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8군 1세대 보컬 그룹 출신 ‘예우회’ 주최 ‘2024 오늘, 전설을 만나다’ 성황
추위 녹인 ‘레전드 뮤지션들’의 훈훈한 무대
美8군 1세대 보컬 그룹 출신 ‘예우회’ 주최 ‘2024 오늘, 전설을 만나다’ 성황
추위 녹인 ‘레전드 뮤지션들’의 훈훈한 무대
정혜선·이영하 탤런트, 박술녀 한복 명인 등 객석 꽉 채운 관객에 감동 안겨
강남구의회 이호귀 의장, 장미화 회장·조갑출 고문에 ‘감사장’ 수여
관객들, “TV에서 그룹사운드 자주 볼 수 있었으면...”
오늘날 세계적으로 알려진 K-팝의 지평을 넓히는데 초석을 다진 미8군 1세대 보컬 그룹 출신 뮤지션들로 구성된 단체 ‘예우회(회장 장미화)’가 마련한 ‘2024 오늘, 전설을 만나다’ 무대는 왜 그들이 ‘전설’로 통하는지 확실하게 각인시켰다. 7일 오후 6시 서울 강남구 대치동 강남구민회관 대공연장 1,2,3층을 꽉 채운 탤런트 정혜선·이영하, 박술녀 한복 명인 등 하객 및 관객들은 나이를 초월한 레전드 뮤지션들의 열정적인 노래에 탄성과 박수갈채를 보냈다.
행사 개막전 사회를 진행한 장미화 회장은 “오늘 김홍탁(록밴드 키보이스와 히식스 등에서 활동하며 한국 그룹사운드 전성시대를 연 기타리스트. 예우회 2대 공동회장 역임-편집자)선배께서 별세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전했다.
창립 21주년을 맞이한 3·4대 장미화 회장이 이끌고 있는 ‘예우회’는 지난 4월25일 ‘예우회’ 회원 김광정(‘가는 세월’의 작곡가 겸 가수, 기타리스트)에서 황규현(힛송 ‘애원’을 부른 가수. 그룹 쉐그린의 리드보컬 출신. 밴드 포가이스와. 플레이보이서 활동)에 이르기까지 16명의 뮤지션들의 힛송 및 신곡 등을 담은 옴니버스 음반 ‘전설을 노래하다’를 발매했다. 60년대 이후 우리나라 대중음악을 이끌던 전설들이 함께 뜻을 모아 다양한 목소리로 신곡이 담긴 처음이자 마지막일 수도 있는 이 음반에 직접 작곡한 신곡이 유작이 된 ‘사랑은 운명’을 담은 故 장우(힛송 ‘가시나요’ 등을 부른 가수. 코코 브라더스, 포 다이나믹스로 활동)가 음반 발매 사흘 후에 숨을 거두었다.
장 회장이 부음을 전한 故 김홍탁 ‘예우회’ 제2대 공동회장은 이 음반에 김선·오영숙과 함께 자신의 이름을 딴 '김홍탁 트리오'로 ‘바닷가의 추억’을 담았는데, 공교롭게도 ‘예우회’의 행사가 있는 이날 오전에 별세했다는 소식에 잠시 장내는 숙연해졌다.
강남구의회 이호귀 의장은 행사 시작 전 예우회 장미화 회장과 조갑출 고문에게 감사장을 전달했다.
‘그룹 사운드 신곡 발표 나눔 축제’와 ‘불우이웃돕기 자선 콘서트’를 곁들인 행사 수익금은 우리 사회의 그늘지고 소외된 이웃을 위해 사용된다.
‘오늘, 전설을 만나다’ 무대에 오른 그룹 사운드 및 개인별 순서는 아래와 같다.
