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5-03-2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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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경연구회 청은 박경빈 회장이 자신의 작품 '반야바라밀다심경' 옆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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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한국사경연구회'를 창립한 다길 김경호 국가무형유산 사경장. 그는 현재 한국사경연구회 명예회장으로 봉사하고 있다.<뉴스 메이커 사진 갈무리>IMG_6574.jpg
▲'제20회 한국사경연구회원전' 개막일인 5일 오후 세종문화회관 1층 세종미술관이 관객들로 붐비고 있다. 

20회 한국사경연구회원전성황리에 개막

회원 79명 참여, 160여 작품 전시다양한 작품 앞에 관객들 감탄

11일까지 세종문화회관 1층 세종미술관 1

 

서울(김정태 기자)-한국사경연구회(회장 박경빈)가 개최하는 20회 한국사경연구회원전5() 서울 세종문화회관 세종미술관 1관에서 성황리에 막을 올렸다. 전시는 11()까지 이어진다.

 

장엄법계실보경(莊嚴法界實寶經)을 주제로 한 이번 전시회에서는 김경호 한국사경연구회 명예회장· 박경빈 회장을 비롯한 회원 79명이 참여해 전통 사경을 계승한 16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특히 이번 전시는 의상조사 법성게(義湘祖師 法性偈)730구 게송(偈頌)의 운문(韻文) 4*주제로 이에 청정한 재료와 도구로 내면의 진리를 담아내는 수행법인 사경(寫經) 수행의 가치하는 장으로 마련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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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에서 상경한 곽창호 (사)부산서예비엔날레 이사가 '제20회 한국사경연구회원전' 입구 오른쪽에 배너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그는 한국사경연구회 초대 회장이자 명예회장 다길 김경호 국가무형유산사경장의 지도를 받기 위해 통영에서 전주를 오가고 있다. 

들어가며

불교에서는 사람들의 인연을 인연설과 연기론으로 나누어 설명한다. ()은 결과를 낳기 위한 내적인 원인을 의미하고, ()은 이를 돕는 외적인 원인을 의미한다. 스치는 모든 인연은 전생의 수없는 인연이 쌓여 만들어진 것이라고 설명한다. 또한 살아가면서 수없이 많은 인연을 만들어 가지만 한 가지 인연이 만들어 지는 시간은 잠자리 한 마리의 날개가 바위를 스쳐 그 바위가 가루가 될 때 하나의 인연이 만들어 진다고 한다.

 

지난해 7, 서울 인사동의 한 갤러리에서 열렸던 미술단체전 취재 중에 항아리그림 한 점을 출품했던 한 여류 서양화가의 사진을 촬영한 후 몇 마디 대화를 주고받은 끝에 저의 작품 전시회가 곧 있다고 하기에, 무심코 연락을 하면 취재를 가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얼마 후 그 작가로부터 전시회 초대장을 받았다. 너무 많은 취재 요청이 있는지라 일일이 내용을 확인하지 않은 채 전시회에서 뵙겠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 그런데 고속버스 티켓을 예매하기 위해서 전시회가 열리는 호텔 주소를 확인하니 통영 고속버스 터미널까지도 4시간10분이 걸리고, 그곳에서 호텔까지도 몇십 분이 걸리는 걸 알게되었다. 참으로 난감했다. 다른 핑계를 대고 포기할까 생각했는데, ‘실없는 사람이라는 소리가 머릿속에 맴돌기에 그냥 가기로 결정했다.

