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전시] 왕영미 서양화가, 열 번째 개인전 개막…가을 정취 ‘물씬’
니체의 영원회귀(永遠回歸) 사상 통해 生의 희로애락·희망의 메시지 담아
[화제의 전시]왕영미 서양화가, 열 번째 개인전 개막…가을 정취 ‘물씬’
니체의 영원회귀(永遠回歸) 사상 통해 生의 희로애락·희망의 메시지 담아
신제남 KPAA 이사장, “작가 30여 명 연합展 보는 느낌…다양한 작품으로 화우들 즐겁게 해줄 것”
서울 인사동(김학우 기자)-왕영미 서양화가의 개인전이 30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 인사아트센터 4층에서 동료·선후배 작가·가족 및 하객 등 100여 명이 자리를 함께 한 가운데 성황리에 막을 올렸다. 전시회는 11월4일까지 이어진다.
왕 작가는 지난 2일 2024 KPAM 대한민국 미술제(2024 KPAM)’에서 100호 크기의 연작화 결실(Fully grown) 등 작품으로 영예의 대상(대한민국 문체부 장관상)을 수상한지 28일만에 개최하는 뜻깊은 개인전이다.
오후 3시 왕 작가의 개인전 오프닝 리셉션에 참석한 관객들은 이구동성으로 “이 전시회를 통해서 무르익어가고 있는 올가을의 정취를 다 모아놓은 것 같고, 마치 서리를 맞은 채 고개를 떨군 채 서 있는 마른 해바라가 약간은 쓸쓸해 보이는 거 같지만, 그림 뒤에 숨은 또 다른 함의(含意)가 담긴 메시지를 느끼게 해 준다”고 말했다.
전시회는 입구를 경계로 왼편 쪽 전시관에 다가오는 겨울을 기다리는 것처럼 느껴지는 100호 크기의 결실(Fully grown) 연작화 10점, 오른 쪽에는 밝은 햇살을 받고 피어있는 아름다운 해바라기가 가득한 20여점이 넘는 상반된 그림 등이 관객을 맞이한다.
왕 작가는 독일의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의 이론 '영원회귀(永遠回歸)‘를 주제로 작품 속에 다양한 이미지로 채색한 해바라기(Sun Flower)의 변이를 통해 부대끼며 살아가는 우리네 삶의 모습과 함께 희망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신제남 (사)한국전업미술가협회(KPAA) 이사장은 축사를 겸한 격려사에서 “오늘 내가(전시장에) 들어오면서 일단 선생의 관점에서 칭찬보다는 흠잡을 게 없는지 휘둘러 보았다”라는 표현으로 하객의 웃음을 유도한 후 “최근의 작품-대학원에 다니면서 제작했던 최근의 100호 크기-만 생각했다, 그런데 그동안 틈틈이 작업했던 걸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느냐 하면, 대한민국의 해바라기를 주로 그리는 작가들 30명이 연합 전(展)을 하는 것으로 착각할 정도로 해바라기 그림의 다양한 기법을 한 작가가 다 보여준 것“이라는 호평과 함께 ”그 전에 저런 그림(해바라기)을 많이 봤기 때문에, 항상 내가 선생의 관점에서 차별화된 해바라기를 그려야 살아남는다고 했고, 오늘 와서 보니까 이렇게 100호짜리 10점, 그 전에 몇 점은 보았지만, 전체를 본 것은 오늘이 처음이다. 그래서 선생으로서 구시렁거리는 소리를 한 보람이 있구나 싶어 굉장히 기분이 좋았다”라고 했다.
신 이사장은 ”물론 작가가 최근 몇 년간 열심히 했다. 그런데 성과물을 보니까, 우리 뒤에 왕영미 선생을 아는 선배 작가들이 볼 때는 ‘아 왕영미 작가가 참 열심히 했구나’ 흐뭇해할 것“이라며 ”단지 여기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이제부터 시작인 거 같다. 여기 있는 이 그림들이 하나하나 색깔이나 모든 게 다른 의미를 주고 있는데, 한 작품에서 10개의 새로운 작품이 파생되어야 한다”라는 바람을 피력했다.
신 이사장은 아울러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이것을 기본으로 우리가 일상을 살아가면서 소재는 무궁무진하다. 더 좋은 주제와 기법으로 열심히 하면, 다음 전시에는 해바라기보다 더 다른 주제로 다른 기법으로 우리 뒤에 있는 동료나 선후배 화우(畵友)를 즐겁게 해주지 않을지 해서 조금 압력을 넣는 거나 다름이 없다”라며 ”더 열심히 하라는 채찍질의 하나로 오늘 내가 느낀 소감을 말씀드렸다”라고 했다.