행사 막 올린 올드 팝 전문 그룹 사운드 ‘마일스톤즈’의 멋진 연주
7인조 혼성 보컬 그룹사운드 마일스톤즈(리더 이상래)의 올드 팝송 Cotton Fields(1970. The Beach Boys)로 ‘전설을 만나’는 문을 열었다. 2014년에 결성된 이래 올드 팝송을 추억하는 관객들에게 100여곡의 다양한 레퍼토리로 두터운 올드 팝 팬을 확보하고 있는 ‘마일스톤즈’는 ‘예우회’ 회원은 아니지만, 특별 초대되어 Dust in the Wind(1978. Kansas), 팝 메들리-Hey Tonight(1970. Creedence Clearwater Revival-CCR), Sugar, Sugar(1969. The Archies), Oh, Pretty Woman(1964. Roy Orbison and the Candy Men), Cry Like a Baby(1968. The Box Tops), I Want to Hold Your Hand(1963. The Beatles)-에 이어 1968년 비틀즈의 경쾌한 리듬의 힛송 Ob-La-Di, Ob-La-Da을 연주, 중장년층 관객들에게 흥겨움과 함께 꽃피던 과거의 시간 속으로 안내했다.
여성팬들의 압도적 박수갈채 받은 ‘훈이와 슈퍼스타’ 출신 김훈
두 번째 무대는 1980년대 '오라리오'로 인기를 누렸던 '훈이와 슈퍼스타'의 김훈이 장식했다. 가수 뿐만 아니라 배드민턴을 좋아하는 스포츠 팬들에게는 ‘명 배드민턴 해설자’로도 널리 알려진 그는 ‘불멸의 힛송’ ‘오라리오’를 노래, 관객들의 박수를 받았다. 이어서 관객들은 훤칠한 키에 듬직한 체구의 김훈이 독특한 저음으로 1972년 영화 ‘대부(The Godfather)’ 테마뮤직을 앤디 윌리엄스가 불러 힛트시켰던 ‘Speak Softly Love’를 노래하면서 마론 브란도·알 파치노·제임스 칸 등이 열연했던 영화 ‘대부’와 1973년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수상을 거부했던 마론 브란도가 영화 속에서 펼쳤던 명연기를 떠올리게 만드는 등 큰 박수갈채를 받았다.
30일 데뷔 50년 디너 쇼 갖는 ‘만년 소녀’ 옥희가 장식한 화려한 무대
세 번 째 무대는 자선바자회 '장미화의 아름다운 손길' 등에 빠짐없이 동참하는 등 장미화와 언니·동생으로 지내는 절친이자 후배인 ‘철없이 순진해 보이는 만년 소녀’ 옥희가 등장, 한 여인이 사랑하는 이를 위해서 모든 걸 바치겠다는 간절함이 깃든 엘비스 프레슬리의 1961년 힛 팝송 ‘Can't Help Falling in Love’로 객석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작곡가 이봉조와 김희갑에게 발탁돼 1968년 미국인 기획자의 눈에 띄어 도미(渡美),라스베이거스의 팝송무대에서 ‘서울시스터즈’ 밴드 소속 가수로 활동 후 73년 국내 무대에 데뷔한 옥희는 ‘나는 몰라요’ ‘눈으로만 말해요’ 등 힛송과 함께 당시 파격적 의상과 시원한 목소리로 주목을 받았던 인물.
옥희는 사회자 장미화에게 양해를 구한 후 “오는 30일 그랜드 하얏트 서울호텔 그랜드볼룸에서 50주년 기념 디너 콘서트를 연다”며, 장년층 이상의 기억에 남아 있는 “엄마! 나 챔피언 먹었어!”로 유명한 그녀의 “남편 홍수환의 첫 세계 챔피언 등극 50주년을 기념하는 사진전시회도 함께 열린다”는 홍보를 했다.
그러면서 옥희는 특유의 애교 넘치는 목소리로 “최근 신곡을 냈다. 들어보시고, 대박이 날 것 같으면 박수로 화답해 달라”고 말한 후 경쾌하고 긍정적인 사랑의 의미가 담긴 ‘고마운 사랑’을 노래, 큰 박수를 받았다.
