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3-10-11(수)

오늘의 시(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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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편-문정희
    남편-문정희 아버지도 아니고 오빠도 아닌 아버지와 오빠 사이의 촌수쯤 되는 남자 내게 잠 못 이루는 연애가 생기면 제일 먼저 의논하고 물어보고 싶다가도 아차, 다 되어도 이것만은 안 되지 하고 돌아누워 버리는 세상에서 제일 가깝고 제일 먼 남자 이 무슨 원수인가 싶을 때도 있지만 지구를 다 돌아다녀도 내가 낳은 새끼들을 제일로 사랑하는 남자는 이 남자일 것 같아 다시금 오늘도 저녁을 짓는다 그러고 보니 밥을 나와 함께 가장 많이 먹은 남자 전쟁을 가장 많이 가르쳐준 남자
    • 오늘의 시(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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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8-09
  • 8월의 시-오세영
    8월의 시-오세영 8월은 오르는 길을 멈추고 한번쯤 돌아가라는 길을 생각하게 만드는 달이다. 피는 꽃이 지는 꽃을 만나듯 가는 파도가 오는 파도를 만나듯 인생이란 가는 것이 또한 오는것 풀섶에 산나리 초롱꽃이 한창인데 세상은 온통 초록으로 법석이는데 8월은 정상에 오르기 전 한번쯤 녹음에 지쳐 단풍이 드는 가을 산을 생각하는 달이다.
    • 오늘의 시(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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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8-03

