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5-11-08(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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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노벨문학상은 헝가리 소설가 라슬로 크러스너호르커이에게 돌아갔다. 스웨덴 한림원은 “라슬로는 종말론적 두려움 속에서도 강렬하고 선구적인 작품으로 예술의 힘을 재확인한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EPA 연합뉴스

 

2025 노벨 문학상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부조리와 그로테스크

카프카 계보 잇는 현대문학 거장

 

헝가리 현대 문학의 거장, 묵시록 문학의 대가로 불리는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Krasznahorkai László·71)가 올해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

 

9일(현지 시각) 스웨덴 한림원은 “종말론적 공포의 한가운데에서도 예술의 힘을 다시금 확인시켜 주는 강렬하고도 예언적인 작품 세계를 높이 평가한다”며 선정 이유를 밝혔다. 이어 “중앙 유럽의 대서사 전통을 잇는 작가로, 프란츠 카프카에서 토마스 베른하르트로 이어지는 부조리와 그로테스크의 계보에 속한다”고 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방문 중에 소식을 들은 크러스너호르커이는 이날 스웨덴 라디오 방송을 통해 “노벨상 수상자로서의 첫날”이라며 “매우 기쁘고 평온(calm)하면서도 긴장된다”는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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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코리아 2025년 노벨문학상은 헝가리 소설가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에게 돌아갔다. 스웨덴 한림원은 “크러스너호르커이는 종말론적 두려움 속에서도 강렬하고 선구적인 작품으로 예술의 힘을 재확인한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사진은 지난 2018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인터뷰 당시 모습.

 

1954년 헝가리 남동부 루마니아 국경 근처 소도시 줄러에서 태어났다. 부다페스트대에서 법학과 문학을 공부했다. 출판사 편집자, 프리랜서 작가로 지냈다. 1987년 독일로 유학을 떠났고, 이후 프랑스·네덜란드·이탈리아·그리스·중국·일본·미국 등 세계 여러 나라에 머물며 작품을 써 왔다. 작품에 동양적 사유와 명상적 어조가 녹아든 배경이다.

 

가장 잘 알려진 대표작은 1985년 발표한 첫 소설 ‘사탄탱고’다. 국내에도 번역돼 있다. 크러스너호르커이는 이 작품으로 단숨에 헝가리 문단의 주목을 받았다. 이 밖에 주요 작품으로 ‘저항의 멜랑콜리’(1989), ‘전쟁과 전쟁’(1999), ‘서왕모의 강림’(2008), ‘라스트 울프’(2009), ‘세계는 계속된다’(2013)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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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헝가리 작가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의 저서들./AFP 연합뉴스

 

‘사탄탱고’는 1994년 헝가리 작가주의 감독 타르 벨라에 의해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미출간 원고를 읽은 타르가 곧장 크러스너호르커이의 집을 찾아가 영화로 만들자고 설득한 일화가 유명하다. 두 사람의 인연은 이후에도 이어진다. 크러스너호르커이는 시네필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영화인 타르의 ‘토리노의 말’(2011) 각본가이기도 하다.

 

2010년대 들어 미국 문학 출판사 뉴디렉션에서 그의 작품이 번역되면서 영미권에도 팬덤이 쌓였다. 2012년 영국 가디언은 ‘왜 뉴욕 문단이 헝가리 문학에 열광하는가’라는 기사를 통해 그를 소개했다. 2014년 뉴욕타임스는 “당신이 음울함, 불안, 세계의 예측 불가능성을 사랑한다면 라슬로가 당신의 작가일 것”이라고 했다. 크러스너호르커이는 자신의 작품 세계를 관통하는 종말론적 성향에 대해 “아마도 나는 지옥에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독자들을 위한 작가인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카프카를 자신의 문학적 영웅으로 꼽는다. 2013년 영국 문학 잡지 화이트 리뷰 인터뷰에서 “카프카를 읽지 않을 때는 카프카를 생각한다. 카프카를 생각하지 않을 때는 그를 그리워한다”고 했다. 2018년 문학 잡지 파리 리뷰 인터뷰에서 “카프카의 ‘성’을 성경처럼 여겼던 시절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후에도 “12세 때 읽었던 카프카의 ‘성’에 감사를 표한다. 내 운명은 그때 이미 정해졌다고 믿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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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 헝가리 작가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크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홈페이지

 

미국 작가·비평가 수전 손태그는 그를 “현존하는 묵시록 문학의 최고 거장”이라고 추켜세웠다. 독일 작가 W G 제발트는 “그의 보편성은 동시대 문학이 다루는 사소한 관심사를 능가한다”고 했다.

 

올해 2월 미국 문예지 예일 리뷰 인터뷰에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내 눈앞에서 더럽고 추악한 전쟁이 펼쳐지고 있다. 세상은 그에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나는 익숙해질 수 없다. (중략) 이 모든 일이 벌어지는 동안 디지털 공간에서는 기술의 무서운 속도로의 발전이 곧 아름다운 새 세상을 가져올 것이라는 미래의 비전이 제시되고 있다. 이건 완전한 광기”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헝가리는 물론 독일·스위스 등 세계 각국에서 상을 받았다. 2015년 영국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받을 당시 심사위원장 마리나 워너는 “공포스럽고 기이하며 끔찍하게 우스꽝스럽고 때로는 압도적으로 아름다운 장면들 속에서 존재의 질감을 포착한다”고 평했다. 당시 인터뷰에서 그는 자신의 작품 세계를 이렇게 요약했다. “언어 속의 아름다움, 지옥 속의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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