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38’ 실뱅 페리에, 프랑스 출신 베를린 스트리트 아티스트
전시 작품 주제 ‘UNFRAMED’…‘사회·정치적 주제’ 통해 ‘성찰의 미학’ 추구



‘SP38’ 실뱅 페리에, 프랑스 출신 베를린 스트리트 아티스트
전시 작품 주제 ‘UNFRAMED’…‘사회·정치적 주제’ 통해 ‘성찰의 미학’ 추구

“프랑스 공공미술 스트리트 아트 작가로 유명한 SP39 실뱅 페리에가 탄생시킨 개인 켈리그라피는 거의가 미리 스텐실 된 작품으로 제작되는 시적인 글들의 스트리트 아트입니다. 다른 스트리트아트와 마찬가지로 단순한 낙서가 아니라 특정 공간에 국한되지 않고 누구나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는 공공미술의 성격을 지닙니다. ‘Unite Korea’라는 그의 작품에서 볼 수 있듯 삭막한 도시 공간에 활기를 불어넣고, 지역 사회의 유대감 강화, 다양한 표현 방식을 통해 작가의 개성과 사회적 메시지를 담아내는 예술적 실험의 장이 되기도 합니다.”-한미자 프랑스 국가 공인 건축가 겸 ‘자비 아트센터’ 디렉터
<들어가며>
18일, 강남 코엑스에서 열리고 있던 『World Art Expo 2025』취재와 겹치는 바람에, 같은 날 ‘SP38’로 알려진 『실뱅 페리에(Sylvain Perier) 전시』오프닝 리셉션에 참석하지 못했다. 바로 그날 통풍과 한 쪽 눈에 이상이 생겨 안약(眼藥)을 넣는 후배(김학우-시애틀문화저널 편집인)에게 “프랑스에 살고 있는 지인(한미자 프랑스 국가 공인 건축가 겸 ‘자비 아트센터’ 디렉터)이 알고 지내는 화가가 전시회를 한다는데 함께 가지 않겠느냐?”고 물었고, “몸 컨디션이 괜찮은 걸 봐서...전화가 없으면 못가는 걸로...”라고 대답했는데, 고맙게도 다음 날 “좀 거동이 불편한데, 선배님의 말씀이라…”며 성수역 근처 커피숍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프레임 성수’
성동구 성덕정 15길 2-19
‘구글 지도’에 들어가서 주소를 치면, 어지간한 곳이라면 쉽게 찾는다. 그런데, ‘프레임성수‘를 찾기까지는 거의 한 시간 가깝게 걸렸다. 물론 전화번호라도 있으면 쉽게 해결되었을 텐데, 그조차 없었다. 좀 헤맨 끝에, 인내심에 바닥이 날 무렵 골목길 식당 건물 귀퉁이에 붙은 A-4 용지 한 장과 그 옆 벽에 그려진 타이포그래피 벽화를 발견, 식당에 들어가 정중하게 “프레임성수라는 갤러리를 아시느냐?”고 물었다. 주인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인근 시장통 골목 상인이나 오가는 사람들에게 물을 때마다 고개를 갸우뚱하면 모르는 거였기 때문에, 내심 “아! 이분도...” 생각하면서 “식당 옆에 안내 종이가 붙어 있어서, 여쭤보는 것”이라고 했다.
친절한 식당 주인은 바깥으로 나오더니 “A-4 용지가 붙여진 건 처음 본다”라며 “아! 이 벽에 페인트로 글자를 그린 사람이 프랑스에서 왔다고 하던데….”라며 “저기~ 저쪽~~ 화장실 표시판 보이죠? 그 앞쪽으로 가면 골목이 있는데….”라고 했다. 그러더니 친절하게 전시실 앞까지 안내해 주었다. 우리는 식당 주인에게 여러번 감사의 인사를 했다. 화가 실뱅 페리에와의 만남은 그렇게 이루어졌다.

