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에 핀 남녀-김규린
길을 걷다가
어디선가 날아온 돌을 맞았다
무심코 쓸어넘기던 이마에
끈끈한 피 흘러내린다
참 그리운 어디
분실된 자격증으로 남아 있던 향기와 그
따뜻함
3인칭처럼 한 발짝 건너
너는 웃고만 있다
꿰매도 지워지잖는
상처가 남겨졌다
껴안을수록 몸이
낯선 기구(氣球) 같다
신비롭게 부풀어오르는 몸이
솟구치는 새 몫의 향기를 사물마다 묻히며
이마를 짚는다 아 가만......
상처에서 맺혀오르는 알약들
알약들을 골고루 세상에 뿌리며
눈물 그칠 수 없다
내 몫이 아니었던 것 그러나
원래에 내 몫이었던 것
네가 건넨 뿌리를 허리에 두르니
후끈 메말랐던 수액이 달아오른다
내가 뿌린 것들이
세상의 초록 강물이 되고
초록 바다가 되어
둥글게 씨방 안에 웅크려 있다
상처가 아름답다
잘못 자라난 가지 끝에
부푼 몸이 걸린다
열린 상처가 나팔손하며
몸 안에 따뜻한 공기를 불어넣고
상처가 닫히지 않는 먼먼 시간 동안
꿈꿔온 내 영혼은
슬그머니 묵은 옷 벗고
추억처럼 견고한 기구 속으로
더불어 스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