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서정우, 한국 방문 중 신곡 ‘꽃 입술’ 취입 등 분주한 활동
장욱조·박일준·지은숙·마도로스朴·윤한길 등 가요계 인사들과 교류도


가수 서정우, 한국 방문 중 신곡 ‘꽃 입술’ 취입 등 분주한 활동
장욱조·박일준·지은숙·마도로스朴·윤한길 등 가요계 인사들과 교류도
시애틀에서 활동 중인 가수 서정우가 지난해 12월10일 개인적인 일로 급히 한국 방문 중에 케이블 TV 가요 프로그램에 출연 및 녹화에 참여하는 등 분주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그는 1월14일 시애틀로 돌아간다.
그가 한국을 방문했을 때 밀어닥친 혹한으로 인해 독감에 걸리는 바람에 약을 복용하는 등 사흘간 꼼짝 못 하고 지내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어느 정도 몸을 추스른 후 친지 윤한길 색소폰 연주자의 안내로 ‘가요 TV 쇼’ 등 케이블 TV 가요 프로그램 녹화와 가수 박일준이 유튜브로 진행하는 ‘박일준 TV’에 참여하는 등 강행군을 이어갔다.

시애틀 언론계에 몸담았던 기자는 20년이 넘는 동안 가수 서정우를 지켜볼 수 있었다. 한마디로 가수 서정우는 한국 가수들의 시애틀 공연에 물꼬를 튼 개척자이다. 남진·현철·송대관·태진아·주현미 등 가수들에서 ‘전국 노래자랑’ 사회자로 널리 알려진 故 송해에 이르기까지 일일이 다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연예인들을 초청, 공연을 통해서 시애틀 및 인근에 거주하는 한인 동포들에게 고국을 향한 향수를 달래주는 산파역을 했다.
주로 한국 문화계 취재를 하고 있는 기자는 가요계 취재도 할 기회가 있다. 기자가 시애틀에서 왔다는 걸 알고 있는 장미화는 “서정우 잘 있어요? 그 애(장미화의 친근한 사람에 대한 표현)는 정말 잘 나갔을 텐데, 시애틀로 가서 생활하는 바람에 출연 섭외 등에 한계가 있어서 제대로 알려질 기회가 많지 않아서…”라며, 가수 서정우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한 적이 있다.
미8군 무대 출신의 가수 장미화는 1973년 ‘안녕하세요’로 큰 성공을 거뒀는데, 그때부터라고 계산하더라도 두 사람은 오래된 사이인지라, 가수 장미화는 후배 가수 서정우에 대해서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가수 장미화가 “그 애는 정말 잘나갔을 텐데, 시애틀로 가서 생활하는 바람에…”라고 안타깝게 말한 사연은 이렇다.
가수 서정우는 한국 가요사에 불멸의 곡으로 남은 ‘흙에 살리라’를 처음 녹음하고 부른 가수이다. 그런데 일반 대중들은 그 곡을 부른 가수는 홍세민(2021년 별세)으로 기억한다.
우직한 충청도 청년 서정우는 어느 날 가수가 되겠다는 꿈을 안고 상경했다. 정보통신 기술이 발달한 지금은 유튜브 등 다양한 홍보 매체를 이용해서 ‘운(運) 좋으면’ 일약 스타가 될 수 있지만, 60년대 말과 70년대는 ‘운’이 좋으면 라디오를 통해서, 정말 '운 벼락’을 맞으면 TV 화면을 장식하는 것이 정석으로 통했다.
그에게도 그 ‘운(運)’이 찾아왔다. 1970년대 초 김정일 작사·작곡의 곡 ‘흙에 살리라’를 받게 되었던 것.
