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3-10-11(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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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본 쉬나드 파타고니아 창업주의 홈페이지 메시지. 지구는 우리의 유일한 주주이기에 소중히 해야 한다는 의미를 전하고 있다. [Patagonia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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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조 기부' 파타고니아 회장 "맘 편하다"북한산에 그의 길 있다

서울 북한산 인수봉에 있는 취나드 AB’ 길은 그의 이름(Chouinard)의 오기(誤記)

1963년부터 약 2년간 주한미군으로 서울에서 근무북한산 등 서울의 산을 오르는 게 큰 낙

원하는 등반 장비를 구할 수 없자 서울 중구 쌍림동의 대장간에서 주문 제작까지

 

선한 일을 할 수 있는 기회와 능력이 있는 데도 하지 않는다면, 악한 것에 다름 없다.”


세계적 아웃도어용품 기업, 파타고니아를 일군 이본 쉬나드(83)의 명언 중 하나다. 이윤 창출이 아닌 자연 보존과 직원 복지를 최우선 가치로 삼았던 그의 이 말은 빈말이 아니었다. 그가 실제로 선함을 행동으로 보여주면서다. 쉬나드는 14(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자신과 부인, 두 자녀가 소유한 지분 100%를 통째로 넘겼다고 밝혔다. 쉬나드 일가가 넘긴 지분은 약 30억 달러(41800억원)에 달한다. 지분의 98%는 기후변화 대처를 위해 세운 비영리재단에, 2%는 신탁사에 넘겼다. 파타고니아의 연매출 약 100만 달러 역시 고스란히 기부된다. 쉬나드 일가에게 남은 것은 0%. 이미 지난달 모든 절차를 마쳤다고 한다. 통 큰 기부다.

 

쉬나드 창업주는 NYT지금의 자본주의는 소수의 부자와 다수의 가난한 자로 이뤄져 있지 않나라며 새로운 형태의 자본주의에 선한 영향력을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처음부터 회사를 만들 생각도 없었고 사업가가 되고 싶은 생각도 없었다. 이제 내 회사가 내가 없어도 옳은 가치를 위해 계속 굴러갈 수 있게 됐으니, 내일 죽어도 여한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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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2년의 이본 쉬나드.쉬나드는 바위틈에 박는 피톤이 환경을 해친다는 것을 깨닫고 더 이상 만들지 않고 자연에 해를 덜 가하는 '클린 클라이밍'으로 전환했다. [사진 라이팅하우스]

 

이번 기부로 쉬나드 일가는 세금 폭탄도 맞게 됐다. 1750만 달러(244억원)에 달하는 금액이다. NYT큰 금액의 기부를 하는 기업가들은 있지만 대개 세금을 회피하기 위해 여러 꼼수를 쓴다라며 쉬나드 일가는 금액 자체도 상당할뿐 아니라 실제 기부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 세금 역시 피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말만 번지르르한 정치권이나 기업가들과는 다른 귀감이 된다고 전했다.

 

파타고니아는 착한 기업의 대표 주자다. 기업 목표로 “(지구에) 불필요한 해를 끼치지 않고, 사업을 통해 자연을 보호하는 것을 내세운다. 내구성을 우선시하며, “어느 정도 입을만 하다면 새로 사지 말고 그냥 입던 걸 입으라는 철학으로도 유명하다. 이번 쉬나드 일가가 기부한 금액은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프로젝트들과 전세계의 저개발 지역을 보호하는 데 중점을 두고 쓰여질 예정이다. 쉬나드 창업주 본인도 소박한 셔츠를 계속 입고, 손때 묻은 자가용을 그대로 몰고 등산을 즐기며 여생을 보낼 작정이라고 한다. 컴퓨터도, 핸드폰도 갖고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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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재킷을 사지 마시오.'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생산량을 줄여야 한다는 취지로 만든 이 카피는 블랙프라이데이 때 오히려 뜨거운 반응을 받았다. [사진 라이팅하우스]

 

쉬나드 창업주는 한국과도 인연이 깊다. 서울 북한산 인수봉에 있는 취나드 AB’ 길은 그의 이름(Chouinard)의 오기(誤記). 그는 1963년부터 약 2년간 주한미군으로 파병돼 서울에서 근무했는데, 북한산 등 서울의 산을 오르는 게 큰 낙이었다고 한다. 그가 당시 좋아했던 루트가 취나드 길이라는 이름으로 지금도 서울 등산객들이 사랑하는 코스로 남은 것이다. 원하는 등반 장비를 구할 수 없자 서울 중구 쌍림동의 대장간에서 주문 제작까지 했다고 한다.

 

10대부터 공부엔 흥미가 없고 등산과 서핑 등 자연에 빠졌던 그는 귀국 뒤에도 전 세계를 돌며 등반을 했다. 그러다 장비에 불만이 생겼다. 자신이 원하는 기능을 하면서도 환경을 덜 해치는 용품을 찾아 헤매다 결국, 직접 만들기로 한다. 쌍림동 대장간에서 원하는 장비를 만들었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회사가 파타고니아. 기업명은 그가 올랐던 남미 안데스 산맥의 봉우리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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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타고니아 기업 로고.

 

쉬나드는 경제전문지 포브스(Forbes)의 억만장자 집계에 이름이 오르는 것도 불편해했다고 한다. 그는 NYT은행에 10억 달러가 있는 것도 아니고 내가 렉서스 같은 고급 자동차를 모는 것도 아닌데 내가 왜 포브스에 억만장자로 거론되어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그것 때문에 진짜, 진짜로 화딱지가 났다고 말했다. 기부의 다른 방법도 있지 않았을까. 예를 들어 기업공개(IPO)를 통해 주식 시장에 상장을 시켜 회사의 가치를 높인 뒤, 매각을 해서 그 금액을 기부하는 것 등이다. NYT에 따르면 그의 지인 중 재무에 밝은 더그 톰킨스 같은 이가 이런 방법을 권했으나 쉬나드가 딱 잘라 거절했다고 한다.

 

쉬나드가 했다는 말이다.

 

나는 주식시장에 전혀 믿음이 없어. 상장을 하면 회사에 대한 내 개인의 장악력은 줄어들고, 최우선 가치는 주주들에게 더 많은 배당금을 주는 거가 될 텐데. 그럼 다른 무책임한 기업들과 다를 게 뭐가 있겠어.”

 

뉴욕타임스 인터뷰에 응한 쉬나드. [the New York Times 캡처]

 

그렇게 쉬나드 창업주와 그의 부인, 40대 자녀 둘은 흔쾌히 세금 폭탄을 맞는 기부 방법을 택했다. 그리고 쉬나드는 청바지와 여러 번 빨아 색이 살짝 바랜 붉은 체크무늬 셔츠를 입고 NYT 카메라 앞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제서야 내 인생을 잘 정리한 것 같아 굉장히 마음이 놓이네. 우리에겐 이게 이상적인 해결책인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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