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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상] 나이가 벼슬
[만물상] 나이가 벼슬 김태훈 조선일보 문화부문 논설위원 얼마 전 버스로 출근하는데 누군가 다가오더니 대뜸 “야, 비켜!”라고 반말을 했다. 나이 든 분이어서 그러잖아도 일어서려 했는데 어이가 없었다. 사회 곳곳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다. 나이만 많으면 덮어놓고 반말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다툼이 벌어져도 결국 “너 몇 살이야?”로 가는 게 한국 사회다. ‘나이가 벼슬’이라는 말도 한국에만 있을 것 같다. ▶이런 풍토의 배경에 유교적 상하질서인 장유유서(長幼有序)가 있다고 한다. 그러나 한학 전문가들은 장유유서는 사회 관계가 아닌 가족 내부의 위계질서만 다룰 뿐이고 그마저도 나이가 아니라 항렬을 기준 삼는 규범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나이로 위아래를 가리는 잣대로 잘못 쓰이고 있다는 것이다. 존댓말과 반말을 엄격히 구분하는 한국어의 특성 탓이라는 분석도 있다. 처음 만났을 때 나이부터 묻는 것도 그 때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일본은 우리 못지않게 존댓말이 발달했는데도 웬만해선 서로 나이를 묻지 않는다. 일본어 반말은 상하 관계 규정이 아니라 친밀함을 드러내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매사 나이를 앞세우는 풍토는 사회적 비효율도 낳는다. 나이 적은 후배가 먼저 승진하면 멀쩡히 일할 수 있는 나이 많은 사람들이 퇴사하는 것은 사회의 손실이 아닐 수 없다. 나이 따지기와 복잡하고 지나친 존댓말이 조직 내에서 생산적이고 솔직한 논의를 방해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런 문화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이 곳곳에서 펼쳐지고 있다. 출판사 민음사 편집부는 지난해 2월부터 동료 간에 반말로 대화한다. ‘예의 있는 반말’을 쓰자는 뜻에서 ‘평어체’라고 한다. 반말을 쓰되 ‘야’, ‘너’라고 하거나 이름 뒤에 ‘~야’로 부르지 않는다. 부장급인 박혜진 팀장은 “대리나 평사원도 나를 ‘혜진’이라 부르며 자유롭게 의견을 말한다”고 했다. 반말 쓰기의 사례를 소개하고 장점을 분석한 ‘말 놓을 수 있는 용기’라는 책도 최근 출간됐다. 모두 경직된 나이 서열 문화를 깨기 위한 노력이다. ▶나이 서열 문화가 가장 깨지지 않을 곳이 정치권이다.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출판기념회에서 자신의 돈봉투 연루 의혹에 반발하면서 한동훈 법무장관을 겨냥해 ‘어린 X’이라고 했다. 논리적 잘잘못을 가리기보다 나이로 상대를 비하한다. 그런데 나이 많은 사람에게 일부러 예의를 갖추지 않음으로써 욕 보이려는 경우도 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아버지 뻘인 안철수 의원을 향해 ‘안철수씨’라고 부른 것도 한 예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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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식·괴담·조작·재난… 쉰내 나는 레퍼토리의 헛발질
▲단식 7일차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단식투쟁천막에서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스1 단식·괴담·조작·재난… 쉰내 나는 레퍼토리의 헛발질 광우병 세월호 兵風 의혹 등 십수 년 전 정치 공작 再소환 무소불위 거대 野 대표가 단식하며 약자 코스프레 과거 한 번 속은 국민들 똑같은 수법에 고개 돌려 민주당이 지난주 국회 행안위에서 핼러윈 참사 특별법을 단독 처리한 것은 ‘세월호 어게인’에 대한 미련을 못 버렸다는 뜻이다. 박근혜 정권은 2014년 4월 16일, 그날을 기점으로 내리막길에 접어들었다. 마침내 탄핵이라는 종착지에 이르자 민주당 문재인 대선 후보는 세월호 방명록에 “미안하다, 고맙다”고 썼다. 국가적 비극을 정치적 이해관계로 계산한 속내를 감추지 못한 것이다. 민주당의 그 저급한 인식이 작년 10월 핼러윈 참사 직후 또 확인됐다. “세월호에 버금갈 파장” “최소한 2년 갈 이슈”라고 시시덕거렸다. 그러나 국민들이 ‘핼러윈’에 느끼는 아픔의 크기는 ‘세월호’와 차이가 있었다. 민주당이 밀어붙인 희생자 명단 공개도, 추모 공간 설립도 흐지부지됐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 처리수 방류를 태평양전쟁이라고 불렀다. 2008년 갓 출범한 이명박 정부를 뇌사 상태에 빠뜨린 광우병 파동을 리바이벌해 보려는 것이다. 광화문 광장에서 “미친 소 너나 먹어”를 외친 단체들이 ‘죽창가’를 부르며 다시 뭉쳤다. 그때는 미국 햄버거 먹방 찍었던 여배우가 청산가리 발언을 했는데 이번은 오사카 맛집 순례를 했던 여자 밴드 보컬이 “방사능비 내리는 지옥에 분노한다”고 했다. 유튜브에 그녀가 출연한 동영상이 10편가량 떠있다. 초밥 전문점에서는 “너무 맛있어요”를 연발하고 청어 소바집에서는 국물 맛에 “아 예술이다”라고 감탄한다. 촬영 시점은 2016년이다. 일본이 아무 안전 조치 없이 하루 300톤씩 오염수를 방류한 지 5년 됐을 때다. 당시 일본 바닷물이 방사성 물질을 걸러내거나 희석해 방류하는 이번 오염 처리수보다 위험도가 1000배는 됐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추정한다. 거센 빗줄기 속을 뛰어다니며 즐거워한 사람이 뒤늦게 내리는 이슬비 방울이 옷에 튄다고 화를 내고 있다. 민주당과 응원 세력들의 공포 마케팅에도 불구하고 노량진 수산 시장 매출은 오히려 늘었다고 한다. 불매운동 대상이 된 아사히 맥주, 유니클로 같은 일본 제품도 전혀 타격을 받지 않는 분위기다. 4년 전 ‘노 재팬’ 캠페인을 이끈 좌파 사이트엔 “이젠 끝인가요”라고 탄식하는 글이 올라왔다. 지난해 3월 대선 사흘 전 윤석열 국민의 힘 후보를 대장동 몸통으로 지목한 언론 보도가 전 언론노조 위원장과 대장동 사업 대주주가 공모한 허위 조작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2002년 대선 때 민주당은 이회창 한나라당 대선 후보를 겨냥해 병역 비리 은폐, 기양건설 10억 수수, 안기부 예산 선거 전용, 해외여행 경비 20만달러 의혹 등을 쉴 새 없이 쏟아냈다. 재판에서 모두 사실무근으로 판명 났지만 이 후보가 낙선한 뒤였다.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내내 시끄러웠던 ‘오세훈 생태탕 의혹’도 개표가 끝나자 신기루처럼 증발했다. 좌파는 진실을 난도질해 표와 맞바꾸는 일에 아무 죄의식이 없다. 광주민주화운동 3주년을 맞던 1983년 5월 18일 야당 지도자였던 김영삼은 민주화 5개 항을 요구하며 단식에 돌입했다. 언론 통제 때문에 ‘정치 현안’ ‘정가 관심사’ 같은 암호문으로 보도된 이 단식이 23일간 이어지며 전두환 철권통치에 작은 균열을 일으켰다. 지난주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무기한 단식을 시작하면서 “폭력 정권에 맞서는 마지막 저항 수단”이라고 했다. 1983년에나 통할 수 있는 말이다. 지금은 소셜미디어에 한 줄만 올려도 온 국민에게 전달된다. 더구나 윤석열 정권의 장관을 마음대로 탄핵할 수 있는 거대 의석이 이재명 대표의 주머니 공깃돌이나 다름없다. 한국 국민의 스마트폰 교체 주기가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짧다고 한다. 싫증을 잘 내고 뭐든지 새 상품을 선호한다. 총선 때마다 각 당 공천과 본선을 거치면서 절반 이상씩 물갈이가 이뤄진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 민주주의 국가에서 현역 의원들이 대부분 재선에 성공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런 정치판에서 민주당은 9년 전 세월호 재난, 15년 전 광우병 괴담, 21년 전 병풍 조작, 심지어 40년 전 단식을 재소환했다. 그야말로 쉰내 풀풀 나는 레퍼토리들이다. 예전에 한번 속은 국민들이지만 똑같은 수법에 계속 넘어갈 리가 없다. 손쉽게 우려먹어 보려던 얕은 꾀가 번번이 헛발질이다. 정치 공작 솜씨만큼은 귀신 같다던 좌파의 총기와 상상력이 고갈된 모양이다.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 관리에 총력전을 펴느라 기진맥진한 탓일지도 모르겠다. <조선일보 김창균 칼럼 2023.09.07. 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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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똥볼’이 된 민주당 혁신위 [김지현의 정치언락]-동아일보
▲더불어민주당 김은경 혁신위원장(오른쪽)이 지난 6월 20일 오전 서울 국회에서 열린 당 혁신기구 발족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김 위원장 왼쪽에 이재명 대표가 앉아있는 모습. 뉴스 1 ‘대형 똥볼’이 된 민주당 혁신위 [김지현의 정치언락]-동아일보 솔직히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회’가 이렇게까지 히트칠 줄은 몰랐습니다. 이재명 대표도 몰랐을 겁니다. 다만 진짜 혁신으로 화제가 된 게 아니고 1대 이래경 위원장의 ‘천안함 망발’에 이은 2대 김은경 위원장의 ‘노인 비하’ 논란 때문이란 게 좀 아프긴 하겠네요. 민주당에서 ‘혁신위’ 필요성이 처음 거론된 건 5월 14일 의원총회에서입니다.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에 이어 김남국 의원 코인 사태 등 도덕성 논란으로 당 지지율이 바닥을 쳤을 때죠. 급히 ‘쇄신 의원총회’를 연 민주당 원내지도부는 소속 의원 전원 명의로 “절박한 마음으로 쇄신하겠습니다”라는 제목의 결의문을 냅니다. 이 결의문 마지막 항목 5번, 그것도 맨 마지막 줄에 ‘당 차원의 혁신기구’가 살짝 언급됐습니다. 5. 당을 근본적으로 혁신하겠습니다. 민주당이 먼저 기득권을 내려놓고 정치를 바꾸겠습니다. 오늘 보고드린 쇄신 방안을 실천해 나가고, 전당대회 투명성과 민주성 강화 등 당 차원의 정치혁신 방안을 준비해서 보고드리겠습니다. 이를 위해 당 차원의 혁신기구를 설치하겠습니다. 이에 대해 한 재선 의원은 “혁신기구 얘기는 그날 처음 나왔다. 애초에 의원들 사이에선 관심 사안도 아니었다”고 했습니다. 초선 의원도 “의총 도중 박광온 원내대표가 혁신기구 설치를 언급하긴 했지만, 결의문 초안에도 자세한 내용이 없다 보니 다들 막연하게만 생각했다”고 했습니다. 애초에 크게 힘이 실릴 조직이 아니었다는 거죠. 혁신위 논의는 실제 지지부진했습니다. 지도부 의원은 당시 통화에서 “구인난도 문제이지만, 일단 혁신위가 정확히 무슨 일을 정해야 할지부터 정하는 것이 난제”라고 했습니다. 혁신위가 당장 어느 정도 권한을 갖고, 무슨 일을 할지조차 정해지지 않은 상태였다는 거죠. “민주당이 시간 끈다”는 비판이 이어지자 결국 민주당은 6월 5일 쫓기듯 이래경 사단법인 다른백년 명예이사장을 혁신위원장으로 선임합니다. 이재명 대표는 이 이사장의 선임 소식을 직접 발표하며 “새 혁신기구의 명칭, 역할 등에 대한 것은 모두 혁신기구에 맡기겠다. 