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6-04-19(일)
 

시장 공천되자 무혐의, 당 제명되니 압수수색… 與 입맛 맞추는 검경

野 “정권·수사기관 일정 맞추나”

 

검찰과 경찰이 거대 여당의 정치적 결정에 따라 수사 방향을 정하는 일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제명이나 진상조사 같은 당 차원의 조치를 내리면, 거기에 맞춰 수사기관이 강제 수사에 착수하거나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식이다. 이 때문에 야권과 법조계 일각에선 “정권과 수사기관이 수사 일정을 맞추고 있나 의심이 들 정도”라는 말이 나온다.

 

0003971141_002_20260416081308234.jpg

전재수, 부산시장 후보 되자 불기소

정교유착 검·경 합동수사본부는 지난 10일 민주당 전재수 의원을 기소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전 의원은 2018년 8월 통일교 측으로부터 까르띠에 시계 1점과 현금 2000만~3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았는데, 뇌물죄나 정치자금법 위반죄의 공소시효가 이미 지났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합수본이 전 의원의 금품수수 사실을 하나도 입증하지 못한 점이다. 수수 금액이 3000만원 이상이면 공소시효가 10년으로 늘어나 기소가 가능한데도 스스로 짧은 공소시효(7년)를 적용해 수사를 끝냈다.

 

합수본은 민주당이 전 의원을 부산시장 후보로 확정한 지 하루 만에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합수본은 “선거 일정 등 정치권을 고려하지 않은 발표였다”고 했지만, 정치권은 물론 법조계에서도 “수사기관이 알아서 면죄부를 줬다”는 비판이 나왔다. 한 법조인은 “특검에서부터 경찰, 합수본까지 수사하는 척만 했지 의혹을 제대로 규명한 것은 하나도 없다”며 “결국 선거 출마에 자유롭도록 무혐의 주기만을 기다린 모습”이라고 했다.

 

김병기, 여당서 제명된 뒤 압수수색

현 여권 실세로 꼽혀 온 김병기 의원에 대한 경찰 수사 타이밍도 석연찮다. 김 의원의 구의원 공천 헌금 수수, 배우자의 구의회 업무추진비 유용, 차남의 숭실대 특혜 입학 등 여러 의혹과 관련해 경찰은 정황 증거를 확보하고도 수사를 뭉개고 있다가 지난 1월 14일에야 처음으로 압수수색에 나섰다. 민주당 윤리심판원이 김 의원 제명 결정을 내린 지 이틀 뒤였다.

 

서울 동작경찰서는 작년 11월 김 의원의 차남이 숭실대에 특혜 입학했다는 의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지역구 구의원들이 공천 대가로 김 의원에게 돈을 줬다는 내용이 담긴 탄원서를 입수했다. 하지만 상부에 보고하지 않고 사건을 사실상 덮었다. 이후 강선우 의원(당시 민주당)이 김경 전 서울시의원에게 공천 헌금 1억원을 받은 사실을 김 의원과 사전에 상의한 대화 내용이 공개되면서 김 의원 과거 의혹까지 동시다발적으로 터지자, 경찰은 뒤늦게 수사에 나섰다. 경찰은 김 의원을 7차례 소환하며 석 달째 수사 중이지만 이렇다 할 수사 결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경찰은 국민의힘 진종오 의원이 작년 10월 “김경 전 시의원이 당비 1800만원을 대납해주고 종교 단체 신도 3000명을 민주당에 입당시켜 김민석 국무총리의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을 지원하려고 했다”고 고발한 사건도 3개월가량 뭉개고 있다가 작년 말 ‘강선우·김경 공천 헌금’ 사건이 불거진 뒤에야 진 의원을 불러 고발인 조사를 했다.

 

최민희 딸 축의금 의혹도 늑장 수사

민주당 최민희 의원이 작년 10월 딸 결혼식을 치르며 피감 기관 등에서 화환 100여 개와 축의금을 받았다는 의혹과 관련한 강제 수사도 민주당 윤리심판원이 최 의원에 대한 직권 조사에 착수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뒤에 시작됐다. 경찰은 민주당의 직권 조사 결정 이틀 뒤인 지난 1월 23일 국회사무처 등을 압수수색했다.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과 관련해 진술 회유 의혹을 받고 있는 박상용 검사는 지난 3일 국회 국정조사에 증인으로 출석했으나 증인 선서를 거부했다. 이에 민주당 의원들이 강하게 반발했다. 뒤이어 구자현 검찰총장 직무대행(대검 차장)은 법무부에 박 검사에 대한 직무 집행 정지를 요청했고, 정성호 법무장관은 지난 6일 이를 승인했다. 한 검찰 간부는 “여당이 하자는 대로 법무부와 검찰이 나서서 검사를 징계하는 일은 듣도 보도 못했다”며 “검찰총장(직무대행)이 국무회의 참석을 지시받고, 법무장관이 대통령을 수사한 검사들을 압박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했다.

 

 

 

 

이와 관련해 쌍방울 사건 수사가 진행될 때 검찰을 지휘한 이원석 전 검찰총장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내 편에 대한 수사를 했다는 이유로 국회와 법무부, 검찰, 공수처, 특검 등이 총동원돼 고발·감찰·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이것이야말로 수사로 따진다면 보복·표적·기획·편파·강압 수사”라고 했다. 이 전 총장은 “정치권 수사를 했다는 이유로 현직 검사 40여 명을 증인으로 불러 죄인처럼 추궁하는 일은 수사와 재판에 외압을 가해 사법 시스템을 크게 위축시킬 것”이라고 했다. 이 전 총장은 국정조사 증인으로 채택돼 오는 16일 국회에 출석할 예정이다.

태그

전체댓글 0

  • 21661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시장 공천되자 무혐의, 당 제명되니 압수수색… 與 입맛 맞추는 검경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