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3-10-11(수)
 

스크린샷 2024-08-25 234730.png

 

이 가벼운 날들의 생-함성호

다만 네 몸 안에서

물고기처럼 헤엄치고 싶네

얼음 속에서 헤어지고

환한 꽃 속에서 다시 만나는

당신과 나 사이에

맑은 술, 꽃잎이 지네

누구든지 한 번은

자신의 그림자에 매혹당한 적이 있네

지상에 닿기 위해

나는 얼마만큼 더 무거워져야 하는가

재 되어 날려가는 이 가벼운 날들의 생

나는 어린 산양처럼

 

고공의 절벽에서 스스로 몸 던져지며 어리둥절한

수컷들과 흰 덧니의 암컷들이 고통과 쾌락의 밤을 보

내는, 사라지는 생의 마지막 꼬리를 보았네 누가 나에

게 저 비밀한 구루의 노래를 들려주겠는가

 

당신과 나 사이

빈 항아리를 울리는 작은 모래 먼지들의 울림처럼

지는 해의 찬란한 몰락을 보고 있네

첫사랑의 여자와 만나

오래도록 행복하게 살고 싶었지만

그 후로도 많은 가슴 아픈 연애

내 생은 안주하지 못하네

이 폐허가 주는 바다의 환상

나는 세상의 끝에 서 있었네

어두워라, 어두워라 저 허구한 날의

태양이 잠긴 고원의 호소는

내 머리칼은 눈 녹은 강에 풀어져

푸른 보리밭길

흰 산 사이의 쇠락을 홀로 가네

아직도 나에게는 융기할 수 없는 침잠

, 나는 다시 불처럼 가벼워지고

노래처럼 흘러간다네

태그

전체댓글 0

  • 36972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이 가벼운 날들의 생-함성호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