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바이든-날리면 그때, 뉴스룸 떠들썩' MBC 정정보도 패소
MBC가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나?’ 윤석열 대통령 자막 논란을 다룬 언론사를 상대로 정정보도청구를 했지만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패소했다. 서울고등법원 민사13부(부장판사 문광섭)는 지난 23일 MBC가 조선일보를 상대로 낸 정정보도청구에 대한 항소를 기각했다.
MBC “‘뉴스룸 떠들썩’은 허위, 소수만 차분하게 근무” 정정보도청구
MBC는 2022년 9월 22일, 윤석열 대통령이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한 영상을 유튜브에 올리며 그 중 윤 대통령의 일부 발언에 ‘국회에서 이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나?’라는 자막을 썼다. 이에 대해 ‘윤 대통령 비속어 논란’이 확산됐고, 다수 언론이 이 상황을 다뤘는데 MBC는 그 중 조선일보가 9월 28일 오전 쓴 〈MBC 노조 “뉴스룸, 尹발언 엠바고 언제 풀리냐며 신나 떠들썩했다 한다”〉는 제목의 기사를 문제삼았다.
해당 기사는 MBC 내 소수노조인 제3노조가 MBC 사내 게시판에 올린 글을 인용하며 〈“22일 오전 MBC 뉴스룸은 ‘엠바고가 언제 풀리냐?’며 신이 난 듯 떠드는 소리에 시끌벅적했고, ‘바이든이 맞냐’고 의심하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고 한다”고 했다〉는 문장을 적었다. MBC는 이 문장에서 ‘엠바고가 언제 풀리냐며 신이 난 듯 떠드는 소리에 뉴스룸이 시끌벅적했다‘는 내용이 허위 사실이고 명예훼손이라며 2022년 12월 소송을 냈다.
MBC는 “당시 뉴스룸은 내근 인원이 많지 않았고, 부서별로 아침 편집회의를 준비하고 있었을 뿐 시끌벅적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당시 엠바고 여부는 극소수만 알고 있었으며, 뉴스룸에는 소수의 기자들만 평소와 다름없이 차분하게 근무하고 있었다〉는 내용의 정정보도를 청구했다.
그러나 지난 1월 서울중앙지법 1심 재판부는 “조선일보 기재는 MBC 뉴스룸 분위기에 대한 주관적 의견표명”이라며 “정정보도 청구 대상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해 청구를 기각했다. 제3노조 관계자가 받은 전체적인 인상 묘사로 이는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느낄 수 있는 부분이고, MBC가 원한 ‘소수의 기자들이 차분하게 근무’ 등 표현도 상대적·주관적으로 진위를 판단할 수 있는 ‘사실’이 아니라는 이유였다. 또 “기사의 제목‧부제목 등에 비춰 제3노조의 주장을 더 강조하는 것으로 보이긴 하지만, ‘제 3노조가 부실한 검증을 했다며 비판했다’는 맥락에서 그대로 인용 보도한, 당시 뉴스룸 분위기에 대한 평가”라고도 했다.
항소심 재판부의 결론도 같았다. ‘보도 내용 중 일부 취지가 분명하지 않아 오해의 소지가 있거나, 상대방에 대한 비판이 있다 하더라도 그 일부만 따로 떼어 명예훼손적 사실 적시로 단정해선 안 된다’는 대법원 판례를 인용하며 “기사의 내용은 대통령의 발언이 제대로 파악되지 않았는데 기자들이 확인을 위한 노력을 하지 않은 채 보도했다고 비판 내지는 의혹을 제기하는 취지”라며 “MBC가 문제 삼는 부분은 ‘보도가 편향적이라는 주관적인 평가 내지 비판 의견’을 개진하는 표현이고, 이 부분을 떼서 명예훼손적 사실적시로 보긴 어렵다”고 판단했다. 설령 사실적시라 하더라도 “대중의 흥미를 끌기 위해 사실관계에 장식을 더하거나 압축‧강조하는 과정에서 생긴 수사적 과장”이라고도 했다.
MBC는 “언론사 상호간 비판이라기엔 도를 넘은 악의적인 공격”이라고도 주장했으나 항소심 법원은 “주요 언론사 보도의 적절성에 관련된 것으로 공적 관심사안이고, 악의적이거나 사적인 동기로 보도한 것이 아니다”고 판단했다. MBC는 항소심에서 정정보도청구에 더해 ‘이행하지 않으면 매일 1000만원씩 지급해달라’고도 했지만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바이든 날리면' 외교부 승소…법원 "MBC 정정보도하라"
MBC의 해당 자막에 대해 외교부가 낸 정정보도청구는 지난 1월 서울서부지법에서 외교부가 승소했다. 이에 MBC 측이 항소해 서울고법에서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다음달 6일 2차 변론기일이 예정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