혁신기구가 마련한 혁신안을 존중하고 전폭적으로 수용하겠다”고 했죠.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6월 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당의 혁신 기구를 맡아서 이끌 책임자로 사단법인 다른백년의 이래경 명예이사장을 모시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이사장은 ‘천안함 자폭’ 등 과거 발언 논란으로 임명 9시간 만에 자진해서 사퇴했다. 사진은 이 이사장이 2018년 3월 한 세미나에서 인사말을 하는 모습. 뉴스1 하지만 이 이사장은 과거 대선 때 이재명 후보를 지지했던 사실과 과거 ‘천안함 자폭’ 발언 등이 줄줄이 드러나면서 불과 9시간 만에 낙마합니다. 혁신위의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진 셈이죠. 당시 당내에선 “박광온 원내대표 등 ‘비명(비이재명)’계 원내지도부 등판에 위기감을 느낀 이재명 대표가 전권을 쥐고 혁신위를 꾸리려다가 악수를 뒀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다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래경 사태 덕분에 혁신위에도 비로소 존재감이 조금씩 생깁니다. “이래경 다음 타자는 누구냐”가 화제가 되기 시작한 거죠. ‘김은경’이란 이름이 등판한 건 쇄신 의총으로부터 딱 한 달째 되던 6월 15일 저녁이었습니다. 그때만 해도 ‘금융감독원 부원장 출신’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라는 프로필부터 낯설었던 탓에 “금융·소비자운동 전문가가 웬 당 혁신을 하느냐”는 말도 나왔습니다. ▲더불어민주당 김은경 혁신위원장이 7월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김 위원장 뒤로 ‘윤리정당 정치회복’이라고 적혀있다. 뉴시스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당시 임명을 발표하면서 “김 위원장은 온화한 성품의 소유자이지만, 원칙주의자적인 개혁적 성향의 인물”이라고 소개했습니다. 그러면서 “정치권에 몸을 오랫동안 담았던 분이 아니기 때문에 참신성도 반영됐다”고 덧붙였습니다. ‘정치권 출신이 아니라 참신하다’는 그 장점이 단점이 되기까진 얼마 안 걸리더군요. ‘김은경호’는 출발하기도 전부터 삐그덕댔습니다. 김 위원장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이 검찰에 의해 조작됐을 수도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가 첫 기자간담회부터 “알고 보니 심각한 사건이더라”며 자신의 발언을 주워 담느라 바빴습니다. 혁신위에는 줄곧 ‘이재명 호위부대’라는 꼬리표도 따라다녔습니다. 지난 대선 때 이재명 후보의 제주선거대책위 공동본부장 출신에, 이재명 대통령 후보 등록 대리인 등 이 대표를 지지했거나 이 대표와 연이 있는 이른바 ‘친명’ 인사들로 혁신위가 대거 채워졌다는 거죠. 혁신위는 실제 ‘이재명 사법리스크’에 대해 “사법적 판단(영역)이라 해당 문제를 혁신위가 관리할 이유는 없다”고 일찌감치 선을 그었고, 이재명 체제에 대해서도 “혁신위 평가 대상이 아니다”라고 일축했습니다. ‘이재명 지키기 혁신위’라는 지적에 혁신위 스스로도 “틀린 생각은 아닌 것 같다. 이재명 탄핵 사유를 현재까지 발견 못 했다”(서복경 혁신위원)고 하더군요. 당연히 비명계 의원들과는 갈등이 이어졌습니다. “혁신위가 이 대표 체제에 대해서는 평가의 대상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문을 닫아놓고 길을 찾는 거나 마찬가지”(윤영찬 의원) “성역 있는 혁신을 누가 혁신이라고 보겠나. 지도부 눈치 보기로는 혁신이 불가능하다”(이원욱 의원)이라는 비명 의원들의 비판에 맞서, 혁신위도 비명계 의원들을 겨냥한 날선 발언을 쏟아냈습니다. ‘미스터 쓴소리’ 5선 중진 이상민 의원을 향해 실명을 거론하며 “자중하라”고 경고하는가 하면, 이낙연 전 대표를 향해선 “자기 계파를 살리려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분열은 혁신 대상”이라고도 했죠. 이에 친이낙연계 설훈 의원이 발끈하며 “김 위원장의 발언은 오히려 갈등을 부추기며 당의 혼란을 가중시키는 격”이라고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 뒤로도 김 위원장의 ‘실언 리스크’는 계속 이어졌습니다. 김 위원장은 민주당 초선 의원들과의 간담회를 마치고는 “기억에 썩 남는 것은 없다”, “코로나 때 (당선된) 초선 (의원들)이라 소통이 잘 안되는 느낌이 들었다. 자기 의견을 이야기할 때 정리가 덜 된 듯했다”고 말해 ‘초선 의원 비하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간담회에 참석했던 한 초선 의원은 “전혀 그런 분위기가 아니었는데 본인이 잘 못 알아듣고선 저렇게 말하는 거 아니냐”며 황당해하더군요. 의원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결국 김 위원장은 “오해의 소지가 있었다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해명했습니다. 또 ‘오해’라는 겁니다. 그러더니 선거를 앞두고 절대 건드려선 안 된다는 ‘세대 갈등’ 이슈마저 기어이 뒤흔들어 놨습니다. 김 위원장은 7월 30일 2030 청년 좌담회를 열고 이같이 말했습니다. “둘째 아이가 중학교 1학년, 2학년 때 저한테 이런 질문을 했어요. ‘엄마, 왜 나이 드신 분들이 우리 미래를 결정해?’ 그러는 거예요. 그래서 자기가 생각할 때는 사람들의 평균 여명이 얼마라고 보았을 때 자기 나이로부터 여명까지, 엄마 나이로부터 여명까지로 해서, 비례적으로 투표를 하게 해야 한다는 거예요. (중략)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1인 1표이기 때문에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지만 그게 참 맞는 말이에요. 우리들의 미래가 훨씬 더 긴데 왜 미래가 짧은 분들이 똑같이 1대 1로 표결을 하느냐는 거지요.” 논란이 거세지는데도 혁신위는 “김 위원장 아들이 중학생 시절 낸 아이디어를 소개하며 한 발언을 왜곡해 어르신 폄하로 몰아가는 것은 구태적인 프레임”이라고 반박했습니다. 저 발언을 그대로 봤을 때 무엇이 왜곡이고 몰아간다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김 위원장은 이번에도 ‘오해’라는 주장만 이어갔습니다. 8월 1일엔 “오해가 있었다면 노여움을 풀어 달라”고 했고 2일에는 “교수라 철없이 지내서 정치언어를 잘 몰랐다”고 하더군요. 교수가 언제부터 ‘철없는 직업’이 됐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이번에도 자신의 진위를 사람들이 ‘오해’했다는 겁니다. 김 위원장은 앞서 이낙연 전 대표를 비판한 인터뷰가 후폭풍이 거셌을 때도 “(언론이 인터뷰 내용을) 앞뒤 자르고 연결했기 때문”이라며 언론 탓을 했었죠. ‘오해 탓’ ‘언론 탓’하는 스킬만 봐서는 정치언어를 충분히 잘 아시는 분 같습니다. ▲김호일 대한노인회장이 3일 서울 용산구 대한노인회 중앙회에서 노인 비하 발언 논란을 사과하기 위해 찾아온 김은경 혁신위원장과 면담하던 중 김 위원장 사진을 때리고 있다. 뉴스1 ▲김은경 혁신위원장의 사진을 손으로 때리며 분노를 표출하고 있는 김호일 대한노인회장. 뉴스1 민주당에선 혁신위가 남은 임기 동안 사고를 더 치지는 않을지 불안감이 적지 않습니다. “혁신위 해체가 혁신”이라며 조기 해체 요구가 이어지면서 당에선 일단 9월 초까지 예상했던 혁신위 임기를 이달 20일 정도로 2주 앞당겨 종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 합니다. 다만 김 위원장은 “혁신의 의지는 그대로”라며 정면 돌파 의지를 고수하고 있죠. 10일엔 비명계는 반대하고, 개딸 등 이재명 강성 지지층은 찬성하는 사실상의 ‘대의원제 폐지’ 방안까지 발표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마지막까지 정말 시끌시끌한 혁신위로 기록에 남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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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전용기가 추락하길 바란다” 어느 성직자의 글
▲페이스북 캡쳐 “대통령 전용기가 추락하길 바란다” 어느 성직자의 글 강원도 원주에서 한 성공회 신부는 대한민국 대통령이 탄 전용기를 ‘온 국민이 염원해서’ 추락하길 바라 마지않는다고 페이스북에 썼다. 문제가 되니까 글을 삭제하고 “일기장처럼 쓴 ‘나만의 생각 압축’이 공개돼 사과한다”고 썼다. 일단 비겁하다. 백 명이 넘는 탑승객을 태운 비행기를 추락하라고 저주한 게 ‘압축된 본심’이고 그 본심이 실수로 공개됐으니 사과한다는 이야기지 본심에 대한 사과나 철회는 없다. 그리고 졸렬하고 끔찍하다. 이 신부 페이스북 포스트에는 현 정권에 대한 적의(敵意)가 가득하다. 이 신부는 이태원 사고로 명동성당 추모미사에 참석한 대통령 사진을 올리며 “나 같으면 성당 출입을 금지시키고 저 굥을 두드려 팬 뒤 감옥행으로 가겠다”고 쓰기도 했다. 그리고 자기가 봉사하는 단체에 대한 후원과 기도를 부탁한다는 포스트도 이어지니, 어느 포스트가 본심일까. 저런 폭력적인 증오로 ‘원수를 사랑하라’는 메시지를 자기 신도들에게 전파해왔다니 끔찍하다. 14일 오전 11시 현재 이 사제는 페이스북을 비공개로 전환했다. 하지만 이미 많은 이들이 예전 포스트들을 캡쳐해 퍼나르는 중이라 소용없다. 이뿐인가. ‘치과대학을 졸업한 물리학회 회원이며 작가’라는 사람은 미국 대통령과 팔짱을 끼고 기념사진을 찍은 대한민국 대통령 부인을 ‘손톱을 세워 강하게 팔뚝을 잡고 팔꿈치를 신체에 밀착되게끔 잡았다’며 ‘버릇 어디 안 간다’고 평했다. 또 세월호 희생자 추모와 유족 지원 용도로 지급된 예산을 경기도 안산시는 김정은 신년사 학습회와 아파트 부녀회 소모임, 현장체험을 명목으로 한 제주도 여행 경비로 사용했다. 지자체에서 작가, 그리고 성직자까지, 직업 불문이고 남녀노소 불문이다. 이 사회와 구성원에 대한 폭력적인 증오와 법을 무시하는 행태가 이 대한민국 사회를 지배하는 현상이 됐다는 뜻이다. 왜 이런 아무 쓰잘 데 없는 현상이 21세기 선진 대한민국에서 벌어졌다는 말인가. 맑은 공기는 위로 올라가지만 세상을 부패시키는 병균은 아래로 내려온다. 윗물이 썩어도 너무 많이 썩어 있었던 것이다. 1504년 음력 4월 폭군 연산군이 어리니라는 애꿎은 여자를 부관참시한 뒤 이 정당성 여부를 신하들에게 물었다. 누가 보더라도 무죄였지만 연산군에게 신하들은 이렇게 대답했다. “성상의 하교가 지당하십니다.”(1504년 4월 23일 ‘연산군일기’) 그래도 법 없는 자유를 원했던 연산군은 권력을 감시하던 사헌부와 사간원을 폐지하고 폐지 기념문을 목판에 새기라 명했다.(1504년 12월 26일 ‘연산군일기’) 영조는 압슬형(무릎을 바위로 짓누르는 형벌), 주뢰형(주리틀기), 낙형(인두로 지지는 형벌) 같은 잔인한 형벌로 정적을 처단했다. 정적들이 다 사라지고 나서야 영조는 “형벌이 너무 잔인하다”며 이들 형을 금지시켰다. 1894년 청나라 상해에서 암살된 갑신정변 주역 김옥균 시신이 조선으로 운구되자 고종은 죽은 김옥균을 관에서 꺼내 살을 도려내고 목을 베는 ‘부관참시’와 ‘능지형’으로 재차 처단했다. 그런데 이미 죽은 역적에게 형을 가하는 ‘역률(逆律) 추시(追施)’는 영조 때 “나라가 멸망할 형벌”이라며 금지된 처벌이었다.