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옥 작가가 첫 개인전 내내 전시장을 지킨 차녀 정유나 씨와 작품 '화양연화'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하정 이선옥 서양화가가 작품 '봄이 오는 길'에 대해서 설명하는 모습을 차녀 정유나 씨가 엷은 미소를 머금고 지켜보고 있다.
▲이선옥 작가(왼쪽)의 첫 개인전시장을 찾은 부군 정기욱 씨가 딸 정유나 씨를 사이에 두고 "아내이자 두 딸을 둔 엄마 역할도 제대로 하면서, 작품 활동을 하는 열정이 어디서 나오는지 대단하다"고 말하고 있다.
▲이선옥 작가의 부군 정기욱 씨, 차녀 정유나 씨가 '이선옥 개인전' 전시 작품 앞에서 전시장을 찾은 인척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오른쪽부터 (차녀 정유나 씨에게) 고모 정유순 씨, 삼촌 정기효 씨, 아빠 정기욱 씨, 정유나 씨, 엄마 이선옥 작가와 사촌 동생 정재은 씨.
[전시 리뷰] ‘이선옥 개인전-열정 속에 핀 꽃’…캔버스에 ‘긍정의 美學’ 담아
삶의 열정, 채색 통해 표현…生의 아름다움 형상화 가정·작품 활동 양립…에너지 넘치는 ‘鐵의 화가’ 남편 정기욱 씨, “아내의 첫 개인전 자랑스러워…지원 잘해주지 못해 안타깝지만, 대단” 차녀 유나 씨, “엄마의 열정적인 모습에 많이 배워…열정과 예술에 대한 열망 적극 응원”
서양화가 『하정 이선옥 개인전-열정 속에 핀 꽃』작품 전시가 19일(수)부터 24일(월)까지 서울 종로구 ‘갤러리71’에서 성황리에 진행되고 있다. 이 작가는 20여년 간 주로 새벽녘에 일어나 맑은 정신을 붓끝에 집중시켜 가며 캔버스를 채운 30여점의 귀한 작품을 전시 중이다.
국내도 그렇지만, 해외 유명 문학인들을 비롯해서 미술인들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직간접적인 체험을 작품에 녹여낸 예술가들은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그 가운데 문학군에서는 윌리엄 워즈워스, 에밀리 디킨슨과 도스토옙스키와 안톤 체호프, 윌리엄 셰익스피어, 어니스트 헤밍웨이, 알베르 카뮈 등이 있다. 미술계에는 빈센트 반 고흐, 에드워드 호퍼, 램브란트, 피카소 등은 작품을 통해 삶의 기쁨과 슬픔, 고통과 아름다움을 표현했다.
▲이선옥 작가가 작품 '붉은 노을'과 '그리움' 사이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들어가며
“I don't paint dreams or nightmares, I paint my own reality-Frida Kahlo(나는 꿈도 악몽도 그리지 않는다. 나는 나만의 현실을 그릴 뿐이다.-프리다 칼로)“
이선옥 작가의 첫 개인전시장에 전시된 많은 작품을 보면서, 멕시코의 초현실주의자로 20세기 최고의 여성 예술가 프리다 칼로(1907~1954)가 떠올랐고, 그녀가 남긴 한마디가 떠올랐다. 아마 그것은 지난 해 말부터 지난 16일까지 성남큐브미술관 기획전시실에서 열렸던 ‘프리다 칼로-레프리카展’을 관람하면서 뇌리 속에 깊게 각인된 여운 탓일지도 모른다.
프리다 칼로는 육체적, 정신적 고통과 절망을 극복하고 삶에 대한 강한 의지를 그림을 통해 예술작품으로 승화시킨 인물이자 내면의 고통을 예술로 승화시킨 20세기 대표 여성화가이다. 어릴 적 소아마비를 앓았고 선천성 척추질병으로 고통을 받았던 그녀는 비록 개인적인 면으로 볼 때 참담하고 불행한 삶을 살았으나 그녀만의 강력한 삶의 방식으로 예술세계를 표현하고자 했던 불굴의 화가이다.
불가에서 연월이나 시간의 단위로 계산할 수 없는 긴 시간을 겁(劫)이라 한다. 겁은 헤아릴 수 조차 없는 긴 시간이다. 1겁은 1,000년에 한방울 떨어지는 물방울로 바위에 구멍을 내는데 걸리는 시간이다. 세상을 살아가며 만나는 수많은 사람들과는 이생에서 만나기 전에 이미 전생의 인연이 있다고 한다. 이에 따르면 500겁의 인연으로 옷깃을 스칠 수 있다. 지
난 주말 한 작가의 개인전 뒤풀이 후 비좁은 식당에서 이 작가와 차녀 정유나 모녀와 조그만 테이블에 앉으면서 '500겁의 귀한 인연'이 시작되었다.
