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벼운 날들의 생-함성호
다만 네 몸 안에서
물고기처럼 헤엄치고 싶네
얼음 속에서 헤어지고
환한 꽃 속에서 다시 만나는
당신과 나 사이에
맑은 술, 꽃잎이 지네
누구든지 한 번은
자신의 그림자에 매혹당한 적이 있네
지상에 닿기 위해
나는 얼마만큼 더 무거워져야 하는가?
재 되어 날려가는 이 가벼운 날들의 생
나는 어린 산양처럼
고공의 절벽에서 스스로 몸 던져지며 어리둥절한
수컷들과 흰 덧니의 암컷들이 고통과 쾌락의 밤을 보
내는, 사라지는 생의 마지막 꼬리를 보았네 누가 나에
게 저 비밀한 구루의 노래를 들려주겠는가?
당신과 나 사이
빈 항아리를 울리는 작은 모래 먼지들의 울림처럼
지는 해의 찬란한 몰락을 보고 있네
첫사랑의 여자와 만나
오래도록 행복하게 살고 싶었지만
그 후로도 많은 가슴 아픈 연애
내 생은 안주하지 못하네
이 폐허가 주는 바다의 환상
나는 세상의 끝에 서 있었네
어두워라, 어두워라 저 허구한 날의
태양이 잠긴 고원의 호소는
내 머리칼은 눈 녹은 강에 풀어져
푸른 보리밭길
흰 산 사이의 쇠락을 홀로 가네
아직도 나에게는 융기할 수 없는 침잠
아, 나는 다시 불처럼 가벼워지고
노래처럼 흘러간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