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3-10-11(수)

오늘의 시(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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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꽃잎-이정하
    꽃잎-이정하 그대를 영원히 간직하면 좋겠다는 나의 바람은 어쩌면 그대를 향한 사랑이 아니라 쓸데없는 집착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대를 사랑한다는 그 마음마저 버려야 비로소 그대를 영원히 사랑할 수 있음을.. 사랑은 그대를 내게 묶어 두는 것이 아니라 훌훌 털어 버리는 것임을.. 오늘 아침 맑게 피어나는 채송화 꽃잎을 보고 나는 깨달을 수 있습니다. 그 꽃잎이 참으로 아름다운 것은 햇살을 받치고 떠 있는 자줏빛 모양새가 아니라 자신을 통해 씨앗을 잉태하는, 그리하여 씨앗이 영글면 훌훌 자신을 털어 버리는 그 헌신 때문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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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08-17
  • 남편-문정희
    남편-문정희 아버지도 아니고 오빠도 아닌 아버지와 오빠 사이의 촌수쯤 되는 남자 내게 잠 못 이루는 연애가 생기면 제일 먼저 의논하고 물어보고 싶다가도 아차, 다 되어도 이것만은 안 되지 하고 돌아누워 버리는 세상에서 제일 가깝고 제일 먼 남자 이 무슨 원수인가 싶을 때도 있지만 지구를 다 돌아다녀도 내가 낳은 새끼들을 제일로 사랑하는 남자는 이 남자일 것 같아 다시금 오늘도 저녁을 짓는다 그러고 보니 밥을 나와 함께 가장 많이 먹은 남자 전쟁을 가장 많이 가르쳐준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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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8-09
  • 8월의 시-오세영
    8월의 시-오세영 8월은 오르는 길을 멈추고 한번쯤 돌아가라는 길을 생각하게 만드는 달이다. 피는 꽃이 지는 꽃을 만나듯 가는 파도가 오는 파도를 만나듯 인생이란 가는 것이 또한 오는것 풀섶에 산나리 초롱꽃이 한창인데 세상은 온통 초록으로 법석이는데 8월은 정상에 오르기 전 한번쯤 녹음에 지쳐 단풍이 드는 가을 산을 생각하는 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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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8-03