 

여류 작가의 전시회가 시작된 83일은 끈적거리는 더위가 절정에 달했다. 우여곡절 끝에 전시회 장소인 호텔에 도착했다. 전시는 단체전이었고, 그 가운데 취재를 약속한 작가의 부스 옆에 여러 작품들이 전시된 곳 앞 테이블 주위에 여성 작가 3명과 앉아 있던 훤칠한 키의 남성이 반갑게 맞이하며 앉을 것을 권했다. 그곳에 오기 전 내심 불쾌하게 느껴졌던 감정이 순간적으로 사라지면서 고마움이 앞섰다. 그에게 전시 작품이 어디있냐?”고 물었고, 자신이 출품한 건 그림이 아니라 서예라고 했다. 그는 작품 '관음보살수진언(觀世音菩薩手眞言)'을 출품한 ()부산서예비엔날레 곽창호 이사였다. 우리는 별다른 대화 없이 헤어졌다. 귀가해서 곰곰이 생각하니, 곽 이사의 엷은 미소가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그의 서예 작품 옆에서 핸폰에 담았던 사진을 보내주면서, 그와 나의 인연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지난 1월 곽 이사로부터 공부하러 다니는 서경연구회에서 25일부터 세종문화회관에서 전시회를 하는데, 자신의 작품은 출품하지 않지만 오프닝 리셉션에는 참석할 예정이라는 문자를 받았다. 그날은 다른 취재가 겹쳤지만, 점심 식사라도 꼭 대접하고 싶기에 만나자고 했다. 우리가 만난 날은 참 추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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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은 박경빈 한국사경연구회 회장이 무려 세로 높이 250cm가 넘는 자신의 작품 '자비도량참법 보탑도(익산미륵사진 석탑 모형도)' 옆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박경빈 회장 작품 자비도량참법반야바라밀다심경앞에서 터진 감탄

점심 식사를 마친 후 시간적인 여유가 있기에 들렀던 20회 한국사셩연구회원전-화엄법계실보경전시장에 들어선 기자는 잠시 전시 작품을 둘러보면서 절로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주로 한국화나 서양화를 취재했던 기자에게 사경 전시회는 두번 째였다.

 

곽창호 이사의 소개로 인사를 나눈 한국사경연구회 박경빈 회장의 작품이 전시된 곳으로 따라 간 기자는 박 회장 의 작품 자비도량참법 보탑도(익산미륵사진 석탑 모형도) / 백지 묵서 /130cmx250cm앞에 섰을 때, “컴퓨터 그래픽으로 처리된 거냐?”고 묻는 큰 결례를 저지르고 말았다. 박 회장은 손수 손으로 그린 것이라고 했다. 가까이서 보니 탑 위에서 아래 제단에 이르는 전체를 경전을 읽으면서 죄를 참회하는 불교의식, . 이를 수행하면 죄가 없어지고 복이 생겨난다고 하며, 죽은 사람의 영혼을 구제하여 극락으로 인도함으로써 고통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는 공덕기원의 뜻을 담고 있는 나무자비도량참법(南無 慈悲道場懺法)”을 깨알같은 글씨로 필사(筆寫)한 것 아닌가!

 

박 회장은 한국에 남아있는 석탑 중 가장 오래된 석탑으로 국보 제11호로 지정된 익산 미륵사지 석탑(益山 彌勒寺址 石塔)을 응용한 이 작품에 대해셔 18만자가 들어간 작품 작업을 완성하는데 약 3년여가 걸렸다고 했다. 설명을 들으면서도 도저히 사람의 손으로 썼다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글자의 상하좌우가 마치 기계로 찍은 것처럼 한치의 오차도 없는 것처럼 보였다.

 

또한 마치 탑의 끝 부분을 응용한 것처럼 느껴지는 8각형으로 균형을 맞추고 반야바라밀다심경으로 감싼 후 그 중앙에 내용을 필사한 반야바라밀다심경(청록지 백금니 금니 / 40X40cm)’은 그림과 글씨가 조화를 이룬 멀티 예술 작품의 진수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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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길(多吉) 김경호 한국사경연구회 명예 회장, 그는 누구인가?

전시작품 감지금니7·5층보탑(법화경 견보탑품)’에 담긴 한국의 혼()

50년 가까이 사경(寫經) 외길 걷는 국가무형유산사경장

 

고려시대 사람들은 불교 경전을 베껴쓰는 필사를 함으로써 공덕을 쌓았다. 이렇게 만들어진 것이 바로 사경’(寫經)으로, 공덕을 위한 목적에서 제작된 사경은 불경을 널리 보급시키는 유일한 수단이기도 했다. 고려인들은 이 사경을 일반적인 먹으로 쓴 것이 아니라, 아교에 금가루와 섞어 만든 금니와 은니로 한자 한자 정성스럽게 써서 만들었다.