이번으로 10회 째를 맞이하는 왕 작가의 작품 세계는 어떻게 전개되었고, 전개 중이고, 앞으로 어떤 변화를 통해서 관객과 만나게 될까?
왕 작가는 ”이번에는 3가지 연작 화를 전시하고 있다”라며 ”피어나다·결실(Fully grown), 그리고 새롭게 시작하고 있는 디오니소스(Dionysus-고대 그리스 신화 속 포도주의 발견자이자 생명력의 상징적인 인물)적인 꽃“이라며 ”이번 전시는 특별한 의미는 아니고 작가가 그림을 그리면 대중들과의 소통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전시를 일년에 한 번씩 열면서 소통을 나누고자 하는데 있다“고 했다.
왕 작가는 ”해바라기를 그리고 있는데, 예전에는 해바라기를 상당히 밝게 그렸다. 그것은 나의 나이와 연관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해바라기가 자라서, 이렇게 말랐다고는 할 수 있지만(결실 1. 162.2X112.1cm. 결실 5. 162.2X130.3cm. 캔버스에 오일,2023을 가리키며), 이것은 빛을 엄청 많이 받아서, 씨를 가득 품고 있는 작품인데, 씨 하나하나가 떨어지면서 새로운 생명을 피어나게 한다“며 ”내가 좋아하는 니체의 영원회귀라는 의미를 담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왕 작가는 ”그것을 넘어서 내 인생을 여기에 풀었는데, 내 인생이 곧 여러분의 인생이 아니겠느냐?“고 반문한 후 ”그러다 보니까 내가 살면서 어떤 힘든 부분이 있지 않느냐. 그렇게 힘들고 고통스럽고 약간 소외된 적도 있고 했는데, 그런 때 느껴지는 게 ‘아! 지금 내가 굉장히 힘들 때, 어떻게 보면 희망을 찾고 싶다’는 뜻에서 마지막으로는 디오니소스적 플라워를(통해서) 새로운 생성에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김영호 미술평론가(중앙대 명예교수)는 ”왕 작가는 ‘피어나다· 풀리 그로운· 디오니소스 플라워’라는 제명을 사용하고 있다“며 이들 시리즈는 색채와 형태 그리고 구도를 포함한 표현방식이 크게 차별화 되어 있다. 주제 의식의 변화에 따른 형식의 차이라는 점에서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계절의 범주를 넘어선 초현실적 해바라기의 형상으로 차별화하고 있다”고 호평했다.
김 평론가는 “왕 작가의 작품은 변화와 혁신의 삶을 대변하는 상징물로 제시된다. 그것은 작가가 걸어 온 예술 노정의 시간을 담아낸 기록물이라고 해도 무리가 없을 것”이라며 “예수로 구현한 꽃의 메타포는 관객들에게 공감대를 형성하며 영향력을 미친다”며 “변화와 혁신을 시도하고 있는 왕 작가의 해바라기 시리즈가 앞으로 어떻게 펼쳐질지 사뭇 기대된다”고 했다.
하객으로 참석한 수원과학대 산업디자인과 학과장이자 회화작가인 배성미 교수와 명동국제아트페스티벌조직위원회대표 겸 중구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권대하 회장은 ”왕 작가의 해바라기 위주의 개인전시 작품은 단순한 해바라기가 아니라 계절에 따른 변화를 통한 삶의 희로애락을 붓으로 표현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 받기에 충분하다“고 했다.
또한 '31작가회' 회장 김현기 서양화가는 ”왕 작가의 전시회 주제가 철학자 니체의 영원회귀라는 점에서 작품 하나하나에 관객의 눈길을 사로잡는다“며 ”그런 의미에서 니체가 인생론에서 ‘이제는 인간이 자신의 목표를 세워야 할 때다. 이제는 드높은 희망의 싹을 심을 때다’라고 말한 것처럼, 왕 작가도 이 전시회를 계기로 더 드높은 작품의 씨앗이 화폭 속에 떨어져 한 단계 업그레드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했다.
깊어 가는 계절, 왕영미 작가의 개인전을 찾은 관객들은 어느새 2024년 가을의 정취와 더불어 화사하게 핀 해바라기 앞에서 시곗바늘이 화려했던 우리네 젊은 시절로 되돌아가는 느낌을 받기에 충분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