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 또는 의미-신중신
어디로 간단 말이냐
전동차는 지하를 빠져 철교 쪽으로 내닫는데
사람들은 고개 들 줄을 모르네.
창밖 풍경에선 生汁(생즙)이 묻어나나
시간은 무덤속일 뿐.
눈을 감고 있는 이는 화로속 잿불을 뒤적이듯,
어깨를 감싸고 시시덕거리는 젊은이들도
더 이상 꿈을 꾸려들진 않는다네.
‘결국 그렇게 될밖엔…’
순환선 위서 지구는 공전을
저마다 상념은 자전을 하고
어디에 닿을 것인가
내심으로 종종걸음쳐서
바다 위 棧橋(잔교) 끄트머리에 선들,
뜨거움이 목울대를 치받쳐 오를지라도
다볼산은 구름 저편에 아스라하다네.
갯가 버들강아지 속잎 돋아날 때
아, 바스라져 내리는 것들.
‘기가 찰 노릇이지’
중얼거리는 사이에 역이 스치고
다음 역에선 다른 연인을 만나리라.
뜨개질 한 올에 수심을 감치는
여인의 이마에 드리워진 것.
어디인들 대수랴
환승역에서 갈아탈 수가 없는 이천일년,
고개들어 내다본 거기
어둑서니 가라앉은 강물 위로
얼어붙은 달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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