초가삼간 집을 지은 내 고향 정든 땅 / 아기염소 벗을 삼아 논밭길을 가노라면
이 세상 모두가 내 것인 것을 / 왜 남들은 고향을 버릴까 고향을 버릴까
나는야 흙에 살리라 / 부모님 모시고 효도하면서 흙에 살리라-‘흙에 살리라’ 1절
산업화 시대를 맞아 지방에 살던 사람들의 발걸음이 서울로 향했던 그 시절. 그렇지만 서울 생활은 고향에 대한 향수로 더 짙게 채색되어 갔다. 60년대에 '청운의 꿈'을 안고 고향을 등지고 서울로 올라온 사람들은 선술집에 앉아 막걸릿잔을 기울이며 힘든 서울 생활을 견디거나, 선술집의 라디오를 통해서 흘러나오는 고향을 향한 그리움이 담긴 노래에 눈물을 훔치거나, 귀갓길에 홀로 흥얼거리며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기도 했다.
그런 때, 그 시절에 서정우가 부른 ‘흙에 살리라’라는 노랫말은 대중가요에 흔하디흔한 ‘사랑·이별’ 등이 주제가 아니라, 수양버들이나 능수버들과 초록빛으로 채색한, 두고 온 부모와 형제가 살고 있는 고향을 떠올리게 하기에 충분했다.
서정우가 부른 그 시대에 맞아떨어졌던 곡 ‘흙에 살리라’는 ‘운’ 좋게 라디오를 타기 시작했고, 마침내 ‘가수 서정우’라는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호사다마(好事多魔)라고 했던가? ‘운’ 나쁘게 서정우 씨 앞에 징집영장이 날아들었다. 당시에는 어지간한 뒤 배경이 없으면 입영 연기란 불가능했다. 어쩔 수 없이 아쉬움을 뒤로하고 그는 입영하게 되었다. 방송사에서는 ‘흙에 살리라’는 노래를 부른 가수 서정우를 찾았지만, 군 생활을 하는 그를 무대에 세울 상황이 아니었다. 해서 작곡가인 김정일 씨는 부랴부랴 1973년 23세의 홍세민에게 '흙에 살리라'를 취임시켰고, 그 곡은 엄청난 반향을 일으키면서 가수 서정우의 이름은 잊혀졌다.
서정우가 군 생활 3년을 마치고 사회에 나왔을 때는 다시 신인 아닌 신인이 될 수밖에 없었다. ‘흙에 살리라’에 대한 미련을 접고, 다시 허리끈을 졸라맨 그는 밤업소 등을 뛰면서 기회를 노렸지만, 그에게 ‘운’은 찾아오지 않았다. 그렇게 생활하던 중에 시애틀에서 이민 생활을 하던 그의 누나가 초청장을 보내왔다.
시애틀에서 햄버거 가게 등을 하면서 열심히 살던 그에게 가끔 한인 밤업소에서 출연을 요청했지만 ‘자존심’ 때문에 사양하고 오직 주어진 현실인 생활전선에 열심을 다했다.
어느 정도 미국 생활이 안정되자 슬며시 노래를 향한 애정의 싹이 텄다. 그때부터 가끔 한국을 방문해서 가요 프로그램에 출연도 하면서 한국의 가요계 동료와 선후배들을 시애틀로 초대해서 한인 동포들을 위한 공연을 개최하는 데 힘썼다. 그의 그 같은 본국 가수 초청 공연은 동포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가 초대한 본국 연예인들은 송해를 비롯해서 남진·현철·송대관·태진아·주현미 등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숱하게 많다.

가수 서정우와 기자는 2년여 만인 지난 9일 유튜브를 통해 가수 박일준이 진행하는 ‘박일준 TV’에 초대 가수로 출연한 장소였다. 그 자리에서 서정우는 노래와 함께 자신의 가요계 데뷔와 그의 노래에 얽힌 사연을 비롯해 시애틀에서 오랫동안 생활하면서 한국 방문 중에 가요 활동을 하는 것에 이르기까지 근황을 전했다.