실시간 한국 기사

  • 내 마음의 협궤열차 1-이가림
    내 마음의 협궤열차 1-이가림 측백나무 울타리가 있는 정거장에서 내 철없는 협궤열차는 떠난다 너의 간이역이 끊어진 철교 그 너머 아스라한 은하수 기슭에 있다 할지라도 바람 속에 말달리는 마음 어쩌지 못해 열띤 기적을 울리고 또 울린다 바다가 노을을 삼키고 노을이 바다를 삼킨 세계의 끝 그 영원 속으로 마구 내달린다 츨발하자마자 돌이킬 수 없는 뻘에 처박히고 마는 내 철없는 협궤열차 오늘도 측백나무 울타리가 있는 정거장에서 한 량 가득 그리움 싣고 떠난다
    • 오늘의 시(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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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02-18
  • 꽃샘추위-박노해
    꽃샘추위-박노해 꽃샘추위 매섭다 갓 꽃피어 나려던 영춘화, 노루귀, 앉은부채, 산수유, 생강나무 작은 꽃눈을 꼬옥 감고 오돌돌 떨고 있다 누군가 봄이 오는 걸 시샘하는 걸까 대지를 얼려 꽃피는 힘을 길러주던 겨울이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마지막 악역을 맡는 걸까 모든 것에는 어느 정도 장애가 있어야 좋은 소식도 올 수 있다는 세상 이치를 가르침일까 꽃샘추위 매섭다 긴 고생 끝에 이제 꽃피는 일만 남았으니 마지막 자기점검을 다시 하라고, 꽃이 피면 절정을 넘어 지는 일밖에 없으니 나직하게 피어나라는 당부의 말씀일까 여린 꽃눈에 맺힌 눈물 어린 눈동자로 피고지고 지고 피는 앞날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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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02-16
  • 돌탑- 이찬
    돌탑- 이찬 누군가 버리지 못한 마음 하나 있어 얹었다 마음 하나 버릴 수 없어 얹었다 버릴 수 없고 버리지 못한 마음들이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위태로움 꿰차고 모였다 비 내려와 마음들을 비집고 씨 하나 낳았다 미끌미끌 흔들리다 어두운 마음들을 붙잡았다 바람 한 자락 밀려오면 사그락사그락 부딪히며 껴안았다 그랬구나 지나가는 마음들이 제멋대로 모여도 탑 하나 솟아오르니 산은 지나가는 마음의 짐들 꿈들 부려놓게 하였다 혹 누군가 버릴 수 없는 마음을 얹다 와르르 무너져버릴 저 탑이건만 돌 하나는 그대로 남았다 버릴 수 없고 버리지 못하는 마음 하나 짊어지고 가는 이 쉬어 가라고 돌 하나는 마음 하나 열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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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02-03
  • 겨울강가에서-안도현
    겨울강가에서-안도현 어린 눈발들이, 다른 데도 아니고 강물 속으로 뛰어내리는 것이 그리하여 형체도 없이 녹아 사라지는 것이 강은, 안타까웠던 것이다 그래서 눈발이 물 위에 닿기 전에 몸을 바꿔 흐르려고 이리저리 자꾸 뒤척였는데 그때마다 세찬 강물 소리가 났던 것이다 그런 줄도 모르고 계속 철없이 철없이 눈은 내려, 강은, 어젯밤부터 눈을 제 몸으로 받으려고 강의 가장자리부터 살얼음을 깔기 시작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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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01-16
  • 겨울강-정호승
    겨울강-정호승 꽝꽝 언 겨울강이 왜 밤마다 쩡쩡 울음소리를 내는지 너희는 아느냐 별들도 잠들지 못하고 왜 끝내는 겨울강을 따라 울고야 마는지 너희는 아느냐 산 채로 인간의 초고추장에 듬뿍 찍혀 먹힌 어린 빙어들이 너무 불쌍해 겨울강이 참다 참다 끝내는 터뜨린 울음인 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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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01-16
  • 아침-신혜림
    아침-신혜림 새벽이 하얀 모습으로 문 두드리면 햇살의 입맞춤으로 잠에서 깨어난 대지는 부산스럽기만 하다. 나들이를 꿈꾸며 이슬로 세수하는 꽃들 밤을 새운 개울물 지치지도 않는다 배부른 바람 안개를 거둬들이며 눈부시게 하루의 문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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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01-14
  • 겨울-조병화
    겨울-조병화 침묵이다 침묵으로 침묵으로 이어지는 세월, 세월 위로 바람이 분다 바람은 지나가면서 적막한 노래를 부른다 듣는 사람도 없는 세월 위에 노래만 남아 쌓인다 남아 쌓인 노래 위에 눈이 내린다 내린 눈은, 기쁨과 슬픔, 인간이 살다 간 자리를 하얗게 덮는다 덮은 눈 속에서 겨울은 기쁨과 슬픔을 가려 내어 인간이 남긴 기쁨과 슬픔으로 봄을 준비한다 묵묵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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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01-10
  • 1월1일-이영광
    1월1일-이영광 새해가 왔다 1월 1일이 왔다 모든 날의 어미로 왔다 등에 해를 업고, 해 속에 삼백예순네 개 알을 품고 왔다 먼 곳을 걸었다고 몸을 풀고 싶다고 환하게 웃으며 왔다 어제 떠난 사람의 혼령 같은 새 사람이 왔다 삼백예순다섯 사람이 들이닥쳤다 얼굴은 차차 익혀나가기로 하고 다 들이었다 같이 살기로 했다 무얼 머뭇거리느냐고 빈집이 굶주린 귀신처럼 속삭여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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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01-06
  • 겨울에-김지하
    겨울에-김지하 마음 산란하여 문을 여니 흰눈 가득한데 푸른 대가 겨울 견디네 사나운 짐승도 상처받으면 굴속에 내내 웅크리는 법 아아 아직 한참 멀었다 마음만 열고 문은 닫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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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12-02
  • 겨울 저녁의 詩-문정희
    겨울 저녁의 詩-문정희 뼈가 시리게 슬픈 때는 세수를 했지. 수돗물을 폭포수처럼 틀어 놓고 두 손으로 찬물 받아 아무도 몰래 슬픔을 씻었지. 깜박이던 별들이 뿌우연 물안개 속으로 떨어질 때 그리움처럼 부드러운 비누를 칠해 머리를 감았지. 슬픔의 차거움과 슬픔의 향기로움이 전류처럼 머릿속으로 흐르면 갑자기 영롱해진 기억의 창가에 세상은 흔들리는 가랑잎 하나 뼈가 시리게 슬픈 때는 푸푸거리며 세수를 했지. 하얀 수건으로 물안개를 닦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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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2023-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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