▲하정 이선옥 서양화가와 차녀 정유나 씨가 작품 '봄이 오는 길'을 중앙으로 '숨은 달'(왼쪽)과 '핑크 장미' 사이에 서서 카메라를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선옥 작가의 첫 개인전에 담긴 함의
이 작가의 첫 이미지는 겨울을 지나 봄 햇살을 받고 활짝 피어나는 봄꽃의 밝은 이미지였다. 짧은 시간에 이루어진 만남을 통해 이 작가의 지난 시간이 어려움도 있었지만, 오직 모든 걸 열정으로 극복한 끝에 부군(정기욱)과의 사이에 두 딸(장녀 정미나, 차녀 정유나)을 두고, 그림을 그리며 행복한 생을 누리고 있다는 사연을 듣게 되었다.
이 작가의 첫 개인전 주제는 ‘열정 속에 핀 꽃’이란 바로 자신의 치열한 삶의 일기장 속에 곱게 간직한 자신을 은유화한 걸 알 수 있다. 한지에 아크릴과 혼합 재료를 사용해서 제작한 매화·모란·장미·청매(40X30cm) 등 10여점의 꽃 연작화가 갖는 공통점은 단순히 꽃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데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사월은 가장 잔인한 달 /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 내고 / 추억과 욕정이 뒤섞고 / 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운다. / 겨울은 오히려 따뜻했다. / 잘 잊게 해주는 눈으로 대지를 덮고 / 마른 구근으로 약간의 목숨을 대어 주었다.-T.S. 엘리어트(1888~1965) 시 ‘황무지’ 도입부.
만물이 소생하는 봄의 계절인 4월이 ‘잔인한’ 이유는 뭘까. 겨울 언 땅을 뚫어야 어린싹이 아름다운 꽃을 피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작가는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꽃을 보고 아름다움에 취해있을 때, 꽃이 피기까지의 힘겨운 과정을 붓 끝에 담아 생(生)의 아름다움을 캔버스를 채우는 것이다.
작가는 꽃 연작화에서 다양한 주조색을 바탕으로 꽃의 이미지를 극대화시키고 있다. 그같은 테크닉은 작가의 독창적인 창작 기법으로 이해된다.
▲이순옥 작가가 작품 '붉은 노을' 옆에서 안경을 벗고 촬영을 하고 있다.
관객, 작가의 열정 고스란히 담긴 작품 앞에 시선 멈춰
다양한 채색 통해 작가가 추구하는 긍정의 삶, 사회 향한 메시지 담아
이 작가의 캔버스에 아크릴 소재의 작품 축제(45.5X33cm)·축제2((45.5X33cm) 앞에 선 관객은 마치 폭죽이 터지는 것과 꽃이 다투어 피어나는 걸 느끼게 된다. 물론 ‘축제’ 그 자체를 의미할 수 있겠지만, 심플한 처리가 돋보이는 두 작품에 담긴 역동성이다.
작품 ‘붉은 노을(2024. 캔버스에 아크릴. 65X45cm)’은 작가의 정신세계를 은유적으로 표현했다고 해도 무방하다. 작가는 왜 이 작품의 주조색으로 2/3를 주황색으로 채운 걸까? 주황색은 밝고 에너지 넘치는 색으로, 힘이 넘치고, 즐겁고 따뜻한 느낌을 주는 색이다. 이 작가의 활력 넘치는, 작가의 표현을 빌린다면, ”에너지와 열정“이 담겨 있는 것 뿐만 아니라, 관객으로 하여금 삶의 활력을 안겨주고 있다는 점에서 이 색을 주조색으로 사용했다고 정의해도 무방할 것이다.
아울러 이 작가의 작품 앞에 선 미술에 관심이 있는 관객이라면, 추상표현주의의 대표적인 예술가로 거대한 화폭에 단순한 사각형의 색면을 칠한 판화로 유명한 러시아 출신의 미국 화가 마크 로스코(1903~1970)의 작품 ‘주황, 빨강, 노랑(1961 캔버스에 아크릴. 236.2 cm × 206.4 cm. 개인소장)’을 떠올릴 것이다. 이 작품은 2012년 크리스티 경매에서 8천60만 달러에 낙찰된 것으로도 유명하지만,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누르지 못한 듯 주저앉아 오열을 하는 관객이 있었다고 해서 유명세를 더했다. 그런데 바로 이 작품의 거의 전체를 주조색을 주황색으로 사용했다는 점이다.
