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3-10-11(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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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상징인 에펠탑 앞에서 메달을 들고 포즈를 취한 허미미.

 

[단독] '독립투사 후손' 허미미 "파리서 완전한 한국인 됐어요"

 

"에펠탑 아래서 올림픽 메달이라니, 꿈만 같아요."

지난 4(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의 샹드마르스 경기장에서 만난 재일동포 유도 국가대표 허미미(22·경북체육회·세계랭킹 3)는 함박웃음을 지었다. 2024 파리올림픽 유도 종목이 열린 샹드마르스 경기장에선 에펠탑이 올려다보인다. 허미미는 지난 30일 이곳에서 열린 대회 여자 유도 57급 결승에서 일본계 캐나다 대표 크리스타 데구치(29·세계랭킹 1)와 골든스코어(연장전·정규시간은 4)를 포함해 1035초간의 혈투 벌인 끝에 반칙패(지도 3)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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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성단체전에서 값진 동메달을 일군 유도대표팀. 허미미는 첫 올림픽에서 은메달과 동메달을 따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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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성단체전 동메달 결정전에서 독일에 역전승을 거둔 유도 대표팀 주전 멤버. 뉴스1

 

그래도 금메달 못지 않게 값진 은메달이었다. 허미미는 이번 올림픽 유도 종목 3일차에 한국 유도에 첫 메달을 안겼다. 여자 유도 선수로는 2016 리우올림픽 48급 정보경 이후 8년 만에 나온 메달이었다. 허미미가 메달 물꼬를 트면서 한국 유도는 5개의 메달(개인전 은2, 단체전 동)을 수확했다. 2000 시드니올림픽(3) 이후 가장 많은 메달이다. 특히 단체전은 경기를 뛰지 않은 후보 선수들에게도 메달이 주어지기 때문에 한국은 주전으로 활약한 허미미를 포함한 11명의 선수 모두가 동메달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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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펠탑을 뒤로 하고 메달 든 포즈를 취한 허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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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성단체전에서 독일 꺾고 동메달을 일군 유도대표팀 주전 멤버.

 

허미미는 "개인전 은메달을 땄을 땐 메달을 놓친 언니, 오빠들의 눈치가 보여 마음껏 기뻐하지 못했다. 룸메이트인 여자 57()지수 언니가 패자부활전에서 탈락한 날 밤새 울었는데, 나도 같이 울었다. 단체전에서 동메달을 따 우리 대표팀 전원이 시상대에 오를 수 있어서 참으로 다행"이러고 말했다. 그는 이어 "생애 첫 올림픽 출전에서 2개의 메달(·)을 목에 걸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하다. 한국으로 건너와 지난 3년간 힘든 훈련을 버텨낸 덕분이다. 한국행을 만류했던 아빠·엄마도 한국에서 함께 유도하는 여동생 허미오(20)도 나에게 '태극마크를 달길 정말 잘했다'고 영상 통화로 축하해주셨다"며 또 한 번 웃었다.

 

2002년생 허미미는 한국 유도에 혜성처럼 등장했다. 도쿄 태생인 그는 일본에서 자랐지만 한국 국적을 유지한 유도 선수 출신 아버지를 따라 여섯 살 때 처음 도복을 입었다. 어머니는 일본 국적이다. 3이던 2017년 일본 전국중학교유도대회에서 우승하는 등 일찌감치 두각을 나타냈다. 그런 그가 한국에 온 건 재일본대한민국민단 간부 출신으로 2021년 별세한 할머니의 유언을 지키기 위해서다. "손녀가 꼭 한국 대표가 돼 올림픽에 나갔으면 좋겠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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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이었던 파리 식당에서 파스타를 먹은 허미미.

 

허미미는 부모의 만류에도 같은 해 경북체육회에 입단했다. 20222월 대표 선발전에서 당당히 태극마크를 달았다. 이때부터 고생길이 활짝 열렸다. 충북 진천국가대표선수촌에 입촌 당시 허미미는 일본 명문 와세다대 스포츠과학부 1학년에 재학 중이었다. 유도 대표팀에선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운동과 학업을 병행한 첫 사례였다.

 

그는 독립운동가 허석(1857~1920) 선생의 5대손이기도 하다. 경북체육회 김정훈 감독이 선수 등록 과정에서 밝혀냈다. 하지만 당시 허미미는 한국어를 정식으로 배운 적 없어서 한국말을 거의 못했다. 그러자 일부에선 "일본인인지 한국인인지 모르겠다. 기량도 입증되지 않은 신입 국가대표에게 입촌 중에 수시로 해외를 오가는 건 특혜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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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메달 합작한 김미정 감독(왼쪽0과 허미미. 김 감독은 한국 여자 유도 최초의 금메달리스트다. 파리=김성룡 기자 2024.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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