실시간 한국 기사

  • 세월-서미정
    세월-서미정 하루해는 길다 한 달은 어젯밤 떠난 기차 같고 일 년은 언제 갔는지 아련하다 아! 세월아 강처럼 흘러간 날 들 거울 속 그대는 추억하는가 사랑하는 이여 그대는 연년(年年)의 그루터기에 기대어 서서 이제 무엇이 보이는가 그리움 기쁨 슬픔 좌절 희망 사랑... 그 순간순간의 시간들 삶의 실오라기들이 뭉치고 흘러 세월의 강둑에서 그대 무엇이 되어 서 있으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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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01-11
  • 첫밤-채호기
    첫밤-채호기 모든 사건은 밤에, 안개의 살갗처럼 움직인다. 너는 나의 미로이다. 첫밤은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처럼 내 코 앞에 머물러 있다, 그날 어둠 속에서 입 속으로 얼음 같은 칼날처럼 너의 혀를 찔러 넣었듯이. 목마르게 기다리고 있는 목구멍의 심지 같은 목젖과 바싹 마른 꽃잎처럼 가벼운 날아가버릴 것 같은 혓바닥을 폭발하는 뜨거움으로 점화시키던 불인두 같은 너의 혀처럼, 입술처럼. 순식간에 빨갛게 달아오르던 몸에로, 한 물결이 다른 물결을 일으키듯이, 한 바람이 다른 바람을 펄럭이듯이, 해일이 덮치듯 추락하며 쏟아지던 너의 몸, 너는 그때 절망이었다. 쓰러지던 몸을 받쳐준 것은 너의 입술. 끝나지 않은 끝에 대롱대롱 매달린 벌집처럼 너의 입술에 매달려 있었다. 지금에 와서, 나는 너를 희망이었다고 되새긴다. 너는 새벽처럼 팔을 베고 있고 너는 나의 미로이다. 희망은 미로이다. 내 코 앞에 향기만 남기고 네 머리카락이 바람에 날려 사라진다. 네 머리카락 그림자 아침 하늘에 구름으로 떠 있다. 나에게로 오는 햇살을 참빗처럼 거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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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12-29
  • 빈 손46-성기완
    빈 손46-성기완 당신을 원하지 않기로 한 바로 그 순간 나는 떠돌이가 돼 그것을 놓았는데 다른 무얼 원할까 그 무엇도 가지기가 싫은 나는 빈 손, 잊자 잊자 혀를 깨물며 눈을 감고 돌아눕기를 밥먹듯, 벌집처럼 조밀하던 기억의 격자는 끝내 허물어져 뜬구름, 이것이 내가 원하던 바로 그것이긴 한데 다시 생각해보면 어떻게 이렇게 잊혀지고 말 수가 있을까 바로 그 때문에 슬픔은 해구보다 더 깊어져 나는 내 빈 손을 바라보다 지문처럼 휘도는 소용돌이 따라 망각의 물로 더 깊이 잠수하며 중얼거려 잊자 잊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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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12-22
  • 가을밤 하늘-서미정
    가을밤 하늘-서미정 늦가을 겸손히 흔들리는 나뭇잎은 향기롭기만 합니다 삶의 이치를 통달하고 모든 것을 내려놓은 평안함이 불어옵니다 어떤 이는 말했죠 감자를 키우기 위해 감자꽃을 꺾어야 했다고 모진 겨울 추위를 이겨내기 위해 이미 가지엔 물기를 뺀 듯 가뿐하기만 합니다 이 홀가분한 행복감을 함께하듯 초승달과 유난히 빛나는 별 하나 하늘 눈마중 또렷이 드리웠습니다. 플라타너스 소나무와 함께 나도 나무처럼 서 봅니다 향긋한 행복감이 볼을 스쳐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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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12-15
  • 아주 옛날에-김영태
    아주 옛날에-김영태 네가 없으니 춥다 (소지품들을 봉투에 담는다) 조막손이 쉬고 가던 유방도 담는다 어머니보다 거기 따뜻한 품이 있었다 아주 옛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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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12-05
  • 대설주의보-최승호
    대설주의보-최승호 해일처럼 굽이치는 백색의 산들, 제설차 한 대 올 리 없는 깊은 백색의 골짜기를 메우며 굵은 눈발은 휘몰아치고, 쬐그마한 숯덩이만 한 게 짧은 날개를 파닥이며...... 굴뚝새가 눈보라 속으로 날아간다 길 잃은 등산객들 있을 듯 외딴 두메 마을 길 끊어 놓을 듯 은하수가 펑펑 쏟아져 날아오듯 덤벼드는 눈, 다투어 몰려오는 힘찬 눈보라의 군단, 눈보라가 내리는 백색의 계엄령 쪼그마한 숯덩이만 한 게 짧은 날개를 파닥이며...... 날아온다 꺼칠한 굴뚝새가 서둘러 뒷간에 몸을 감춘다 그 어디에 부리부리한 솔개라도 도사리고 있다는 것일까 길 잃고 굶주리는 산짐승들 있을 듯 눈더미의 무게로 소나무 가지들이 부러질 듯 다투어 몰려오는 힘찬 눈보라의 군단, 때죽나무와 때 끓이는 외딴집 굴뚝에 해일처럼 굽이치는 백색의 산과 골짜기에 눈보라가 내리는 백색의 계엄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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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11-30
  • 버클리풍의 사랑 노래-황동규
    버클리풍의 사랑 노래-황동규 내 그대에게 해주려는 것은 꽃꽂이도 벽에 그림 달기도 아니고 사랑 얘기 같은 건 더더욱 아니고 그대 모르는 새에 해치우는 그냥 설거지일 뿐. 얼굴 붉은 사과 두 알 식탁에 얌전히 앉혀두고 간장병과 기름병을 치우고 수돗물을 시원스레 틀어놓고 마음보다 더 시원하게, 접시와 컵, 수저와 잔들을 프라이팬을 물비누로 하나씩 정갈히 씻는 것. 겨울 비 잠시 그친 틈을 타 바다 쪽을 향해 우윳빛 창 조금 열어놓고, 우리 모르는 새 언덕 새파래지고 우리 모르는 새 저 샛노란 유채꽃 땅의 가슴 간지르기 시작했음을 알아내는 것, 이국(異國) 햇빛 속에서 겁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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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11-27
  • 연애의 법칙-진은영
    연애의 법칙-진은영 너는 나의 목덜미를 어루만졌다 어제 백리향의 작은 잎들을 문지르던 손가락으로. 나는 너의 잠을 지킨다 부드러운 모래로 갓 지어진 우리의 무덤을 낯선 동물이 파헤치지 못하도록. 해변의 따스한 자갈, 해초들 입 벌린 조가비의 분홍빛 혀 속에 깊숙이 집어넣었던 하얀 발가락으로 우리는 세계의 배꼽 위를 걷는다 그리고 우리는 서로의 존재를 포옹한다 수요일의 텅 빈 체육관, 홀로, 되돌아오는 샌드백을 껴안고 노오란 땀을 흘리며 주저앉는 권투 선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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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11-24
  • 납작한 아침-이성미
    납작한 아침-이성미 침대에서 일어났을 때 종이에서 오려진 것 같았어. 하늘에 납작한 동그라미. 태양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빛의 기운. 빛나려는 의지. 만질 수 없고 보이지 않고 느껴지는 것이라면 내 마음속에도 태양이. 언제 터질지 모르는 흑점이. 뒤에서 등을 떠미는 검은 그림자. 앞에서 달려드는 태양의 폭발. 납작한 종이 인형이 되어 내부가 사라지려고 한다면 바로 그때부터 나는 나로 존재하려는 의지. 납작한 토스트에 납작한 칼로 잼을 발라 씹어 먹는 내 눈과 내 입과 내 손을 사용하여 기지개를 켜면서 보니 신문 종이에는 풍요로운 나무들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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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11-22
  • 마음에 대한 보고서 8-박찬일
    마음에 대한 보고서 8-박찬일 나는 가끔, 내 그것을 물려는 느낌을 받는다 뼈가 유연하면 몸을 둥글게 굽혀 그것을 물수가 있다고 생각한다 혼자 살 수 있었을 텐데 물론 그게 전부는 아니지만 틀림없이 덜 외로웠을 텐데 여자 앞에서 주눅 안 들었을텐데 생각한다 여자를 남자처럼 그러니까 여자를 인간처럼 남자를 인간처럼 대했다면 온전한 인생을 살았을 텐데 온전한 인생을 살길 원했는데 생각한다 여자도 그랬을 텐데 생각한다
    • 오늘의 시(詩)
    • 한국
    2024-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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