(1759년 8월 19일 ‘영조실록’) 연산군부터 영조, 고종까지 자기 만족을 위해 법을 무시한 것이다. 조선은 성문법이 완비된 나라였다. 그런데 그 나라를 다스리는 많은 지도자들은 이렇게 자기 정치적 신념과 이해관계에 따라 법을 초월해 나라를 통치했다. 그를 추종하고 이해관계를 함께했던 세력은 그 무법과 부도덕함을 방조하고 동조했다. 권력층에 이렇게 탈법과 불법이 난무하면 법으로 보호받아야 할 백성과 시민은 더 이상 법에 기대지 않는다. 법을 탈출한 권력도 썩고, 그 썩은 권력과 결탁한 탈법과 불법이 사회를 병들게 만든다. 망국 무렵 조선 권력자들은 인간 본성인 이기심과 탐욕을 법을 무시하면서 마음껏 발휘했다. 망하는 나라, 망하는 사회가 보여준 징조와 망국 패턴은 이렇게 역사에 너무나도 자세하게 기록돼 있다. 법에서 풀려난 이기심과 탐욕이 사회로 전염되면 사회는 법에 기대지 않는다. 대신 개개인은 언어적, 물리적 폭력에 의지해 자기 이기심을 성취하려고 한다. 요즘 하루도 빠짐없이 이 사회 상하 구성원들이 보여주고 있는 비상식적인 폭력의 근원은 지난 몇 년 동안 대한민국 권력층이 행한 무법과 탈법이다. 법을 적용하지도 집행하지도 않고, 사회 방어에 필요한 시스템을 없애는 법을 만들어 사회를 붕괴시켜온 그 행태가 지금 광적 폭력의 근원이다. 법은 도덕률의 최소한이라고들 한다. 그 최소한의 도덕률을 권력자들이 안 지켜왔는데 이 사회에 인간성과 예의가 남아 있겠는가. 인간세상이 아니라 동물의 왕국이 돼 버렸는데 인간의 언어가 먹히겠는가. 이 인간의 땅을 오염시킨 저 동물의 언어는 언제 사라질 것인가.<박종인 조선일보 선임기자> 입력 2022.11.14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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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상] 나이가 벼슬
- [만물상] 나이가 벼슬 김태훈 조선일보 문화부문 논설위원 얼마 전 버스로 출근하는데 누군가 다가오더니 대뜸 “야, 비켜!”라고 반말을 했다. 나이 든 분이어서 그러잖아도 일어서려 했는데 어이가 없었다. 사회 곳곳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다. 나이만 많으면 덮어놓고 반말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다툼이 벌어져도 결국 “너 몇 살이야?”로 가는 게 한국 사회다. ‘나이가 벼슬’이라는 말도 한국에만 있을 것 같다. ▶이런 풍토의 배경에 유교적 상하질서인 장유유서(長幼有序)가 있다고 한다. 그러나 한학 전문가들은 장유유서는 사회 관계가 아닌 가족 내부의 위계질서만 다룰 뿐이고 그마저도 나이가 아니라 항렬을 기준 삼는 규범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나이로 위아래를 가리는 잣대로 잘못 쓰이고 있다는 것이다. 존댓말과 반말을 엄격히 구분하는 한국어의 특성 탓이라는 분석도 있다. 처음 만났을 때 나이부터 묻는 것도 그 때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일본은 우리 못지않게 존댓말이 발달했는데도 웬만해선 서로 나이를 묻지 않는다. 일본어 반말은 상하 관계 규정이 아니라 친밀함을 드러내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매사 나이를 앞세우는 풍토는 사회적 비효율도 낳는다. 나이 적은 후배가 먼저 승진하면 멀쩡히 일할 수 있는 나이 많은 사람들이 퇴사하는 것은 사회의 손실이 아닐 수 없다. 나이 따지기와 복잡하고 지나친 존댓말이 조직 내에서 생산적이고 솔직한 논의를 방해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런 문화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이 곳곳에서 펼쳐지고 있다. 출판사 민음사 편집부는 지난해 2월부터 동료 간에 반말로 대화한다. ‘예의 있는 반말’을 쓰자는 뜻에서 ‘평어체’라고 한다. 반말을 쓰되 ‘야’, ‘너’라고 하거나 이름 뒤에 ‘~야’로 부르지 않는다. 부장급인 박혜진 팀장은 “대리나 평사원도 나를 ‘혜진’이라 부르며 자유롭게 의견을 말한다”고 했다. 반말 쓰기의 사례를 소개하고 장점을 분석한 ‘말 놓을 수 있는 용기’라는 책도 최근 출간됐다. 모두 경직된 나이 서열 문화를 깨기 위한 노력이다. ▶나이 서열 문화가 가장 깨지지 않을 곳이 정치권이다.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출판기념회에서 자신의 돈봉투 연루 의혹에 반발하면서 한동훈 법무장관을 겨냥해 ‘어린 X’이라고 했다. 논리적 잘잘못을 가리기보다 나이로 상대를 비하한다. 그런데 나이 많은 사람에게 일부러 예의를 갖추지 않음으로써 욕 보이려는 경우도 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아버지 뻘인 안철수 의원을 향해 ‘안철수씨’라고 부른 것도 한 예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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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상] 나이가 벼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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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식·괴담·조작·재난… 쉰내 나는 레퍼토리의 헛발질
- ▲단식 7일차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단식투쟁천막에서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스1 단식·괴담·조작·재난… 쉰내 나는 레퍼토리의 헛발질 광우병 세월호 兵風 의혹 등 십수 년 전 정치 공작 再소환 무소불위 거대 野 대표가 단식하며 약자 코스프레 과거 한 번 속은 국민들 똑같은 수법에 고개 돌려 민주당이 지난주 국회 행안위에서 핼러윈 참사 특별법을 단독 처리한 것은 ‘세월호 어게인’에 대한 미련을 못 버렸다는 뜻이다. 박근혜 정권은 2014년 4월 16일, 그날을 기점으로 내리막길에 접어들었다. 마침내 탄핵이라는 종착지에 이르자 민주당 문재인 대선 후보는 세월호 방명록에 “미안하다, 고맙다”고 썼다. 국가적 비극을 정치적 이해관계로 계산한 속내를 감추지 못한 것이다. 민주당의 그 저급한 인식이 작년 10월 핼러윈 참사 직후 또 확인됐다. “세월호에 버금갈 파장” “최소한 2년 갈 이슈”라고 시시덕거렸다. 그러나 국민들이 ‘핼러윈’에 느끼는 아픔의 크기는 ‘세월호’와 차이가 있었다. 민주당이 밀어붙인 희생자 명단 공개도, 추모 공간 설립도 흐지부지됐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 처리수 방류를 태평양전쟁이라고 불렀다. 2008년 갓 출범한 이명박 정부를 뇌사 상태에 빠뜨린 광우병 파동을 리바이벌해 보려는 것이다. 광화문 광장에서 “미친 소 너나 먹어”를 외친 단체들이 ‘죽창가’를 부르며 다시 뭉쳤다. 그때는 미국 햄버거 먹방 찍었던 여배우가 청산가리 발언을 했는데 이번은 오사카 맛집 순례를 했던 여자 밴드 보컬이 “방사능비 내리는 지옥에 분노한다”고 했다. 유튜브에 그녀가 출연한 동영상이 10편가량 떠있다. 초밥 전문점에서는 “너무 맛있어요”를 연발하고 청어 소바집에서는 국물 맛에 “아 예술이다”라고 감탄한다. 촬영 시점은 2016년이다. 일본이 아무 안전 조치 없이 하루 300톤씩 오염수를 방류한 지 5년 됐을 때다. 당시 일본 바닷물이 방사성 물질을 걸러내거나 희석해 방류하는 이번 오염 처리수보다 위험도가 1000배는 됐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추정한다. 거센 빗줄기 속을 뛰어다니며 즐거워한 사람이 뒤늦게 내리는 이슬비 방울이 옷에 튄다고 화를 내고 있다. 민주당과 응원 세력들의 공포 마케팅에도 불구하고 노량진 수산 시장 매출은 오히려 늘었다고 한다. 불매운동 대상이 된 아사히 맥주, 유니클로 같은 일본 제품도 전혀 타격을 받지 않는 분위기다. 4년 전 ‘노 재팬’ 캠페인을 이끈 좌파 사이트엔 “이젠 끝인가요”라고 탄식하는 글이 올라왔다. 지난해 3월 대선 사흘 전 윤석열 국민의 힘 후보를 대장동 몸통으로 지목한 언론 보도가 전 언론노조 위원장과 대장동 사업 대주주가 공모한 허위 조작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2002년 대선 때 민주당은 이회창 한나라당 대선 후보를 겨냥해 병역 비리 은폐, 기양건설 10억 수수, 안기부 예산 선거 전용, 해외여행 경비 20만달러 의혹 등을 쉴 새 없이 쏟아냈다. 재판에서 모두 사실무근으로 판명 났지만 이 후보가 낙선한 뒤였다.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내내 시끄러웠던 ‘오세훈 생태탕 의혹’도 개표가 끝나자 신기루처럼 증발했다. 좌파는 진실을 난도질해 표와 맞바꾸는 일에 아무 죄의식이 없다. 광주민주화운동 3주년을 맞던 1983년 5월 18일 야당 지도자였던 김영삼은 민주화 5개 항을 요구하며 단식에 돌입했다. 언론 통제 때문에 ‘정치 현안’ ‘정가 관심사’ 같은 암호문으로 보도된 이 단식이 23일간 이어지며 전두환 철권통치에 작은 균열을 일으켰다. 지난주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무기한 단식을 시작하면서 “폭력 정권에 맞서는 마지막 저항 수단”이라고 했다. 1983년에나 통할 수 있는 말이다. 지금은 소셜미디어에 한 줄만 올려도 온 국민에게 전달된다. 더구나 윤석열 정권의 장관을 마음대로 탄핵할 수 있는 거대 의석이 이재명 대표의 주머니 공깃돌이나 다름없다. 한국 국민의 스마트폰 교체 주기가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짧다고 한다. 싫증을 잘 내고 뭐든지 새 상품을 선호한다. 총선 때마다 각 당 공천과 본선을 거치면서 절반 이상씩 물갈이가 이뤄진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 민주주의 국가에서 현역 의원들이 대부분 재선에 성공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런 정치판에서 민주당은 9년 전 세월호 재난, 15년 전 광우병 괴담, 21년 전 병풍 조작, 심지어 40년 전 단식을 재소환했다. 그야말로 쉰내 풀풀 나는 레퍼토리들이다. 예전에 한번 속은 국민들이지만 똑같은 수법에 계속 넘어갈 리가 없다. 손쉽게 우려먹어 보려던 얕은 꾀가 번번이 헛발질이다. 정치 공작 솜씨만큼은 귀신 같다던 좌파의 총기와 상상력이 고갈된 모양이다.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 관리에 총력전을 펴느라 기진맥진한 탓일지도 모르겠다. <조선일보 김창균 칼럼 2023.09.07. 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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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식·괴담·조작·재난… 쉰내 나는 레퍼토리의 헛발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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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똥볼’이 된 민주당 혁신위 [김지현의 정치언락]-동아일보
