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5-11-13(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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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대통령 배우자인 김건희 여사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지난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부토건 본사에서 압수수색을 마친 후 압수품이 담긴 박스를 들고 사무실을 나서고 있다. /뉴스1 

[칼럼] 검찰 개혁이 겨눈 '나쁜 수사', 특검은 해도 되나

“결론 정해 놓고 꿰맞춘다며 검찰은 수사 못 하게 하면서
전 정권 사냥 맡긴 특검엔 피의자 망신 주고 모욕하며
별건 수사 등 못된 짓 방치…8년 전 文 정권 닮아가나”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30일 기자회견에서 가장 힘을 준 메시지는 검찰 개혁이었다. “검찰 개혁의 필요성이 더 커졌다. 일종의 자업자득”이라면서 “추석 전까지 제도 얼개를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고 했다. 검찰이 너무 망가졌기 때문에 수술을 피할 수 없으며 속전속결로 손보겠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기소를 위해 수사하는 나쁜 관행이,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논의하는 긴 시간 동안 악화됐고 심해졌고 더 나빠졌다”고 했다. 미리 한쪽으로 결론을 내려 놓고 증거를 꿰맞춰 가는 ‘나쁜 수사’를 뿌리 뽑겠다는 취지다. ‘기소와 수사’ 분리가 그 해법이라고 했다. 검찰은 법에 규정된 기소권만 행사하고 수사에서는 손 떼게 한다는 거다.

 

어디선가 이미 본 장면 같은 기시감이 든다. 문재인 정권 사람들도 거의 똑같은 말을 하면서 검찰 개혁을 시작했다. 문 정권이 내건 양대 국정 목표는 검찰 개혁과 적폐 청산이었다. 검찰 개혁은 공수처 신설, 검경 수사권 조정을 통해 검찰 힘을 빼는 게 핵심이었다. 이빨을 제거해서 정권을 물지 못하게 만들 심산이었다.

 

적폐 청산이라는 거창한 명칭의 내용물은 자신들이 증오해 온 보수 진영 전임 대통령 두 명을 감옥에 보내는 과제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개인적으로 부정한 돈을 받은 적이 없었지만 ‘뇌물죄’로 처벌받았다. 듣도 보도 못한 두 가지 희한한 법 논리가 동원됐다. 박 전 대통령과 ‘경제 공동체’인 최순실(최서원으로 개명)씨가 삼성에서 승마 지원금을 받았다는 것이 첫째요, 삼성은 박 전 대통령에게 직접 부탁한 적은 없지만 ‘묵시적 청탁’을 했다는 게 둘째였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낚싯대에 걸릴 때까지 이 혐의, 저 혐의를 뒤지는 별건 수사로 엮었다. 당초는 국정원 댓글 지시 혐의로 수사를 시작했다가, 특수 활동비 전용 쪽으로 방향을 틀었고, 그것도 소득이 없자 ‘다스는 누구 것이냐’는 10년 전 논란까지 거슬러 올라갔다. 마침내 변호사비를 삼성에 대납시켰다는 혐의가 낚였다. 이 전 대통령을 감옥에 ‘골인’시킨 구속영장은 A4 용지 207장 분량에 혐의는 18가지에 달했다.

 

박 전 대통령은 22년, 이 전 대통령은 17년 중형을 선고받았다. 그 공로로 윤석열 검사는 서울중앙지검장에 이어 검찰총장으로 초고속 승진했고, 실무 수사를 담당한 한동훈 검사는 ‘조선 제일검’이라는 명성을 얻었다. 정권을 만족시킨 검찰의 위세는 하늘을 찔렀다. 검찰 개혁은 자연스럽게 힘을 잃었다. 이재명 대통령이 “검찰 개혁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검찰 수사가 악화되고 심화됐고, 더 나빠졌다”고 개탄하게 된 이유다.

 

이재명 정권이 내딛는 첫걸음도 문 정권과 많이 닮았다. 한 손에 검찰 개혁, 다른 손엔 내란 종식 깃발을 들고 있다. 내란 종식은 적폐 청산 시즌2다. 계엄 책임을 묻는 과정에서 전 정권 일망타진을 노린다. 다만 수사는 검찰 대신 3대 특검에 맡겼다. 문 정권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는 포석일 것이다. 그러나 특검이라는 모자만 썼을 뿐 수사 핵심 인력은 이재명 정권 사람들이 청산 대상으로 꼽아 온 검찰 특수통들이다.

 

수사 기법도 검찰이 그동안 애용하면서 욕먹어 온 그대로다. 내란 특검은 “이상민 전 행안부 장관 압수 수색 때 에르메스 가방에서 발견된 거액 현금 다발을 주목하고 있다”고 했다. 압수 수색을 집행한 경찰은 “수사 대상인 계엄과 무관해서 덮었다”는데 특검은 굳이 이 사실을 들춰냈다. 여권 사람들이 두고두고 분노를 표시해 온 노무현 전 대통령의 논두렁 시계 망신 주기를 빼닮았다. 윤석열 전 대통령을 포토라인에 세우기 위해 지하 주차장을 폐쇄해 놓고 소환한 얄팍한 조치도 똑같은 발상이다.

 

김건희 특검은 김 여사의 과거 학위 취득 과정을 살펴보고 있다고 했다. 이것 역시 특검법상 수사 대상은 아니다. ‘수사 과정에서 인지한 범죄 행위’라는 조항을 근거로 수사한다고 했다. “수사하다가 불거진 불법을 어떻게 눈감을 수 있냐”면서 별건 수사를 합리화해 온 검찰 논리다.

 

 

 

 

3대 특검에 동원된 엘리트 검사 120명이 윤 정권 먼지 떨기 경쟁을 시작했다. 피의자들을 겁주고 모욕해서 방어 의지를 무력화하는 각종 노하우가 동원될 것이다. 이 대통령이 뿌리 뽑겠다고 약속한 ‘나쁜 수사’의 전형이다. 이재명 정권 사람들이 그런 특검에 손뼉 치고 격려하는 모습이 국민 눈에 어떻게 비칠 것인가. <조선일보 김창균 논설주간. 입력 2025.07.09.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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