 혁신위 [김지현의 정치언락]-동아일보
    ▲더불어민주당 김은경 혁신위원장(오른쪽)이 지난 6월 20일 오전 서울 국회에서 열린 당 혁신기구 발족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김 위원장 왼쪽에 이재명 대표가 앉아있는 모습. 뉴스 1 ‘대형 똥볼’이 된 민주당 혁신위 [김지현의 정치언락]-동아일보 솔직히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회’가 이렇게까지 히트칠 줄은 몰랐습니다. 이재명 대표도 몰랐을 겁니다. 다만 진짜 혁신으로 화제가 된 게 아니고 1대 이래경 위원장의 ‘천안함 망발’에 이은 2대 김은경 위원장의 ‘노인 비하’ 논란 때문이란 게 좀 아프긴 하겠네요. 민주당에서 ‘혁신위’ 필요성이 처음 거론된 건 5월 14일 의원총회에서입니다.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에 이어 김남국 의원 코인 사태 등 도덕성 논란으로 당 지지율이 바닥을 쳤을 때죠. 급히 ‘쇄신 의원총회’를 연 민주당 원내지도부는 소속 의원 전원 명의로 “절박한 마음으로 쇄신하겠습니다”라는 제목의 결의문을 냅니다. 이 결의문 마지막 항목 5번, 그것도 맨 마지막 줄에 ‘당 차원의 혁신기구’가 살짝 언급됐습니다. 5. 당을 근본적으로 혁신하겠습니다. 민주당이 먼저 기득권을 내려놓고 정치를 바꾸겠습니다. 오늘 보고드린 쇄신 방안을 실천해 나가고, 전당대회 투명성과 민주성 강화 등 당 차원의 정치혁신 방안을 준비해서 보고드리겠습니다. 이를 위해 당 차원의 혁신기구를 설치하겠습니다. 이에 대해 한 재선 의원은 “혁신기구 얘기는 그날 처음 나왔다. 애초에 의원들 사이에선 관심 사안도 아니었다”고 했습니다. 초선 의원도 “의총 도중 박광온 원내대표가 혁신기구 설치를 언급하긴 했지만, 결의문 초안에도 자세한 내용이 없다 보니 다들 막연하게만 생각했다”고 했습니다. 애초에 크게 힘이 실릴 조직이 아니었다는 거죠. 혁신위 논의는 실제 지지부진했습니다. 지도부 의원은 당시 통화에서 “구인난도 문제이지만, 일단 혁신위가 정확히 무슨 일을 정해야 할지부터 정하는 것이 난제”라고 했습니다. 혁신위가 당장 어느 정도 권한을 갖고, 무슨 일을 할지조차 정해지지 않은 상태였다는 거죠. “민주당이 시간 끈다”는 비판이 이어지자 결국 민주당은 6월 5일 쫓기듯 이래경 사단법인 다른백년 명예이사장을 혁신위원장으로 선임합니다. 이재명 대표는 이 이사장의 선임 소식을 직접 발표하며 “새 혁신기구의 명칭, 역할 등에 대한 것은 모두 혁신기구에 맡기겠다. 혁신기구가 마련한 혁신안을 존중하고 전폭적으로 수용하겠다”고 했죠.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6월 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당의 혁신 기구를 맡아서 이끌 책임자로 사단법인 다른백년의 이래경 명예이사장을 모시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이사장은 ‘천안함 자폭’ 등 과거 발언 논란으로 임명 9시간 만에 자진해서 사퇴했다. 사진은 이 이사장이 2018년 3월 한 세미나에서 인사말을 하는 모습. 뉴스1 하지만 이 이사장은 과거 대선 때 이재명 후보를 지지했던 사실과 과거 ‘천안함 자폭’ 발언 등이 줄줄이 드러나면서 불과 9시간 만에 낙마합니다. 혁신위의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진 셈이죠. 당시 당내에선 “박광온 원내대표 등 ‘비명(비이재명)’계 원내지도부 등판에 위기감을 느낀 이재명 대표가 전권을 쥐고 혁신위를 꾸리려다가 악수를 뒀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다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래경 사태 덕분에 혁신위에도 비로소 존재감이 조금씩 생깁니다. “이래경 다음 타자는 누구냐”가 화제가 되기 시작한 거죠. ‘김은경’이란 이름이 등판한 건 쇄신 의총으로부터 딱 한 달째 되던 6월 15일 저녁이었습니다. 그때만 해도 ‘금융감독원 부원장 출신’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라는 프로필부터 낯설었던 탓에 “금융·소비자운동 전문가가 웬 당 혁신을 하느냐”는 말도 나왔습니다. ▲더불어민주당 김은경 혁신위원장이 7월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김 위원장 뒤로 ‘윤리정당 정치회복’이라고 적혀있다. 뉴시스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당시 임명을 발표하면서 “김 위원장은 온화한 성품의 소유자이지만, 원칙주의자적인 개혁적 성향의 인물”이라고 소개했습니다. 그러면서 “정치권에 몸을 오랫동안 담았던 분이 아니기 때문에 참신성도 반영됐다”고 덧붙였습니다. ‘정치권 출신이 아니라 참신하다’는 그 장점이 단점이 되기까진 얼마 안 걸리더군요. ‘김은경호’는 출발하기도 전부터 삐그덕댔습니다. 김 위원장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이 검찰에 의해 조작됐을 수도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가 첫 기자간담회부터 “알고 보니 심각한 사건이더라”며 자신의 발언을 주워 담느라 바빴습니다. 혁신위에는 줄곧 ‘이재명 호위부대’라는 꼬리표도 따라다녔습니다. 지난 대선 때 이재명 후보의 제주선거대책위 공동본부장 출신에, 이재명 대통령 후보 등록 대리인 등 이 대표를 지지했거나 이 대표와 연이 있는 이른바 ‘친명’ 인사들로 혁신위가 대거 채워졌다는 거죠. 