가수 박일준은 “이런 말씀을 드린다는 게 어떨지 모르지만, 가수인 나도 흉내를 낼 수 없는 독특한 음성을 지녔다. 솔직히 대중가요 가수들이 하루에도 수십 명 수백 명이 쏟아져 나온다고 할 정도로 많지 않은가?”라고 반문한 후 “그래서 머리가 터지게 홍보에 나서는 상황인데, 시애틀에 살고 계시면서 한국에서 가요 활동을 한다는 게 아킬레스건이 될 수밖에 없을 거다. 그렇지만 포기하지 않고 가요계 무대에 설 수 있는 건 바로 서정우 씨가 가진 높은 음악성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 자리에는 영하의 날씨에도 불구하고 가수 지은숙(힛송: 니가 사랑을 알아·바보같은 사람·내 가슴에 비가 내리면·사랑은 무죄 등)이 특별 출연, 가수 서정우를 응원했다. 또한 윤한길 색소폰 연주자와 70년대를 풍미했던 인기 가수 마도로스 박 등도 참석, 실시간으로 진행하는 방송을 지켜보며 응원의 박수를 보냈다.
가수 마도로스 박은 “허스키한 음색이 주는 독특함이 매력적이다. 시애틀에 살면서, 이렇게 한국 가요 무대에 선다는 게 쉽지 않은데, 앞으로 지방 공연 등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기다려진다. 그의 노래에 대한 열정에 박수를 보낸다”라고 했다.
잘 살아 봅시다 잘 살아봐요 / 만난 것도 인연인데
우리가 살면은 천년을 사나요 / 만났으니 잘 살아 봅시다
외로울 때면 나를 불러요 / 슬플 때면 함께 울어요
우리네 인생길 공수래공수거 / 우리 한번 잘 살아 봅시다-서정우 노래 ‘잘 살아 봅시다’ 1절
가수 서정우가 몇 년 전 사랑하는 연인에게, 부부의 인연을 맺은 사람들을 향한 진솔된 마음의 고백이 담긴 경쾌한 리듬의 노래 ‘잘 살아 봅시다’는 몇몇 가수들도 부르는 등 인기곡 챠트에 올랐다. 그런데 가수 박정식이 개사를 해서 불러 힛트시킨 것을 지켜보면서, 주거지가 미국이기 때문에 본국 무대에 설 기회가 그만큼 적은 그가 안타깝게 생각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수 서정우는 “제가 부른 노래가 여러 가수들에 의해서 불려지면 좋지요. 무슨 미련이 있겠어요. 그저 노래하는 것, 그것 자체로 즐겁게 생활하는 것,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주어진 현실에 감사하면서 사는 것, 이것이 저의 생활철학이라면 철학”이라고 했다. 마치 서정우는 ‘달관의 경지’에 이른 것 같다. 내가 알고 있는 그는 매사에 그렇게 긍정적이다.
그가 부른 대부분의 곡도 긍정적이고 밝다. 가사도 그렇고, 곡의 리듬 역시 경쾌하다. 그런 가수 서정우가 이번 한국 방문 중에 취입한 신곡 ‘꽃 입술(박영지 작사·장욱조 작곡)’이 ‘박일준 TV’에 소개되었다.
화사한 꽃 입술에 함박웃음 피어나면 / 내 마음 빼앗겼네 나도 몰래 반했네 좋아졌네
좋아하는 이 마음을 어쩔 수가 없네 / 긴 머리 찰랑대는 상큼한 그 아가씨
새빨간 꽃 입술 꽃 입술 그녀를 / 정말 정말 좋아해요-서정우 노래 ‘꽃 입술’
‘박일준 TV’ 방송을 마치고 밖으로 나섰을 때, 영하의 찬 바람이 몰아치는 밤 11시였다. 그는 ‘꽃 입술’ 곡을 준 작곡가 장욱조의 파주 집으로 간다고 했다. 그때 전화벨이 울렸다. 지금은 찬양 목회자로 변신한 장욱조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