사랑이 뭔지 모르고 만나 / 여기까지 달려왔어요 / 이제는 우리 드라마 속에 / 주인공처럼 살아 봅시다
따뜻한 사랑 달콤한 사랑 / 우리 다시 또 시작해요 / 죽고 못 사는 뜨거운 사랑 / 아주 멋진 우리 사랑은
노을이 물든 강변도 함께 걸어요 / 연인처럼 두 손 꼭 잡고 / 사랑이 뭔지 모르고 만나 / 여기까지 함께해서 고마워-옥희 노래 ‘고마운 사랑’ 가사(작사 정기수, 작곡 송광호)
‘한국의 티나 터너’ 임희숙의 열창에 객석에서 터져나온 ‘탄식’
네 번째 무대를 장식한 가수는 한국 흑인 음악의 선구자로, 한국 여성 소울의 대모, ‘한국의 티나 터너’ 임희숙이었다. 짙은 허스키에 영혼을 울리는 그녀의 바이브레이션 창법은 흑인 재즈 가수로 착각을 일으킬 정도의 목소리, 굴곡진 삶을 노래한 짙은 감성의 허스키 보이스, 인생의 깊이가 느껴지는 절절한 호소력의 소울, 트로트, 재즈, 가스펠 등 여러 장르를 넘나드는 능력을 지닌 뮤지션.
중학교 2학년 때 외국 팝송을 많이 접했고 특히 미국 흑인가수 샘 쿡(Sam Cook)의 노래에 푹 빠져 지냈던 소녀. 어린 그녀는 짙은 감성으로 사람의 영혼을 감싸주는 외국의 솔 가수들의 끈적끈적한 솔이나, 블루스 같은 흑인 재즈성향의 노래가 특히 좋아한 것이 계기가 돼 60년이 넘은 지금도 남자가수를 압도하는 박력있고 파워넘치는 보컬로 듣는 이로 하여금 애잔함을 오래 간직하게 만드는 임희숙은 금년 ‘예우회’가 출시한 음원 ‘전설을 노래하다’ 수록 신곡 ‘사랑의 순례자’를 부르자 객석에서 박수가 쏟아졌다.
길고 긴 강을 따라 구름이 가듯 / 터벅 터벅 세월을 따라 먼 길을 간다 / 삶의 이 끝에서 또 저 끝까지 / 내 하나의 사람을 찾아서 간다
끝내는 머물게 될 그 한 곳이 있어 / 무거운 이 발길을 쉬게 하려나 / 한 밤도 태우지 못한 이 한 가슴을 / 그날엔 파랗게 밝혀 주려나
갈수록 어두움이 두려워지는 길 / 꿈처럼 아득한 그 길을 간다
갈수록 외로움이 깊어 가는 길 / 꿈처럼 아득한 그 길을 간다-임희숙 노래 ’사랑의 순례자‘: 백창우 작사·곡
임희숙이 두 번 째 부른 곡은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되는 불멸의 힛송 ’내 하나의 사람은 가고‘였다.
경쾌한 리듬의 곡과 연주로 객석을 사로잡은 김혜정과 ’검은나비‘
’전설은 만나‘는 무대는 밴드 ’검은 나비‘로 바뀌면서 객석은 들썩이기 시작했다. 1974년 결성된 ’검은 나비‘는 신중현 사단인 그룹사운드 더맨 출신인 손학래가 결성한 그룹으로 신중현 계보의 그룹 ’더맨‘ 출신들과, 김홍탁 계보의 그룹 히식스 출신들이 만나 결성된 밴드다. 그룹 더맨 출신으로는 손학래, 김기표, 이태현, 문영배가 있으며, 그룹 히식스 출신으로는 최헌, 김영균, 김인섭 등이었다. 그룹 검은나비는 남성 솔로가수의 등용문으로도 유명했다. 백두산의 유현상, 사랑과 평화의 이철호, 도시 아이들의 박일서, 김태화 등이 ’검은나비‘를 거쳐간 가수들이다.