SP38으로 알려진 실뱅 페리에는 스쾃 예술가들이 “너희는 건물을 가졌지만 쓰지 않고 있고, 우리는 돈이 없지만 작업실이 필요하다”며 독일 베를린 오라니엔부르거 거리의 대안문화의 대표적인 건물이 있던 타헬레스(Kunsthaus Tacheles-2012년 9월에 폐쇄.)가 자리했던 지역에서 회화, 스트리트 아트, 타이포 그래피 아트 및 퍼포먼스(2004년 9월 한국)로 대중들과의 만남을 이어가고 있는 ‘멀티 아티스트’이다.
SP38의 작품이 전시된 ‘프레임 성수’의 비좁은 전시장 1층 좌우 벽을 차지한 그의 작품은 벽종이 윗부분 양쪽이 빨강색 테이프로 붙여진 채 직사각형으로 늘어져 있었다. 그리고 벽지 속 꽃 그림 위로 K로 추정되는 글자로 시작되는 ‘K LoVERS’, 다른 작품은 그 위에 Steet를 중첩시켜 놓은 것처럼 보였다. 한국을 사랑하는 사람, 한국의 거리를 사랑하는 사람의 의미의 작품으로 이해되었다.
기자는 작품 속 벽지는 마치 1960년대~70년대 초에 한국 서민 가정의 벽지로 유행을 탔던 꽃무늬가 이어진 그림이 그려졌기에 SP38에게 그같은 이야기를 하면서, “이 벽지는 한국에서 구입한 거냐?”는 질문에 “프랑스에서 가져왔다. 집안에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던 벽지 뭉치를 풀어보니 있기에 작품으로 사용하는 것”이라고 했다.
코카콜라·캔벨 수프를 비롯해서 마릴린 몬로· 마론 브란도 등 미국 역사 속 인물을 그려 팝 아티스트이자 시각주의 예술 운동의 선구자로 알려진 앤드류 워홀(1928~1987)의 작품에 익숙하지만, 직사각형 벽지에 파랑·핑크· 빨강색 글자가 그려져 있고, 작품 위쪽에 빨강색 테이프로 붙여 놓은 것이며, 롤 페이퍼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는 작품을 보면서 난감했다. 마치 기자의 생각하는 일부분을 알고 있다는 듯, SP38은 “(작품 전시 주제를 ‘Unframe’이라고 한 것은 전시 갤러리 이름이 프레임 성수인데, 자신의 작품을) 프레임 밖으로 꺼낸 것”이라고 했다.
순간적으로 “SP38이 추구하는 예술이 단순한 차원을 넘어선 것”이라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그랬다. 그림의 상자를 의미하는 ‘프레임’은 한계성이나 구속성의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는 점에서 생각할 때, 그의 작품을 일정한 틀에서 해방하거나 탈출시킴으로써 자유의 소중함을 느끼거나 승리의 기쁨을 노래하는 효과를 극대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한마디로 기발한 그의 아이디어가 담겨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전시장 왼편 쪽의 비좁은 계단(시멘트 건물 위층과 아래층을 뚫어서 마련한)을 오르면 만나는 귀퉁이에 전시된 두 작품, 옆 방으로 향하는 오른 편에 전시된 한 작품은 사람 모양으로 보이는 노란색 바탕의 21세기를 상징하는 글자를 사람 모양으로 형상화하고, 비행기와 미국 달러와 유로 화폐와 빌딩 등이 얽히고설켜 있는 원색 위주의 작품은 1층 전시장의 작품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자아냈다.
SP38 실뱅 페리에 작가는 자신의 작품 제작에 사용하는 재료는 ‘아크릴과 물’ 이라고 했다.

독일 베를린 미술사학자 카티아 에르만(Katia Hermann)에 따르면, 마치 동양 작가들의 아호(號)에 해당하는 ‘SP38’를 사용하는 호가 실뱅 페리에는 1960년 프랑스 노르망디 출생으로 셰르부르 예술학교에서 회화를 전공한 후 1981~1995년까지 파리에서 생활하면서, ’에드 넌(Ed Neant)과 언더그라운드 퍼포먼스 그룹 젠 카피라이트(Zen Copyright)를 공동 창립했다. 1985년 봉디(Bondy)에서 VLP 이니셔티브와 함께 그래피티 및 도시예술운동을 만났다. 1987년 파리 퐁피두 센터 10주년 기념전시 “Free Art, L’annee Beaugbourg”에 다른 예술가들과 함께 참여했다.
SP38은 파리의 휘 데노아예에서 자주 퍼포먼스를 했고, 벱빌 지역에서 벽화를 그리고 포스터 아트를 부착했는데, 그의 작품은 갤러리 프리쉬 누 라 빼(Friche Nous la Paix)에 전시되기도 했다. 그는 2015년 6월까지 이 갤러리에서 트리트 아트를 펼쳤는데, 그는 이 갤러리의 대표이기도 하다.
그는 프랑스 문학가 패트릭 샤틀리에가 1997년 시작한 문학과 예술의 모험 “인스탕(Instin)”에 2008년부터 참여하기 시작, 인스탕이란 글자를 스티커로 제작하여 전 세계를 여행하며 거리에 부착했다.
SP38은 1995년 8월 독일 베를린으로 이주, 베를린의 타흘리레스, 오쿠드, 프로라 인 휘겐 갤러리 및 스타파드 웨닝과 같은 독일의 스쾃에 합류했다. 그는 베를린, 파리, 한국을 오가며 전시회, 라이브 페인팅을 펼치면서 도시 공간에 스티커와 포스터아트를 부착하며 전시하고 있다.

