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규 끝내고 통합이룬 미주한인회총연합회-3개 단체로 나뉘었던 미주총연 대표들은 지난 2월 통합에 합의했고 5월 총회를 거쳐 분규를 종식했다. 좌측부터 국승구·김병직 미주총연 공동회장, 서정일 미주총연 이사장, 폴 송 명예총회장. [미주총연 제공]
외교부 분규단체 ‘미주한인회총연합회’ 지정 해지 통보…한인사회 "다시는 분열 없기를"
분규 단체를 가까스로 면한 미주한인회총연합회(이하 미주총연, 공동회장 김병직·국승구)는 동포사회의 희망대로 환골탈태할 수 있을까.
외교부가 지난 26일 7년간 분쟁을 이어오다가 지난 5월 총회에서 통합을 이뤄낸 미주총연을 분규 단체 지정 해제를 하자 현지 동포사회는 환영의 뜻을 표하면서도 뼈를 깎는 자성의 노력과 신뢰 회복을 위한 개혁이 필요하다고 일제히 입을 모으고 있다.
미주총연은 8월 1일부터 정부 주관 행사 초청 대상에 다시 포함됐고, 재외동포재단의 각종 행사 지원금 교부도 받을 수 있게 돼 정부가 인정하는 한인사회 단체의 기능을 회복한다. 또 회장이 당연직으로 들어가던 세계한인회장대회 운영위원에 복귀하고 지난해 발족한 세계한인회총연합회에도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미국 내 각 지역 한인회는 170여 개에 달한다. 미주총연은 이들 지역의 전·현직 한인회장이 참여해 1977년 결성된 연합단체다.
45년의 역사가 있지만, 그동안 회장 선거를 둘러싼 내홍이 여러 차례 있었고 최근에는 7년이나 분열에 분열을 거듭하면서 미주 한인사회를 대변할 대표성을 잃어버렸다는 소리까지 들었다.
현지 동포 언론인은 31일 전화 통화에서 "미주총연이 무엇보다 현직 한인회장 중심의 체제로 바뀌어야 한다"고 방향을 제시했다. 제1대부터 29대까지 각 지역 전직 한인회장들이 회장을 거의 독식했고, 일부 기득권 그룹들이 선거를 좌지우지하면서 싸움이 끊이질 않았기에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에서 나왔다고 볼 수 있다.
세계한인언론인연합회 수석부회장으로 미주총연 사태를 오랫동안 보도해온 경윤주 텍사스 코리아타임즈 대표는 "미주총연은 현재 한인사회에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마치 한인사회 리더인 것처럼 행세하고 자신들의 '회장' 직함을 즐기는 놀이터였던 게 사실"이라며 "이 놀이터에서 가장 횡행했던 놀이가 '편 가름'"이라고 분열이 지속된 이유를 분석했다.
경 대표는 미주총연이 진정한 통합을 이루려면 가장 먼저 내부 갈등의 불씨부터 진화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무엇보다도 미주총연 스스로 미주 한인사회의 상위조직이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실제로 대부분 지역의 한인회는 미주총연을 상위조직으로 인정하지 않는 게 현실"이라며 "한인사회의 리더로 거듭나려면 각 지역의 현직 한인회 사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한인 위상 강화를 위해 노력하는 동포사회 후원군이 되어야 한다"고 아이디어를 내놨다.
환골탈태를 위해서는 미주총연 창립 정신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미주총연 사무총장을 역임하기도 했던 김영근 세계한인네트워크 회장은 "모래알처럼 흩어진 한인사회를 하나로 묶어서 연방정부를 상대로 권익을 신장하고 또 현지화하는 차세대를 육성하기 위해 뭉친 것이 미주총연의 시작"이라며 "지금이야말로 설립 취지에 맞는 일에 매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분쟁이 한창이던 지난해 편 가르기를 그만하고 통합하라는 호소문을 동포언론에 내기도 했던 박해달 미주총연 2대 회장은 "이민 1세들이 피땀 흘려 일군 한인 이민사가 깊이 뿌리 내리고 열매 맺기 위해서는 상처 난 미주총연에 반창고를 붙이는 게 아니라 대수술을 감행해야 한다"며 "분열을 해소하기 위해 미주 전 지역 전·현직 회장들이 참여하는 상벌위원회 등 각 분과위원회를 통해 백년대계의 시스템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2월 미주총연 통합을 위해 3개로 나뉘었던 단체가 합의할 때 참관했던 정광일 재외동포재단 이사는 "또다시 분열이 생겨 현지 법원에 소송을 거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이사는 "이를 위해 전직 외교관·동포재단 임원, 학계 인사 등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없는 인사들로 구성된 '한인회 분쟁조정위원회'를 만드는 것도 적극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모국 정치권에 진출하기 위한 징검다리로 미주총연을 이용하려는 인사를 배제해 순수 봉사단체로 거듭나야 한다는 쓴소리도 나왔다.
이구홍 해외교포문제연구소 소장은 "2012년 재외국민 참정권이 부여되면서 정치권이 여야를 막론하고 표를 얻기 위해 동포단체에 손을 내밀기 시작했고, 이를 계기로 미주총연 일부 인사들이 정치권에 줄 대기 하는 등 단체의 취지에 어긋난 행동을 했다"고 지적했다.
이 소장은 "미주총연이 한인 사회를 대표하는 단체로 거듭나려면 정치하려는 인사가 발을 못 붙이는 풍토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27일 김병직·국승구 공동회장과 서정일 미주총연 이사장 공동명의로 회원들에게 외교부의 분규단체 지정 해지 통보를 전하면서 "회원 여러분의 인내와 지혜가 더해 통합의 결실을 보았고 분규단체 해지로 제한당해 왔던 불명예가 완전히 풀렸다"며 "족쇄를 벗은 만큼 명실상부한 미주 한인사회 대표기관으로서의 위치를 재정립하기 위해 나아가겠다"고 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