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포커스] 김지숙 조형 작가… 작품 통해 관객에 지난 시간 반추(反芻)시켜
해외(뉴욕·플로리다)·국내 초대전·각종 아트페어 참여 등 왕성한 활동…인사동 갤러리 라메르서 개인전
▲김지숙 조형 작가가 자신의 전시작품 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2024.7.31 서울 종로구 인사동 갤러리 라메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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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숙 조형 작가의 '2024 K-Art Global Art Festa' 개인전 리플릿 앞면.
[인물 포커스] 김지숙 조형 작가… 작품 통해 관객에 지난 시간 반추(反芻)시켜
해외(뉴욕·플로리다)·국내 초대전·각종 아트페어 참여 등 왕성한 활동…인사동 갤러리 라메르서 개인전
25일까지 ‘용인 갤러리 발트’ 개최 ‘잠비아 생태마을 후원 특별 기획전’에 힘보태
김지숙 조형 작가와 만남이 이루어진 곳은 서울 종로구 인사동 갤러리 라메르 전시실이었다. 김 작가는 그곳에서 13회 째 개인전(용인 발트 갤러리 외 초대전 포함)을 개최하고 있었다. 작가는 ‘2024 제15회 한국현대미술작가연합회 정기전’의 일환으로 ‘개인부스展(The Solo Exhibition. 7월31일~8월6일)’에 참여 중이었다
김 작가의 전시관 벽에 잎새들이 다섯 개의 우주를 감싸안은 것 같은 소품을 비롯해서 그 아래 전시된 다양한 크기의 작품들을 대하는 순간, 바깥을 지배하고 있던 높은 체감 온도의 덥지근한 찜통더위가 일시에 사라지는 느낌을 받았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김 작가의 작품 전시장은 마치 ‘동화의 세계’ 축소판이었다.
연작품 『행복한 눈물(11x13x29cm. 초형토, 1250°. 산화소성)』에서 주인공인 소녀가 삼각형과 동그란 두건을 쓴 소녀가 모은 두 손 가운데 한 손으로 눈물을 받고, 받친 한 손으로는 한쪽 볼에 흐르는 눈물을 닦고 있다.
그런데, 이 작품은 단순히 소녀의 눈물을 받고 볼에 흐르는 눈물을 닦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작가는 이 작품 앞에 선 독자들로 하여금 소녀의 ‘행복한 눈물’의 근원이 되는 것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시킨다는 점이다. 작가는 그 궁금증에 대한 답을 온전히 관객의 몫으로 돌린다.
병명도 모르는 채 시름시름 앓으며 / 몸져 누운 지 이제 10년. / 고속도로는 뚫려도 내가 살 길은 없는 것이냐. / 간(肝), 심(心), 비(脾), 폐(肺), 신(腎)… / 오장이 어디 한 군데 성한 데 없이 / 생물학 교실의 골격 표본처럼 /뼈만 앙상한 이 극한 상황에서…/ 어두운 밤 턴넬을 지내는 / 디이젤의 엔진 소리 / 나는 또 숨이 가쁘다 열이 오른다. / 기침이 난다. / 머리맡을 뒤져도 물 한 모금 없다. / 하는 수 없이 일어나 등잔에 불을 붙인다. / 방안 하나 가득찬 철모르는 어린것들, /제멋대로 그저 아무렇게나 가로세로 드러누워 / 고단한 숨결은 한창 얼크러졌는데 / 문득 둘째의 등록금과 발가락 나온 운동화가 어른거린다. / 내가 막상 가는 날은 너희는 누구에게 손을 벌리랴. / 가여운 내 아들딸들아, / 가난함에 행여 주눅들지 말라. / 사람은 우환(憂患)에서 살고 안락(安樂)에서 죽는 것, / 백금 도가니에 넣어 단련할수록 훌륭한 보검이 된다. // 아하, 새벽은 아직 멀었나 보다.-김관식 시 ‘병상록(病床錄)’ 전문
어쩌면 소녀의 눈물은 병석에 누워 있을지 모르는 아빠·엄마·언니·오빠·동생을 위해서 하늘에 드리는 간절한 기도의 눈물일 수 있고, 그 기도가 이루어진 것에 대한 감사하는 마음이 담긴 ‘행복한 눈물’일지도 모른다. 아울러 버거운 삶의 벽에 막혀버린 자신을 ‘현실의 불구덩이’에서 구원해 달라며 매달리는 우리들의 자화상을 작품으로 은유화한 것일 수도 있다.
이처럼 김 작가는 조형물을 통한 ‘스토리 텔러’로 15년 가까이 점토 인형 공예 작품에 열정을 쏟아붓고 있다.
▲김지숙 조형 작가가 자신의 전시 작품을 배경으로 카메라를 향해 눈길을 주고 있다. 2024.7.31 서울 종로구 인사동 갤러리 라메르.
스페인의 초현실주의 화가이자 판화가 살바도로 달리는 “진정한 예술가는 영감을 받는 사람이 아니라 다른 이들에게 영감을 주는 사람”이라고 했다. 여기서 김 작가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작품 속의 인물들은 서로에게, 혹은 스스로에게, 위로와 위안을 주기도 하고, 보는 이로 하여금 관계성에 대해 고민하게 만든다. 단정지어 ‘이러한 감정’·‘이러한 상황’이라는 설명을 붙이지 않는 것은, 관객의 경험과 가치관, 처해진 상황에 따라 자유로운 해석을 유도하기 위함이다”-김지숙 작가 노트 부분
김 작가의 전시 작품 10점은 관객들에게 아득하게 먼 지난 시간을 반추(反芻)하게 만들면서, 어쩌면 불협화음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평화로운 정신세계로 안내하는 길라잡이 역할을 하고 있다.