국내 록그룹의 전설로 미8군 무대를 점령해서 명성을 떨쳤던 검은나비 보컬 김혜정이 호랑나비가 그려진 화려한 망토를 어깨에 걸친 채 등장하자 남편인 기타리스트 윤신호 등 6인조 밴드의 능수능란한 연주와 함께 영국이 낳은 1970년대를 대표하는 영국 출신의 록·팝 그룹 ’퀸Queen‘ 보컬 퍼포머 프레디 머큐리의 힛송 Bohemian Rhapsody(1975), We Will Rock You(1977), Another One Bites the Dust(1980), We Are the Champions(1977)등을 열창, 올드 팝송을 기억하는 관객들의 시선이 잠시도 무대를 떠날 시간적인 틈을 주지 않았다.
이어서 보컬 김혜정은 이날 별세한 故 김홍탁 작곡, 강찬호 작사 ’당신은 몰라‘(최헌 노래-1972년 He6 5집 수록)와 ’예우회 회원 김희갑 작곡, 지명길 작사 최진희 노래 ‘사랑의 미로’(현재 미국 워싱턴주 거주 중인 태원이 1976년 발표했던 ‘너의 사랑’이 원곡으로, 1984년 개사, 발표해서 힛송으로 자리매김-편집자)를 열창해 박수를 받았다.
에너지 넘치는 ‘퀸 베이’ 장미화의 열창에 객석에서 나온 “마치 비욘세를 보는 것 같다” 감탄
이어진 무대는 김훈의 소개로 시종일관 위트와 유머가 섞인 능수능란한 진행으로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던 장미화가 장식했다. 여기서 간략하게 장미화 ‘예우회 회장’의 노래에 얽힌 여정을 간략하게 살펴보자.
장미화는 ‘KBS 아마추어 톱싱어 대회’ 대상을 받은 후 신중현이 이끌던 인기 미8군 그룹사운드 ‘Add4(애드포)′의 객원 보컬을 제안받고, 1965년 신중현이 Add4 이름으로 낸 첫 정식 음반에 ‘노래 장미화’라고 새겨진 두 곡, ‘천사도 사랑을 할까요’와 ‘굳나읻 등불을 끕니다’가 함께 실렸다. 이것이 계기가 돼 그녀는 “대학 1학년 재학 중 휴학계를 내고 Add4의 막내 객원 보컬로 들어가 1년이 채 안 되는 짧은 ‘미8군 가수’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장미화는 1966년, 국내 최초 걸그룹 ‘김시스터즈’의 매니저였던 ‘맥맥퀸(Bob McMackin)’을 통해 “당신을 중심으로 한 해외 진출 걸밴드를 만들고 싶다”는 제안을 받았다. 그렇게 ‘로지’란 이름으로 1세대 여성 5인조 그룹사운드 ‘레이디버드’에서 활동했다.
그렇게 진출한 첫 해외 무대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센스호텔’, 그룹사운드 형태 국내 걸밴드 최초의 미국 진출 기록이 됐다. 그녀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번은 ‘Unchained melody’로 유명한 라이처스 브러더스와 카지노 홀 중앙 원형 스테이지를 반으로 갈라 벽을 사이에 두고 동시에 무대에 올라 번갈아 노래했다. 한국에서 라디오로만 듣던 스타를 직접 보니 가슴이 벅찼다.” 활동 중간에는 팀 이름을 ‘서울 키튼스’로 바꿨다. 그녀는 “우리가 한국에서 왔다는 걸, 서울의 이름을 해외에도 제대로 알리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후 장미화는 미국, 캐나다, 홍콩, 싱가포르, 태국 등 여러 국가를 7년간 돌며 “비행기를 타고 현지에 도착해선 쉴 틈 없이 차에서 먹고 자며 다음 공연지로 이동하기 바빴고, 하도 노래를 많이 해 성대가 찢어져 피가 나고 마비가 올 지경이었다”고 했다.
1973년 장미화는 해외 순방 생활을 모두 청산하고 귀국했다. 미8군에선 이름을 날렸지만, 정식 국내 방송 데뷔는 없던 탓에 ‘장미화’ 세 글자가 국내에선 거의 무명이던 시절이었다. 우연히 미8군 가수들을 자주 기용했던 TBC 방송국 ‘쇼쇼쇼’의 유명 연출가 ‘황정태 PD’를 통해 소개 받은 여대영 작곡가가 건낸 ‘전설적인 불멸의 곡’인 ‘안녕하세요’로 대박을 터트리면서 오늘에 이른다.
