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말도 안되는 발언" "해리스, 정책 답 못해"…토론 후 서로 승리 주장
민주·공화당 연방 의원 및 측근들 총출동…트럼프까지 등장
"트럼프, 말도 안되는 발언" "해리스, 정책 답 못해"…토론 후 서로 승리 주장
민주·공화당 연방 의원 및 측근들 총출동…트럼프까지 등장
“해리스의 완벽한 승리입니다. 트럼프는 미끼를 물었습니다.”
“해리스는 계속해서 말을 회피하며 자신의 정책에 대해선 한 마디도 하지 못했습니다.”
10일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간 90분 동안의 토론이 마무리된 직후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프레스센터에 마련된 스핀룸(spin room)에 해리스·트럼프 측근들이 몰려왔다. 스핀룸은 토론이 끝나고 각 후보가 기자들을 만나 토론회 결과와 자신의 강점을 홍보하는 공간을 뜻한다.
토론이 끝난 직후 트럼프 진영에선 부통령 후보 J D 밴스 상원의원,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 더그 버검 노스다코타 주지사, 트럼프 며느라 라라 트럼프, 팀 스콧·팀 코튼 상원의원, 기업가 비벡 라마스와미 등이 취재진을 몰고 다니면서 “트럼프가 이겼다”며 분위기를 띄웠다. 민주당 진영에서도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 태미 덕워스 상원의원 등 10여명이 취재진들에게 ‘해리스가 승리했다’고 주장했다.
공화당 팀 코튼 상원의원은 “해리스는 낙태 문제와 관련한 간단한 질문에도 대답을 하지 못했다”며 “왜냐하면 낙태 자체를 무제한으로 비범죄화하고 싶어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반면 민주당 태미 덕워스 의원은 “트럼프의 말도 안되는 발언에도 해리스가 차분하게 방어했다”며 “오늘은 해리스의 분명한 승리”라고 했다.
지난 6월 첫 TV토론 당시 조 바이든의 명확한 ‘패배’와는 달리 이날 양측이 치열하게 접전을 벌이면서 양측의 토론 평가를 듣기 위한 기자들 수는 더욱 많게 느껴졌다.
급기야 트럼프 또한 이날 스핀룸을 찾아 기자들과 10여분 대화한 뒤 퇴장했다. 트럼프의 얼굴을 보기 위해 수백명의 기자들이 몰려 프레스센터는 한동안 아수라장이 됐다. 미 언론들은 “후보 본인이 아닌 참모들이 주로 찾는 것이 관례임에도 직접 기자들을 찾아 토론의 ‘성과’를 강조했다”고 했다. 그만큼 트럼프가 급했다는 신호로 보는 분석도 적지 않았다.
해리스 도발에 수차례 발끈…"트럼프, 결국 미끼를 물었다"
미국 대선 TV토론회…CNN "해리스 계획대로 트럼프 흥분"
트럼프 28분, 해리스 21분 발언
“해리스가 도발하고 트럼프가 반응했다. 여유로운 쪽은 해리스다.”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의 최대 분수령이 될 첫 TV 토론회가 10일 시작됐다. 해리스와 트럼프는 토론 초반에만 해도 침착한 표정이었지만 중반에 들어서면서 트럼프가 여러 번 고성을 지르기도 했다. 이는 해리스가 토론 내내 다양한 표정을 활용한 것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의 발언에 ‘믿을 수가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어 트럼프 발언의 ‘극단성’을 강조했다는 분석이다.
이날 토론은 자신의 발언 순서가 아니면 마이크가 꺼지는 구조다. 상대의 발언 도중 끼어들 수 없고, 토론 중간 휴식 시간에도 서로 말을 섞을 수 없다.
이에 해리스는 트럼프의 발언에 수차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눈썹을 치켜올리고 턱을 숙이면서 그를 응시하는 방법으로 트럼프의 발언이 ‘사실과 멀다’는 느낌을 줬다. 트럼프의 발언 중간 중간 말도 안 된다는 듯이 입을 벌리고 고개를 젓기도 했다. 해리스는 트럼프가 자신을 ‘마르크스주의자’라고 하자 눈썹을 올리며 고개를 뒤로 젖히기도 했다.
또 해리스는 이날 “지난 대선에서 8100만명으로부터 해고당했다” “전세계가 트럼프가 대선 후보라는 걸 비웃는다”며 트럼프를 화나게 하기 위한 대사를 잇따라 꺼냈다. 이후 트럼프는 흥분해 잇따라 소리를 높였다. 트럼프의 침착성을 잃게 하기 위한 전략에 트럼프가 여러 번 넘어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ABC 방송 진행자들의 ‘팩트 체크’에도 화난 모습을 보였다. ABC방송은 이번에 실시간 팩트체킹을 시도했다. 트럼프가 이날 낙태권에 대해 발언하던 도중 “해리스는 출생 후 사형 집행(낙태)”을 지지한다고 했다. 이에 사회자 중 한 명인 ABC방송 앵커 린지 데이비스가 “미국에는 출생 후 아기를 죽이는 것을 합법화하는 주가 없다”고 했다.
트럼프가 조 바이든 행정부 아래서 범죄율이 급증했다고 말하자 또 다른 사회자 데이비드 뮤어는 “아시다시피 연방수사국(FBI)은 미국에서 전반적인 폭력 범죄가 실제로 감소하고 있다고 밝혔다”라고 즉각 반박했다. 이후 트럼프가 언성을 수차례 높였다. 지난 6월 바이든 대통령과의 토론 내내 평정심을 유지한 것과는 대조되는 모습이었다. 이 부분을 두고는 추후 트럼프 지지자들 사이에서 ‘방송사의 편향성’ 논란이 거세질 수 있다.
아직 토론의 승패는 가늠하기 힘들다. 다만 뉴욕타임스는 “해리스는 트럼프를 괴롭힐만한 문제를 차분하게 나열했고 트럼프는 (해리스 공격에) 반응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CNN은 “해리스의 전략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궤도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이었다”며 “해리스 참모들은 계획대로 트럼프가 흥분하며 발언을 이어가자 고무된 분위기”라고 했다. 해리스 캠프 한 관계자는 CNN에 “마치 그녀가 버튼을 부르면 계획대로 풀리는 것 같다”고도 했다.
미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해리스는 계속해서 트럼프를 짜증나게 했다”며 “해리스가 미끼를 던지면 트럼프는 계속해서 물었다”라고 했다. 이어 “트럼프는 지난 6월 바이든 대통령과의 토론 대결을 연상시키는 차분하고 침착한 태도로 시작했지만, 해리스가 그를 몰아붙이자 점점 더 흥분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해리스의 공격에 말린 트럼프가) 이민과 경제 등 자신에게 유리한 분야로 논의의 주제가 바뀌었음에도 공격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했다.
친공화당 성향의 폭스뉴스 분석가 브릿 흄도 토론이 끝난 직후 “거의 해리스의 승리였다”고 평가했다. 그는 “해리스가 트럼프를 찌르자 미끼를 물었다”며 “트럼프는 이날 나쁜 밤을 보냈다. 이날 만은 해리스의 밤이었다”라고 했다. 영국 BBC는 “대부분의 경우 트럼프는 자신만의 ‘수사적 펀치’를 날리지 못했고 며칠 동안 이를 후회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