SP38 실뱅 페리에의 작품 세계
SP38은 1995년 베를린의 스쾃인 타흘레스로 이주하면서 그의 작품들을 거리에 선보이기 시작했다. 때로는 숫자 6을 종이에 써서 포스터로 붙이는 예술가 6앤 말러와 함께 타흘레스가 위치한 벨를린 미떼(Mitte) 지역에 예술작품을 설치하여 기 거리를 활기 있게 만들었다. 그는 정치적 슬로건과 그라피티가 있는 거리의 벽면 옆에 종이 포스터작품을 부착한 최초의 거리 예술가 중 한 명이다.
그의 트레이드 마크는 반복되는 타이포 그래피로 특정 주제를 담고 있는 영어와 프랑스어로 짧고 간결한 슬로건을 만들어 거리에 부착한다.
SP38의 슬로건은 직사각형 종이에 글자간의 조화와 균형을 이루기 위해 특이한 타이포를 만들어냈다. 단색(빨강, 파랑, 초록, 분홍 또는 황금)으로 쓰여진 그의 크고 좁은 글자는 흰 종잉 붓으로 자유롭게 쓰여진 후 때로는 실크스크린으로 제작되기도 한다.
그는 재미있는 방식으로 축약된 슬로건이나 새로이 조합된 단어들을 사용하여 사회 정치적 주제를 다른다. Vive la crise(경제위기 만세)는 경제위기 상태에 대한 대응이다. Vive la Bourgeoisie(브루조와 만세)는 프랑스를 지배하고 있으며 미움을 받고 있는 일부 보수 부르조아를 비꼬아서 표현한 것이다. I don’t want to be your friend on facebook(나는 페이스북에서 당신의 친구가 되고 싶지 않다)라는 슬로건은 거대 기업 페이스북의 전 지구적 네트워크를 통한 이윤창출 및 SNS에 대한 회의적 표현이다. 이 슬로건은 여전히 슈바르첸베르크의 입구에 부착되어 있다. United Korea(통일한국, 2018)은 한국의 통일을 호소하는 작품으로, 베를린 벽에 커다랗게 붙어서 독일의 분단과 통일을 연상시키며 두 국가의 역사와 현재를 잇고 있다.

그는 아이러니와 풍자로 가득찬 창의적이고 유쾌한 단어 선택으로 지속적으로 놀라움을 선사하고, 사회 현상과 정치적 주제를 성찰시키고 자극한다. 그는 25년이 넘는 현재까지도 종이에 단어를 쓰고 부착하는 작업과 라이브 페인팅, 벽화, 캔버스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는 활동적이고 지치지 않는 베를린의 스트리트 아티스트 중 한 명이다.

<나가며>
역사적으로 유럽 예술, 그 가운데 SP39의 모국 프랑스는 모스트 위트릴로, 라팽 아드질, 반 고흐 등 화가에서 빅토르 위고, 오노레 드 발자크 스탕달, 에밀 졸라 등 문인에 이르기까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그런 의미에서 SP38이 자신의 타이포 그래피 작품에 프랑스어를 사용한 것에 이해가 가고도 남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제공용어인 영어(물론 영어로 된 작품도 있지만)라는 점에서 생각할 때, 독자들을 위한 배려 차원에서 프랑스어나 독일어보다는 영어를 사용했으면 하는 것이 관객의 바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SP38은 한국 전시 후에 타이완으로 가서 전시회를 소화하고, 2월 중순쯤 프랑스로 돌아간다고 했다. 아무쪼록 그가 작품 속에 담는 메시지와 그림이 순회 전시를 갖는 나라의 미술계에 크게 자극을 주는 스트리트 아티스트로 세계 유명 화가로 명성을 떨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