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김규린
네가 가을이라면
가을을 무찌르는 裸松이고 싶다
모든 걸 다 벗고 싶다
가을아 고즈넉이 선 상념아
슬픔이 어쩌다 꽃이 된 뒤에
꽃이 천만 번의 윤회 끝에 슬픔을
다시 만나
말하라 生은―
우는 사람을 닮은 나무 같더라고
내게서 떨어져나간 죄악들이
어느 날 돌아왔을 때
팔 벌려 크게 감사할 줄 아는 마음
너를 향해 치켜올릴
꽃 하나 없이
조금씩 울먹인다 나는
무찌를 것 다 놓아버린 줄기만 혈혈단신
나부끼며 턱을 괴는
길 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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