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Yes she can 그렇다. 그녀는 할 수 있다.” 16년전 승리구호 꺼냈다
해리스 지지연설 오바마 등판…‘무명’ 오바마 도우며 이어온 ‘20년 동지’
오바마 “Yes she can 그렇다. 그녀는 할 수 있다.” 16년전 승리구호 꺼냈다
해리스 지지연설 오바마 등판…‘무명’ 오바마 도우며 이어온 ‘20년 동지’
탁월한 연설가로 잘 알려진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16년만에 찾은 정치적인 고향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 이틀째인 20일(현지시간)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지원사격에 나선다.
“Yes she can. (그렇다. 그녀는 할 수 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기조연설에서 “카멀라 해리스(부통령)는 미국을 위한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2008년 대선 당시 자신이 썼던 구호 ‘예스 위 캔(Yes we can·그래 우리는 할 수 있다)’을 최초 여성 대통령에 도전하는 해리스 부통령을 위해 살짝 바꾸며 지지를 호소한 것이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이날 “이제 횃불은 해리스에게 전달됐다. 미국을 위해 싸우는 것은 우리 모두의 몫”이라며 적극적인 투표 참여를 당부했다. 남편 직전에 연단에 오른 미셸 여사는 ‘희망(hope)’을 강조했다. 그는 “미국이여, 희망이 다시 돌아오고 있다”며 “미국의 운명은 우리의 손에 달려 있다. 우리는 무엇이든 해야 한다(Do Something)”고 말했다.
일리노이주 상원의원 출신인 오바마 전 대통령과 시카고가 고향인 미셸 여사의 등장에 민주당 대의원과 지지자들은 열광적으로 환호했다. 최초의 ‘퍼스트 젠틀맨’에 도전하는 해리스 부통령의 남편 더글러스 엠호프 변호사도 연설자로 나섰다.
민주당 대의원들은 ‘호명(呼名) 투표’를 통해 해리스 부통령을 대선 후보로 공식 추인했다.
시카고 인근의 경합주인 위스콘신주 밀워키 유세에 나선 해리스 부통령은 화상 생중계로 “여러분의 후보가 돼 영광”이라며 “우리가 새로운 길을 만들 것”이라고 화답했다.
“안녕 시카고. 집에 돌아오니 좋습니다(Hello, Chicago! It is good to be home.)”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 시간)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의 연설자로 등장했다. 하와이주에서 태어났지만 일리노이주 상원의원을 지낸 후 백악관 주인으로 직행했던 그가 오랫만에 ‘정치적 고향’ 시카고에 나타나자 약 2만 명의 민주당 대의원과 지지층이 열광했다. 약 5분간 기립박수와 환호가 이어진 후 오바마 전 대통령은 “미국은 새로운 장을 열 준비가 돼 있다. 카멀라 해리스를 대통령으로 맞이하자”고 외쳤다.
이날 연단에는 시카고에서 나고 자란 그의 부인 미셸 여사도 등장했다. 그는 남편을 “‘희망(hope)’을 알고 있는 사람, 평생을 민주주의 강화에 바친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부부는 한 목소리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가 아닌 해리스 부통령이 11월 대선에서 이겨야 민주주의를 지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오바마 “미국을 위한 싸움은 우리 몫”
오마바 전 대통령은 “나는 불타오르고 있다(fired up). 나는 준비됐다(ready to go)”며 연설을 시작했다. ‘불타오르고 있다. 준비됐다’는 ‘예스 위 캔(Yes we can·그래 우리는 할수 있다)’과 함께 2008년 대선 당시 자신이 썼던 구호다. 당시만 해도 인지도가 낮았던 초선 상원의원을 미 최초의 흑인 대통령으로 만든 구호를 사용해 해리스 부통령을 미 최초의 여성 대통령으로 만들자고 촉구한 셈이다.