김 작가의 리플릿에 수록된 6점 중 앞서 인용한 연작품『행복한 눈물』외에『황금 왕관을 쓴 소년(40x18x45cm. 조형토. 1250°.산화소성)』의 눈 감은 소년의 표정은 마치 그리스 로마의 영웅 중 한 명을 떠올리는 시간과 함께, 치열한 삶의 경쟁을 헤쳐나간 끝에 마침내 자신이 바라는 생의 왕관을 차지하고픈 우리 내면의 모습으로 다가온다.
나무와 굳게 다문 입술과 커다란 바위를 연상키는 구름을 머리에 이고 있는 작품 『구름(30x20x43cm. 조형토. 1250°. 산화소성』은 자연과 인간의 조화로운 삶의 중요성을 강조한 메시지처럼 느껴진다.
▲김지숙 조형 작가의 개인전 리플릿 안쪽 왼편 작품 '행복한 눈물'(위 아래)과 오른편 '황금 왕관을 쓴 소녀'과 '황금 왕관을 쓴 소녀'.
김 작가는 십여 번에 가깝게 칠하고 구워내는 반복 과정을 거쳐 관객 앞에 다양한 우리네 모습을 선보이고 있다.
김 작가는 “흙을 조금씩 쌓아올리며 원하는 형태를 만들 때는 늘 세상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마지막 작품인 것 마냥 최선을 다하지만, 가마에 넣는 순간 어떤 작업을 했는지 조차 잊는다”고 했다. 프랑스 문단의 뛰어난 작가 중 한명이었던 미셸 트루니에가 설파했던 “위대한 창조자들은 사막 속에 솟는 기둥처럼 거친 고립 속에서 일어선다”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김 작가의 우주를 껴안고 있는 소녀 표정이 담긴 두 작품 『왕관 쓴 소녀(22x15x23cm. 조형토.1250°.산화소성)』· 『황금 왕관을 쓴 소녀(37x24x36cm.조형토.1250°.산화소성)』은 관객의 마음 속에 잔잔한 평화의 물결이 흐르게 만든다. 부드러운 곡선이 조화를 이룬 작품 속 소녀는 어머니의 뱃속 태아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인류의 평화를 간절히 바라는 염원을 바라는 모습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김 작가는 “작업을 하다보면, 늘 경계에 서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누가 정해놓진 않았으니 작업의 방향과 넓이는 가늠하기 어렵지만, 정작 스스로가 그어놓은 선을 넘지 못하고 망설이고만 있는 듯한 ‘나를 자유롭지 못하게 하는 갖가지 것들’이 있고, 그런 상황의 갑갑함과 결핍기, 더디지만 한발 한발 나아가야 하는 이유를 만든다”고 했다.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정현종 시 ‘섬’ 전문
김 작가가 “더디지만 한발 한발 나아가야 하는” 것은 관객과 관객 사이에 있는 김지숙 작가라는 이름의 작품이 있는 그 작품의 섬에 가고 싶은 간절한 이유일 것이다,
그런 까닭에 김 작가는 오늘도 자신의 작업실(전남 순천시 호남길 95)에서 점토를 만지고, 쌓고, 굽고, 칠하는 반복 작업을 1200°가 넘는 그 화력보다 더 센 열정으로 작품 제작에 매진하고 있다.
김 작가는 “세계적으로 유명해지고 싶다는 그런 욕심은 없고, 그냥 내가 만족할 수 있는 것, 이 정도면 됐다, 고생했다, 수십년 간 여기에 정성을 쏟은 만큼 이거 하나 건졌다 하는 작업을 하고 싶다”는 소박한 바람을 피력했다.
한편 김 작가는 “갤러리 발트(Gallery Wald 16847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성복2로 38, 롯데몰수지점 5층-지난 7월29일부터~8월25일까지 잠비아 생태마을 후원 위한 특별 기획전 진행 중) 관장 오영주(Rosa Oh) 서양화가와 인연이 되어 뉴욕 플로리다 등 해외 미전과 국내 공동 초대전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김지숙 작가의 개인전 리플릿 뒤쪽 표지에 실린 '왕관 쓴 소녀'와 작가 자신 및 약력.
<김지숙 작가 약력>
-순천시 공예부문 추천작가
초대·개인전
-2024 갤러리 라메르(서울)
-2023 수수현갤러리(경기도 광주)
-2023 빠삐용갤러리 (여수),
-2023 앞산갤러리 (대구)
-2021 문화공간 바레(순천)
-2020 힐사이드갤러리 (광주)
-2019 해 지면 열리는 미술관(순천)
-2019 기억의 집(순천)
-2018 유 갤러리(순천)
-2018년 한국미술관(서울)
-2018 금봉미술관(광주)
그룹전
-2017~2022 아트엑스포 전시 (뉴욕 포커스 아트페어 외)
-디자인비엔날레 전시(광주),
-HAO 옥션전시(서울. 순천),
-한집 한그림전(광주),
-공예예찬(창원),
-열기전(순천),
-도심속 작은미술관전(순천),
-아트페어 청주, 광주,대구아트페어 등 총 15회
수상경력
-전국분청도자대전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