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수연, 2022년 ‘서양화가 김수연’으로 재탄생
대한민국現代조형미술대전에서 작품 ‘심안(心眼)’으로 특선 ‘수상’
▲서양화가 김수연 작가가 엷은 미소를 머금고 대한민국현대조형미술대전 특선 수상작인 자신의 전시 작품 '심안(心眼)' 앞에 서 있다.
▲서양화가 김수연 작가(오른쪽 두번 째)가 하진용 대한민국 현대조형미술심사위원장(오른쪽 4번째), 가족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오른쪽부터 김수연 작가의 친언니 김춘덕 여사, 김수연 작가와 부군 배우 김희라 씨, 하진용 심사위원장, 김수연 작가의 아들 금성 씨.
배우 김수연, 2022년 ‘서양화가 김수연’으로 재탄생
대한민국現代조형미술대전에서 작품 ‘심안(心眼)’으로 '특선' 수상
서양화가 김수연 작가가 지난 11월30일부터 12월5일까지 인사아트프라자 갤러리 4층 전시실에서 개최되었던 ‘2022 대한민국조형미술대전’에서 유화 작품 심안(心眼)으로 ‘특선상’을 수상했다. 미술대전은 대한민국 현대여성미술협회·(사)한국미술협회산하단체가 주관하고, (사)한국미술협회·(사)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가 후원했다.
▲서양화가 김수연 작가(오른쪽)가 대한민국현대조형미술대전 시상식에서 특선 상을 수상하고 있다.(위 아래 사진)
김 작가는 젊은 시절에 배우로 활동했다. 그녀는 47년 전인 1975년 영화관련 인사들이 주축이 되어 결성된 ‘영상시대’가 실시했던 배우 공모에서 치열한 경쟁을 뚫고 제1기에 뽑혔고, 이듬 해 설태호 감독의 작품 ‘보르네오에서 돌아온 덕팔이’에서 남편(김희라)과 아내(당시 예명 김은정)로 출연하면서 이름을 알렸다.
김 작가는 당시 여성으로서는 큰 키에 커다란 눈과 조화를 이룬 콧날은 명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Gone with the Wind)’에서 클라크 게이블의 상대역으로 강한 인상을 남긴 스칼렛 오하라 역의 비비안 리의 외모를 닮았다고 해서 ‘한국의 비비안리’로 불리었을 정도로 촉망 받던 신인 배우였다. 그랬던 그녀가 연기를 포기한 것은 현실에서 부부가 된 ‘잘 나가는 배우 김희라’와의 사이에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자녀들’을 낳은 후 오직 남편과 자식을 위한 삶을 택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세월이 흘렀고, 뜻하지 않은 뇌졸증으로 거동이 불편한 남편의 손과 발이 된 지 20년이 넘는 지금까지 마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주인공 스칼렛이 남긴 “내일은 또 내일의 태양이 떠오른다!(Tomorrow is another day!)”는 명대사처럼, 그녀의 내조는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서양화가 김수연 작가가 자신의 특선 수상 작품 '심안(心眼)'을 쳐다보고 있다.
그랬던 김수연에게 우연히 다가온 것이 그림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자신의 이름 앞에 ‘서양화가’라는 고유 대명사가 자리하게 된 것이 바로 2022년이라는 점에서, 서양화가 소이 김수연에게 ‘검은 호랑이의 해’인 2022년 임인년(壬寅年)은 그녀의 생애에서 잊혀 질 수 없는 한 해로 기억될 것이다.
김 작가는 지난 9월 인사동 갤러리 인(人)에서 열린 ‘금산 큰 스님 초대전’에 ‘눈(眼) 1’등 소품과 비구상 초대작품을 전시한 것을 계기로 10월에는 일산 킨텍스 전시장에서 개최된 ‘제4회 앙데팡당KOREA국제아트페어’에 30여점을 전시했다. 그 가운데 자신의 발자국과 눈(眼)이 믹스된 유화 ‘심안(心眼)’은 고희(古稀)에 가깝게 살아온 세월의 족적을 통해서 발견하게 되는 작가 자신의 마음의 눈을 형상화한 작품으로 “애정이 가는 작품”이라고 했다.
서양화가 김수연이 ‘심안’으로 특별상을 받던 날,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김 작가의 남편인 배우 김희라 씨는 불편한 몸을 이끌고 아들 금성, 그리고 친언니 등과 시상식장에 자리를 함께 하고 ‘서양화가로 자리매김한 아내’에게 축하의 꽃다발을 전달하는 등 시종일관 훈훈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금년 봄에 우연히 그림을 그리게 된 계기가 생겨서 남편에게 이야기했더니, ‘당신은 무슨 일이든 잘할 수 있는 탤런트를 가진 사람’이라며 적극 환영해줘서 기뻤습니다. 또 아빠와 엄마에게 여러모로 도움을 주는 아들(금성金城;배우·가수 겸 K-Pop 가수 등 연예인을 발굴하는 마부 엔터테인먼트 CEO-편집자)도 ‘좋은 생각’이라며 응원해줘서 용기를 갖게 되었습니다.”
▲서양화가 김수연 작가의 듬직하고 영원한 우군(友軍)인 아들 금성 씨와 함께 대한민국현대조형미술대전 시상식장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김 작가의 마스크 위 눈빛이 즐거웁고 행복한 표정을 대신하고 있다.
