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덕(왼쪽부터), 오진혁, 이우석이 6일 중국 항저우 푸양 인후 스포츠센터 양궁장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양궁 리커브 남자 단체전 결승에서 인도를 꺾고 금메달을 확정지은 후 관중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뉴스1
한국양궁 뭉치면 천하무적, 女는 막내가 男은 맏형이 끝냈다…양궁 단체 女 10회·男 9회 우승
지난 5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현대 양궁 월드컵 2차 대회. 여자 대표팀 막내 임시현(20·한국체대)의 국제 무대 데뷔전이었다. 단체전. 불안감은 끊이지 않았다. 상대가 활을 쏘는 순간, 점수 등 모든 게 신경 쓰였다. 그런 임시현을 언니들이 다독였다. “남을 의식하지 마. 너는 너의 화살에만 집중하면 돼.” 마음을 고쳐먹은 임시현은 차분하게 과녁 정중앙에 집중했다. 그리고 한국이 결승에서 대만을 6대0으로 완파하는 데 힘을 보탰다. 대표팀 언니들 애정 어린 조언에 평정심을 되찾은 임시현은 생각했다. ‘이게 바로 양궁 국가대표구나! 언니들하고 다시 단체전 금메달을 따야지.’
한국 양궁 리커브(recurve) 여자 대표팀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대회 단체전 7연패 위업을 달성했다. 임시현, 안산(22·광주여대), 최미선(27·광주은행)이 나선 한국은 6일 중국 항저우 푸양 인후 스포츠센터 양궁장에서 열린 대회 결승에서 개최국 중국을 5대3(58-58 55-53 55-56 57-54)으로 누르고 정상에 올랐다. 1998 방콕 대회부터 7회 연속 금메달. 양궁은 1978 방콕 대회에서 정식 종목으로 채택돼 이번까지 여자 단체전은 총 12번 열렸는데, 한국은 1978, 1994 대회를 제외하고 10번 정상에 올랐다.
한국은 이날 안산, 최미선, 임시현 순으로 나섰다. 양궁 단체전에선 선수 3명이 한 세트에 2발씩, 총 6발을 쏜다. 이기는 팀이 세트스코어 2를 가져가고 비길 경우 1씩 나눠가진다. 4세트까지 치러 세트스코어가 높은 팀이 승리한다.
▲6일 중국 항저우 푸양 인후 스포츠센터 양궁장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양궁 리커브 여자 단체전을 마친 안산(왼쪽부터), 임시현, 최미선이 금메달을 확정짓고 기뻐하고 있다.
마지막 사수(射手)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임시현은 침착했다. 이날 8번 중 6번을 10점에 적중했다. 사로(射路)에선 단 한 번 표정 변화도 없이 진지했지만 매 세트가 끝나면 밝게 웃으며 팀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5개월 전 떨리는 마음으로 데뷔했던 신예가 이젠 한국 승리를 이끄는 대표 궁사로 거듭난 것이다. 안산은 “오늘 내가 (4세트에서) 8점을 쏘는 등 점수가 만족스럽지 않아 속상했는데, 뒤에서 잘 마무리해줘 고맙다”고 했다. 임시현은 “언니들이 앞에서 잘해줬기 때문. 아시안게임 8연패도 언니들과 이루고 싶다”고 말했다. 앞서 이우석(26·코오롱)과 혼성 단체전 금메달을 딴 임시현은 2관왕에 올랐다. 7일엔 선배 안산과 여자 개인전 결승에서 맞붙는다. 3관왕도 노려볼 수 있다. 안산은 “시현이와 ‘부담 갖지 말고 재밌게 즐기자’고 이미 이야기 나눴다”고 했다.
최미선도 이날 결승서 10점 4번으로 활약했다. 2016 리우 올림픽 단체전 정상에 오른 최미선. 하지만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도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은 게 한국 국가대표 선발전이다. 최미선은 2018년 국가대표 선발전·평가전을 최종 7위로 마치며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출전(1~4위)이 무산됐다. 그리고 올핸 4위에 올라 7년 만에 국제 종합 대회에 나섰다. 첫 아시안게임. 2020 도쿄올림픽에서 사상 첫 3관왕을 달성한 안산도 아시안게임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어 열린 양궁 리커브 남자 단체전. 13년 만에 이 종목 시상식에서 애국가가 울려 퍼졌다. 이우석, 오진혁(42·현대제철), 김제덕(19·예천군청)이 나선 한국은 대회 결승서 인도를 5대1(60-55 57-57 56-55)로 누르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은 1세트 6발 모두 10점에 적중하며 기선제압했다. 2세트를 비기고 3세트에서 5발째까지 46-55. 9점을 쏘면 또다시 무승부이고, 10점을 쏴야 우승이 확정되는 상황에서 맏형 오진혁이 멋지게 10점을 꽂으면서 승부를 끝냈다.
한국 남자 양궁은 1982 뉴델리 대회부터 2010 광저우까지 이 종목 아시안게임 8연패를 일궜다가 이후 2014년 동메달, 2018년 은메달에 그쳤다. 오진혁은 2014·2018 대회, 이우석은 2018 대회 단체전에 나서 아쉬움을 삼킨 바 있다. 하지만 이날 설욕했다. 13년 만에 되찾은 왕좌다. 이우석은 혼성전에 이어 2관왕에 올랐다. 이우석은 앞서 개인전 결승 진출은 무산돼, 7일 동메달 결정전을 통해 전 종목 입상을 노린다. 한국은 이번 대회 리커브에 걸린 금메달 5개 중 남자 개인전을 제외한 4개를 가져갔다. 이날 양궁장을 찾은 한국 응원단 100여 명은 “대한민국!” “파이팅!”을 외치며 열띤 응원전을 펼쳤다. 정의선(53) 현대차그룹 회장도 경기장을 찾아 선수들을 응원했다. 정 회장은 대한양궁협회·아시아양궁연맹 회장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