- ▲더불어민주당 김은경 혁신위원장(오른쪽)이 지난 6월 20일 오전 서울 국회에서 열린 당 혁신기구 발족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김 위원장 왼쪽에 이재명 대표가 앉아있는 모습. 뉴스 1 ‘대형 똥볼’이 된 민주당 혁신위 [김지현의 정치언락]-동아일보 솔직히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회’가 이렇게까지 히트칠 줄은 몰랐습니다. 이재명 대표도 몰랐을 겁니다. 다만 진짜 혁신으로 화제가 된 게 아니고 1대 이래경 위원장의 ‘천안함 망발’에 이은 2대 김은경 위원장의 ‘노인 비하’ 논란 때문이란 게 좀 아프긴 하겠네요. 민주당에서 ‘혁신위’ 필요성이 처음 거론된 건 5월 14일 의원총회에서입니다.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에 이어 김남국 의원 코인 사태 등 도덕성 논란으로 당 지지율이 바닥을 쳤을 때죠. 급히 ‘쇄신 의원총회’를 연 민주당 원내지도부는 소속 의원 전원 명의로 “절박한 마음으로 쇄신하겠습니다”라는 제목의 결의문을 냅니다. 이 결의문 마지막 항목 5번, 그것도 맨 마지막 줄에 ‘당 차원의 혁신기구’가 살짝 언급됐습니다. 5. 당을 근본적으로 혁신하겠습니다. 민주당이 먼저 기득권을 내려놓고 정치를 바꾸겠습니다. 오늘 보고드린 쇄신 방안을 실천해 나가고, 전당대회 투명성과 민주성 강화 등 당 차원의 정치혁신 방안을 준비해서 보고드리겠습니다. 이를 위해 당 차원의 혁신기구를 설치하겠습니다. 이에 대해 한 재선 의원은 “혁신기구 얘기는 그날 처음 나왔다. 애초에 의원들 사이에선 관심 사안도 아니었다”고 했습니다. 초선 의원도 “의총 도중 박광온 원내대표가 혁신기구 설치를 언급하긴 했지만, 결의문 초안에도 자세한 내용이 없다 보니 다들 막연하게만 생각했다”고 했습니다. 애초에 크게 힘이 실릴 조직이 아니었다는 거죠. 혁신위 논의는 실제 지지부진했습니다. 지도부 의원은 당시 통화에서 “구인난도 문제이지만, 일단 혁신위가 정확히 무슨 일을 정해야 할지부터 정하는 것이 난제”라고 했습니다. 혁신위가 당장 어느 정도 권한을 갖고, 무슨 일을 할지조차 정해지지 않은 상태였다는 거죠. “민주당이 시간 끈다”는 비판이 이어지자 결국 민주당은 6월 5일 쫓기듯 이래경 사단법인 다른백년 명예이사장을 혁신위원장으로 선임합니다. 이재명 대표는 이 이사장의 선임 소식을 직접 발표하며 “새 혁신기구의 명칭, 역할 등에 대한 것은 모두 혁신기구에 맡기겠다. 혁신기구가 마련한 혁신안을 존중하고 전폭적으로 수용하겠다”고 했죠.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6월 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당의 혁신 기구를 맡아서 이끌 책임자로 사단법인 다른백년의 이래경 명예이사장을 모시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이사장은 ‘천안함 자폭’ 등 과거 발언 논란으로 임명 9시간 만에 자진해서 사퇴했다. 사진은 이 이사장이 2018년 3월 한 세미나에서 인사말을 하는 모습. 뉴스1 하지만 이 이사장은 과거 대선 때 이재명 후보를 지지했던 사실과 과거 ‘천안함 자폭’ 발언 등이 줄줄이 드러나면서 불과 9시간 만에 낙마합니다. 혁신위의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진 셈이죠. 당시 당내에선 “박광온 원내대표 등 ‘비명(비이재명)’계 원내지도부 등판에 위기감을 느낀 이재명 대표가 전권을 쥐고 혁신위를 꾸리려다가 악수를 뒀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다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래경 사태 덕분에 혁신위에도 비로소 존재감이 조금씩 생깁니다. “이래경 다음 타자는 누구냐”가 화제가 되기 시작한 거죠. ‘김은경’이란 이름이 등판한 건 쇄신 의총으로부터 딱 한 달째 되던 6월 15일 저녁이었습니다. 그때만 해도 ‘금융감독원 부원장 출신’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라는 프로필부터 낯설었던 탓에 “금융·소비자운동 전문가가 웬 당 혁신을 하느냐”는 말도 나왔습니다. ▲더불어민주당 김은경 혁신위원장이 7월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김 위원장 뒤로 ‘윤리정당 정치회복’이라고 적혀있다. 뉴시스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당시 임명을 발표하면서 “김 위원장은 온화한 성품의 소유자이지만, 원칙주의자적인 개혁적 성향의 인물”이라고 소개했습니다. 그러면서 “정치권에 몸을 오랫동안 담았던 분이 아니기 때문에 참신성도 반영됐다”고 덧붙였습니다. ‘정치권 출신이 아니라 참신하다’는 그 장점이 단점이 되기까진 얼마 안 걸리더군요. ‘김은경호’는 출발하기도 전부터 삐그덕댔습니다. 김 위원장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이 검찰에 의해 조작됐을 수도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가 첫 기자간담회부터 “알고 보니 심각한 사건이더라”며 자신의 발언을 주워 담느라 바빴습니다. 혁신위에는 줄곧 ‘이재명 호위부대’라는 꼬리표도 따라다녔습니다. 지난 대선 때 이재명 후보의 제주선거대책위 공동본부장 출신에, 이재명 대통령 후보 등록 대리인 등 이 대표를 지지했거나 이 대표와 연이 있는 이른바 ‘친명’ 인사들로 혁신위가 대거 채워졌다는 거죠. 혁신위는 실제 ‘이재명 사법리스크’에 대해 “사법적 판단(영역)이라 해당 문제를 혁신위가 관리할 이유는 없다”고 일찌감치 선을 그었고, 이재명 체제에 대해서도 “혁신위 평가 대상이 아니다”라고 일축했습니다. ‘이재명 지키기 혁신위’라는 지적에 혁신위 스스로도 “틀린 생각은 아닌 것 같다. 이재명 탄핵 사유를 현재까지 발견 못 했다”(서복경 혁신위원)고 하더군요. 당연히 비명계 의원들과는 갈등이 이어졌습니다. “혁신위가 이 대표 체제에 대해서는 평가의 대상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문을 닫아놓고 길을 찾는 거나 마찬가지”(윤영찬 의원) “성역 있는 혁신을 누가 혁신이라고 보겠나. 지도부 눈치 보기로는 혁신이 불가능하다”(이원욱 의원)이라는 비명 의원들의 비판에 맞서, 혁신위도 비명계 의원들을 겨냥한 날선 발언을 쏟아냈습니다. ‘미스터 쓴소리’ 5선 중진 이상민 의원을 향해 실명을 거론하며 “자중하라”고 경고하는가 하면, 이낙연 전 대표를 향해선 “자기 계파를 살리려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분열은 혁신 대상”이라고도 했죠. 이에 친이낙연계 설훈 의원이 발끈하며 “김 위원장의 발언은 오히려 갈등을 부추기며 당의 혼란을 가중시키는 격”이라고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 뒤로도 김 위원장의 ‘실언 리스크’는 계속 이어졌습니다. 김 위원장은 민주당 초선 의원들과의 간담회를 마치고는 “기억에 썩 남는 것은 없다”, “코로나 때 (당선된) 초선 (의원들)이라 소통이 잘 안되는 느낌이 들었다. 자기 의견을 이야기할 때 정리가 덜 된 듯했다”고 말해 ‘초선 의원 비하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간담회에 참석했던 한 초선 의원은 “전혀 그런 분위기가 아니었는데 본인이 잘 못 알아듣고선 저렇게 말하는 거 아니냐”며 황당해하더군요. 의원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결국 김 위원장은 “오해의 소지가 있었다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해명했습니다. 또 ‘오해’라는 겁니다. 그러더니 선거를 앞두고 절대 건드려선 안 된다는 ‘세대 갈등’ 이슈마저 기어이 뒤흔들어 놨습니다. 김 위원장은 7월 30일 2030 청년 좌담회를 열고 이같이 말했습니다. “둘째 아이가 중학교 1학년, 2학년 때 저한테 이런 질문을 했어요. ‘엄마, 왜 나이 드신 분들이 우리 미래를 결정해?’ 그러는 거예요. 그래서 자기가 생각할 때는 사람들의 평균 여명이 얼마라고 보았을 때 자기 나이로부터 여명까지, 엄마 나이로부터 여명까지로 해서, 비례적으로 투표를 하게 해야 한다는 거예요. (중략)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1인 1표이기 때문에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지만 그게 참 맞는 말이에요. 우리들의 미래가 훨씬 더 긴데 왜 미래가 짧은 분들이 똑같이 1대 1로 표결을 하느냐는 거지요.” 논란이 거세지는데도 혁신위는 “김 위원장 아들이 중학생 시절 낸 아이디어를 소개하며 한 발언을 왜곡해 어르신 폄하로 몰아가는 것은 구태적인 프레임”이라고 반박했습니다. 저 발언을 그대로 봤을 때 무엇이 왜곡이고 몰아간다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김 위원장은 이번에도 ‘오해’라는 주장만 이어갔습니다. 8월 1일엔 “오해가 있었다면 노여움을 풀어 달라”고 했고 2일에는 “교수라 철없이 지내서 정치언어를 잘 몰랐다”고 하더군요. 교수가 언제부터 ‘철없는 직업’이 됐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이번에도 자신의 진위를 사람들이 ‘오해’했다는 겁니다. 김 위원장은 앞서 이낙연 전 대표를 비판한 인터뷰가 후폭풍이 거셌을 때도 “(언론이 인터뷰 내용을) 앞뒤 자르고 연결했기 때문”이라며 언론 탓을 했었죠. ‘오해 탓’ ‘언론 탓’하는 스킬만 봐서는 정치언어를 충분히 잘 아시는 분 같습니다. ▲김호일 대한노인회장이 3일 서울 용산구 대한노인회 중앙회에서 노인 비하 발언 논란을 사과하기 위해 찾아온 김은경 혁신위원장과 면담하던 중 김 위원장 사진을 때리고 있다. 뉴스1 ▲김은경 혁신위원장의 사진을 손으로 때리며 분노를 표출하고 있는 김호일 대한노인회장. 뉴스1 민주당에선 혁신위가 남은 임기 동안 사고를 더 치지는 않을지 불안감이 적지 않습니다. “혁신위 해체가 혁신”이라며 조기 해체 요구가 이어지면서 당에선 일단 9월 초까지 예상했던 혁신위 임기를 이달 20일 정도로 2주 앞당겨 종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 합니다. 다만 김 위원장은 “혁신의 의지는 그대로”라며 정면 돌파 의지를 고수하고 있죠. 10일엔 비명계는 반대하고, 개딸 등 이재명 강성 지지층은 찬성하는 사실상의 ‘대의원제 폐지’ 방안까지 발표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마지막까지 정말 시끌시끌한 혁신위로 기록에 남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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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똥볼’이 된 민주당 혁신위 [김지현의 정치언락]-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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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전용기가 추락하길 바란다” 어느 성직자의 글
