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3-10-11(수)
 

1.jpg

 

풍경 또는 의미-신중신

 

어디로 간단 말이냐

전동차는 지하를 빠져 철교 쪽으로 내닫는데

사람들은 고개 들 줄을 모르네.

창밖 풍경에선 生汁(생즙)이 묻어나나

시간은 무덤속일 뿐.

 

눈을 감고 있는 이는 화로속 잿불을 뒤적이듯,

어깨를 감싸고 시시덕거리는 젊은이들도

더 이상 꿈을 꾸려들진 않는다네.

결국 그렇게 될밖엔

순환선 위서 지구는 공전을

저마다 상념은 자전을 하고

 

어디에 닿을 것인가

내심으로 종종걸음쳐서

바다 위 棧橋(잔교) 끄트머리에 선들,

뜨거움이 목울대를 치받쳐 오를지라도

다볼산은 구름 저편에 아스라하다네.

 

갯가 버들강아지 속잎 돋아날 때

, 바스라져 내리는 것들.

기가 찰 노릇이지

중얼거리는 사이에 역이 스치고

다음 역에선 다른 연인을 만나리라.

뜨개질 한 올에 수심을 감치는

여인의 이마에 드리워진 것.

어디인들 대수랴

환승역에서 갈아탈 수가 없는 이천일년,

고개들어 내다본 거기

어둑서니 가라앉은 강물 위로

얼어붙은 달 그림자

태그

전체댓글 0

  • 54197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풍경 또는 의미-신중신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