 

사경 제작은 크게 필사, 변상도(變相圖) 제작, 표지 장엄 세 가지로 구성되며, 세부적으로는 금가루 발색, 아교 만들기, 종이의 표면 처리와 마름질, 잇기, 선긋기, 경 필사, 변상도 그리기, 표지 그리기, 금니 표면처리 등 10여 가지 공정을 거친다. 사경 제작에는 서예·한문·불교 교리·회화 등에 대한 숙련된 기능은 물론이고 경전의 오자·탈자가 없어야 하므로 고도의 집중력과 장기간의 제작 시간이 필요하다.”

 

 

-2020. 국가유산청 국가유산포탈.

 

이 같은 사경을 총체적인 한국의 혼()이 깃든 예술작품으로 승화시킨 한국 현대 사경 작가에 다길(多吉) 김경호 국가무형유산사경장(國家無形遺産寫經匠)이 원로 장인으로 꼽힌다. 그는 2002년 한국사경연구회를 출범시킨 주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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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길 김경호 국가무형유산사경장(왼쪽. 한국사경연구회 명예 회장)이 자신의 작품 '감자금니7층 겸‘감지금니7층·5층보탑(법화경 견보탑품)' 시작 부분에서 통영서 전시회 참여차 상경한 제자 곽창호 (사)부산서예비엔날래 이사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사경연구회 명예회장인 김 사경장의 출품작 감지금니7·5층보탑(법화경 견보탑품), 감지, 금분, 은분 채묵 봉채 녹교 명반 / 663x7.5cm / 권지장앞에 선 관객은 좀처럼 서 있는 자리를 떠나지 못한다. 비단 불자가 아니라도 부처님의 설법이 진실함을 증명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법화경 견보탑품(法華經 見寶塔品)’에 담긴 의미를 탐구하게 만드는 힘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김 사경장은 45년이 넘는 세월을 오로지 선대의 유산들을 살피고 연구하는 것은 물론 고려사경의 전통복원을 위해 재료 하나까지 혼자 힘으로 복원했다. 금과 은을 재료로 쓰는 사경은 비용도 많이 들 뿐 아니라, 작품을 시작하면 완성 때까지 경제활동을 모두 접은 채 몇 달을 제작에만 매달렸다.

 

정부는 2020년 김 사경장을 국가무형문화재 사경장 보유자 1호로 지정했다. 그는 한국의 사경같은 책들도 펴내 사경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와 대중들의 이해를 돕는데 앞장서면서,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전시회를 열며 한국 전통문화로서의 사경의 우수성을 알리고 있다. 해외에서 사경을 한국 고유한 전통문화로 인식하게 된 것은 오로지 김 사경장의 헌신 덕다.

 

김 사경장은 2020년 화엄사에 700년 만에 문을 연 전통사경원 원장에 위촉됐다. 가장 오래된 사경인 국보 제196신라백지묵서대방광불화엄경이 화엄사를 개창한 연기 조사의 작품이라는 점에서 그의 연구와 노력이 어느 정도였는지 가늠할 수 있다. 김 사경장은 화엄사 전통사경원에서 매년 수백 명의 교육생을 길러내 고려시대 못지않은 사경의 시대를 열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그는 몇 해 전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금과 은으로 먼지보다 작고 머리카락보다 가는 선을 어떻게 그리는지, 돋보기 없이 그 선들이 보이는지에 대한 질문을 받고 집중하면 그런 경지가 열린다. 책상 위의 먼지를 0.1mm 붓으로 정확하게 콕 찍어서 3~5분 정도 흔들림 없이 그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 그래야 세밀하게 그릴 수 있다. 1mm 네모 안에 가는 선 5~6개를 같은 간격으로 흔들림 없이 그려 넣을 수 있어야 한다.세밀한 부분을 그릴 때는 두문불출한다고 했다.