- ▲페이스북 캡쳐 “대통령 전용기가 추락하길 바란다” 어느 성직자의 글 강원도 원주에서 한 성공회 신부는 대한민국 대통령이 탄 전용기를 ‘온 국민이 염원해서’ 추락하길 바라 마지않는다고 페이스북에 썼다. 문제가 되니까 글을 삭제하고 “일기장처럼 쓴 ‘나만의 생각 압축’이 공개돼 사과한다”고 썼다. 일단 비겁하다. 백 명이 넘는 탑승객을 태운 비행기를 추락하라고 저주한 게 ‘압축된 본심’이고 그 본심이 실수로 공개됐으니 사과한다는 이야기지 본심에 대한 사과나 철회는 없다. 그리고 졸렬하고 끔찍하다. 이 신부 페이스북 포스트에는 현 정권에 대한 적의(敵意)가 가득하다. 이 신부는 이태원 사고로 명동성당 추모미사에 참석한 대통령 사진을 올리며 “나 같으면 성당 출입을 금지시키고 저 굥을 두드려 팬 뒤 감옥행으로 가겠다”고 쓰기도 했다. 그리고 자기가 봉사하는 단체에 대한 후원과 기도를 부탁한다는 포스트도 이어지니, 어느 포스트가 본심일까. 저런 폭력적인 증오로 ‘원수를 사랑하라’는 메시지를 자기 신도들에게 전파해왔다니 끔찍하다. 14일 오전 11시 현재 이 사제는 페이스북을 비공개로 전환했다. 하지만 이미 많은 이들이 예전 포스트들을 캡쳐해 퍼나르는 중이라 소용없다. 이뿐인가. ‘치과대학을 졸업한 물리학회 회원이며 작가’라는 사람은 미국 대통령과 팔짱을 끼고 기념사진을 찍은 대한민국 대통령 부인을 ‘손톱을 세워 강하게 팔뚝을 잡고 팔꿈치를 신체에 밀착되게끔 잡았다’며 ‘버릇 어디 안 간다’고 평했다. 또 세월호 희생자 추모와 유족 지원 용도로 지급된 예산을 경기도 안산시는 김정은 신년사 학습회와 아파트 부녀회 소모임, 현장체험을 명목으로 한 제주도 여행 경비로 사용했다. 지자체에서 작가, 그리고 성직자까지, 직업 불문이고 남녀노소 불문이다. 이 사회와 구성원에 대한 폭력적인 증오와 법을 무시하는 행태가 이 대한민국 사회를 지배하는 현상이 됐다는 뜻이다. 왜 이런 아무 쓰잘 데 없는 현상이 21세기 선진 대한민국에서 벌어졌다는 말인가. 맑은 공기는 위로 올라가지만 세상을 부패시키는 병균은 아래로 내려온다. 윗물이 썩어도 너무 많이 썩어 있었던 것이다. 1504년 음력 4월 폭군 연산군이 어리니라는 애꿎은 여자를 부관참시한 뒤 이 정당성 여부를 신하들에게 물었다. 누가 보더라도 무죄였지만 연산군에게 신하들은 이렇게 대답했다. “성상의 하교가 지당하십니다.”(1504년 4월 23일 ‘연산군일기’) 그래도 법 없는 자유를 원했던 연산군은 권력을 감시하던 사헌부와 사간원을 폐지하고 폐지 기념문을 목판에 새기라 명했다.(1504년 12월 26일 ‘연산군일기’) 영조는 압슬형(무릎을 바위로 짓누르는 형벌), 주뢰형(주리틀기), 낙형(인두로 지지는 형벌) 같은 잔인한 형벌로 정적을 처단했다. 정적들이 다 사라지고 나서야 영조는 “형벌이 너무 잔인하다”며 이들 형을 금지시켰다. 1894년 청나라 상해에서 암살된 갑신정변 주역 김옥균 시신이 조선으로 운구되자 고종은 죽은 김옥균을 관에서 꺼내 살을 도려내고 목을 베는 ‘부관참시’와 ‘능지형’으로 재차 처단했다. 그런데 이미 죽은 역적에게 형을 가하는 ‘역률(逆律) 추시(追施)’는 영조 때 “나라가 멸망할 형벌”이라며 금지된 처벌이었다.(1759년 8월 19일 ‘영조실록’) 연산군부터 영조, 고종까지 자기 만족을 위해 법을 무시한 것이다. 조선은 성문법이 완비된 나라였다. 그런데 그 나라를 다스리는 많은 지도자들은 이렇게 자기 정치적 신념과 이해관계에 따라 법을 초월해 나라를 통치했다. 그를 추종하고 이해관계를 함께했던 세력은 그 무법과 부도덕함을 방조하고 동조했다. 권력층에 이렇게 탈법과 불법이 난무하면 법으로 보호받아야 할 백성과 시민은 더 이상 법에 기대지 않는다. 법을 탈출한 권력도 썩고, 그 썩은 권력과 결탁한 탈법과 불법이 사회를 병들게 만든다. 망국 무렵 조선 권력자들은 인간 본성인 이기심과 탐욕을 법을 무시하면서 마음껏 발휘했다. 망하는 나라, 망하는 사회가 보여준 징조와 망국 패턴은 이렇게 역사에 너무나도 자세하게 기록돼 있다. 법에서 풀려난 이기심과 탐욕이 사회로 전염되면 사회는 법에 기대지 않는다. 대신 개개인은 언어적, 물리적 폭력에 의지해 자기 이기심을 성취하려고 한다. 요즘 하루도 빠짐없이 이 사회 상하 구성원들이 보여주고 있는 비상식적인 폭력의 근원은 지난 몇 년 동안 대한민국 권력층이 행한 무법과 탈법이다. 법을 적용하지도 집행하지도 않고, 사회 방어에 필요한 시스템을 없애는 법을 만들어 사회를 붕괴시켜온 그 행태가 지금 광적 폭력의 근원이다. 법은 도덕률의 최소한이라고들 한다. 그 최소한의 도덕률을 권력자들이 안 지켜왔는데 이 사회에 인간성과 예의가 남아 있겠는가. 인간세상이 아니라 동물의 왕국이 돼 버렸는데 인간의 언어가 먹히겠는가. 이 인간의 땅을 오염시킨 저 동물의 언어는 언제 사라질 것인가.<박종인 조선일보 선임기자> 입력 2022.11.14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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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전용기가 추락하길 바란다” 어느 성직자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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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왜 못 막았냐고 비판할 자신은 없다
- ▲안양시가 마련한 이태원 참사 관련 안양역 분향소. 시는 사망자 분향소 명칭을 희생자 분향소로 변경했다. 이태원 참사 왜 못 막았냐고 비판할 자신은 없다 11차례 112 신고 묵살 비판…“20명이 최선 다했다” 반박 통제·일방통행 안해 아쉽지만, 하기 어려운 사정 있을 수도 예방 가능했다는 人災 주장, 사고 터진 후 할 수 있는 말 이태원 참사 4시간 전부터 압사 위험을 우려하는 112 신고가 11차례나 접수됐던 사실이 밝혀졌다. 어제 아침 자 조간신문 머리기사들은 비극을 막을 수 있었던 신고를 수차례 받고도 경찰이 “방치”하고 “묵살”하고 “뭉갰다”고 비판했다. 당일 오후 6시 34분의 첫 112 신고 내용은 “골목에서 사람들이 오르고 내려오고 하는데 너무 불안하다. 사람이 내려올 수 없는데 계속 밀려 올라오니까 압사당할 것 같다”였다. 네 시간 뒤에 벌어질 사고를 마치 앞당겨 보기라도 한 듯한 경고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사람들이 교행이 잘 안 되고 밀려서 넘어지고 그러면서 큰 사고가 날 것 같다는 거죠?”라고 응대했다. 신고자가 걱정하며 전달하려고 한 메시지를 정확하게 이해했다는 얘기다. 그래서 사람들이 더 분노하게 된다. 현장 치안을 담당했던 경찰은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이태원 파출소에서 3년째 근무하고 있다는 직원은 “직원 20명이 오후 6시부터 10시까지 최선을 다했으나 역부족이었다”고 했다. 그 시간 동안 현장 주변 폭력, 성추행을 포함해 79건의 신고가 접수됐고 그것들을 처리하느라 이리 뛰고 저리 뛰었다는 주장이다. 파출소장은 한 달 전부터 현장 약도를 그려가며 핼러윈에 대비했다고 했다. 인원 부족을 우려해 서울경찰청에 지원을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했다. 이태원 투입 경찰이 턱없이 부족했다는 것이고 사고 직후부터 같은 지적이 있었다. 사고 당일 서울 중심가에선 보수, 진보 양 진영의 시위가 있었다. 핼러윈 축제는 이태원뿐 아니라 홍대와 강남에서도 있었다. 왜 이태원에 더 많은 인원을 투입하지 않았느냐는 비판은 그곳에서 사고가 났기 때문에 사후에 나오는 것이다. 경찰 지휘부 입장에서 사전 신고된 도심 시위와 자발적으로 모일 축제 현장 어느 쪽에 더 비중을 두고 인력을 배치하겠는가. 그렇게 신고가 반복되는 상황에서 경찰은 왜 진입해서 상황을 정리하지 않았을까. 사고가 터지고 구급차가 112센터에서 현장까지 235m 가는 데 40분이 걸렸다. 경찰 복장을 핼러윈 코스프레로 오해해서 비켜주지도 않았다고 한다. 왜 자율적인 축제에 경찰이 물리력을 행사하느냐는 비난을 들을까 주저했을 수도 있다. 실제 우리나라 공권력이 수시로 겪는 일이다. 이번 참사에 대해 가장 아픈 지적은 문제의 골목길을 일방통행으로 지정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확실히 그랬으면 사고 예방에 도움이 됐을 듯싶다. 그러나 주최자가 없는 행사에선 경찰이 통제할 법적 권한이 없다고 한다. 또 들뜬 기분에 몰려드는 인파가 지름길을 놔두고 먼 길로 돌아가라는 경찰 통제에 잘 따랐을지 의문이 든다. 필자도 시위 현장을 우회하라는 경찰 지시에 짜증을 내곤 했던 경험이 있다. 큰 사고가 터지고 나면 ‘예정된 인재(人災)’라는 비판이 늘 나온다. 충분히 막을 수 있었는데 치안, 구조 담당자들의 무책임과 무능 때문에 난 사고라는 것이다. 대비할 수 있었다는 비판은 사후에 당시 상황을 복기해보니 그렇다는 얘기다. 이런 이런 일만 했으면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가정이다. 사전에 모든 재난 가능성에 대한 예방 조치를 빈틈 없이 갖추는 것은 말처럼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무수한 재난을 겪고 보도해 왔지만 이번 참사처럼 어처구니없다고 느껴본 적은 없다. 화재·교통사고가 난 것도 아니고, 누군가 폭력을 휘두른 것도 아니다. 그런데 생때같은 젊은이들이 좁은 골목길에서 서로 뒤엉키면서 150명 넘게 목숨을 잃었다. 해외에서 발생하는 대형 압사 사고 뉴스를 간헐적으로 접했지만 21세기 대한민국 수도 한복판에서 이런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걱정해 본 적이 없다. 이태원 파출소 소속 경찰들이 성추행, 폭력 신고를 처리하느라고 압사 위험 신고를 가볍게 여겼다면 필자처럼 안이한 판단을 한 탓도 있을 것이다. 신문사에서 근무하면서 남을 비판하는 기사를 많이 써왔다. 초년병 시절 선배들에게 “당신도 같은 처지에 있었다면 달리 행동했을 자신이 있는지 스스로 물어 보라”는 충고를 듣곤 했다. 이태원 참사는 당시 현장 상황이 여전히 안갯속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찰 대응에서 몇몇 문제가 드러나고 있다. 결국 누군가는 옷을 벗게 되고 사법 처리 대상이 나올 수도 있다. 그들을 역성들며 감쌀 생각은 없다. 다만 현재 시점에서 만일 내가 그때 현장 치안을 맡은 책임자였다면 이번 참사를 막을 수 있었다는 자신은 서지 않는다. 그래서 섣불리 누구를 향해 손가락질을 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조선일보 김창균 논설주간 입력 2022.11.03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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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상] 나이가 벼슬