장미화는 화려한 은박이 원피스 차림으로 무대에 등장, 폭발력 있는 음성으로 셀린 디옹이 1998년 아카데미 주제가상을 받은 영화 ‘타이타닉’ OST ‘My Heart Will Go On’을 부를 때, 객석에 앉아 있던 50대 후반으로 보이는 관객이 “와! 저 연세에 어떻게 목을 관리해서 저렇게까지 음역이 넓고 음성이 높게 올라 갈수 있지?”라는 질문이 떨어지기 무섭게 옆에 앉은 친구는 “정말 대단하다, 대단해…마치 비욘세가 노래하는 것 같다”고 했다.
그랬다. 셀린 디옹이 부른 노래가 소프라노에 실려 변함없는 사랑을 향한 간절함을 표현했다면, 장미화의 노래는 사랑에 대한 확신에 찬 마침표를 찍는 것처럼 느껴지는 메조 소프라노였다고나 할까. 그녀의 노래가 끝났을 때, 객석의 박수 진동폭에 대해서는 생략하는 게 좋겠다.
퀸 베이(Queen Bey) 장미화는 박수갈채가 끝나기 전, 간략한 설명과 함께 ‘서풍이 부는 바람(오준영 작사 곡)’을 열창했다.
1952년 한국 서울에서 가족에게 강간당하고 버림받은 한국 여성의 아들로 태어나 미군과 결혼한 어머니를 따라 12살 때 미국에 건너왔고, 21살 때였던 1973년 샌프란시스코 차이나타운에서 한 중국인이 머리에 총을 맞고 사망 사건 가해자로 체포되어 종신형을 선고받고 수감됐다. 그곳에서 수감자와 싸움이 붙어 실제로 살인을 저질러 가중 처벌로 사형을 선고받았다. 미 주류사회 언론사 한국계 기자가 6개월 간 끈질기게 사건을 파헤치기 끝에. 재심 판결은 무죄. 그가 실제로 저지른 살인은 10년간의 복역으로 갈음하는 플리바게닝(유죄협상제)을 통해 10년만인 1983년 3월에 이철수(2014년 사망)는 석방됐다. ‘서풍이 부는 날’은 이철수 씨가 10년 간 감옥생활을 하면서 어릴 적 떠난 고국을 향한 그리움이 짙게 밴 노래이다.
온전히 영혼을 노래에 쏟는 쟈니 리의 열창에 쏟아진 박수갈채
일곱 번 째 무대에 오른 이는 장년층은 물론 젊은 세대까지 불려지고 있는 마치 화석처럼 굳어진 명곡 ‘뜨거운 안녕’ 노래를 부른 쟈니리(86)였다. 이날 그는 2022년 발표곡이자 ‘예우회’ 발행 ‘전설을 노래하다’ 수록곡 “쟈니 블루스‘로 관객과 인사를 나눈 후 휴전 2년 후인 1955년 토드 던컨이 부른 형무소를 다룬 미국 영화 ’Unchained‘ 주제곡으로 유명한 ’Unchained Melody‘를 당시 한국 지식층에 널리 유행한 이래 지금도 애창되고 있는 토드 던칸의 1955년 힛송 ’Unchained Melody‘를 구순을 바라보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의 고음 처리에 호소력 깃든 목소리로 열창, 큰 박수를 받았다. 참고로, 이 노래의 가장 유명한 버전은 라이처스 브라더스의 녹음본이다. 자료 데이터에 따르면, 한국을 비롯해서 세계에서 670명도 넘는 음악인에 의해 영어 포함 다언어로 1,500회가 넘게 녹음되었다.
쟈니 리는 1959년에 극단 쇼 보트의 단원, 1961년 미 8군 무대에서 가수 활동을 하였다. 1966년에는 신세기레코드에서 '뜨거운 안녕', '통금 5분전' , '내일은 해가 뜬다'가 수록된 독집 음반 '쟈니리 가요 앨범'을 취입하였으며, 영화 '청춘대학'에도 출연했다.
