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가장 아름다운 등대가 있는 군산 어청도
전북 군산 어청도는 외톨이 섬이다. 선유도와 무녀도 등이 모여 있는 고군산군도에 속하지만, 서해 멀리 뚝 떨어져 있다. 어청도에서 가장 가까운 섬은 15㎞쯤 떨어진 보령 외연도다. 외연도는 주변으로 여러 섬이 모여 외연열도를 이루지만, 어청도는 홀로 독야청청하다. 살다 보면 외톨이가 된 것처럼 막막할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절해고도 어청도를 찾아가자.
외톨이 섬의 숨은 매력
어청도는 관광객에게 친절한 섬이 아니다. 편의시설이 부족하고 혼자 가면 식당에서 밥 먹기도 쉽지 않다. 산허리에 군부대가 주둔해 다소 삭막하다. 그러나 고유한 매력도 많다. 남반구에서 북반구로 이동하는 철새들의 휴식처이고,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등대와 바다가 어우러진 트레킹 코스도 있다.
군산항에서 뜨는 어청 카페리호는 2시간 걸려 섬에 닿는다. 2층 객실 안의 책장을 ‘파도 소리 도서관’으로 꾸몄다. 선실에서 여유롭게 책을 뒤적거리고, 갑판에 나가 바다 구경하면 시간이 금방 간다. 어청도는 면적 2.07㎢, 해안선 길이 10.8㎞로 아담하다. 생김새는 소문자 n자 모양이다. 산이 둥그렇게 둘러싸고, 아래쪽 폭 들어간 곳에 항구가 자리한다.
‘어청’이라니 ‘푸른 물고기’가 떠올랐다. 이름 좋다고 생각했는데 오해였다. ‘물고기 어(魚)’가 아니라 감탄사로 사용하는 ‘어조사 어(於)’였다. 특이한 이름은 제나라 전횡 장군과 연관이 있다. 섬에 도착해 치동묘(淄東廟)를 가보니 작은 사당 안에 전횡의 초상화가 걸려 있다. 한나라가 후제(後齊)를 무너뜨릴 무렵 부하 500여 명과 돛단배를 타고 서해를 3개월 표류했다. 그러다가 섬을 발견하고, “아! 푸르다” 외쳤다. 이 감탄에서 섬 이름이 유래했다. 전횡의 사당은 외연도, 녹도에도 있다. 전횡의 영향력이 이 일대에 고루 미쳤다는 뜻이다.
세계적인 탐조 명소
어청도는 세계적인 탐조 명소다. 영국의 환경운동가 나일 무어스가 2002년 어청도에 조류 228종이 서식한다고 국제조류보호협회에 보고하면서 어청도를 ‘마법의 섬’이라고 극찬했다. 5월이 가장 붐빈다. 탐조 동호회원들과 새들의 날갯짓으로 섬이 들썩인다.
탐조 포인트는 어청도 초등학교와 해안 산책로다. 치동묘 근처에 학교가 있다. 올해 2월 폐교가 된 뒤 철새들이 학교를 차지했다. 새들도 모두 떠난 지금은 풀벌레 소리가 쩌렁쩌렁하다. 벤치에 앉아 있으면 가을의 교향곡이 울리는 듯하다. 학교의 명물은 향나무 두 그루가 대문 형태로 자란 사랑나무다. 향나무 아래서 사진을 찍으면 예쁘게 나온다.
산책로를 걷는데 앞쪽으로 뭔가 휙 날아와 난간에 앉았다. 순간 몸이 얼어붙었다. 색이 화려한 수컷 바다직박구리다. 사진을 찍으라는 듯 고개를 쳐들고 포즈를 취해준다. 그러곤 휙 날아가 버렸는데, 곧이어 바위에 암컷 바다직박구리가 나타났다. 암컷의 색은 수수하지만, 눈동자가 크고 맑다.
본격적인 트레킹에 나선다. 트레킹 코스는 능선을 따라 봉수대, 팔각정, 공치산(115.9m), 목넘 쉼터를 거쳐 마을로 돌아온다. 거리는 약 7㎞, 3시간 30분쯤 걸린다. 출발점은 선착장 앞 신흥상회다. 가게 뒤로 전망대 가는 계단을 따른다. 조금 오르면 나무 데크가 넓게 깔린 전망대에 올라서는데, 마을과 건너편 능선이 잘 보인다. 능선 너머로 외연도가 아련하게 보인다.
트레킹 최고 절경인 목넘 쉼터
전망대 옆으로 울창한 대숲이 펼쳐진다. 휘파람이 절로 나는 그윽한 숲길을 지난 뒤 발품을 꽤 팔아야 능선에 올라붙는다. 능선길은 비교적 쉽다. 기지국을 지나면 당산 근처 봉수대에 닿는다. 봉수대 주변에는 울창한 난대림과 활엽수가 어우러져 있다. 군부대를 우회해 내려오면 팔각정에 닿는다.
팔각정에서 네 갈래로 길이 나뉜다. 걸어온 길, 공치산과 어청도 등대로 가는 길, 마을로 가는 길. 여기서 공치산을 넘어 목넘 쉼터까지 이어지는 능선이 어청도 트레킹의 백미다. 바다를 바라보며 걷는 전망 좋은 길이다. 공치산에 오르면 마을이 한눈에 보인다. 오래된 선착장이 아담하고 정겹다. 한반도 지형이 펼쳐지는 지점을 지나면, 목넘 쉼터에 닿는다. 쉼터 일대는 초원과 해변의 거친 바위가 어우러져 있다.
해가 기울면 등대를 찾아간다. 팔각정에서 시멘트 포장도로를 구불구불 15분쯤 내려오면 단아한 등대가 나온다. 흰색 원통형 몸체 위 등탑 지붕이 빨간 모자 같다. 등대를 구경하다가 망망대해로 시선을 옮긴다. 시나브로 해가 떨어지다가 해무 속으로 숨어버린다. 바다에 닿지도 않고 사라져 버리는 노을 때문에 등대 풍경이 더 쓸쓸해 보인다. 그 풍경이 왠지 어깨를 툭 치며 “우린 다 외톨이야”라고 말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