- [만물상] 나이가 벼슬 김태훈 조선일보 문화부문 논설위원 얼마 전 버스로 출근하는데 누군가 다가오더니 대뜸 “야, 비켜!”라고 반말을 했다. 나이 든 분이어서 그러잖아도 일어서려 했는데 어이가 없었다. 사회 곳곳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다. 나이만 많으면 덮어놓고 반말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다툼이 벌어져도 결국 “너 몇 살이야?”로 가는 게 한국 사회다. ‘나이가 벼슬’이라는 말도 한국에만 있을 것 같다. ▶이런 풍토의 배경에 유교적 상하질서인 장유유서(長幼有序)가 있다고 한다. 그러나 한학 전문가들은 장유유서는 사회 관계가 아닌 가족 내부의 위계질서만 다룰 뿐이고 그마저도 나이가 아니라 항렬을 기준 삼는 규범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나이로 위아래를 가리는 잣대로 잘못 쓰이고 있다는 것이다. 존댓말과 반말을 엄격히 구분하는 한국어의 특성 탓이라는 분석도 있다. 처음 만났을 때 나이부터 묻는 것도 그 때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일본은 우리 못지않게 존댓말이 발달했는데도 웬만해선 서로 나이를 묻지 않는다. 일본어 반말은 상하 관계 규정이 아니라 친밀함을 드러내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매사 나이를 앞세우는 풍토는 사회적 비효율도 낳는다. 나이 적은 후배가 먼저 승진하면 멀쩡히 일할 수 있는 나이 많은 사람들이 퇴사하는 것은 사회의 손실이 아닐 수 없다. 나이 따지기와 복잡하고 지나친 존댓말이 조직 내에서 생산적이고 솔직한 논의를 방해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런 문화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이 곳곳에서 펼쳐지고 있다. 출판사 민음사 편집부는 지난해 2월부터 동료 간에 반말로 대화한다. ‘예의 있는 반말’을 쓰자는 뜻에서 ‘평어체’라고 한다. 반말을 쓰되 ‘야’, ‘너’라고 하거나 이름 뒤에 ‘~야’로 부르지 않는다. 부장급인 박혜진 팀장은 “대리나 평사원도 나를 ‘혜진’이라 부르며 자유롭게 의견을 말한다”고 했다. 반말 쓰기의 사례를 소개하고 장점을 분석한 ‘말 놓을 수 있는 용기’라는 책도 최근 출간됐다. 모두 경직된 나이 서열 문화를 깨기 위한 노력이다. ▶나이 서열 문화가 가장 깨지지 않을 곳이 정치권이다.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출판기념회에서 자신의 돈봉투 연루 의혹에 반발하면서 한동훈 법무장관을 겨냥해 ‘어린 X’이라고 했다. 논리적 잘잘못을 가리기보다 나이로 상대를 비하한다. 그런데 나이 많은 사람에게 일부러 예의를 갖추지 않음으로써 욕 보이려는 경우도 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아버지 뻘인 안철수 의원을 향해 ‘안철수씨’라고 부른 것도 한 예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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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덕 칼럼]이재명의 ‘허언증(虛言症)’ 한가위 선물
- ▲백현동 개발 특혜 및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과 관련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기각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새벽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며 발언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김순덕 칼럼]이재명의 ‘허언증(虛言症)’ 한가위 선물 “국민에게 희망 주는 정치” 말은 감동적 당에선 배신자 징계론… ‘개딸 전체주의’ 영장기각 사유 “공직선거법 재판 출석 감안” “고 김문기 모른다” 판결, 총선 전에 내려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첫마디는 민생이었다. 27일 새벽 자신의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그는 서울구치소 문 앞에서 “이제 모레면 즐거워해야 마땅한 추석이지만 국민들의 삶은 참으로 어렵기 그지없다”고 했다. 휠체어에서 내려와 지팡이를 짚고 선 야당 대표의 말은 상투적임에도, 고마웠다. 그는 “정치가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이 나라 미래에 도움이 되는 존재가 되기를 정부여당에도, 정치권 모두에도 부탁드린다”고 했다. 24일간 단식 끝에 오로지 나라와 국민만 생각하는 큰 정치인으로 거듭난 듯한 감동이었다. 무조건 정부여당부터 공격할 줄 알았는데 야당 대표한테 꼭 한가위 선물을 받는 것 같았다. 그러나 거기까지다. 날이 밝자 이재명과 민주당에선 ‘정치가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것이라고 했더니 진짜인 줄 알더라’로 돌변하는 분위기다. 당장 체포동의안 가결파 징계론이 쏟아지고 있다. 개딸들의 ‘수박 쪼개기’ 주장이 속출하고 있고, 한총련 의장 출신으로 이재명 친위대 구실을 하는 강위원 더민주전국혁신회의 사무총장도 “끝까지 색출해 정치적 생명을 끊을 것”이라고 위협했다. 이재명 단식 중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 ‘전략공천’된 진교훈 후보가 이 조직에서 나온 사람이다. 앞으로 전개될 피비린내 나는 친명 공천과 숙청 작업을 짐작게 하는 모습이다. 이재명 수호를 내걸고 새 원내대표가 된 홍익표는 어제 윤석열 대통령에게 정치 복원을 촉구하며 “무리한 정치 수사에 대한 대통령의 공식 사과와 실무 책임자인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파면이 그 시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 복원을 절대 하지 말라는 선전 포고나 다름없다. 구속영장 기각이란 구속을 않는다는 것이지, 잘못이 없다는 뜻은 아니다. 대체 왜 대통령이 사과하고 장관을 파면해야 한단 말인가. 민주당은 법원으로부터 이재명 면죄부라도 받은 줄 아는 모양인데 착각이다. 이재명 대표 직인이 찍힌 공천장으로 총선 승리를 하겠다고, 이재명은 개딸들의 지지로 차기 대선 후보까지도 문제없다고 믿는 듯하다. ‘정당정치의 꽃 대의원’도 없애라는 개딸들이 당내 경선을 장악했으니 대선도 좌우할 수 있다고 믿지는 말기 바란다. 말이 좋아 ‘팬덤 정치’이지, 북조선이나 서조선(중국)에선 우상숭배다. 개딸을 이용해 이재명은 반대파를 쉽게 제거할 수 있어 좋다. 충성스러운 반대파를 용납 못 하는 ‘재명 전체주의’, 그 말이 싫다면 ‘개딸 전체주의’다. 그래서 이재명은 그 많은 비리 혐의에도 저토록 당당한 거다.<동아일보 대기자/ 입력 2023-09-27 23:51업데이트 2023-09-28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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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식·괴담·조작·재난… 쉰내 나는 레퍼토리의 헛발질
- ▲단식 7일차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단식투쟁천막에서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스1 단식·괴담·조작·재난… 쉰내 나는 레퍼토리의 헛발질 광우병 세월호 兵風 의혹 등 십수 년 전 정치 공작 再소환 무소불위 거대 野 대표가 단식하며 약자 코스프레 과거 한 번 속은 국민들 똑같은 수법에 고개 돌려 민주당이 지난주 국회 행안위에서 핼러윈 참사 특별법을 단독 처리한 것은 ‘세월호 어게인’에 대한 미련을 못 버렸다는 뜻이다. 박근혜 정권은 2014년 4월 16일, 그날을 기점으로 내리막길에 접어들었다. 마침내 탄핵이라는 종착지에 이르자 민주당 문재인 대선 후보는 세월호 방명록에 “미안하다, 고맙다”고 썼다. 국가적 비극을 정치적 이해관계로 계산한 속내를 감추지 못한 것이다. 민주당의 그 저급한 인식이 작년 10월 핼러윈 참사 직후 또 확인됐다. “세월호에 버금갈 파장” “최소한 2년 갈 이슈”라고 시시덕거렸다. 그러나 국민들이 ‘핼러윈’에 느끼는 아픔의 크기는 ‘세월호’와 차이가 있었다. 민주당이 밀어붙인 희생자 명단 공개도, 추모 공간 설립도 흐지부지됐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 처리수 방류를 태평양전쟁이라고 불렀다. 2008년 갓 출범한 이명박 정부를 뇌사 상태에 빠뜨린 광우병 파동을 리바이벌해 보려는 것이다. 광화문 광장에서 “미친 소 너나 먹어”를 외친 단체들이 ‘죽창가’를 부르며 다시 뭉쳤다. 그때는 미국 햄버거 먹방 찍었던 여배우가 청산가리 발언을 했는데 이번은 오사카 맛집 순례를 했던 여자 밴드 보컬이 “방사능비 내리는 지옥에 분노한다”고 했다. 유튜브에 그녀가 출연한 동영상이 10편가량 떠있다. 초밥 전문점에서는 “너무 맛있어요”를 연발하고 청어 소바집에서는 국물 맛에 “아 예술이다”라고 감탄한다. 촬영 시점은 2016년이다. 일본이 아무 안전 조치 없이 하루 300톤씩 오염수를 방류한 지 5년 됐을 때다. 당시 일본 바닷물이 방사성 물질을 걸러내거나 희석해 방류하는 이번 오염 처리수보다 위험도가 1000배는 됐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추정한다. 거센 빗줄기 속을 뛰어다니며 즐거워한 사람이 뒤늦게 내리는 이슬비 방울이 옷에 튄다고 화를 내고 있다. 민주당과 응원 세력들의 공포 마케팅에도 불구하고 노량진 수산 시장 매출은 오히려 늘었다고 한다. 불매운동 대상이 된 아사히 맥주, 유니클로 같은 일본 제품도 전혀 타격을 받지 않는 분위기다. 4년 전 ‘노 재팬’ 캠페인을 이끈 좌파 사이트엔 “이젠 끝인가요”라고 탄식하는 글이 올라왔다. 지난해 3월 대선 사흘 전 윤석열 국민의 힘 후보를 대장동 몸통으로 지목한 언론 보도가 전 언론노조 위원장과 대장동 사업 대주주가 공모한 허위 조작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2002년 대선 때 민주당은 이회창 한나라당 대선 후보를 겨냥해 병역 비리 은폐, 기양건설 10억 수수, 안기부 예산 선거 전용, 해외여행 경비 20만달러 의혹 등을 쉴 새 없이 쏟아냈다. 재판에서 모두 사실무근으로 판명 났지만 이 후보가 낙선한 뒤였다.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내내 시끄러웠던 ‘오세훈 생태탕 의혹’도 개표가 끝나자 신기루처럼 증발했다. 좌파는 진실을 난도질해 표와 맞바꾸는 일에 아무 죄의식이 없다. 광주민주화운동 3주년을 맞던 1983년 5월 18일 야당 지도자였던 김영삼은 민주화 5개 항을 요구하며 단식에 돌입했다. 언론 통제 때문에 ‘정치 현안’ ‘정가 관심사’ 같은 암호문으로 보도된 이 단식이 23일간 이어지며 전두환 철권통치에 작은 균열을 일으켰다. 지난주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무기한 단식을 시작하면서 “폭력 정권에 맞서는 마지막 저항 수단”이라고 했다. 1983년에나 통할 수 있는 말이다. 지금은 소셜미디어에 한 줄만 올려도 온 국민에게 전달된다. 더구나 윤석열 정권의 장관을 마음대로 탄핵할 수 있는 거대 의석이 이재명 대표의 주머니 공깃돌이나 다름없다. 한국 국민의 스마트폰 교체 주기가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짧다고 한다. 싫증을 잘 내고 뭐든지 새 상품을 선호한다. 총선 때마다 각 당 공천과 본선을 거치면서 절반 이상씩 물갈이가 이뤄진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 민주주의 국가에서 현역 의원들이 대부분 재선에 성공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런 정치판에서 민주당은 9년 전 세월호 재난, 15년 전 광우병 괴담, 21년 전 병풍 조작, 심지어 40년 전 단식을 재소환했다. 그야말로 쉰내 풀풀 나는 레퍼토리들이다. 예전에 한번 속은 국민들이지만 똑같은 수법에 계속 넘어갈 리가 없다. 손쉽게 우려먹어 보려던 얕은 꾀가 번번이 헛발질이다. 정치 공작 솜씨만큼은 귀신 같다던 좌파의 총기와 상상력이 고갈된 모양이다.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 관리에 총력전을 펴느라 기진맥진한 탓일지도 모르겠다. <조선일보 김창균 칼럼 2023.09.07. 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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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식·괴담·조작·재난… 쉰내 나는 레퍼토리의 헛발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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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똥볼’이 된 민주당 혁신위 [김지현의 정치언락]-동아일보
