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메달 5개로 최강 한국을 제치고 항저우 아시안게임 양궁 종합 1위에 오른 인도. AFP=연합뉴스
韓 '양궁 1위' 45년만에 빼앗겼다…태극궁사 위협하는 이 나라
7일 임시현이 리커브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보탠 한국 양궁은 총 금메달 4개로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마무리했다. 리커브 대표팀이 금메달 4개(남자 단체·여자 개인·남자 단체·혼성전), 은메달 1개(여자 개인), 동메달 1개(남자 개인)를 땄다. 혼성전이 없던 시절 전 종목 석권을 이뤄냈던 2010년 도하 대회(금4) 이후 최고 성적이다. 당초 목표였던 금메달 5개 '싹쓸이'를 해내지는 못했으나, 내년 파리올림픽을 기대하게 했다. 양궁 리커브는 올림픽 종목이다.
같은 날 소채원이 은메달을 따내면서 컴파운드 대표팀은 이번 대회에서 '노골드'를 기록했다. 은메달 3개(남자 단체·여자 개인·혼성 단체)와 동메달 2개(남자 개인·여자 단체)에 그쳤다. 컴파운드는 아직 올림픽 종목이 아니다. 2026년 LA 올림픽에서 컴파운드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한국은 리커브 대표팀이 활약한 덕분에 한국은 양궁 강국의 자존심을 지켰다.
▲양궁 여자 컴파운드 개인전에서 인도 선수 둘과 함께 시상대에 선 소채원(왼쪽). 인도에 밀려 은메달에 그쳤다. 연합뉴스
하지만 한국 종합 순위(리커브+컴파운드)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데는 실패했다. 컴파운드 금메달 5개를 싹쓸이한 인도(금메달 5개·은메달 2개·동메달 2개)에 메달 순위에서 밀렸다. 2014년 인천 대회부터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컴파운드 양궁은 리커브와 함께 한국의 메달밭이었다. 이번 대회 컴파운드에선 인도가 '아시아 최강' 타이틀을 챙겼다. 한국이 양궁 메달 순위에서 다른 나라에 1위를 내준 건 1978 방콕 아시안게임 이후 무려 45년 만의 일이다.
인도 양궁은 리커브에서도 뚜렷한 성과를 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서 인도는 단 한 명의 리커브 메달리스트도 배출해내지 못했으나 항저우에서는 남자 단체전에서 은메달, 여자 단체전에서 동메달을 땄다. 14억 인구의 인도는 빠르게 성장 중이다. 이번 대회를 계기로 태극 궁사들을 국제무대에서 위협할 양궁 '신흥 강국'으로 평가받는다. 중국과 더불어 세계적인 '인구 대국'으로 불리는 인도의 최대 무기는 풍부한 인적 자원이다.
▲14억 인구 대국 인도는 두터운 선수층에 우수한 선수 발굴 시스템을 더했다. AFP=연합뉴스
인도양궁협회에 따르면 인도에는 양궁 등록 선수만 1만 명이다. 한국의 등록선수 2400여 명의 약 4배나 되는 숫자다. 두터운 선수층을 바탕으로 우수한 선수 발굴 시스템을 가동한 성과가 이번 대회에서 나왔다고 분석한다. 인도 양궁은 승강 시스템(10단계)을 도입해 선수 간 끊임없는 경쟁을 유도하고 있다. 안 그래도 좋은 선수들이 많은데, 내부 경쟁을 통해 실력이 날이 갈수록 좋아진다는 것이다. 인도는 항저우 아시안게임 전초전이었던 지난 8월 2023 베를린 세계선수권 컴파운드에서 금메달 3개와 동메달 1개를 따내며 세계 양궁계를 놀라게 했다.
▲문혜경, AG 소프트테니스 여자 단식 금메달 2023.10.07 15:55
이어 항저우에선 컴파운드 금메달 5개 싹쓸이를 노리던 한국의 꿈을 부숴버렸다. 인도는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는 컴파운드에 걸린 5개의 금메달을 모두 챙겼다. 특히 한국과의 맞대결에서 강한 면모를 보여 더 위협적이었다. 인도는 남자 단체전 결승과 혼성 단체전 결승, 여자 개인전 결승에서 모두 한국을 만나 이겼다. 한국은 4개의 금메달이 걸린 인천 대회에서 금메달 2개와 은메달 2개, 세부 종목이 3개로 줄었던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서도 금메달 2개와 은메달 1개를 획득했다.
이번 대회 남자 컴파운드 3관왕을 차지한 오야스 프라빈 데오탈레는 "우리의 궁극적 목표는 (컴파운드가 정식 종목이 될 가능성이 있는) 2028년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이라면서 "좋은 흐름을 계속 유지해갈 것"이라고 말했다. 여자 컴파운드 3관왕 조티 수레카 벤남은 "정부는 물론 협회, 민간기관 등으로부터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면서 인도 양궁이 강해졌다. 그 덕에 아시안게임에서 많은 메달을 딸 수 있었다"면서 "이번 성과는 인도 양궁의 큰 자양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