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새 관중 2배… 美 여자 프로 농구의 성공 비결
미국 주류 스포츠 된 WNBA
3년 새 관중 2배… 美 여자 프로 농구의 성공 비결
미국 주류 스포츠 된 WNBA
올해 뜨거운 흥행 열기로 관중 기록을 모조리 갈아치우고 있는 프로스포츠가 있다. 미국 여자 프로농구 WNBA다. 한때 NBA(미 프로농구)에 밀려 ‘B급 리그’ 취급을 받았던 WNBA는 8일 기준 시즌 누적 관중 302만37명(267경기), 경기당 평균 1만981명으로 역대 최다 기록을 세웠다. 미 경제 전문지 포브스는 “WNBA가 평균 1만명대 관중을 동원하며 4대 프로 리그(NFL·MLB·NBA·NHL)의 뒤를 잇는 ‘주류 스포츠’로 부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1년 전만 해도 팬들이 WNBA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수퍼스타’ 케이틀린 클라크(23)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아이오와 대학 시절 장거리 3점포를 앞세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클라크는 WNBA 전체 1순위 신인으로 인디애나 피버에 입단했고, 구름 관중을 몰고 다녔다. 그가 원정 경기에 나서는 도시마다 티켓이 동나면서 ‘클라크노믹스’라는 말까지 생겼다. 하지만 올 시즌 클라크가 부상으로 단 13경기만 나섰음에도 WNBA는 놀라운 흥행 곡선을 그리고 있다. 하루 평균 시청자 수가 79만4000명으로, 지난 시즌 평균보다 약 21%가량 증가했다. 단순히 한두 명의 ‘스타 효과’로 설명할 수 없는 폭발적인 열기다.
WNBA의 흥행 비결엔 상품(경기)의 질을 높이고, 소비자와 접점을 넓히며, 시장을 확장한다는 3대 성장 전략이 있었다. 혁신을 거듭한 WNBA의 성공 전략은 팬들의 무관심 속에 ‘그들만의 리그’로 위상이 떨어진 국내 남녀 프로농구에도 많은 교훈을 던져준다.
◇ 전세기로 높아진 경기력
지난해 ‘클라크 효과’로 재미를 본 WNBA엔 올 시즌 호재가 있었다. 대학 시절부터 클라크의 라이벌로 주목받던 페이지 베커스(24·댈러스 윙스)가 합류하면서 흥행 요소가 늘어난 것이다. 하지만 WNBA는 ‘스타 파워’에만 의존하지 않았다. WNBA가 팬들에게 매력적인 상품이 되기 위해선 무엇보다 경기 퀄리티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과감한 투자에 나선 것이다.
리그 사무국은 2024시즌부터 2년간 5000만달러를 들여 전 구단 상시 전세기 운용을 지원했다. 선수들의 이동 피로를 줄여 경기력을 높이겠다는 판단이었다. 미네소타 링스의 가드 케일라 맥브라이드는 “장거리 원정의 부담이 줄면서 선수들은 더 좋은 경기를 팬들에게 보여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구단들도 투자를 아끼지 않으며 전용 훈련 시설을 앞다퉈 갖춰나갔다. 최근 피닉스 머큐리는 1억달러, 시애틀 스톰은 6400만달러를 투입해 새 훈련장을 열어 선수들에게 최적의 환경을 제공했다.
◇ 볼 수 있게 하니 팬이 늘었다
WNBA는 한때 ‘보고 싶어도 보기 어려운’ 리그였다. 평일 낮에 케이블 채널 위주로 중계방송이 되다 보니 팬들의 접근성이 떨어졌다. 리그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상품의 절대 투입량을 늘렸다. 올 시즌 팀당 정규 시즌 경기를 34경기에서 44경기, 파이널은 5전 3선승제에서 7전 4선승제로 확대했다.
중계 편성도 공격적으로 확대했다. 지상파 ABC가 13경기를 중계하는 등 100경기 이상이 전국 방송을 탔다. 소셜미디어와 유튜브 채널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팬들과 접점을 넓혔다. WNBA 최고 마케팅 담당자 필 쿡은 “우리는 선수들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고 있기에 팬들이 볼 수 있는 통로만 확대하면 자연스럽게 흥행으로 연결될 것이라 생각했다”고 했다. WNBA는 2026년부터 디즈니(ESPN)와 아마존, NBC유니버설과 11년간 22억달러(약 3조원) 규모 중계권 계약을 맺으며 안정적인 중계 플랫폼과 함께 확고한 수익 기반을 확보했다.
◇ 확장 거듭하는 리그
WNBA 흥행 돌풍의 중심엔 올해 창단한 신생팀 골든스테이트 발키리스가 있다. 발키리스는 올 시즌 22번의 홈경기를 전석 매진시키며 역대 최다인 경기당 평균 1만8064명의 관중을 끌어 모으고 있다. 같은 홈구장(샌프란시스코 체이스 센터)을 쓰는 NBA 수퍼스타 스테픈 커리의 팀,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인기에 따른 ‘후광 효과’가 아니다. 실제 시즌권 구매자 96%가 워리어스 팬과 겹치지 않는 새로운 농구 팬들이다.
WNBA는 지난달 캐나다 밴쿠버에서 처음 경기를 여는 등 외연 확장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시애틀 스톰과 애틀랜타 드림이 맞붙은 이 경기는 1만5892명 관중이 들어차 매진을 기록했다. 발키리스의 성공에 힘입어 리그엔 새로운 팀들이 속속 합류한다. 2026년 토론토와 포틀랜드를 시작으로 클리블랜드와 디트로이트, 필라델피아 연고 구단 등을 더해 2030시즌엔 18팀 체제를 완성한다는 구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