- ▲더불어민주당 김은경 혁신위원장(오른쪽)이 지난 6월 20일 오전 서울 국회에서 열린 당 혁신기구 발족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김 위원장 왼쪽에 이재명 대표가 앉아있는 모습. 뉴스 1 ‘대형 똥볼’이 된 민주당 혁신위 [김지현의 정치언락]-동아일보 솔직히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회’가 이렇게까지 히트칠 줄은 몰랐습니다. 이재명 대표도 몰랐을 겁니다. 다만 진짜 혁신으로 화제가 된 게 아니고 1대 이래경 위원장의 ‘천안함 망발’에 이은 2대 김은경 위원장의 ‘노인 비하’ 논란 때문이란 게 좀 아프긴 하겠네요. 민주당에서 ‘혁신위’ 필요성이 처음 거론된 건 5월 14일 의원총회에서입니다.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에 이어 김남국 의원 코인 사태 등 도덕성 논란으로 당 지지율이 바닥을 쳤을 때죠. 급히 ‘쇄신 의원총회’를 연 민주당 원내지도부는 소속 의원 전원 명의로 “절박한 마음으로 쇄신하겠습니다”라는 제목의 결의문을 냅니다. 이 결의문 마지막 항목 5번, 그것도 맨 마지막 줄에 ‘당 차원의 혁신기구’가 살짝 언급됐습니다. 5. 당을 근본적으로 혁신하겠습니다. 민주당이 먼저 기득권을 내려놓고 정치를 바꾸겠습니다. 오늘 보고드린 쇄신 방안을 실천해 나가고, 전당대회 투명성과 민주성 강화 등 당 차원의 정치혁신 방안을 준비해서 보고드리겠습니다. 이를 위해 당 차원의 혁신기구를 설치하겠습니다. 이에 대해 한 재선 의원은 “혁신기구 얘기는 그날 처음 나왔다. 애초에 의원들 사이에선 관심 사안도 아니었다”고 했습니다. 초선 의원도 “의총 도중 박광온 원내대표가 혁신기구 설치를 언급하긴 했지만, 결의문 초안에도 자세한 내용이 없다 보니 다들 막연하게만 생각했다”고 했습니다. 애초에 크게 힘이 실릴 조직이 아니었다는 거죠. 혁신위 논의는 실제 지지부진했습니다. 지도부 의원은 당시 통화에서 “구인난도 문제이지만, 일단 혁신위가 정확히 무슨 일을 정해야 할지부터 정하는 것이 난제”라고 했습니다. 혁신위가 당장 어느 정도 권한을 갖고, 무슨 일을 할지조차 정해지지 않은 상태였다는 거죠. “민주당이 시간 끈다”는 비판이 이어지자 결국 민주당은 6월 5일 쫓기듯 이래경 사단법인 다른백년 명예이사장을 혁신위원장으로 선임합니다. 이재명 대표는 이 이사장의 선임 소식을 직접 발표하며 “새 혁신기구의 명칭, 역할 등에 대한 것은 모두 혁신기구에 맡기겠다. 혁신기구가 마련한 혁신안을 존중하고 전폭적으로 수용하겠다”고 했죠.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6월 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당의 혁신 기구를 맡아서 이끌 책임자로 사단법인 다른백년의 이래경 명예이사장을 모시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이사장은 ‘천안함 자폭’ 등 과거 발언 논란으로 임명 9시간 만에 자진해서 사퇴했다. 사진은 이 이사장이 2018년 3월 한 세미나에서 인사말을 하는 모습. 뉴스1 하지만 이 이사장은 과거 대선 때 이재명 후보를 지지했던 사실과 과거 ‘천안함 자폭’ 발언 등이 줄줄이 드러나면서 불과 9시간 만에 낙마합니다. 혁신위의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진 셈이죠. 당시 당내에선 “박광온 원내대표 등 ‘비명(비이재명)’계 원내지도부 등판에 위기감을 느낀 이재명 대표가 전권을 쥐고 혁신위를 꾸리려다가 악수를 뒀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다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래경 사태 덕분에 혁신위에도 비로소 존재감이 조금씩 생깁니다. “이래경 다음 타자는 누구냐”가 화제가 되기 시작한 거죠. ‘김은경’이란 이름이 등판한 건 쇄신 의총으로부터 딱 한 달째 되던 6월 15일 저녁이었습니다. 그때만 해도 ‘금융감독원 부원장 출신’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라는 프로필부터 낯설었던 탓에 “금융·소비자운동 전문가가 웬 당 혁신을 하느냐”는 말도 나왔습니다. ▲더불어민주당 김은경 혁신위원장이 7월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김 위원장 뒤로 ‘윤리정당 정치회복’이라고 적혀있다. 뉴시스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당시 임명을 발표하면서 “김 위원장은 온화한 성품의 소유자이지만, 원칙주의자적인 개혁적 성향의 인물”이라고 소개했습니다. 그러면서 “정치권에 몸을 오랫동안 담았던 분이 아니기 때문에 참신성도 반영됐다”고 덧붙였습니다. ‘정치권 출신이 아니라 참신하다’는 그 장점이 단점이 되기까진 얼마 안 걸리더군요. ‘김은경호’는 출발하기도 전부터 삐그덕댔습니다. 김 위원장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이 검찰에 의해 조작됐을 수도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가 첫 기자간담회부터 “알고 보니 심각한 사건이더라”며 자신의 발언을 주워 담느라 바빴습니다. 혁신위에는 줄곧 ‘이재명 호위부대’라는 꼬리표도 따라다녔습니다. 지난 대선 때 이재명 후보의 제주선거대책위 공동본부장 출신에, 이재명 대통령 후보 등록 대리인 등 이 대표를 지지했거나 이 대표와 연이 있는 이른바 ‘친명’ 인사들로 혁신위가 대거 채워졌다는 거죠. 혁신위는 실제 ‘이재명 사법리스크’에 대해 “사법적 판단(영역)이라 해당 문제를 혁신위가 관리할 이유는 없다”고 일찌감치 선을 그었고, 이재명 체제에 대해서도 “혁신위 평가 대상이 아니다”라고 일축했습니다. ‘이재명 지키기 혁신위’라는 지적에 혁신위 스스로도 “틀린 생각은 아닌 것 같다. 이재명 탄핵 사유를 현재까지 발견 못 했다”(서복경 혁신위원)고 하더군요. 당연히 비명계 의원들과는 갈등이 이어졌습니다. “혁신위가 이 대표 체제에 대해서는 평가의 대상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문을 닫아놓고 길을 찾는 거나 마찬가지”(윤영찬 의원) “성역 있는 혁신을 누가 혁신이라고 보겠나. 지도부 눈치 보기로는 혁신이 불가능하다”(이원욱 의원)이라는 비명 의원들의 비판에 맞서, 혁신위도 비명계 의원들을 겨냥한 날선 발언을 쏟아냈습니다. ‘미스터 쓴소리’ 5선 중진 이상민 의원을 향해 실명을 거론하며 “자중하라”고 경고하는가 하면, 이낙연 전 대표를 향해선 “자기 계파를 살리려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분열은 혁신 대상”이라고도 했죠. 이에 친이낙연계 설훈 의원이 발끈하며 “김 위원장의 발언은 오히려 갈등을 부추기며 당의 혼란을 가중시키는 격”이라고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 뒤로도 김 위원장의 ‘실언 리스크’는 계속 이어졌습니다. 김 위원장은 민주당 초선 의원들과의 간담회를 마치고는 “기억에 썩 남는 것은 없다”, “코로나 때 (당선된) 초선 (의원들)이라 소통이 잘 안되는 느낌이 들었다. 자기 의견을 이야기할 때 정리가 덜 된 듯했다”고 말해 ‘초선 의원 비하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간담회에 참석했던 한 초선 의원은 “전혀 그런 분위기가 아니었는데 본인이 잘 못 알아듣고선 저렇게 말하는 거 아니냐”며 황당해하더군요. 의원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결국 김 위원장은 “오해의 소지가 있었다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해명했습니다. 또 ‘오해’라는 겁니다. 그러더니 선거를 앞두고 절대 건드려선 안 된다는 ‘세대 갈등’ 이슈마저 기어이 뒤흔들어 놨습니다. 김 위원장은 7월 30일 2030 청년 좌담회를 열고 이같이 말했습니다. “둘째 아이가 중학교 1학년, 2학년 때 저한테 이런 질문을 했어요. ‘엄마, 왜 나이 드신 분들이 우리 미래를 결정해?’ 그러는 거예요. 그래서 자기가 생각할 때는 사람들의 평균 여명이 얼마라고 보았을 때 자기 나이로부터 여명까지, 엄마 나이로부터 여명까지로 해서, 비례적으로 투표를 하게 해야 한다는 거예요. (중략)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1인 1표이기 때문에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지만 그게 참 맞는 말이에요. 우리들의 미래가 훨씬 더 긴데 왜 미래가 짧은 분들이 똑같이 1대 1로 표결을 하느냐는 거지요.” 논란이 거세지는데도 혁신위는 “김 위원장 아들이 중학생 시절 낸 아이디어를 소개하며 한 발언을 왜곡해 어르신 폄하로 몰아가는 것은 구태적인 프레임”이라고 반박했습니다. 저 발언을 그대로 봤을 때 무엇이 왜곡이고 몰아간다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김 위원장은 이번에도 ‘오해’라는 주장만 이어갔습니다. 8월 1일엔 “오해가 있었다면 노여움을 풀어 달라”고 했고 2일에는 “교수라 철없이 지내서 정치언어를 잘 몰랐다”고 하더군요. 교수가 언제부터 ‘철없는 직업’이 됐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이번에도 자신의 진위를 사람들이 ‘오해’했다는 겁니다. 김 위원장은 앞서 이낙연 전 대표를 비판한 인터뷰가 후폭풍이 거셌을 때도 “(언론이 인터뷰 내용을) 앞뒤 자르고 연결했기 때문”이라며 언론 탓을 했었죠. ‘오해 탓’ ‘언론 탓’하는 스킬만 봐서는 정치언어를 충분히 잘 아시는 분 같습니다. ▲김호일 대한노인회장이 3일 서울 용산구 대한노인회 중앙회에서 노인 비하 발언 논란을 사과하기 위해 찾아온 김은경 혁신위원장과 면담하던 중 김 위원장 사진을 때리고 있다. 뉴스1 ▲김은경 혁신위원장의 사진을 손으로 때리며 분노를 표출하고 있는 김호일 대한노인회장. 뉴스1 민주당에선 혁신위가 남은 임기 동안 사고를 더 치지는 않을지 불안감이 적지 않습니다. “혁신위 해체가 혁신”이라며 조기 해체 요구가 이어지면서 당에선 일단 9월 초까지 예상했던 혁신위 임기를 이달 20일 정도로 2주 앞당겨 종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 합니다. 다만 김 위원장은 “혁신의 의지는 그대로”라며 정면 돌파 의지를 고수하고 있죠. 10일엔 비명계는 반대하고, 개딸 등 이재명 강성 지지층은 찬성하는 사실상의 ‘대의원제 폐지’ 방안까지 발표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마지막까지 정말 시끌시끌한 혁신위로 기록에 남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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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똥볼’이 된 민주당 혁신위 [김지현의 정치언락]-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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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전용기가 추락하길 바란다” 어느 성직자의 글