김 작가는 시간이 주어질 때면 한남동 집에서 그림 그리는 장소인 성북동 소재 갤러리까지 버스와 전철 등을 갈아타면서 다니는 고행(苦行)? 조차도 “즐거웁고, 행복하다”고 말한다.
서양화가 김수연 작가가 즐겨 다루는 주제는 ‘몸 천 냥에 눈이 구백 냥’이라는 눈(眼)이다. 그녀가 독실한 불자(佛者)라는 점에서 생각할 때, 불교에서 수행 계급인 육안(肉眼), 천안(天眼), 혜안(慧眼), 법안(法眼), 심안(心眼)이라 하는 오안(五眼) 가운데 ‘심안’을 그리는데 열정을 쏟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선 수상을 안은 작품 ‘심안(心眼)’은 강렬한 힘을 상징하는 원색 위주의 작품과 달리 차분하고 안정적인 톤의 색상으로 불교에서의 피안(彼岸)의 세계, 즉 사바세계 저쪽에 있는 깨달음의 세계를 갈망하는 내면의 시선을 아크릴 물감으로 무난하게 소화한 점이 심사위원들로부터 높은 평점(評點)을 받았다.
캔버스를 채우고 있는 4각형이 마치 구중궁궐과 괴로움이 많은 사바세계(娑婆世界)를 가르는 담장처럼 보인다. 그 담장의 네모 칸의 틈 사이로 바깥쪽을 바라보는 평범한 두 개의 작은 눈을 상단에 배치하고, 그림 중앙의 아래쪽에는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커다란 눈을 배치했다. 두 개의 눈과 아래쪽 커다란 눈은 마치 입술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사회를 형성한다. 그 속에 숨 쉬는 불협화음과 부조리를 먼 산의 불 보듯 무덤덤하게 지켜보는 사람들과 놀라움과 분노를 표출하는 사람들. 우리는 겉에 드러난 것만으로 잘되고 못된 것이라고 세상의 잣대로 평가한다. 그러나 그것은 착각일 수 있다. 그러므로 “내 탓이 아니라 네 탓!”이라고 단정 짓기에 앞서 내 자신을 똑바로 바라볼 수 있는, 끊임없이 자신을 돌아볼 줄 아는 자아성찰의 부릅뜬 마음속의 커다란 눈인 심안(心眼), 더 나아가는 심안(審按)을 캔버스에 채우고 있다.
▲서양화가 김수연 작가가 대한민국현대조형미술대전 시상식장 입구에 놓인 화환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캔버스에 물감을 칠하는 것에 몰입하다 보면 다른 아무 것도 생각나지 않아요. 무아의 경지라고나 할까요? 그리고 한 점, 한 점 채우던 끝에 작품이 완성될 때의 성취감은 형언하기 힘들죠. 계단을 한꺼번에 뛰어오를 수 없는 것 아니겠어요? 아직도 부족한 점이 많지만, 하나 둘 부족한 것을 채워나가다 보면 화룡점정을 찍는 날이 오지 않겠어요? 그림 그리는 일에 열심을 다할 각오입니다.”
김 작가가 환한 표정으로 나지막하게 던지는 말 속에 등장하는 ‘용을 그리고 난 후에 마지막으로 눈동자를 그려 넣었더니 그 용이 실제 용이 되어 홀연히 구름을 타고 하늘로 날아 올라갔다’는 눈의 완성을 가리키는 한자성어 화룡점정(畵龍點睛). 중국 육조시대의 화가 장승요가 안락사(安樂寺)에서 벽에 용 네 마리를 그렸는데 눈동자를 그리지 않았다. 사람들이 그 까닭을 묻자 "눈동자를 그리면 용이 날아가 버리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사람들은 그 말을 믿지 않았다. 그러자 그는 용 한 마리에 눈동자를 그려 넣었다. 그러자 갑자기 천둥이 울리고 번개가 치며 용이 벽을 차고 하늘로 올라가 버렸다. 눈동자를 그리지 않은 세 마리의 용은 벽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때 비로소 사람들은 장승요의 말을 믿었고, 그의 그림 실력을 칭송했다.
어쩌면 서양화가 김수연 앞에 놓인 캔버스에 화룡점정을 찍을 그날이 오늘이 될 수도 있고, 내일이 될 수도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김수연 작가의 맑은 마음의 눈을 버리지 않는 한 그날이 실현될 것이다.
▲서양화가 김수연 작가가 아들 금성(오른쪽), 부군 김희라, 하객으로 참석한 친언니 김춘덕 여사와 자신의 특선상 수상 작품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서양화가 김수연 작가(가운데)가 대한민국현대조형미술대전 특선 수상작인 자신의 작품 '심안' 앞에서 가족, 친지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오른쪽부터 김 작가의 아들 금성, 남편인 배우 김희라, 친언니 김춘덕 여사, 김학우 세계한인재단 총감독.
▲서양화가 김수연 작가(가운데)가 자신의 대한민국현대조형미술대전 특선상 수상작 '심안' 앞에서 화가이자 팬인 두 작가의 요청으로 축하 인사를 받은 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