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3-09-13(수)

오늘의 시(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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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편-문정희
    남편-문정희 아버지도 아니고 오빠도 아닌 아버지와 오빠 사이의 촌수쯤 되는 남자 내게 잠 못 이루는 연애가 생기면 제일 먼저 의논하고 물어보고 싶다가도 아차, 다 되어도 이것만은 안 되지 하고 돌아누워 버리는 세상에서 제일 가깝고 제일 먼 남자 이 무슨 원수인가 싶을 때도 있지만 지구를 다 돌아다녀도 내가 낳은 새끼들을 제일로 사랑하는 남자는 이 남자일 것 같아 다시금 오늘도 저녁을 짓는다 그러고 보니 밥을 나와 함께 가장 많이 먹은 남자 전쟁을 가장 많이 가르쳐준 남자
    • 오늘의 시(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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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8-09
  • 8월의 시-오세영
    8월의 시-오세영 8월은 오르는 길을 멈추고 한번쯤 돌아가라는 길을 생각하게 만드는 달이다. 피는 꽃이 지는 꽃을 만나듯 가는 파도가 오는 파도를 만나듯 인생이란 가는 것이 또한 오는것 풀섶에 산나리 초롱꽃이 한창인데 세상은 온통 초록으로 법석이는데 8월은 정상에 오르기 전 한번쯤 녹음에 지쳐 단풍이 드는 가을 산을 생각하는 달이다.
    • 오늘의 시(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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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8-03