 

그는 작품을 할 때는 하루 8시간씩 집중해서 하는데, 무문관에 들어 수행한다는 마음이 아니고서는 감내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 너무 집중한 나머지 치아가 빠진 경우도 더러 있다고 했다. 실로 수행자 가운데 수행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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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길 김경호 사경장(가운데)이 개막식에 하객으로 참석한 김형근 미주불교 발행인(오른쪽), 곽창호 (사)부산서예비엔날래 이사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한국사경연구회원전 전시 작품의 다양성
 
박경빈 한국사경연구회 회장이 20회 한국사경연구회원전-장엄법계실보경’ 리셉션 인사말에서 20회를 맞이한 이번 전시회에서는 한층 더 발전된 회원의 작품들로 전통사경인 절첩본과 권자본그리고 현대 사경인 서각옻칠자수액자족자성경사경 등 16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인다고 언급한 것처럼전시 작품의 다양성을 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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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선화 '한국사경연구회' 회원의 작품 '기명절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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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경연구회' 김미희 회원 작품 '수월관음도'. 
 

나가면서

사경은 기본적으로 진리의 말씀을 담은 문자의 서사이다. 그리고 경전의 서사는 진리와의 합일을 추구한다. 불교 진리에 입각해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 붓은 정제된 수많은 모()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들 각각의 털들은 서로 화합과 조화를 이루며 각각의 점획을 표현해 낸다.”-다길 김경호 사경장 장엄법계실보경(장엄법계실보경부분.

 

불교와 힌두교적 관점의 시간개념인 겁(, kalpa)은 한자로 표현하면 장시(長時)이다. ()이라는 시간개념의 은유적 표현이 있다. 천년에 한 방울씩 떨어지는 낙숫물이 집채 보다 큰 바위를 뚫어 없애는 시간이다. 또 천년에 한 번씩 내려오는 선녀가 비단 옷을 입고 사방 3()의 바위 위에서 춤을 추어 그 바위가 닳아 없어지는 시간이기도 하다. 힌두교에서는 우주의 창조와 파괴가 반복되는 시간이자 우주 창조의 신 브라흐마의 하루이다. 인간계의 시간으로 환산하면 432천만년이다. 상상불가한 시간이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 말이 있다. 불교에서는 이 옷깃이라도 한 번 스쳐보려면 500겁의 시간, 부부의 연은 7000, 부모 자식의 연은 8000겁의 인연을 쌓아야 된다고 한다. 선연(善緣)이든, 악연(惡緣)이든 간에 스치는 모든 인연은 전생의 수없는 인연이 쌓여 만들어진 것이라고 한다.


지난해, 그 무덥던 여름, 통영 한 전시장에서 만나 짧은 인사를 나눈 곽창호 ()부산서예비엔날레 이사와의 인연이 없었다면, ‘20회 한국사경연구회원전을 찾았을 리 없다. 그런 의미에서 생각할 때, 더할 수 없이 기억에 남는 전시장을 찾은 것은 다분히 부처님의 뜻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기사를 작성하는 동안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기자는 친구에게 20회 한국사경연구회원전에 꼭 가볼 것을 권했고, 개신교인인 그 친구가 다른 가톨릭 교인인 친구와 연락한 끝에 주말에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만나자는 회신을 받은 것 역시 좋은 인연(因緣)의 징표처럼 느껴졌다. 을사년(乙巳年) 정초에 기쁘고 즐거운 소식 앞에서 올 한 해에는 뭔가 좋은 일이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든다. 같은 시각, 창밖에서는 시애틀에서 내리고 있는 눈이 마치 한해를 축복이라도 하듯 내렸다.

 

바람을 곁들인다면, 김 사경장이 각각의 털들은 서로 화합과 조화를 이루며 각각의 점획을 표현한다고 말한 것처럼, ‘서로 화합과 조화를 이룬 가운데 한국의 정치·사회가 작금의 대치된 반목의 경계가 허물어지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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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회 한국사경연구회원전’ 성황리에 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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