1974년에는 미국으로 건너갔으며, 1976년에 잠시 귀국해서 재기, 1978년에는 이훈이라는 예명으로 재즈 음반을 발표하였으나 1980년대 초 하와이로 이민을 갔다. 1995년 9월 한국방송공사 빅쇼에서 故 가수 정원과 ’우정의 라이벌 무대‘ 특집 방송에 출연한 이래 한국에 정착해서 2021년에는 신곡 '바보사랑', 2022년 ’쟈니 블루스‘ 등을 발표하면서 아직까지 여러 방송 및 행사에 초대되고 있는 등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급조된 ’여성 트리오‘의 빛나는 노래와 댄스에 객석도 ’들썩‘이며 ’박장대소‘
계속된 무대는 붉은색과 검은색 투피스 차림의 장미화·옥희·김혜정 등 급조된 여성 3인조 트라이 앵글 그룹이 작금의 청년 세대가 지니는 삶에 대한 고뇌와 희망을 노래한 Proud Mary(1969. Creedence Clearwater Revival-CCR)를 부르자 객석에서 이들 ’여성 그룹‘이 블루스·컨트리·포크·록이 결합한 음악 느낌에 따라 몸을 흔들며 열창하는 모습에 박수와 환호성을 곁들여 함께 따라 부르기도 하는 등 장내 분위기가 후끈 달아올랐다.
차도균이 부른 ’낙엽 따라 가버린 사랑‘에 관객들은 옛시절로 소환 당해
아홉 번째 무대를 밟은 차도균은 1966년 사촌 동생 故 차중락이 불러 힛트했던 번안곡 ’낙엽 따라 가버린 사랑‘을 맑은 톤의 목소리로 열창, 객석 곳곳에서 따라 부르기도 하는 등 관객들을 젊은 시절로 소환시키기도 했다.
21년 ’예우회‘ 막내 유현상, 최신곡 ’그게 나야‘로 객석 사로잡아
10번 째 무대는 스스로 ”미8군무대 출신으로 구성된 예우회의 막내“라고 자신을 소개한 칠순의 유현상이었다. 사회자 장미화는 ”청주 공연을 마치고 오늘 행사에 마치느라 달려온 고마운 후배“라며 후배에 대한 사랑이 듬뿍 담긴 소개를 잊지 않았다.
맞아 그게 나야 / 나 그렇게 살아왔단다 / 지난 세월은 연습이었다 / 내 인생은 지금부터야
비바람에 휘청이고 넘어질 때도 / 이 악물고 나 살아왔는데 / 못할 게 무어냐 안될 게 무어냐 / 아직은 아니야 포기는 없다 / 내일은 내가 웃는다.-유현상 노래, 김현진 작사, 유현상 ’그게 나야‘ 1절
유현상은 지난 2020년 5월 이후 4년만인 올 9월19일 멜론, 소리바다 등 음원포털과 유튜브에서 공식 발표된 발매한 정규앨범 타이틀곡을 첫 곡으로 불렀다. 관객들은 지난 세월 비바람에 휘청이고 넘어질 때도 이 악물고 살아온 자신을 토닥이며 ‘지난 세월은 연습이었다. 인생은 지금부터다’, ‘맞아 그게 나야’라며 무너진 중년의 자존감을 한껏 올려주는 희망을 다짐하는 리드미컬한 템포에 유현상 특유의 짙은 감성이 듬뿍 담긴 트로트 곡이 끝나자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그는 이어서 프랭크 시나트라의 힛송 ’My Way’와 ‘갈테면 가라지’를 선물했다.
