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3-10-11(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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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마트에서 울다의 저자이자 밴드 재패니즈 브렉퍼스트로 활동 중인 미셸 자우너는 최근 한국에서 ‘1년 살이를 하면서 한국어 공부에 전념하고 있다고 전했다. Helene Tchen·문학동네 제공

 

‘H마트에서 울다의 저자 미셸 자우너 미정으로 한국살이

한국어 배워 엄마 일기장 읽어 보고 싶어엄마 이름 정미뒤집어 미정

지난 1월부터 한국생활에 집중매일 4시간씩 한국어공부 매진

올겨울엔 김장 제대로 배울것 

 

제 새 이름은 미정이에요.”

 

작가로서는 미셸 자우너’(35), 음악가로는 재패니즈 브렉퍼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그에게 세 번째 이름이 생겼다. ‘H마트에서 울다를 출간한 후 결심한 한국에서 1년 살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갖게 된 미정이라는 이름이다.

 

그간 자우너는 자신의 가운데 이름(Middle name)으로 어머니의 이름인 정미를 사용해왔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지 10년이 흐른 지금 그는 이제 그리움이라는 감정을 자유롭게 다룰 수 있다는 듯이 그 이름을 뒤집은 새로운 이름을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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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24 서울국제도서전에서 강연 중인 미셸 자우너. 대한출판문화협회 제공

 

지난달 27일 서울 강남구 한 호텔에서 만난 자우너는 코엑스에서 열리는 2024 서울국제도서전 참여를 앞두고 있었다.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요리를 매개로 어머니에 대한 추억과 자신의 정체성에 관해 쓴 책 ‘H마트에서 울다는 지난 2022년 국내 출간 후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그는 이번에 마침내 작가로서 한국 독자들과 만났다.

 

미국 현지에서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추천하고 뉴욕타임스·아마존 등에서 올해의 책으로 꼽기도 한 책의 인기에 대해 그는 우린 이제 백인이나 서양 중심 문화에 조금 질렸다는 생각도 든다. 오랜 시간 그런 음악과 문학을 즐겼으니 다른 문화에 조금 더 열린 마음을 갖게 된 것 같다고 답했다.

 

한국인 어머니와 미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자우너의 글에는 독특한 지점이 있다. 바로 절반의 정체성’. 한국인임을 잊고 싶었던 그가 절반의 정체성을 잃어갈 무렵 어머니가 암에 걸리고 세상을 떠나게 됐고 그 그리움은 다시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이어졌다.

 

그래서 그는 아시아 식재료를 전문으로 파는 슈퍼마켓인 ‘H마트에만 가면 울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심리치료를 받았는데 큰 도움이 안 됐어요. 그래서 매주 10만 원씩 진료비로 쓸 바에는 매주 근사한 식사 한 끼를 먹는 게 낫겠다 싶어서 H마트에 간 거죠.”

 

시작은 통팥 캔이었다. H마트에 진열된 팥을 우연히 본 그는 여름 원피스를 입은 어머니가 팥빙수를 만드는 장면이 떠오르고 이내 주저앉아 울어버렸다. 가장 그리운 음식인 김치찌개를 만들기 위해 직접 김치를 만들어 보기도 했다. “미국에서 파는 김치는 한국 맛이 나지 않는다는 그는 이번 겨울에 한국에서 김장을 제대로 배울 곳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음식이 그에게 어머니를 떠올리는 통로가 되었듯 언어 또한 그에겐 통로다. 지난 1월부터 1년간 한국에서 살기로 결심한 그는 지금 한국어 공부에 빠져 있다. 매일 4시간씩 어학당에서 한국어를 공부하고 집에서 1시간은 단어 연습을, 1시간은 듣기 훈련을 한다. 한국어 실력을 키우고 그가 하고 싶은 일은 영어를 쓰지 못하는 큰이모와 마음껏 가족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어머니가 남겨둔 일기를 읽는 것이다.

 

줄곧 영어로 답하던 자우너는 6개월간의 공부로 부쩍 좋아진 한국어 실력을 발휘해 또박또박 말했다. “한국어를 진짜 열심히 공부하고 있어요. 더 빨리 늘었으면 좋겠어요.”

 

어머니를 잃은 슬픔은 노래가 됐고 글이 됐다. 작가가 되기 이전에 1인 밴드 재패니즈 브렉퍼스트로 활동을 하던 그의 음악에도 어머니와의 추억이 담겼고 그래미 어워즈 신인상과 베스트 얼터너티브 앨범 후보에 올라 성공을 거뒀다. “슬픔은 언어와 같아서 계속 변해가고 그래서 서두르지 말고 그 물결을 느껴야 한다.” 인터뷰가 끝난 후 도서전에서 열린 강연에서 자우너가 한 말처럼 슬픔은 변한다.

 

한국살이를 시작하기 전 내년에 나올 새 앨범을 완성한 그는 이제 내가 곡에서 슬픔을 말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고백했다.

 

그가 1년 살이를 마치고 미국으로 건너가 집필할 책에도 어머니에 대한 추억과 함께 30대에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낯설고 즐거운 경험이 담길 것이다. 그렇게 미정작가의 신작이 우리를 찾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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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마트에서 울다’의 저자 미셸 자우너 “미정으로 한국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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