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3-10-11(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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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김규린

 

네가 가을이라면

가을을 무찌르는 裸松이고 싶다

 

모든 걸 다 벗고 싶다

가을아 고즈넉이 선 상념아

 

슬픔이 어쩌다 꽃이 된 뒤에

꽃이 천만 번의 윤회 끝에 슬픔을

다시 만나

 

말하라

우는 사람을 닮은 나무 같더라고

내게서 떨어져나간 죄악들이

어느 날 돌아왔을 때

팔 벌려 크게 감사할 줄 아는 마음

 

너를 향해 치켜올릴

꽃 하나 없이

조금씩 울먹인다 나는

 

무찌를 것 다 놓아버린 줄기만 혈혈단신

나부끼며 턱을 괴는

길 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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