혁신위는 실제 ‘이재명 사법리스크’에 대해 “사법적 판단(영역)이라 해당 문제를 혁신위가 관리할 이유는 없다”고 일찌감치 선을 그었고, 이재명 체제에 대해서도 “혁신위 평가 대상이 아니다”라고 일축했습니다. ‘이재명 지키기 혁신위’라는 지적에 혁신위 스스로도 “틀린 생각은 아닌 것 같다. 이재명 탄핵 사유를 현재까지 발견 못 했다”(서복경 혁신위원)고 하더군요. 당연히 비명계 의원들과는 갈등이 이어졌습니다. “혁신위가 이 대표 체제에 대해서는 평가의 대상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문을 닫아놓고 길을 찾는 거나 마찬가지”(윤영찬 의원) “성역 있는 혁신을 누가 혁신이라고 보겠나. 지도부 눈치 보기로는 혁신이 불가능하다”(이원욱 의원)이라는 비명 의원들의 비판에 맞서, 혁신위도 비명계 의원들을 겨냥한 날선 발언을 쏟아냈습니다. ‘미스터 쓴소리’ 5선 중진 이상민 의원을 향해 실명을 거론하며 “자중하라”고 경고하는가 하면, 이낙연 전 대표를 향해선 “자기 계파를 살리려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분열은 혁신 대상”이라고도 했죠. 이에 친이낙연계 설훈 의원이 발끈하며 “김 위원장의 발언은 오히려 갈등을 부추기며 당의 혼란을 가중시키는 격”이라고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 뒤로도 김 위원장의 ‘실언 리스크’는 계속 이어졌습니다. 김 위원장은 민주당 초선 의원들과의 간담회를 마치고는 “기억에 썩 남는 것은 없다”, “코로나 때 (당선된) 초선 (의원들)이라 소통이 잘 안되는 느낌이 들었다. 자기 의견을 이야기할 때 정리가 덜 된 듯했다”고 말해 ‘초선 의원 비하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간담회에 참석했던 한 초선 의원은 “전혀 그런 분위기가 아니었는데 본인이 잘 못 알아듣고선 저렇게 말하는 거 아니냐”며 황당해하더군요. 의원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결국 김 위원장은 “오해의 소지가 있었다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해명했습니다. 또 ‘오해’라는 겁니다. 그러더니 선거를 앞두고 절대 건드려선 안 된다는 ‘세대 갈등’ 이슈마저 기어이 뒤흔들어 놨습니다. 김 위원장은 7월 30일 2030 청년 좌담회를 열고 이같이 말했습니다. “둘째 아이가 중학교 1학년, 2학년 때 저한테 이런 질문을 했어요. ‘엄마, 왜 나이 드신 분들이 우리 미래를 결정해?’ 그러는 거예요. 그래서 자기가 생각할 때는 사람들의 평균 여명이 얼마라고 보았을 때 자기 나이로부터 여명까지, 엄마 나이로부터 여명까지로 해서, 비례적으로 투표를 하게 해야 한다는 거예요. (중략)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1인 1표이기 때문에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지만 그게 참 맞는 말이에요. 우리들의 미래가 훨씬 더 긴데 왜 미래가 짧은 분들이 똑같이 1대 1로 표결을 하느냐는 거지요.” 논란이 거세지는데도 혁신위는 “김 위원장 아들이 중학생 시절 낸 아이디어를 소개하며 한 발언을 왜곡해 어르신 폄하로 몰아가는 것은 구태적인 프레임”이라고 반박했습니다. 저 발언을 그대로 봤을 때 무엇이 왜곡이고 몰아간다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김 위원장은 이번에도 ‘오해’라는 주장만 이어갔습니다. 8월 1일엔 “오해가 있었다면 노여움을 풀어 달라”고 했고 2일에는 “교수라 철없이 지내서 정치언어를 잘 몰랐다”고 하더군요. 교수가 언제부터 ‘철없는 직업’이 됐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이번에도 자신의 진위를 사람들이 ‘오해’했다는 겁니다. 김 위원장은 앞서 이낙연 전 대표를 비판한 인터뷰가 후폭풍이 거셌을 때도 “(언론이 인터뷰 내용을) 앞뒤 자르고 연결했기 때문”이라며 언론 탓을 했었죠. ‘오해 탓’ ‘언론 탓’하는 스킬만 봐서는 정치언어를 충분히 잘 아시는 분 같습니다. ▲김호일 대한노인회장이 3일 서울 용산구 대한노인회 중앙회에서 노인 비하 발언 논란을 사과하기 위해 찾아온 김은경 혁신위원장과 면담하던 중 김 위원장 사진을 때리고 있다. 뉴스1 ▲김은경 혁신위원장의 사진을 손으로 때리며 분노를 표출하고 있는 김호일 대한노인회장. 뉴스1 민주당에선 혁신위가 남은 임기 동안 사고를 더 치지는 않을지 불안감이 적지 않습니다. “혁신위 해체가 혁신”이라며 조기 해체 요구가 이어지면서 당에선 일단 9월 초까지 예상했던 혁신위 임기를 이달 20일 정도로 2주 앞당겨 종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 합니다. 다만 김 위원장은 “혁신의 의지는 그대로”라며 정면 돌파 의지를 고수하고 있죠. 10일엔 비명계는 반대하고, 개딸 등 이재명 강성 지지층은 찬성하는 사실상의 ‘대의원제 폐지’ 방안까지 발표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마지막까지 정말 시끌시끌한 혁신위로 기록에 남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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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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