이 작가가 작품에서 하늘을 상징하는 파란색 대신 주황색으로 채우고, 아래 부분 1/3을 자연을 상징하는 초록색 대신 우주, 영원, 신뢰, 평화, 진실 등 상징적 의미를 지닌 파란색으로 처리한 것에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또한 이 작가의 개인전 표제 작품 ‘봄이 오는 길(2025. 캔버스에 아크릴. 45.5x38cm.)’은 미국의 화가로 추상표현주의의 예술가 잭슨 폴록(1912~1956)의 ‘액션 페인팅’ 기법을 연상시키는데, 이른 봄에 피는 개나리꽃을 상징하는 노란색과 진달래꽃을 상징하는 분홍색으로 채웠다. 자연으로 비유될 수 있는 우리가 생활하는 사회를 향해 봄꽃처럼 아름다운 사회를 구현하고 싶은 바람을 상징화했다고 하겠다.
따라서 작가는 자신의 작품 ‘붉은 노을’ 앞에 선 관객을 향해 불협화음으로 얼룩진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생에 대한 열정을 통해 어려움 극복과 희망, 그리고 상호신뢰를 회복했을 때 평화가 찾아온다는 다양하면서 함축적인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고 하겠다.
▲“울 할머니 그림 너무 좋아해요!”-이선옥 작가의 손녀 박누리(8) 양이 엄마 정미나 씨와 함께 이 작가의 30호 크기의 작품 '화양연화(花樣年華)‘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제공: 누리 양의 이모 정유나 씨.>
이 작가의 작품에 열정과 도전적인 삶의 모습 담아
가족과 일심동체 통한 생의 즐거움, 작품으로 승화
”저는 매사에 생활을 열심히 살아가는 편이고, 하루라도 그림을 그리지 않으면 살아가는 의미가 없는 것 같다.(중략) 나의 작품 세계는 지금은 조선시대가 아니니까, 현 시대에 맞는 그림을 (관객이) 봤을 때, 에너지가 넘치고,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는, 그런 에너지가 충만한 그림을 캔버스에 표현하고 싶었다“.-이선옥 작가
“저도 미술대를 나와서 시각 디자인을 전공했는데, 엄마가 이렇게 처음으로 개인전을 열게 되셔서 포스터, 엽서와 간판 배너 등을 같이 디자인 작업을 해서 도와드리고, 엄마가 평소에 작업하시는 걸 많이 보면서, 엄마의 열정이나 예술에 대한 열망을 응원해 드리고 싶은 마음이 많이 들었다.(중략) 원래 한국화와 서예를 오랫동안 공부하셨는데 새로운 길을 개척해 나가는 걸 보면서, 저도 열정적인 모습에 많이 배우고 있다.”- 이선옥 작가의 차녀 정유나
”열정 속에 핀 꽃이라는 걸 주제로 와이프가 개인전을 갖는 것도 자랑스럽지만, 그 이전에 저는 마음적으로 너무나 감사하다. 자기 그 바쁜 와중에 시간을 내서(그림을 그리는) 저런 열정이 어디서 솟아날까 생각되면서,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을 많이 가졌다. 그림과 예술에 관해서 잘 모르기는 하지만, 와이프가 대단하다는 걸 느끼는 게 그 열정이고, 나는 그에 대한 지원을 잘 하지 못한 부분이 안타깝기는 하지만 아내의 그림을 볼 때는 마음의 평화와 안정감을 충분히 느낀다.“-이선옥 작가의 부군 정기욱
▲이선옥 작가의 부군 정기욱 씨가 아내를 껴 안으며 "수고 많았고, 고맙다"고 말하고 있다.
나가며
이 작가는 ”저는 우리 사랑하는 가족들과 일심동체가 되어서 모든 가족이 저를 협조해 주고, 저도 아끼기 위해서 새벽에 일어나서 그림도 그리고 운동도 열심히 하면서, 가사 일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며 ”제 귀여운 손녀(8. 박누리)도 있는데, 너무나 할머니 그림을 좋아하고 사랑한다. 그리고 내 그림 하나하나에는 그때그때의 순간마다 에너지가 있고 열정이 다 녹아들어 있다“고 했다.
'이선옥 개인전'을 찾은 “전생에서 7,000겁의 선근(善根)이 쌓여 만나는 인연”으로 맺어진 이 작가의 남편 정기욱 씨는 애정이 듬뿍 담긴 표정으로 “여보, 여보, 진짜 수고 많았어요. 진짜 진심이야. 대단하고…"라며 이 작가를 껴안았다.
이 작가의 치열한 삶에 대한 열정과 가족 사랑이 2025년 봄을 맞아 생애 첫 개인전을 갖는 전시 작품 캔버스 속에서 환하게 핀 아름다운 꽃향기가 한국 미술계에 널리 퍼지기를 기대한다.
▲“내가 좋아하는 울 할머니 개인전 축하 드리려고 왔어요!”-이선옥 작가의 손녀 박누리(8) 양이 엄마 정미나 씨와 함께 서울 종로구에 있는 ‘갤러리71’ 입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제공: 이선옥 작가의 장녀 정미나 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