- ▲페이스북 캡쳐 “대통령 전용기가 추락하길 바란다” 어느 성직자의 글 강원도 원주에서 한 성공회 신부는 대한민국 대통령이 탄 전용기를 ‘온 국민이 염원해서’ 추락하길 바라 마지않는다고 페이스북에 썼다. 문제가 되니까 글을 삭제하고 “일기장처럼 쓴 ‘나만의 생각 압축’이 공개돼 사과한다”고 썼다. 일단 비겁하다. 백 명이 넘는 탑승객을 태운 비행기를 추락하라고 저주한 게 ‘압축된 본심’이고 그 본심이 실수로 공개됐으니 사과한다는 이야기지 본심에 대한 사과나 철회는 없다. 그리고 졸렬하고 끔찍하다. 이 신부 페이스북 포스트에는 현 정권에 대한 적의(敵意)가 가득하다. 이 신부는 이태원 사고로 명동성당 추모미사에 참석한 대통령 사진을 올리며 “나 같으면 성당 출입을 금지시키고 저 굥을 두드려 팬 뒤 감옥행으로 가겠다”고 쓰기도 했다. 그리고 자기가 봉사하는 단체에 대한 후원과 기도를 부탁한다는 포스트도 이어지니, 어느 포스트가 본심일까. 저런 폭력적인 증오로 ‘원수를 사랑하라’는 메시지를 자기 신도들에게 전파해왔다니 끔찍하다. 14일 오전 11시 현재 이 사제는 페이스북을 비공개로 전환했다. 하지만 이미 많은 이들이 예전 포스트들을 캡쳐해 퍼나르는 중이라 소용없다. 이뿐인가. ‘치과대학을 졸업한 물리학회 회원이며 작가’라는 사람은 미국 대통령과 팔짱을 끼고 기념사진을 찍은 대한민국 대통령 부인을 ‘손톱을 세워 강하게 팔뚝을 잡고 팔꿈치를 신체에 밀착되게끔 잡았다’며 ‘버릇 어디 안 간다’고 평했다. 또 세월호 희생자 추모와 유족 지원 용도로 지급된 예산을 경기도 안산시는 김정은 신년사 학습회와 아파트 부녀회 소모임, 현장체험을 명목으로 한 제주도 여행 경비로 사용했다. 지자체에서 작가, 그리고 성직자까지, 직업 불문이고 남녀노소 불문이다. 이 사회와 구성원에 대한 폭력적인 증오와 법을 무시하는 행태가 이 대한민국 사회를 지배하는 현상이 됐다는 뜻이다. 왜 이런 아무 쓰잘 데 없는 현상이 21세기 선진 대한민국에서 벌어졌다는 말인가. 맑은 공기는 위로 올라가지만 세상을 부패시키는 병균은 아래로 내려온다. 윗물이 썩어도 너무 많이 썩어 있었던 것이다. 1504년 음력 4월 폭군 연산군이 어리니라는 애꿎은 여자를 부관참시한 뒤 이 정당성 여부를 신하들에게 물었다. 누가 보더라도 무죄였지만 연산군에게 신하들은 이렇게 대답했다. “성상의 하교가 지당하십니다.”(1504년 4월 23일 ‘연산군일기’) 그래도 법 없는 자유를 원했던 연산군은 권력을 감시하던 사헌부와 사간원을 폐지하고 폐지 기념문을 목판에 새기라 명했다.(1504년 12월 26일 ‘연산군일기’) 영조는 압슬형(무릎을 바위로 짓누르는 형벌), 주뢰형(주리틀기), 낙형(인두로 지지는 형벌) 같은 잔인한 형벌로 정적을 처단했다. 정적들이 다 사라지고 나서야 영조는 “형벌이 너무 잔인하다”며 이들 형을 금지시켰다. 1894년 청나라 상해에서 암살된 갑신정변 주역 김옥균 시신이 조선으로 운구되자 고종은 죽은 김옥균을 관에서 꺼내 살을 도려내고 목을 베는 ‘부관참시’와 ‘능지형’으로 재차 처단했다. 그런데 이미 죽은 역적에게 형을 가하는 ‘역률(逆律) 추시(追施)’는 영조 때 “나라가 멸망할 형벌”이라며 금지된 처벌이었다.(1759년 8월 19일 ‘영조실록’) 연산군부터 영조, 고종까지 자기 만족을 위해 법을 무시한 것이다. 조선은 성문법이 완비된 나라였다. 그런데 그 나라를 다스리는 많은 지도자들은 이렇게 자기 정치적 신념과 이해관계에 따라 법을 초월해 나라를 통치했다. 그를 추종하고 이해관계를 함께했던 세력은 그 무법과 부도덕함을 방조하고 동조했다. 권력층에 이렇게 탈법과 불법이 난무하면 법으로 보호받아야 할 백성과 시민은 더 이상 법에 기대지 않는다. 법을 탈출한 권력도 썩고, 그 썩은 권력과 결탁한 탈법과 불법이 사회를 병들게 만든다. 망국 무렵 조선 권력자들은 인간 본성인 이기심과 탐욕을 법을 무시하면서 마음껏 발휘했다. 망하는 나라, 망하는 사회가 보여준 징조와 망국 패턴은 이렇게 역사에 너무나도 자세하게 기록돼 있다. 법에서 풀려난 이기심과 탐욕이 사회로 전염되면 사회는 법에 기대지 않는다. 대신 개개인은 언어적, 물리적 폭력에 의지해 자기 이기심을 성취하려고 한다. 요즘 하루도 빠짐없이 이 사회 상하 구성원들이 보여주고 있는 비상식적인 폭력의 근원은 지난 몇 년 동안 대한민국 권력층이 행한 무법과 탈법이다. 법을 적용하지도 집행하지도 않고, 사회 방어에 필요한 시스템을 없애는 법을 만들어 사회를 붕괴시켜온 그 행태가 지금 광적 폭력의 근원이다. 법은 도덕률의 최소한이라고들 한다. 그 최소한의 도덕률을 권력자들이 안 지켜왔는데 이 사회에 인간성과 예의가 남아 있겠는가. 인간세상이 아니라 동물의 왕국이 돼 버렸는데 인간의 언어가 먹히겠는가. 이 인간의 땅을 오염시킨 저 동물의 언어는 언제 사라질 것인가.<박종인 조선일보 선임기자> 입력 2022.11.14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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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전용기가 추락하길 바란다” 어느 성직자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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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왜 못 막았냐고 비판할 자신은 없다
- ▲안양시가 마련한 이태원 참사 관련 안양역 분향소. 시는 사망자 분향소 명칭을 희생자 분향소로 변경했다. 이태원 참사 왜 못 막았냐고 비판할 자신은 없다 11차례 112 신고 묵살 비판…“20명이 최선 다했다” 반박 통제·일방통행 안해 아쉽지만, 하기 어려운 사정 있을 수도 예방 가능했다는 人災 주장, 사고 터진 후 할 수 있는 말 이태원 참사 4시간 전부터 압사 위험을 우려하는 112 신고가 11차례나 접수됐던 사실이 밝혀졌다. 어제 아침 자 조간신문 머리기사들은 비극을 막을 수 있었던 신고를 수차례 받고도 경찰이 “방치”하고 “묵살”하고 “뭉갰다”고 비판했다. 당일 오후 6시 34분의 첫 112 신고 내용은 “골목에서 사람들이 오르고 내려오고 하는데 너무 불안하다. 사람이 내려올 수 없는데 계속 밀려 올라오니까 압사당할 것 같다”였다. 네 시간 뒤에 벌어질 사고를 마치 앞당겨 보기라도 한 듯한 경고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사람들이 교행이 잘 안 되고 밀려서 넘어지고 그러면서 큰 사고가 날 것 같다는 거죠?”라고 응대했다. 신고자가 걱정하며 전달하려고 한 메시지를 정확하게 이해했다는 얘기다. 그래서 사람들이 더 분노하게 된다. 현장 치안을 담당했던 경찰은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이태원 파출소에서 3년째 근무하고 있다는 직원은 “직원 20명이 오후 6시부터 10시까지 최선을 다했으나 역부족이었다”고 했다. 그 시간 동안 현장 주변 폭력, 성추행을 포함해 79건의 신고가 접수됐고 그것들을 처리하느라 이리 뛰고 저리 뛰었다는 주장이다. 파출소장은 한 달 전부터 현장 약도를 그려가며 핼러윈에 대비했다고 했다. 인원 부족을 우려해 서울경찰청에 지원을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했다. 이태원 투입 경찰이 턱없이 부족했다는 것이고 사고 직후부터 같은 지적이 있었다. 사고 당일 서울 중심가에선 보수, 진보 양 진영의 시위가 있었다. 핼러윈 축제는 이태원뿐 아니라 홍대와 강남에서도 있었다. 왜 이태원에 더 많은 인원을 투입하지 않았느냐는 비판은 그곳에서 사고가 났기 때문에 사후에 나오는 것이다. 경찰 지휘부 입장에서 사전 신고된 도심 시위와 자발적으로 모일 축제 현장 어느 쪽에 더 비중을 두고 인력을 배치하겠는가. 그렇게 신고가 반복되는 상황에서 경찰은 왜 진입해서 상황을 정리하지 않았을까. 사고가 터지고 구급차가 112센터에서 현장까지 235m 가는 데 40분이 걸렸다. 경찰 복장을 핼러윈 코스프레로 오해해서 비켜주지도 않았다고 한다. 왜 자율적인 축제에 경찰이 물리력을 행사하느냐는 비난을 들을까 주저했을 수도 있다. 실제 우리나라 공권력이 수시로 겪는 일이다. 이번 참사에 대해 가장 아픈 지적은 문제의 골목길을 일방통행으로 지정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확실히 그랬으면 사고 예방에 도움이 됐을 듯싶다. 그러나 주최자가 없는 행사에선 경찰이 통제할 법적 권한이 없다고 한다. 또 들뜬 기분에 몰려드는 인파가 지름길을 놔두고 먼 길로 돌아가라는 경찰 통제에 잘 따랐을지 의문이 든다. 필자도 시위 현장을 우회하라는 경찰 지시에 짜증을 내곤 했던 경험이 있다. 큰 사고가 터지고 나면 ‘예정된 인재(人災)’라는 비판이 늘 나온다. 충분히 막을 수 있었는데 치안, 구조 담당자들의 무책임과 무능 때문에 난 사고라는 것이다. 대비할 수 있었다는 비판은 사후에 당시 상황을 복기해보니 그렇다는 얘기다. 이런 이런 일만 했으면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가정이다. 사전에 모든 재난 가능성에 대한 예방 조치를 빈틈 없이 갖추는 것은 말처럼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무수한 재난을 겪고 보도해 왔지만 이번 참사처럼 어처구니없다고 느껴본 적은 없다. 화재·교통사고가 난 것도 아니고, 누군가 폭력을 휘두른 것도 아니다. 그런데 생때같은 젊은이들이 좁은 골목길에서 서로 뒤엉키면서 150명 넘게 목숨을 잃었다. 해외에서 발생하는 대형 압사 사고 뉴스를 간헐적으로 접했지만 21세기 대한민국 수도 한복판에서 이런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걱정해 본 적이 없다. 이태원 파출소 소속 경찰들이 성추행, 폭력 신고를 처리하느라고 압사 위험 신고를 가볍게 여겼다면 필자처럼 안이한 판단을 한 탓도 있을 것이다. 신문사에서 근무하면서 남을 비판하는 기사를 많이 써왔다. 초년병 시절 선배들에게 “당신도 같은 처지에 있었다면 달리 행동했을 자신이 있는지 스스로 물어 보라”는 충고를 듣곤 했다. 이태원 참사는 당시 현장 상황이 여전히 안갯속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찰 대응에서 몇몇 문제가 드러나고 있다. 결국 누군가는 옷을 벗게 되고 사법 처리 대상이 나올 수도 있다. 그들을 역성들며 감쌀 생각은 없다. 다만 현재 시점에서 만일 내가 그때 현장 치안을 맡은 책임자였다면 이번 참사를 막을 수 있었다는 자신은 서지 않는다. 그래서 섣불리 누구를 향해 손가락질을 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조선일보 김창균 논설주간 입력 2022.11.03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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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왜 못 막았냐고 비판할 자신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