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XXX 죽을래' 애들에 욕설·폭행"…손웅정 "수억 요구했다"
검찰 "아직 소환 여부나 일정 결정 안 돼"
▲축구선수 손흥민의 아버지인 손웅정 손축구아카데미 감독이 2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4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사인회를 하고 있는 모습. [뉴스1]
학부모 "'XXX 죽을래' 애들에 욕설·폭행"…손웅정 "수억 요구했다"
검찰 "아직 소환 여부나 일정 결정 안 돼"
축구선수 손흥민의 아버지 손웅정 감독과 손 감독이 운영하는 축구아카데미 소속 코치들이 유소년 선수 학대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게 됐다.
춘천지검은 26일 손 감독과 손 감독이 운영하는 축구아카데미 소속 코치 2명을 아동복지법위반(아동학대) 혐의로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손웅정 감독과 코치 2명은 지난 3월 일본 전지훈련 도중 소속 선수들이 경기에서 지거나, 훈련을 못 한다는 이유로 선수에게 욕을 하고 코너플래그(경기장 모퉁이에 세우는 깃발)로 엉덩이를 때린 혐의 등을 받고 있다.
강원경찰청은 지난 3월 19일 피해 학생 부모 A씨가 고소장을 접수함에 따라 조사한 뒤 지난 4월 검찰로 송치했다. 춘천지검 관계자는 “현재 관련 내용을 조사 중으로 아직 소환 여부나 일정이 결정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A씨가 아들 B군이 코치 2명에게 폭행당한 사실을 알게 된 건 지난 3월이다. 그는 지난 3월 7∼12일 일본 전지훈련을 마치고 돌아온 아들 B군의 허벅지에서 멍 자국을 발견했다고 한다. B군은 그동안 코치 2명에게 발 엉덩이 6번, 꿀밤 4번, 귀 당기기 2번, 구레나룻 2번, 엉덩이를 1번 맞았다고 했다.
▲피해 아동의 허벅지에 난 멍 자국. [사진 피해 아동 측 제공]
학부모 A씨 "얼마나 무섭고 두려웠을까"
A씨는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잘 가르치고 능력이 좋다는 이야기를 듣고 손축구아카데미를 선택하게 됐는데 아들이 얼마나 무섭고 두려웠을까 생각하면 너무 화가 난다”고 말했다.
그는 “ 훈련을 지켜보면 별의별 욕이 다 나옵니다. ‘야 이 XXX야 너 죽을래, 죽여버려’ 등 폭언에도 애 잘되는 거 하나 바라보고 참았다”며 “최고의 스포츠 스타를 키운 아버지니까. 무슨 종교 집단처럼 아무 말도 못 하는 분들이 많았다. 굉장히 심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들에게 폭언 폭행이 자행된다는 현실에 참담하다”며 “다른 피해자가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손 감독은 성명을 통해 “사랑이 전제되지 않는 언행과 행동은 결코 없었다”고 해명했다. 손 감독은 “최근 아카데미 훈련 도중 있었던 거친 표현과 체력 훈련 중 이뤄진 체벌(엎드려뻗쳐 상태에서 플라스틱 코너플래그로 허벅지 1회 가격)에 관해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이라며 “다만 고소인이 주장하는 내용은 진실과 다른 부분이 많기 때문에 아카데미 측은 사실관계를 왜곡하거나 숨기지 않고 가감 없이 밝히며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마음의 상처를 받은 아이와 그 가족분들께 깊은 사과의 뜻을 전하고, 이런 논란을 일으키게 된 점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고 송구스럽다”고 밝혔다.
손 감독은 “사건 발생 이후 아카데미 측은 고소인 측에 사과의 말씀을 드리고 사태의 원만한 해결을 도모하고자 노력했다”며 “다만 고소인 측이 합의금으로 수억 원을 요구했고, 그 금액은 아카데미가 도저히 수용할 수 없어 안타깝게도 합의에 이르지 못했으며, 현재 별도 합의 없이 정확한 사실관계에 입각한 공정한 법적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며 “그 당시 있었던 일과 이후 경위는 직접 경험한 사람들의 기억과 말이 일치하지 않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강원 춘천시 동면 감정리 손흥민 체육공원에서 손흥민 선수의 아버지인 손웅정 손축구아카데미 감독이 선수들을 코치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손 감독 "사랑이 전제되지 않은 언행·행동 없었다"
손 감독은 “한 것을 하지 않았다고 할 생각도 없고, 하지 않은 것을 했다고 할 생각 또한 없다”며 “시대의 변화와 법에서 정하는 기준을 캐치하지 못하고 제 방식대로만 아이들을 지도한 점 반성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아카데미 모든 구성원이 고민하고 또 고민해 아이들이 운동장에서 최고의 집중력을 발휘하고, 훈련에 몰입할 수 있도록 또 다른 방법을 찾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와 관련해 학생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 중심 류재율 변호사는 “가해자 측은 본인들 처지에서만 최선을 다해 미화하고 있다”라며 “마치 본인들은 잘못이 없는데 고소인 측을 거액의 합의금을 요구하는 사람으로 언급하고 있으나 이는 2차 가해”라고 지적했다.
이어 “손 감독은 아무런 사과도 하지 않고 연락도 전혀 없는 상태에서 변호사를 통해 처벌불원서 작성, 언론제보 금지, 축구협회에 징계 요청 금지를 합의 조건으로 제시했고, 피해자 측에서는 분노의 표현으로 감정적으로 이야기한 것일 뿐 진지하고 구체적인 합의금에 관한 이야기는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류 변호사는 “일회적인 피해로 신고한 것이 아니고, 부모를 떠나 기숙까지 하며 훈련받았는데 지속해서 이뤄진 학대 행위를 참고 또 참다가 용기 내 알리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출처: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