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3-10-11(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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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YMCA 병설 사단법인 월남시민문화연구소(이사장 김인복, 연구소장 김명구)는 '제 3회 종로목요서평모임'을 지난 10월 22일 세미나실에서 개최했다.
'제국일본의 사상'의 저자인 김항 교수를 초청해 저술의도와 핵심이야기 등을 토론하는 자리였다.
주제발표자인 김항 교수는 2009년 8월30일, 일본 민주당이 중의원선거에서 압승을 거두며 정권이 교체되었는데 이는 1993년에 일본신당 등으로 구성된 비자민-비공산 연립정권이 정권교체를 이룬 바 있었지만, 자민당이 의회에서 제1당의 지위를 상실한 것은 1955년 창당 이래 처음 있는 일이었다고 설명했다. 김항 교수는 2009년의 ‘정치의 봉인 해제’였다고 전제하고, 뒤이은 전개는 대항 주체 없는 정치의 장에서 일방적으로 이뤄지는 싸움 아닌 린치였다. 봉인 해제된 정치의 장에는 시민도 노동계급도 하위주체도 고유한 수행성을 획득하지 못했다. 그렇게 정치는 다시 봉인되었다. 이번에는 규범/규칙에게 자리를 내어준 것이 아니라 일방적 폭력에 자리를 내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영향을 메이지 이래의 근대일본을 ‘병리’로 파악하고 그 원인을 ‘정치’의 부재에서 찾은 인물인 마루야마 마사오로 부터의 영향이었으며, 그는 정치는 '결단'으로 보았고, 본원적으로 위험한 존재인 인간이 저마다의 결단과 행위로 세계를 구성하는 일이 정치이며 그 과정은 연옥일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었다는 설명을 했다.
김항 교수는 <제국일본의 사상>은 현재에 대한 물음이라고 강조하며, 아렌트를 인용해 의지는 온전하게 성립할 수 있는 장치가 아니고, 인간은 과거나 타자의 영향 속에서 행위를 산출하기에 공동/공생 세계를 창출하는 인간 행위인 정치에 대한 물음은 의지와 미래를 통해서가 아니라 과거로부터 켜켜이 축적된 가능세계의 지층을 탐사함으로써 열릴 수 있는 물음이다라고 결론을 내렸다.
이영석 교수(광주대)와 심희찬 교수(연세대)의 지정토론이 진행되었다.
이영석 교수는 저자가 특히 제국헌법과 전후 일본의 새헌법을 비교해, 메이지유신 이래 성장한 일본의 국가성격, 국체(國體)를 어떻게 규정 할 수 있으며, 2차 대전 후에 이전의 성격이 어떻게 변모했는가를 알려주고 있으며, 전후 일본 국가성격의 변화 속에서 오히려 ‘미완의 민주주의’를 정착시키려는 마루야마 마사오(丸山眞男) 학문여정을 소개하기도 한다고 평했다.
특히 일제강점기 조선인의 상황을 난민 개념으로 파악하려는 시도도 흥미를 자아낸다고 평가하고, 1930년대 동화정책에도 불구하고 근본적으로 조선인은 제국헌법이 아닌, 조선총독의 법령에 의거해 지배 받았다. 일본제국의 신민으로 속했으면서도, 그 법적 지위는 일본인과 달랐고 불안정했다. 수많은 조선인들이 연해주, 만주 및 다른 지역으로 난민으로 이주했으며, 국내에서도 난민과 같은 불안정한 존재였다는 주장이 설득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심희찬 교수는 제국일본의 오래된 강박과 불안을 사상사적으로 분석한 이 책은 오늘날 일본의 상황을 단순한 조롱이나 비판이 아니라 중요한 사유의 대상으로 다시 자리매김하기 때문이며 나아가 이것이 한반도를 비롯한 동아시아에 가져온 폭력의 연쇄를 지적하고, 앞으로의 사상적 과제까지 암시한다 평가했다. 이 책이 제국일본의 사상을 다루고 있지만, 동시에 이를 통해 ‘인간’과 ‘정치’의 의미를 묻고 있다는 점을 높게 평가했다.
김기봉 교수(경기대)는 근대화에 대한 일본의 고민 속에서 모델로 채택된 천황제의 국체였다며 이러한 근대화의 고민이 패전 후 냉전체제 속에서 52년 체제가 종말을 고한 것이고 아베내각에서도 중국에 대한 대응의 고만이 있었다. 저자가 일본의 고민을 정치화, 탈정치화, 제국 등으로만 보는 것은 아닌가라고 물었다.
양선진 교수(숭실사이버대)는 저자는 일본의 근대화를 정치적인 측면에서 본 것으로 보이는데 개인이 주체가 되는 근대화 임에도 천황제를 채택하고도 근대화가 지속될 수 있고 이를 수용하는 일본의 국민성은 무엇이고 정치적요소가 배제되었던 이유는 무엇인지 질문했다.
이상만 선생(역사연구회)은 현재 일본과의 관계에서 우리는 친일논쟁을 극복해야 하는 과제가 있는데 이를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를 묻고 이광수 재평가 논의가 있는데 저자는 이를 어떻게 보는지를 물었다.
정수복 박사(사회학자)는 <제국일본의 사상>을 되돌아보니 현재 작업의 맥락이 뚜렷해졌다고 말했다. 이 책의 모티프는 탈정치화이지만 현재의 문제의식과 맥락이 변화한 탓에 똑같은 모티프로 작업을 진행하지는 않을 것이며 오히려 현재 열도를 지배하는 절망적인 폭력 상황의 계보를 전면에 내세우는 작업으로 엮지 않을까 싶다고 소감을 말하면서 서평모임을 마무리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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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열도의 절망과 폭력성의 근원 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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