그는 “이제 횃불은 전달됐다. 미국을 위해 싸우는 것은 우리 모두의 몫”이라며 트럼프 후보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특히 78세 억만장자인 트럼프 후보가 미친 음모론 등에 집착하고 있다며 “4년 간의 ‘허풍과 혼란(트럼프 집권기)’이 필요하지 않다. 이미 트럼프의 영화를 봤고 ‘속편(트럼프의 재집권 가능성)’은 더 나쁘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외쳤다.
트럼프 후보가 재집권하면 정적을 처벌할 뜻을 여러 차례 밝힌 것도 비판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카멀라는 대통령이 될 준비를 마쳤다. (트럼프처럼) 자신에게 무릎 꿇기를 거부하는 이를 처벌하는 대신 모든 미국인을 위해 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이 가치를 지킬 때 세계는 좀 더 밝아지지만 미국이 그렇지 못하면 독재자들이 활개를 칠 것”이라며 트럼프 후보의 고립주의도 비판했다.
자신의 부통령이었으며 지난달 21일 대선 후보직을 자진 사퇴한 조 바이든 대통령도 치하했다. 그는 “역사는 바이든을 민주주의를 수호한 대통령으로 기억할 것”이라고 했다. 참석자들 또한 “우리는 바이든을 사랑한다(We love Joe·위 러브 조)”를 외쳤다.
명연설자 미셸 여사 “뭐든 하자”
남편보다 먼저 연설한 미셸 여사는 “미국이여, 희망이 다시 돌아오고 있다( America, hope is making a comeback)”며 “해리스를 위해 뭐라도 하자(Do Something)”고 촉구했다. 또 “해리스는 대통령에 도전할 수 있는 자격 이상을 갖춘 사람이며 ‘아메리칸드림’을 실현한 사람”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미셸 여사는 이날 해리스 부통령을 “마이 걸(my girl) 해리스”라고 부르며 친밀감을 드러냈다. 두 사람은 모두 흑인 여성 법조인 출신이다. 특히 해리스 부통령이 샌프란시스코 검사장으로 재직하던 2004년 당시 오바마 전 대통령의 상원의원 선거를 지원하며 20년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셸 여사는 또 “우리가 마음 속에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위해 일어나야 할 때”라며 “뭐라도 하자”고 거듭 투표 참여를 호소했다. 미셸 여사는 2016년 대선 때도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참석해 트럼프 후보를 비판하는 연설로 화제를 모았다. 당시 그는 “그들이 저급하게 갈 때, 우리는 품위 있게 가자(When they go low, we go high)”라는 말로 큰 호평을 얻었다.
현재 해리스를 가까이서 보좌하는 측근 중에 이른바 ‘오바마 사람들’도 여럿 있다. 2008년 대선 때 오바마 부인 미셸 오바마의 대중 이미지 구축 및 리스크 관리를 맡았던 스테파니 커터는 1년 전부터 해리스의 일을 돕고 있다. 해리스 선거 캠프 핵심 인사들도 최근 오바마 선거 베테랑들 위주로 채워졌다. 오바마가 치른 두 번의 대선에서 수석 전략가로 활동했던 데이비드 플루프가 전략담당 수석 고문으로 합류했고, 오바마 대선 캠프에서 풀뿌리 조직 전략가로 일한 미치 스튜어트는 경합주를 담당하는 수석 고문이다. 여론조사를 담당했던 데이비스 바인더도 해리스 캠프에서 여론조사와 전략 기획을 맡고 있다.
20년 정치적 동지로서 협력해 온 두 사람은 이제 다시 한번 ‘최초’의 기록에 도전한다. 미 역사상 최초의 흑인 대통령으로 기록된 오바마 전 대통령에 이어 최초의 여성ㆍ흑인ㆍ아시아계 대통령에 도전장을 낸 해리스에 오바마가 우군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해리스가 11월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오바마는 자신의 8년 재임 경험과 노하우를 전수하며 막후에서 해리스의 국정 운영에 힘을 보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