실시간 한국 기사

  • 여름 가고 가을 오듯-박재삼
    여름 가고 가을 오듯-박재삼 여름 가고 가을 오듯 해가 지고 달이 솟더니, 땀을 뿌리고 오곡을 거두듯이 햇볕 시달림을 당하고 별빛 보석을 줍더니, 아, 사랑이여 귀중한 울음을 바치고 이제는 바꿀 수 없는 노래를 찾는가.
    • 오늘의 시(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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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9-10
  • 9월의 시-조병화
    9월의 시-조병화 인간은 누구나 스스로의 여름만큼 무거워지는 법이다 스스로 지나온 그 여름만큼 그만큼 인간은 무거워지는 법이다 또한 그만큼 가벼워지는 법이다 그리하여 그 가벼운만큼 가벼이 가볍게 가을로 떠나는 법이다 기억을 주는 사람아 기억을 주는 사람아 여름으로 긴 생명을 이어주는 사람아 바람결처럼 물결처럼 여름을 감도는 사람아 세상사 떠나는 거 비치파라솔은 접히고 가을이 온다
    • 오늘의 시(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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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9-08
  • 허망(虛妄)에 관하여 - 김남조
    허망(虛妄)에 관하여 - 김남조 내 마음을 열 열쇠꾸러미를 너에게 준다 어느 방 어느 서랍이나 금고도 원하거든 열거라 그러하고 무엇이나 가져도 된다 가진 후 빈 그릇에 허공부스러기쯤 담아 두려거든 그렇게 하여라 이 세상에선 누군가 주는 이 있고 누군가 받는 이도 있다 받아선 내버리거나 서서히 시들게 놔두기도 한다 이런 이 허망이라 한다 허망은 삶의 예삿일이며 이를테면 사람의 식량이다 나는 너를 허망의 짝으로 선택했다 너를 사랑한다
    • 오늘의 시(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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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8-25
  • 여름의 칼-김소형
    여름의 칼-김소형 화난 강을 지난 우리는 툇마루에 앉았다 참외를 쥐고 있는 손 예전부터 칼이 무서웠지 그러나 무서운 건 칼을 쥔 자의 마음 사람의 마음에서 일어나는 일을 칼은 알아야 한다 여름의 창이 빛나고 열차는 북쪽으로 움직이고 강가에서 사람은 말을 잃고 있었다 (하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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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8-24
  • 대추 한 알-장석주
    대추 한 알-장석주 ‘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 몇 개 저 안에 천둥 몇 개 저 안에 벼락 몇 개 저게 저 혼자 둥글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무서리 내리는 몇 밤 저 안에 땡볕 두어 달 저 안에 초승달 몇 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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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8-21
  • 울고 싶은 마음-박소란
    울고 싶은 마음-박소란 그러나 울지 않는 마음 버스가 오면 버스를 타고 버스에 앉아 울지 않는 마음 창밖을 내다보는 마음 흐려진 간판들을 접어 꾹꾹 눌러 담는 마음 마음은 남은 서랍이 없겠다 없겠다 없는 마음 비가 오면 비가 오고 버스는 언제나 알 수 없는 곳에 나를 놓아두는 것 나는 다만 기다리는 것 사람이 오면 사람이 가고 비 오는 날을 좋아한다고 더는 말하지 말아야지 암병원 흐릿한 건물 안에서 바깥을 내다보는 사람에게 손을 흔드는 마음 마음을 시로 쓰지는 말아야지 다짐하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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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8-13
  • 쓸쓸한 여름-나태주
    쓸쓸한 여름-나태주 챙이 넓은 여름 모자 하나 사 주고 싶었는데 그것도 빛깔이 새하얀 걸로 하나 사 주고 싶었는데 올해도 오동꽃은 피었다 지고 개구리 울음 소리 땅 속으로 다 자즈러들고 그대 만나지도 못한 채 또다시 여름은 와서 나만 혼자 집을 지키고 있소 집을 지키며 앓고 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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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8-12
  • 8월처럼 살고 싶다-靑民 박철언
    8월처럼 살고 싶다-靑民 박철언 이글거리는 태양아래 영혼마저 태우는 듯한 열기 8월에는 새롭게 시작하고 싶다. 울창한 진초록이 한창인데 애처로운 매미 소리속에 약동하는 푸른 생명체들을 보면서 환희에 젖어 떨리는 가슴으로 8월처럼 살고 싶다. 지난날의 추위와 어둠을 덮고 갈등에 일그러진 영혼들을 싱그러운 숲과 침묵의 바다로 세탁하고 싶다 성숙의 가을을 예비하면서 향기로운 땀을 흘리며 일하고 노래하며 뜨겁게 살고 싶다 녹음처럼 그 깊어감이 아름다운 8월에는 가끔씩 소나기가 찾아와 목마른 이들에게 감로수가 되게 하소서 ▲박철언 시인(왼쪽)이 서초포럼 모임에서 김학우 세계한인재단 총감독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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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8-09
  • 고별-김상기
    고별-김상기 아내가 많이 아프다 눈 꼭 감고 참고 있다가 문득 혼잣말처럼 묻는다 ‘날 사랑해?’ 나는 화들짝 놀라 대답한다 ‘그럼! 사랑하고말고!’ 아내가 생전 하지 않던 청을 한다 ‘나 한 번 안아 줄래?’ 나는 고꾸라지듯 아내를 안는다 목구멍 속으로 비명이 터진다 ‘여보! 제발 가지 마!’ 이윽고 아내가 가만히 나를 민다 ‘이제 됐어… ’ 여간해선 울지 않는 아내 눈이 흠뻑 젖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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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6-20
  • 밥 먹는 풍경―안주철
    밥 먹는 풍경―안주철 둥그렇게 어둠을 밀어올린 가로등 불빛이 십원일 때 차오르기 시작하는 달이 손잡이 떨어진 숟가락일 때 엠보싱 화장지가 없다고 등 돌리고 손님이 욕할 때 동전을 바꾸기 위해 껌 사는 사람을 볼 때 전화하다 잘못 뱉은 침이 가게 유리창을 타고 유성처럼 흘러내릴 때 아이가 아이스크림을 사러 와 냉장고 문을 열고 열반에 들 때 가게 문을 열고 닫을 때마다 진열대와 엄마의 경제가 흔들릴 때 가게 평상에서 사내들이 술 마시며 떠들 때 그러다 목소리가 소주 두 병일 때 물건을 찾다 엉덩이와 입을 삐죽거리며 나가는 아가씨가 술 취한 사내들을 보고 공짜로 겁먹을 때 이놈의 가게 팔아버리라고 내가 소릴 지를 때 아무 말 없이 엄마가 내 뒤통수를 후려칠 때 이런 때 나와 엄마는 꼭 밥을 먹고 있다
    • 오늘의 시(詩)
    • 한국
    2023-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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