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대국민 담화' 이후… 한동훈의 선택은 '보수 결집'
尹대통령 회견서 변화 약속 판단, 야당 비판에 집중
'尹 대국민 담화' 이후… 한동훈의 선택은 '보수 결집'
尹대통령 회견서 변화 약속 판단, 야당 비판에 집중
"선동·범죄 세력에 나라 넘어가는 것 막을 임무 있어"
보수 진영 결속과 與쇄신 동시 추진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지난 7일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기자회견 이후 대야(對野) 비판에 집중하고 있다. 한 대표는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방어하기 위해 윤석열 정권 퇴진을 주장하는 민주노총 등과 손을 잡았다고 비판하면서 보수층 결집을 호소하는 메시지를 내고 있다.
민주당은 9일 서울 도심에서 ‘윤석열 정권을 심판하자’는 두 번째 대규모 장외집회를 열었다. 같은 날 민주노총과 촛불행동도 비슷한 성격의 집회를 벌였다. 이에 대해 한 대표는 선거법 위반 사건 1심 선고를 앞둔 이 대표를 방어하기 위한 “판사 겁박 무력시위”라며 “이 대표 1심 선고를 생중계하자”고 했다.
그간 여권 일각에선 한 대표를 향해 “민주당이나 이재명 대표 비판보다 윤 대통령에 대한 내부 비판에 더 집중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한 대표가 민주당을 비판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윤 대통령을 향한 국정 쇄신 요구가 더 부각됐다.
이런 가운데 한 대표는 윤 대통령이 7일 기자회견에서 국정 운영의 변화를 약속했다고 보고 대야 공세에 적극 나서기 시작했다. 한 대표는 지난 8일 “이제 중요한 것은 민심에 맞는 수준으로 구체적으로 속도감 있게 실천하는 것”이라고 밝힌 이후, 10일까지 사흘간 야권의 장외 집회와 이 대표를 비판하는 글을 4차례 페이스북에 올렸다.
한 대표는 10일 본지 통화에서 “선동 세력, 범죄 세력에 나라가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보수 진영을 지켜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다. 한 대표는 “민주당 측은 이 대표의 유죄 판결이 확정돼 출마가 불가능해지기 전에 헌정을 중단시키려 한다”며 “여당 대표로서 그걸 막아야 하는 임무가 있다”고 했다.
한 대표는 또 “지금 시점에서는 대부분 언론이 하는 담화 비판에 가세하기보다 담화를 어떻게든 민심에 부합하는 성과로 연결시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보았다”면서 “앞으로도 민심에 맞게 변화하도록 계속 다양한 방식으로 요구하고 소통할 것”이라고 했다. 여권 관계자는 “한 대표는 보수 진영의 결집과 여권의 쇄신이 동시에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했다.
이 대표의 선거법 위반 사건은 오는 15일, 위증 교사 사건은 25일 1심 선고가 예정돼 있다. 한 대표는 민주당이 지난 2일에 이어 9일 대규모 장외집회를 연 것을 강도 높게 비판하는 글을 4차례 페이스북에 올렸다. “건국 이래 특정인의 범죄 혐의에 대한 법원의 유죄 판결을 막기 위해 진영 전체에 총동원령을 내리는 장면은 없었다”(8일) “상식적인 시민께서 이 대표를 위한 ‘판사 겁박 무력시위’에 동참하시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9일) “이 대표가 무죄라면 ‘판사 겁박 무력시위’ 대신 ‘재판 생중계’ 하자고 해야 한다”(10일) 등이었다.
한 대표는 지난 7월 말 취임한 뒤 줄곧 ‘국민 눈높이’를 강조하며 윤 대통령을 향해 변화를 요구하는 메시지를 내왔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 복권 반대’ ‘2026년 의대 증원 유예’ ‘김건희 여사 리스크 해소’ 등을 요구하자, 대통령실 일각과 친윤계에선 “한 대표가 윤 대통령과 본격적인 차별화에 나섰다”는 불만이 나왔다. 한 대표도 민주당과 이 대표를 비판했지만 윤 대통령과 대립하는 모습이 더 자주 부각되면서 여권 일각에선 “한 대표가 ‘배신자 프레임’으로 걸어 들어가고 있다”고 공격했다.
현재 한 대표가 대야(對野) 공세에 집중하는 이유에 대해, 한 대표 측에선 “윤 대통령이 담화를 통해 사과 의사와 쇄신 의지를 어느 정도 표명한 이상, 집권당 리더로서 민주당 공세를 방어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했다. 한 친한계 의원은 “한 대표가 앞으로도 윤석열 정부의 쇄신을 계속 요구하겠지만 당정(黨政)과 보수 진영의 결속을 깨는 수준으로 가서는 안 된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했다.
한 대표는 민주당의 최근 대여(對與) 공세가 건설적 비판이나 견제를 넘어 탄핵 등 헌정 중단 시도가 도사리고 있다고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나 민주당이 장외 집회에서 ‘탄핵’을 명시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지만, 집회 참가자들 사이에선 “윤석열 아웃” “탄핵” “하야” 주장이 나오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한 대표는 ‘무슨 일이 있어도 윤 대통령이 탄핵당하는 상황은 막아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윤 대통령 지지율은 임기 반환점을 앞두고 취임 후 최저치인 10% 후반대를 기록하고 있다. 여권에선 한 대표가 윤 대통령과 계속 대립할 경우, 한 대표의 미래도 불투명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서 한 대표와 관계에 대해 “일을 열심히 같이 하다 보면 관계가 좋아질 것”이라며 “일을 같이 하면서 공동의 정치적 이익을 추구해나갈 때 강력한 접착제가 되는 것”이라고 했다. 이를 두고 두 사람이 ‘현 정권 성공’과 ‘정권 재창출’을 공동의 목표로 추구할 수 있다는 전망이 여권에서 나온다.
한 대표는 이 대표가 재판을 받는 두 사건의 1심 결과가 나올 때까지 민주당에 대한 비판 등을 강화하면서 내부 결속을 다지는 데 치중할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 관계자는 “김영삼과 이회창, 노무현과 정동영, 문재인과 이재명 등 과거 정권 1·2인자가 정면 충돌해 분열로 치달아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사례가 적잖다”며 “한 대표도 대통령의 변화·쇄신을 촉구하되 야당의 정권 붕괴 전략에 결과적으로 일조하는 상황은 경계할 것”이라고 했다. 여권에선 그 대표적 사례로 유승민 전 의원 등이 거론돼 왔다.
현재 한 대표는 윤 대통령 탄핵을 염두에 둔 야권의 각종 ‘특검 도입’ 공세에도 선을 긋고 있다. 한 대표와 가까운 한 인사는 “한 대표는 야당의 윤 대통령 탄핵 전략에 휘말려선 안 된다는 생각이 확고하다”고 했다. 이번 주 국민의힘이 내부적으로 특별감찰관 추천에 합의할 경우, 이것이 ‘김 여사 특검법’의 재표결 때 ‘이탈표 방지’ 기능을 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명박 정부 당시 이 대통령과 박근혜 의원이 갈등을 빚다가 결국 서로를 인정해 정권 재창출에 성공한 ‘타협 모델’을 한 대표도 유념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