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히 '李 독주' 제동 거는 비명계… 연대 가능성도
'야권 대안주자' 놓고 본격 움직임
일제히 '李 독주' 제동 거는 비명계… 연대 가능성도
'야권 대안주자' 놓고 본격 움직임
조기 대선 가능성이 커진 가운데 야권 비명계 주자들이 일제히 ‘이재명 일극 체제’에 대한 비판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민주당 지지율이 국민의힘에 역전당하는 여론조사가 잇따르고, 이 대표 선거법 2심 선고가 이르면 3월 말 나올 것으로 예상되자, 야권 대안 주자가 되기 위한 본격적인 몸풀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이재명 대세론’을 꺾기 위한 비명계 연대 가능성도 거론된다.
문재인 정부 경제부총리를 지낸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24일 다보스포럼 참석 후 귀국해 인천공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 지지율 하락과 관련해 “과연 민주당이 지금의 이 위기를 극복할 수권 정당인가에 대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질 수밖에 없다”며 “민주당은 신뢰의 위기다. 민심이 떠나고 있다”고 했다. 김 지사는 “민주당의 일원으로서 국민 여러분께 사과드린다”며 “이제 경제의 시간이다. 이 경제의 시간에 책임지고 맡을 수 있는 유능함이 민주당에 필요하다”고 했다.
그래픽=송윤혜
문재인 정부 국무총리를 지낸 김부겸 전 총리도 이날 SBS라디오에서 민주당의 지지율 하락세에 대해 “민주당에 대한 여러 가지 따끔한 경고가 오는 것”이라며 “강공 일변도의 태도에 대한 국민적 피로감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김 전 총리는 대선 출마 의사를 묻는 질문에 “국정 안정과 민생 회복을 위해 제가 할 역할이 있으면 하겠다”고 답했다.
문재인 청와대 출신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도 이날 페이스북에서 “이 대표 혼자 모든 걸 다 잘할 수는 없다”면서 “친명의 색깔만으로는 과반수 국민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고 했다. 친문 적자로 꼽히는 김경수 전 경남지사도 전날 ‘일곱 번째 LAB 창립 기념 심포지엄’에서 “어느 한 사람의 독주를 허용하지 않는 다원주의를 지향하면서 폭력적인 언행을 용납하지 않은 것을 국민께 똑똑히 보여드려야 한다”고 했다. 이 대표에게 비판적인 목소리를 허용하지 않는 당 분위기를 비판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두관 전 의원도 페이스북에서 “정권 교체로 가는 길은 이재명의 길뿐만 아니라 다양한 길이 있다”며 “오로지 당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기피하고 조기 대선을 위해 올인하는 모습으로 비쳐서는 안 된다”고 했다.
정치권에선 비명계 주자들이 조기 대선을 앞두고 이재명 대표의 선거법 2심 선고 결과 등을 고려해 본격적인 대선 행보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대표가 1심(징역 1년·집행유예 2년)에 이어 2심에서도 피선거권 박탈형(벌금 100만원 이상)을 받을 경우 대선 출마 정당성을 놓고 논란이 예상된다. 당 지지율 하락 추세에 이 대표 사법 리스크까지 더해지면서 ‘이재명 일극 체제’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야권 일각에선 비명계 연대 가능성도 거론된다. 비명계들이 세력화하지 않고 각자 경쟁하다 보면 ‘이재명 대세론’을 꺾기 어렵다는 것이다. 김부겸 전 총리는 비명계 연대 가능성에 대해 “결국은 지금 탄핵에 찬성한 연합 세력의 폭을 넓혀야만 이 국면을 돌파할 수 있다”고 했다. 한 비명계 전직 의원은 “지난 총선 때 비명계가 모조리 경선 과정에서 탈락한 이유가 서로 힘을 합치지 않고 개별 대응하다가 전멸한 것”이라며 “이제라도 힘을 합쳐서 싸워야 한다”고 했다.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당에 다양한 목소리가 있는 건 당을 위해서도 나쁘지 않다”고 밝혔다. 한 친명계 중진 의원은 비명계 주자들에 대해 “진짜 이재명을 이겨보려고 나오는 게 아니라, 향후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위한 행보 정도로 보는 게 맞지 않겠느냐”고 했다. 그러나 친명계 내에선 불편한 기색도 읽힌다. 한 지도부 관계자는 “결국 이 대표가 사법 리스크로 고꾸라지는 가능성에 기대서 움직이는 것”이라며 “이재명과 맞서는 그림으로는 절대 야권 지지층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