유현상은 1970년대 중반 그룹 '라스트 찬스'로 무대에 데뷔했고, 1976년 ’사계절‘이라는 그룹(보컬 윤시내 참여)의 기타리스트로 1976년경 오비스 캐빈을 무대로 활동을 시작해서 1980년 해체될 때까지 ’정말 바보일까‘와 ’누가‘ 등을 발매했지만 확고한 팬층을 확보하지 못했다. 그후 1986년 KBS 2TV의 인기 프로그램 ’젊음의 행진‘에서 그룹 사운드 ’백두산‘의 리드 보컬 겸 리듬 기타로 본격 데뷔하면서 중후한 헤비사운드에 호소력있고 힘있는 보컬이 매력적인 히트곡 "어둠 속에서"로 확고한 음악적 지위를 확보했다. 90년대 초 유현상은 머리를 자르고 자신의 아내(전 수영국가대표 최윤희)에게 보내는 애정이 담긴 곡 ’여자야‘를 부르며, 트로트 가수로 변신 후 ’갈테면 가라지‘ 등을 연속으로 히트시키면서 락 음악 후배들에게 충격과 공포를 안겨주기도 했다. 2008년 헤비메탈 밴드 ’백두산‘을 재결성하여 8월 17일 ’‘동두천 록 페스티벌’에서 컴백 공연을 펼쳤으며, 현재는 ‘백두산 엔터테인먼트’ 대표로 활동 중이다.
키보이스·키브라더스 시절 주옥같은 힛송으로 향수 자극한 윤항기·차도균·김광정·정명용
11번 째 무대의 주인공은 윤항기와 차도균이었다. 둘은 1963년 차중락·옥성빈·김홍탁 등과 함께 한국 최초의 5인조 록 음악 밴드 "키보이스"에서 드럼과 베이스기타스트로 활동 당시의 힛송 ‘바닷가의 추억(1969)’과 ‘정든 배는 떠난다(1964)‘, ‘해변으로 가요(2007)’를 관객들과 함께 불렀다.
1970년에 결성한 한국적 브라스 락을 지향하면서 나이트클럽과 고고클럽, 젊음과 음악과 춤이 있는 곳에서 승승장구했던 그룹 사운드 ‘키 브라더스’에서 활동했던 멤버 중 ‘예우회’ 초대 회장을 역임한 김광정(기타-가는 세월 작곡)과 2대 회장 윤항기(드럼과 보컬-장미빛 스카프 등 작사·작곡), 정명용(기타)는 열두 번째 무대에서 1957년 팝 힛송 ”I Can't Stop Loving You“을 불렀다. 일부 관객들도 이 노래를 함께 부른 이 곡은 1957년 처음으로 녹음했던 돈 깁슨이 2003년 사망했을 당시 세계 700명 이상의 아티스트들이 녹음했으나, 그 가운데 빌보드 차드 1위에 오른 레이 찰스가 가장 많이 녹음했다.
레전드 전원·하객· 청중 기립한 채 ‘나는 행복합니다’ 합창
2025년 을사년 초록색 뱀띠 해에 건강과 행복 기원
2시간 넘게 진행된 ‘2024 오늘 전설을 만나다’는 출연진 전원과 하객으로 참석한 귀빈 모두가 무대 위와 객석 자리에서 일어선 관객들이 하나가 되어 윤항기 작사·작곡의 힛송 ‘나는 행복합니다’를 합창한 후 2025년 을사년 푸른 뱀 띠 해에도 건강과 행복이 함께 하기를 기원하며 막을 내렸다.
한편 의정부에서 공연장을 찾은 50대 초중반 박수진·백연주 씨는 ”공연 사회를 본 장미화 씨가 말한 것처럼, 요즈음엔 TV를 틀면 방송국에서 다투어 트로트 프로그램이 대세인 게 사실“이라며 ”이렇게 팝송이 곁들인 라이브 무대를 접할 수 있는 기회도 TV에서 제공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뜻깊은 공연에 전설적인 뮤지션들의 무대를 접하게 돼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나이는 묻지 말라“며 목동에서 친구와 함께 자리를 뜨던 70대 후반으로 보이는 한 관객은 ”추위도 불구하고 오길 잘했다. 레전드는 레전드이다. 학창시절에 친구들과 어울려 퇴계로 오리엔탈호텔의 닐바나 고고클럽을 종종 찾았는데, 옛날 생각에 팝송을 따라 부르면서 가슴이 뭉클했다. 출연진 모두가 건강해서 오래오래 볼 수 있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